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총리에 최측근 지명 유력… 리커창은 최고지도부서 빠질듯
[중국 당대회]
WSJ “리창 상하이시 서기 총리 물망”
SCMP “상무위 7명중 4명 교체, 딩쉐샹 등 ‘시진핑 사단’으로 채울듯”
리커창 등 習 견제세력 물러나면 40여년 집단지도체제 붕괴될듯
23일 공개되는 차기 중국공산당 최고지도부에 잔류할 것으로 예상됐던 리커창(李克强·67) 총리가 완전히 퇴진할 수 있다고 홍콩 유력 일간지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리 총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긴장 관계에 있는 파벌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이다. 시 주석 집권 10년간 리 총리의 입지가 많이 약화됐지만 그나마 시 주석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 왔다.
새 총리로 시 주석의 최측근이 기용될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왔다. 이 경우 7명으로 구성된 중국공산당 최고지도부인 상무위원회 멤버 대부분이 ‘시자쥔(習家軍·시진핑 사단)’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 주석이 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최소 3연임의 장기집권을 확정할 뿐 아니라 권력을 독점함으로써 마오쩌둥 사후 덩샤오핑이 독재로 인한 폐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만든 집단지도체제가 40여 년 만에 붕괴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 리커창 퇴진-習 측근 리창 총리설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상무위원회 2차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시진핑, 리커창, 리잔수, 왕양, 왕후닝, 자오러지, 한정이 회의에 참석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18일(현지 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공산당 지도부와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서열 2위 총리에 충성파를 지명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리창(李强) 상하이시 서기가 총리에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리 서기는 시 주석이 저장성 당 서기로 있을 때 비서장으로 일하며 보좌관 역할을 했던 최측근이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실패에 따른 상하이 봉쇄로 큰 정치적 타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리창이 총리가 된다면 중국공산당이 시 주석에게 장악됐다는 증거가 된다.
SCMP는 19일 소식통을 인용해 “리커창 총리가 완전히 퇴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이에 따라 상무위원 교체 폭이 커지면서 7명 가운데 4명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당초 리 총리는 총리직에서 물러나도 상무위원직을 유지하면서 서열 3위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은퇴가 예상된 인물은 68세(중국공산당 고위직 은퇴 기준 나이)가 지난 리잔수(栗戰書·72) 전국인대 상무위원장과 68세가 된 한정(韓正) 부총리였다. SCMP는 “다른 한 명은 확실치 않지만 왕양(汪洋)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도 퇴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왕양도 리 총리처럼 공청단 출신이다.
○ 시자쥔 최고지도부 대거 입성 가능성
SCMP는 새로 상무위원회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리창 외에 딩쉐샹(丁薛祥·60) 중앙판공청 주임과 천민얼(陳敏爾·62) 충칭시 당서기, 리시(李希·66) 광둥성 당서기 등을 꼽았다. 4명이 퇴진한 뒤 새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인물들은 대부분 시 주석 측근들이다.
‘시 주석의 그림자’로 평가받는 딩쉐샹은 시 주석의 국내외 순방을 포함한 일정 관리를 맡으며 사실상 비서실장 노릇을 해 왔다. 천민얼은 시 주석의 2002∼2007년 저장성 당서기 시절부터 측근이다. 리시도 ‘시자쥔’으로 분류된다.
공청단 출신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측근으로 ‘리틀 후’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후춘화(胡春華·59) 부총리는 상무위원 진입이 거론돼 왔다. 하지만 SCMP는 “후춘화의 상무위원회 진입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현 상무위원 중 공청단 출신 리커창과 왕양이 퇴진하고, 후춘화도 진입하지 못한다면 차기 상무위원회는 시자쥔 판이 될 공산이 커졌다.
당대회에서는 노골적인 ‘시진핑 찬양’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당대회 관련 내외신 기자회견장에서 톈페이옌(田培炎) 중앙정책연구실 부주임은 “시 주석은 곧 우리의 위대한 시대가 낳은 걸출한 인물”이라며 “시 주석은 중국 인민 모두가 열망하는 ‘인민 영수(領袖)’”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상황에 대해 “온라인에서 최근 중국이 ‘서쪽의 북한(西朝鮮)’으로 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이은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