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여행7 - 히에이산에서 로프웨이와 케이블카로 내려와 류리코인에 가다!
2024년 11월 20일 비와호수 남쪽에 이시야마데라 (石山寺 ) 에 도착해서 NHK 대하드라마
光の君(광노군) 의 원전인 겐지이야기를 쓴 무라사키 시키부와 단풍을 구경하고 다시
전철을 타고 하마오쓰(浜大津) 를 지나 사카모토 히에이잔구치 (坂本比叡山口) 역에 내립니다.
서양에서 푸니쿨라라고 부르는 케이블카 Cable Car 를 타고... 경사가 매우 급한 언덕을
올라 히에이잔 엔랴쿠지 比叡山 延歷寺 를 구경하고는 다시 산정버스를 타고
히에이잔코 (比叡山頂 비예산정) 유메미가오카 전망대에 올라 교토 시내를 조망합니다.
산정의 정원 외관을 구경하고는 우리 부부는 한바퀴 둘러서 산 허리를 걸어서 반대편으로
넘어가니 그 아래에 우리나라에서 케이블카 라고 불리는 로프웨이 정류소가 보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로프웨이를 탈려고 사람들이 긴 줄을 서 있는데.... 입구에는 매표소가 보이지
않기로 안쪽을 두리번 거리니 여기도 없어 난감한데, 그때 줄을 선 일본인이 손가락
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벤딩머신 그러니까 티켓 자판기가 보여 350엔 짜리 표를 끊습니다.
그러고는 줄을 서서 케이블 히에이역에서 케이블야세역까지 1.3km를 내려가는 로프웨이에
오르는데, 우리 앞 사람들이 양보하기로 의아해서 쳐다보니 이제 정원은 2명 남았는데
저 일본인들은 4명이라 함께 다음 로프웨이를 탈려고 우리 부부에게 양보한 것인가 보네요?
30여명 가량이 탄 로프웨이는 아래쪽으로 내려가는데...... 여기 중간 중간에는
단풍이 제법 에쁘지만 로프웨이 안인지라 제대로 찍지는 못합니다.
드디어 로프 히에이 (ロブ 比叡 ) 에 도착해 내려서 올라가니 케이블 히에이 (ク-ブル 八瀕)
역인데..... 서양에서는 푸니쿨라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인라인 이라고
부르는 케이블카인지라, 역시 티켓 자판기 기계에서 550엔씩 하는 표를 사서 올라 탑니다.
이 케이블카는 급경사 언덕에 선로를 놓은후 저 위쪽에서 케이블로 당기고 밀어서 오르내리는데
단선으로 내려오다가 중간에 복선이 보이는데 여기서 올라오는 케이블카와 서로 교행을 합니다.
케이블카는 이윽고 아래쪽 정류소인 케이블 야세 ク-ブル 八瀕 역에 도착하기로 내려서 나오니 앞쪽에
포장마차..... 아니 포장 트럭이 여러개 보이는데, 오뎅이며 꼬치 등을 파는 것을 발견합니다.
여기서 길은 두 개이니 오른쪽으로 가는 평탄한 길과 왼쪽으로 내려가는 경사진
길인데......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왼쪽길로 가기에 우리도 뒤를 따릅니다.
그런데..... 설마 이 많은 관광객들이 모두 루리코인 (瑠璃光院) 으로 가는지 아님 다른 장소로 가는지
모르겠는데 강 건너 저편에는 사철인 야세히에이잔구치역 ( 八瀕比叡山口 ) 전철역이 보입니다!
5 ~ 6분을 걸어서 드디어 단풍이 겁나게 아름답다는 정원으로 사찰인 루리코인
(瑠璃光院) 에 도착했는데..... 입구에 엄청난 인파가 몰려있어 기가 질립니다?
