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살아내며, 2월의 일기, 마음의 순간포착
카톡!
2023년 2월 28일 화요일인 바로 오늘 오전 10시 13분을 막 찍고 넘어가는 시각에, 그렇게 카카오톡 메시지 한 통이 수신되고 있었다.
우리 가족들 모두가 온라인으로 함께 하는 카카오톡 단체방에 수신된 것으로, ‘지영이 짝’이라고 이름 지어놓은 맏이의 메시지였다.
문장 한 줄 문자 한 자 없이, 오로지 사진 석 장이었다.
내게는 세 살 배기 손자이고, 맏이에게는 조카인 서율이의 얼굴 풍경을 찍은 것으로, 그것도 한 순간의 동작을 연속적 포착을 한 사진들이었다.
곧바로 댓글이 하나 붙여졌다.
아내가 붙인 것이었다.
이랬다.
‘큰 아빠는 언제 사진을 찍었네.’
조카 사진을 찍어준 맏이에 대한 칭찬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또 이어 서율이의 어미인 막내며느리 은영이의 댓글도 보태졌다.
이랬다.
‘큰 아빠가 이쁜 사진 찍어주셨네요^^’
역시 시아주버니인 맏이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댓글을 붙여줘야 할 사람은 누구 아닌 바로 나였다.
맏이가 그 사진을 찍는 순간을, 내가 그 현장에서 지켜보고 있었고, 그 순간에 맏이의 마음을 순간포착 했었기 때문이다.
엊그저께인 2023년 2월 25일 토요일 오후 5시, 한강 반포대교 남단의 세빛섬 ‘채빛퀴진’ 뷔페가 바로 그 때였고 곳이었다.
이날 나는 전날 밤을 묵은 봉천동 인헌시장 인근의 서율이네 집에서, 혼자 길을 나서서 반포천을 거치고 한강 남쪽 강변의 둔덕길로 해서 30여리 길을 걸어서 그 현장에 닿았다.
개포동 서현이네와 서율이네는, 길목인 서초동 검찰청 부근의 시위로 인한 교통체증으로 다들 20, 30분 늦게 도착했다.
그러다 보니 다들 먹는 것으로 서둘게 됐고, 서현이에게 덕담으로 할 말이 있던 나도 입을 닫고 있어야 했다.
그런 분위기인 가운데, 두 번째로 먹을 것을 가득 담은 접시를 들고 우리들 자리로 온 맏이가, 그 접시를 자리에 내려놓자마자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서는, 맞은편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서율이를 피사체로 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먹는 것은 뒷전이었다.
들고 온 음식을 먹는 것보다, 서율이 사진을 찍어주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서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내가 봤다.
우선은 조카 서율이 사진을 찍은 맏이의 얼굴 표정을 봤다.
그리고 또 봤다.
빙긋 웃는 그 표정에 담긴 마음을 본 것이다.
그것은 곧 사랑이었다.
그냥 넘길 수 없는, 넘겨서도 안 되는 마음의 순간포착이었다.
그 순간을 소환해서 댓글을 썼다.
이렇게 썼다.
‘역시 전문가가 다르구나. 그러잖아도 애비가 서율이의 그 순간을 포착하는 걸 봤었는데, 이렇게 작품으로 탄생하는구나. 요 사진, 한 편 글로 맹글어봐야지.’
첫댓글 명작 사진 하나가 곧 액자속으로 들어가야 되겠네!
뉘집 손자인고???
참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