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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동호인 100만 시대
최근 몇 년 사이 탁구 동호인의 숫자가 계속해서 늘고 있단 얘기를 주변에서 자주 듣는다. 탁구가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 거다. 실제로 가끔 운동을 위해 탁구장을 찾아가 보면 탁구입문을 위해 회원문의를 하는 가족이나 개인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국내 생활체육탁구의 현 실태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국민생활체육 전국탁구연합회 안창인 사무처장에 따르면 현재 국내 탁구 동호인은 약 100만 명(일부에서는 150만)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한다. 5~6년 전 불과 50만 정도로 추산됐던 것에 비해 2~3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검색엔진에서 ‘탁구용품’이나 ‘탁구장’ 같은 단어가 꾸준하게 검색되는 것과 무관치 않으리란 생각이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탁구 관심지수 증감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주)참피온 영업본부 변성철 차장은 “서울에 있는 200여 개소의 탁구장을 포함해 현재 전국적으로 700여 개소의 사설 탁구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한다. 여기에 동사무소 탁구교실 등 각 지자체별 시설까지 포함하면 탁구장의 수는 전국적으로 대략 1천 개소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변 차장은 “최근의 이 같은 증가 추이는 전년 대비 10~15%씩 매년 꾸준하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면서 그 근거로 “탁구대회 수와 참가 동호인, 용품 관련 브랜드와 딜러가 늘어났고, 매출도 비슷한 수치로 상승세를 보여 왔다”고 밝혔다.
그 바탕은 뭘까? 우리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대단한 결과를 만들어냈다거나 좋은 시간대에 시합 중계방송이 편성돼 탁구 인기를 견인하는 역할을 했을까? 어느 정도 영향력은 있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보인다. 그렇다면 탁구인구가 늘게 된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뭘까? 2005년 7월부터 주 5일 근무제 전면 시행 이후 레저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자연스럽게 탁구로 유입된 인구가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런 저변확대의 결정적 요인은 뭐니 뭐니 해도 공중파 TV에서 ‘유명 연예인을 통한 탁구장면의 잦은 노출효과’를 꼽을 수 있다.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한 탁구의 노출효과
TV를 통해 보이는 현역 선수들의 탁구경기에는 별 관심이 없다가도 연예인들의 탁구시합이 방송에 나오면 잘하건 못하건 관심 있게 보는 경우가 대부분인 듯하다. 실례로 KBS-2TV 해피선데이 - 강호동의 ‘1박2일’이나 ‘출발 드림팀 시즌2’ 등에서 탁구가 방송되면 검색엔진 실시간 검색 순위 최상위에 ‘탁구’가 오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관심은 곧바로 탁구용품업체의 매출증가로 이어진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난 9월 방송이 끝난 ‘제빵왕 김탁구’의 경우 스포츠 종목 탁구와는 무관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10월 말 현재 대부분 검색엔진의 ‘탁구’ 관련 인기 검색어로 올라있다. ‘김탁구’라는 이름이 탁구인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제빵왕 김탁구’는 이후 ‘탁구왕 김제빵’으로 패러디되면서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기도 했다.
거기에 덧붙여 10년 넘게 매 주말마다 서울 종로에서 펼쳐지고 있는 ‘길거리탁구 이벤트’도 새로운 탁구인구 유입의 동기부여로 작용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동안 신문 방송 등 언론에 꾸준하게 노출되면서 방송가에 이슈를 제공했고, ‘도구탁구’나 ‘묘기탁구’ 등 다양한 탁구 관련 이벤트 아이디어의 개발을 통해 탁구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데 적잖게 기여했다. 특히 ‘도구탁구’나 ‘묘기탁구’는 공중파나 케이블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으로 재생산되면서 생활체육 탁구 저변확대에 확실하게 일조하기도 했다. 서울 종로 길거리탁구의 경우, 한두 번 참가한 게 인연이 돼 정식으로 탁구에 입문했다고 얘기하는 이들이 많다. 새 라켓을 사들고 와 어떠냐며 물어오는 경우도 늘었다.
탁구용품 시장의 다변화
탁구가에 부는 새로운 바람 또 하나는 용품시장의 다변화이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탁구용품업체 수는 5~6개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나마 시장 장악력을 놓고 보면 2~3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수가 2~3배 이상 크게 증가하면서 최근 탁구업계 시장판도의 변화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러버와 라켓 중심으로만 봐도 ‘엑시옴’이란 브랜드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참피온을 비롯해, 피스-평화산업, 버터플라이-다마스버터플라이코리아, 도닉-해드스포츠, 타토즈-닛타쿠코리아, 야사카-한울스포츠, TSP-한국TSP, 율라-텍큐브스포츠, 스티가-탁구닷컴, KTS-KTS코리아, 더블해피니스(홍쌍희)-DHS코리아·스포키까지 그야말로 군웅할거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여기에 세계 스포츠업계 초대형 브랜드 아디다스가 최근 본격적으로 탁구용품을 제작·생산해 내면서 국내 시넥틱스그룹과 한국 독점공급원 계약을 체결했다. 따라서 조만간 모든 아디다스 탁구용품을 수입·판매하는 아디다스-시넥틱스그룹이 업계에 새로운 판도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에즈트리, 모아, 위프와프, 트리포 등 탁구 의류만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도 상당수 탁구용품업 경쟁에 가세해 국내 탁구시장의 커진 위상을 방증하고 있다.