직원이 한사람 나와서 정리를 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모두 휴대폰을 꺼내 들고 있으니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을 하고 부쳐져 온 이메일을 휴대폰에 저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직원이 휴대폰을 확인하고는 사람들을 안쪽으로로 보내면 다른 직원들이 거기에
탁자를 놓고 앉아 일일이 휴대폰의 내용을 확인하고는 줄을 세우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바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사람이 너무 많이 들어가면 관람 분위기가 헝컬어지는지라
일정 인원수 만큼만 입장을 시키니, 안에 들어간 사람들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이런 분위기인지라 인터넷 예약을 하지않은 우리로서는 감히 말을 꺼내기도 힘들지만 마침 서양인이
예약을 하지 않고 온 듯 유창한 일본어로 한참 얘기를 하고는 안으로 안내를 받는 모습을 봅니다.
그런데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는 이 서양인이 미국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몇년전에 미국과
캐나다를 보름동안 여행하면서 뉴욕에서 만났던 사람들 생각이 나니 문득
동아일보 임우선 뉴욕 특파원의 “미국 서점에 ‘채식주의자’가 동이난 이유” 라는 기사가 떠오릅니다.
“하루 종일 너무 많은 사람이 물어보는데 ‘베지테리언(채식주의자)’ 은 없어요. 어제 다
나갔거든요.” 미국 뉴욕 맨해튼의 인기 서점 ‘스트랜드’ 의 직원은 아쉬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사실 책은 몇년 전 이미 읽었다. “괜찮다” 고 말하고 흐뭇하게 돌아섰다.
보자면 놀라운 일이었다. 이전에, 지구 반대편의 어떤 몰랐던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그날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서 책을 사 본 적이 있던가. 그런데 수상 당일 채식주의자는 아마존 문학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했다. 아마존 앱을 열어볼 때마다 순위가 올라가더니 수상 발표 반나절 만에 그렇게 됐다.
미국인은 책을 좋아한다. 어딜 가든 책 읽는 사람들을 쉽게 볼수 있다. 공원에서, 카페에서,
지하철 에서…. 그들은 여기저기서 책 또는 킨들 (아마존의 전자책
전용 단말기) 을 들고 있다. 미국 안에서도 책 읽는 사람이 예전만 못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성인이 연평균 4권 정도의 책을 읽는 것으로 조사되는 한국에 비하면 미국은 12권으로
여전히 세 배나 더 많다.미국인이 책을 많이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하철을 떠올려 본다.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뉴욕 지하철에서는 인터넷이 전혀 안 터진다. 놀랍지만 사실이다.
역에 설 땐 잠깐 터지지만 출발하면 다시 먹통이다. 그래서 책이 없으면 상당히 무료하다.
하지만 이런 1차원적 이유가 전부는 아니다. 인터넷이 잘 터지는 곳에서도
책을 든 사람들은 항상 있다. 휴가지인 해변가와 숲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미국 어딜 가든 동네마다 가까이에 있던 도서관, 두세 살 때부터 옹기종기
모여 앉아 책을 보던 어린아이들의 모습이었다. 미국 지역 사회는 도서관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뮤니티 또한 재정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뉴욕시가 늘어난 난민으로 재정이 부족
하다며 도서관 관련 재정을 깎으려다가 시민들이 연판장을 돌리는등 거세게 반발해 결국 항복했을 정도다.
미국 도서관 시스템은 아주 체계적이다. 연령층에 맞는 특별 활동과 북클럽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도서관
마다 매일 짜여 돌아간다. 대출 규모도 한 번에 최대 50권을 3주간 빌려 주는 식으로 한국에 비하면
통이 크다. 아이를 둔 부모들은 아예 손수레를 끌고 와 수레 가득 책을 빌려 담고 사라지길 수시로 반복한다.
초등학교에서도 내주는 숙제가 ‘하루 20분 책 읽기’ 다. 독서일지에 어떤 책을 몇 분간 읽었는지
매일 적고, 부모의 사인과 함께 제출하면 선생님이 간단한 칭찬을 써서 되돌려 주는
식이다. 처음엔 20분을 목표로 시작하지만 나중엔 20분만 읽고 끝나는 경우는 없다.
그렇게 오랫동안 단단하게 책을 사랑하며 자라온 사람들이 어른이 돼서도 책을 읽는 것으로 보인다.
