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곽경호 감독은 트라이애슬론의 시작과 함께 해온 1세대다. 91~94년 국내 철인3종경기대회를 휩쓸었고 이제는 후배양성에 온 힘을 기울인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현역시절을 보낸 만큼 후배들에겐 더욱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그의 꿈이다
수영 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풀코스. 하나씩 떼어놓고 봐도 입이 딱 벌어진다. 그런데 이 세 가지를 한 번에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에겐 ‘철인’이란 칭호가 붙는다. 트라이애슬론, 즉 철인3종경기는 수영과 사이클, 마라톤을 한데 묶어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짜릿한 스포츠다.
우리나라에 트라이애슬론이 들어온 것은 1987년으로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화려한 선수시절을 거쳐 현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곽경호(36) 감독은 국내 트라이애슬론의 시작과 함께 해온 트라이애슬론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초 장거리 수영과 사이클, 마라톤을 거뜬히 해내고 또 그것이 좋아 10년 넘게 그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니 힘들어 보이기만 하는 트라이애슬론에 대체 어떤 매력이 있는 것일까.
곽 감독은 지난해부터 트라이애슬론 전문 숍인 헬로트라이를 운영하고 있다. 헬로트라이는 국내 유일의 트라이애슬론 전문숍이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헬로트라이에서 만난 곽 감독은 새로 들여온 트라이애슬론 장비들을 점검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한 눈에 반해버린 트라이애슬론의 매력
BL 숍에 신기한 물건들이 많네요.
“트라이애슬론은 수영, 사이클, 마라톤 세 종목을 다 다루기 때문에 아무래도 다른 숍에서 못 보던 것들이 많죠.”
BL 예상했던 철인의 이미지와 다르게 평범하신 것 같아요.
“하하, 다들 트라이애슬론을 한다고 하면 굉장한 거구에 우락부락한 인상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제가 그 오해를 말끔히 씻어드리죠.”
BL 트라이애슬론 1세대이십니다. 생소한 종목이었을 텐데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나요?
“87년에 국내에 처음 들어왔는데 그 이듬해에 TV에서 세계선수권대회를 중계했어요. 우연히 그걸 보게 됐는데 한 여자선수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어요. 이 선수가 마지막 마라톤에서 결승점을 400m 정도 남기고 쓰러져서 40분 동안 기어가 결국 우승을 했어요. 그 장면을 보고 무척 충격을 받아 트라이애슬론에 굉장한 매력을 느끼게 됐죠. 그 경기는 전 세계에 방송됐는데 그 장면이 큰 반향을 일으켰어요. 트라이애슬론이 대중적인 스포츠로 발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BL 원래 운동을 하셨나요?
“고등학교 때까지 육상을 했어요. 트라이애슬론을 알게 되고 91년 제주도 성산에서 열렸던 철인3종경기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했죠. 그때까지만 해도 출전자가 별로 없었고 제가 육상선수 출신이라 우승을 하게 됐어요. 그것이 선수생활의 시작입니다. 이후 94년까지 4회 연속 우승했어요. 트라이애슬론은 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의 올림픽코스와 흔히 알고 있는 아이언맨코스 두 가지가 있는데 아이언맨코스였죠.”
BL 선수 시절 최고기록은 몇 시간인가요?
“10시간 11분이 최고기록이에요. 아이언맨코스는 17시간 안에 완주하면 ‘아이언맨’이라는 증명서를 줍니다. 모든 경기는 아침 7시에 정확히 출발하죠. 그래서 17시간 후인 24시 그러니까 그날 안에만 완주하면 철인이 될 수 있어요.”
BL 현재 지도자 생활을 하고 계신데요. 유능한 선수였음에도 불구하고 선수생활을 일찍 끝낸 이유가 무엇인가요?
“당시 환경이 너무 열악했어요. 93년 하와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가게 되었는데 지금처럼 자전거를 담을 수 있는 하드케이스가 없어서 종이박스에 담아서 가지고 갔어요. 그런데 기내에서 완전히 망가져버린 겁니다. 시합을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하와이 한인회에서 자전거를 마련해주셔서 출전은 했어요. 하지만 자전거가 잘 맞지 않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어요. 일본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었는데 그로 인해 무산이 됐죠. 그보다 결정적인 이유는 부모님의 반대였어요. 제 시합을 한 번도 보러오지 않으셨어요. 당시엔 TV로 중계를 자주 해서 출연도 많이 하고 신문에도 났지만 부모님은 싫어하셨어요. 그러다 95년 철인3종경기대회에 처음으로 보러오셨죠. 그 경기는 제가 4연패를 하고 5연패를 노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도 최고인 여창제 선수가 1위를 하고 저는 사이클 140km 지점에서 탈진해 쓰러지고 말았죠. 바로 부모님 앞에서 말이에요.”
BL 부모님이 더욱 놀라셨겠군요.
“깨어보니 병원이더라구요. 더 이상 선수생활을 계속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었어요. 경제적인 면뿐 아니라 나를 가르쳐줄 코치도 한 분 없었으니까요. 96년까지 선수생활을 했으니 짧다면 짧은 시간이죠. 지금 생각해보면 아쉽고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BL 바로 지도자의 길로 들어서셨나요?
“그해 바로 곽경호의 철인3종교실을 시작했고 지난해 헬로트라이를 오픈하면서 헬로트라이 팀으로 명칭을 바꾸었죠. 국가대표 감독과 경기심판이사를 겸하고 있구요. 숍은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후원이 잘 안 되고 무엇보다 장비구하기가 너무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직접 시작하게 된 거예요.
곽경호
·1967년 7월 30일 서울 출생
·성균관대학교 체육교육과 졸업
·91~94 한국철인3종경기대회 연속 우승
·91~94 하와이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팀 감독
·헬로트라이 코칭아카데미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