■ 연극 {춤추는 영혼들} 미리 보기_4편
#표트르
표트르 1세는 유럽으로 향한 창을 열기 위해, 늪지 위에 도시를 세웠다. 그가 부른 바다는 사람들의 피와 눈물을 삼켰고, 도시는 제국의 영광과 함께 수많은 영혼들의 무덤이 되었다.
그가 떠난 뒤 세워진 청동기사는, 그의 이상을 기리는 동상이 아니라 그가 남긴 망령의 형상이었다.
연극 〈춤추는 영혼들〉 속 표트르의 영혼은, 바로 그 도시의 심연 속에서 — 자신이 만든 문명의 혼돈과 싸우듯 춤춘다.
■ 표트르 1세 (1672~1725): 제국의 창을 연 자, 영혼의 도시를 세운 자
1. 배경 ― 봉건의 러시아에서 근대의 러시아로
17세기 말의 러시아는 광대한 영토를 가졌지만 여전히 중세적 봉건 체제에 머물러 있었다.
표트르 1세는 어린 시절부터 유럽 문명에 깊은 매혹을 느꼈고, ‘후진적 러시아를 근대 국가로 바꾸겠다’는 집념으로 서구화 개혁을 추진했다.
그의 통치는 곧 근대화의 폭풍이었다.
서구식 의복·군제·과학기술·행정제도를 강제 도입하고, 자신이 직접 배를 만들며 **‘바다로 나아가는 러시아’**를 꿈꾸었다.
그 꿈의 종착지가 바로 상트페테르부르크였다.
■ 죽음 이후 ― ‘청동기사(The Bronze Horseman)’의 탄생
1. 표트르의 사후와 기억의 정치
표트르 1세는 1725년 사망했다. 그는 제국의 기반을 닦았지만, 동시에 억압과 강제의 상징이기도 했다.
한 세기 뒤, 1762년에 즉위한 **예카테리나 2세(여제)**는 자신이 표트르의 개혁 정신을 계승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그의 기마상을 세우기로 결심한다.
2. 청동기사의 제작과 상징
조각가 **에티엔 모르이스 팔코네(Étienne Maurice Falconet)**가 12년에 걸쳐 완성.
1782년, 네바강변의 세나트 광장에 세워진 이 동상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상징이자 러시아 제국의 정체성을 상징하게 되었다.
기마상은 거대한 화강암 바위를 밟고 말이 발굽으로 **‘뱀(악, 혼돈)’**을 짓밟고 있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 이는 자연과 혼돈을 정복한 인간의 의지, 즉 표트르의 “문명 창조의 힘”을 형상화한 것이다.
3. 푸시킨의 시 〈청동기사〉(1833) — 영혼의 반전
푸시킨은 이 동상을 주인공처럼 등장시키며, 표트르의 꿈이 낳은 도시가 결국 인간의 삶을 짓밟는 비극적 신화로 변하는 과정을 그렸다.
시의 핵심 구절:
“그는 이 거대한 도시를 세웠으나, 그 도시가 그의 그림자가 되었다.”
즉, 청동기사는 제국의 이상이 아니라, 인간을 압도하는 권력과 운명의 망령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연극 〈춤추는 영혼들〉 속 해석적 연결
1.표트르 1세의 서구화 개혁 : 문명과 영혼의 분리, 근대가 영혼을 억압하기 시작한 순간
2.늪지대 위의 도시 건설 : 인간의 의지가 죽음을 밟고 춤추는 행위 — 창조와 파괴의 동시성
3.‘뼈 위의 도시’ : 희생된 자들의 영혼이 도시를 떠돌며 춤춘다.
4.푸시킨의 시적 반전 : “창조자의 영혼이 창조물의 그림자가 된” 근대적 비극 — 표트르의 영혼이 도시를 떠돌게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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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우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