서점을 나오며 계산대를 봤다. 오프라인 서점의 책 가격은 아마존에 비하면 두 배 정도 비싸다.
하지만 그곳에는 오늘도 요령 없는 미국인들이 책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어릴때 부터 서점과 도서관에 다니며 많은 책을 보고, 자신이 원하는 책을 고르는게 습관이 됐다.
어릴때 부터 책을 고르는 습관이 배어있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오프라인 서점은 특별한 곳으로
여겨지는것 같은데.... 나도 책을 샀다. 일부 신간을 비닐로 꽁꽁 싸 펴볼 수 없게 하는 한국의
대형 서점들과 달리, 모든 책을 마음껏 봏수 있게 해준 서점에 대한 고마움이자 최소한의 예의였다.
몇년전에 수년동안 가을이 되면 서울의 고은 시인의 집 앞에는 내외신 기자가 몰리곤 하다가, 성추행
문제로 인해 노벨상에 대한 기대가 허무어진 후 한국인들은 오랫동안 의기소침했던게 사실인데,
뉴욕타임즈는 "책도 읽지 않는 사람들이 노벨상은 애타게 기다린다" 며 조롱하던 기사가 있었으니....
이후 신경숙씨가 "엄마를 부탁해" 로 미국의 뉴욕타임즈에서 2차례나 찬사를 받았으며 오프라 윈프리
의 책 추천등 선풍적인 인기를 얻어 세계가 주목하는 소설가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나 일본
극우파인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을 표절한게 드러나서 숨는 바람에 다시 기대가 무참하게 무느졌습니다.
그런데 금년에 한강씨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으니.... 우리나라도 문화국가로서의 자부심
을 가질수 있어 좋은데, 이제 우리나라의 노벨상 수상자가 평화상등 2명이니....
일본의 30여명을 따라잡을 날이 내 살아 생전에 언젠가는 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 봅니다!
교토 사쿄쿠(西京區) 북쪽에 루리코인 (瑠璃光院) 은 격조 높은 절이라고 하며 특히나 가을
에는 아름다운 단풍 풍경으로 유명하다고 하니 일본인들에게는 인기 있는 관광지 중
하나라는데..... 단풍이 붉거나 주황색으로 물들 때, 이 절의 경치는 특히 멋지다고 합니다.
이 절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정원과 절 내부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도 얻을수 있으니 가을 특별 관람
기간은 10월1일(토)~12월12일(월) 로 그 이외의 기간은 관람을 할수 없다고 합니다.
「루리의 정원」을 바라보는 격조 높은 차분한 서원이 큰 볼거리이며 또한 참배길 경사지
에 심어진 은행나무와 백종 이상의 단풍은 가을이 되면 절경을 이룬답니다.
https://goo.gl/maps/3BGxoiiZmjA3k3ft7
그런데 우연의 일치 인지는 모르겠으나..... 야마구치현 야마구치 시내에는 여기
루리코인(瑠璃光院) 과 이름이 같은 루리코지 (瑠璃光寺 유리광사) 가 있습니다.
16세기초 센고쿠(戰國 전국) 시대에 서부 일본 6개국을 지배했던 백제 성왕의
아들인 임성태자의 후손인 오우치(大內)씨 가 세운 절로 히노키피즙을
입힌 5층탑 은 일본에서 3대 명탑에 속하므로.... 국보 로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루리코인 (瑠璃光院) 에 인터넷 예약을 하지 않은지라 몇시간을 기다려도 들어갈수는 없을 것 같아
포기하고 뒤돌아 오다보니 구름같은 인파가 몰려오는걸 보니..... 입장 기회는 없을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그러면서 여우가 "높은 나무에 매달린 저 포도는 시다" 고 생각하는 것 같아 쓴 웃음이 나옵니다?
이제 우리 부부는 버스를 타고 북쪽 산촌인 오하라 大原(대원) 에 가서 산젠인
(三千院) 과 호센인(宝泉院) 절을 찾아....... 붉은 단풍을 구경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