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베트남 전쟁때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이끈 반전 반인종차별 시위의 현장에서 노래를 불렀던 조안 바에즈(1941~). 제주시 아트스페이스 씨 안혜경 관장님 덕에 프란치스코 평화센터에서 그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 강정을 방문 중인 미 평화 활동가 마사 헤네시 (1955~)로부터 영화 후 관련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통역: 조약골 ) 마사 헤네시는 피터 모린과 함께 자발적 가난, 환대, 반전을 강조하는 카톨릭 워커스 (카톨릭 일꾼) 운동의 공동 창시자인 도로시 데이(1897~1980)의 손녀 입니다. 마사 헤네시의 강정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 입니다. 그는 2년전 강정을 방문한 일이 있습니다.
아버지가 멕시코 계로 어렸을 때부터 인종 차별을 경험했던 조안 바에즈는 킹 목사의 연설에 감화를 받고 이후 베트남 북부, 사라예보 등 직접 전쟁의 참화가 된 현장을 찾아 다닙니다. 같이 노래를 불렀던 밥 딜런 (201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 상대적으로 개인주의적이고 현장과 거리를 두었다면 조안 바에즈는 오랜 세월 시위 현장에 사람들과 함께 하며 노래를 부르고 체포도 되었습니다.
영화를 본 마사 헤네시는 조안 바에즈의 노래를 들으며 자랐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합니다. 그리고 비록 미약한 것 같지만 우리가 강정 현장에서 매일 하는 일상의 투쟁을 ‘사자의 옆구리 또는 발을 찌르는 가시’에 비유합니다.
지금은 버몬트 집과 뉴욕 카톨릭 하우스 를 번갈아 오가며 할머니 도로시 데이의 뜻을 이어가는 카톨릭 워커스 활동을 하는 마사 헤네시가 카톨릭 워커스 활동을 시작한 것은 할머니 도로시 데이가 사망한 24년이 훨씬 지나서였습니다. 마사 헤네시는 너무나 바쁜 할머니 도로시 데이로 인해 어머니 타말이 고통을 느끼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오빠가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고 오랫동안 주위의 반전의 목소리와 갈등을 겪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한 마사 헤네시로 하여금 할머니의 카톨릭 워커스 운동을 돌아보게 한 것은 이라크 전쟁이었습니다. 10년 가까이 그는 매년 1월이 되면 관타나모에 수감된 희생자들 (상당수가 이라크 그리고 지금은 예멘 시민들인) 을 위한 항의 시위에 참가합니다. 그리고 뉴욕의 노숙자들을 카톨릭 워커스 하우스로 따뜻이 인도합니다. 그 중에는 고함을 지르고 술주정을 하는 노숙자들도 있습니다. 도로시 데이는 그들이 예수 그리스도라고 말했다 합니다. 마사 헤네시는 ‘이 세상은 모순과 갈등, 슬픔으로 가득차 있다. 회심은 마음의 혁명이고 슬픔을 기쁨으로 전환시키는 일’이라 말합니다.
마사 헤네시는 미국 카톨릭이 또한 반전의 목소리를 내도록 독려하는 활동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카톨릭은 도로시 데이의 시성을 추진하면서 정작 도로시 데이가 강조했던 반전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있습니다.
뜻 깊은 시간들의 마무리는 사진을 찍으신 노순택 작가님입니다. 고맙습니다.
(위글: 성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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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바에즈 다큐멘터리 상영이 끝나고 마사 헤네시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포크가수 존 바에즈는 비폭력평화운동과 포크음악 중 어느
하나만을 선택하고 나머지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둘의 접점을 찾아나갔을 때, 즉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었을
때 가장 뛰어난 음악적 성취를 이루고, 평화운동에도 큰 족적을 남길 수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서 이미 나는 감동을 받았는데,'
마사는 친할머니 도로시 데이가 국가의 제도적 폭력이라는 전쟁과 자본주의라는 제도적 빈곤에 맞서 분명히 스스로 아나키스트라고
불렀다고 하면서 자신 역시 그 길을 걷고 있다고 하였다. 현장에서 몸을 던지는 비폭력평화투쟁과 함께 평화적 영성을 나누는 평화교육
역시 중요하며 그 사이에서 '일치'를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해줌으로써 다시 한번 우리를 감동시켰다.
존 바에즈와 도로시 데이 그리고 마사 헤네시까지 내가 걷고 있는 구불구불한 길을 이미 오래전부터 걸어온 사람들과 강정마을에서 만나며 나는 참으로 풍요롭고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 오랜만에 흠모의 감정을 듬뿍 느껴보았다.
( 위 글: 조약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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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강정을 방문한 마사 헤네시/ 사진: 성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