초대형 브랜드 아디다스도 탁구전문용품 출시
이 같은 탁구용품 시장의 판도변화에 대해 동호인 대부분은 아직까지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듯하다. 현재의 장비로 일정 수준 이상 실력을 올리는 것, 그리고 건강과 재미가 주요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다만 소비자 취사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의 긍정적 평가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마니아층은 어느 정도 기대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분위기이다. 인터넷 탁구사이트를 들여다보면 용품, 특히 신무기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기 때문에 마니아를 중심으로 새로운 제품에 대한 평가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신뢰성 있는 얼리 어답터로부터 좋은 평가가 나오면 순식간에 온라인상에 회자되면서 인기상품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러버 한 장으로 몇 년을 쓰는 경우도 흔했던 예전과는 달리 요즘은 러버 등 일부 용품의 경우 소모품이라는 개념이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엔 일년 평균 세 장 정도의 러버를 교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마니아층은 한 달에 한 장 꼴로 쓰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한다. 용품시장의 확대는 좀 더 재미있고 안정된 플레이를 추구하는 탁구마니아들의 새로운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의 다양화 추세가 나쁠 건 없지만 생각보다 파이가 작을 수도 있지 않겠나? 당분간 시장판도가 어떻게 전개될 지 지켜볼 일”이라며 앞으로 치열한 경쟁구도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새롭게 탁구를 시작하는 이들을 위하여
앞서 얘기한 것처럼 다양한 동기부여에 의해 탁구인구가 늘고 있다는 건 분명 기분 좋은 일이다. 여기서 잠깐 새로운 탁구 동호인 한 사람의 행보를 들여다보자. K씨는 건강관리와 취미활동을 겸해 뭐가 좋을까 고민하다 탁구를 시작한 40대 초반의 개인사업가다. 이전까지 별다른 취미생활이 없었던 그였기에 탁구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는 아내와 함께 아파트 단지 내 탁구장에 레슨등록을 하고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그냥 보기엔 별 어려움 없어 보였던 탁구, 하지만 막상 해보니 이거 만만치 않다.
일주일에 세 번, 20분씩 레슨 받으며 땀 흘리는 상쾌함은 좋은데 열심히 해보려 해도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 레슨코치의 지적이 계속되면서 주변의 시선도 괜히 신경 쓰인다. 그러다 보니 심정적으로 위축이 되기도 한다. 열심히 해보려 해도 마음처럼 잘 되지 않자 어느 순간 그만 포기해 버릴까도 생각했다. 어느 정도 재미를 알기까지 만만찮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고민과 갈등이 따랐다. 그들이 2년이 된 지금까지 라켓을 잡을 수 있었던 건 탁구장 회원들의 배려와 관심 덕분이었다. 이제 K씨 부부는 지역 탁구시합에 나갈 목표로 매일 저녁 함께 땀을 흘린다.
탁구는 보기보다 은근과 끈기가 요구되는 운동이다. 웬만한 동호인은 모두 그런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른 것이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초심자들은 생각보다 빨리 늘지 않는다는 조바심에 갈등을 느낄 수 있다. 어느 정도 주변의 배려와 관심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런 분위기가 생활탁구 전반으로 확산되면 새로운 관심으로 탁구를 시작한 그들 모두 마니아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우리 사는 세상이 탁구와 더불어 더욱 건강하고 행복해 질 수도 있다. 결국 최근 일고 있는 새로운 탁구바람도 그만큼 동호인이 늘어났기에 가능한 현상이다.
초보자의 용품 선택 요령
이와 함께 초심자들에게 길라잡이가 필요한 건 용품의 선택 요령 아닌가 싶다. 처음 시작하는 입장이다 보니 라켓과 러버 같은 기본 용품의 선택에 있어 사전지식이 거의 없다. 따라서 탁구장 관장 혹은 레슨코치에게 부탁해 용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방법이 가장 편하고 안전하지만 인터넷 탁구사이트에서 어느 정도 사전 정보를 습득한 후에 용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고가의 용품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닐 수도 있다. 자신의 성향과 스타일에 맞추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음카페의 ‘고슴도치 탁구클럽(http://cafe.daum.net/hhtabletennis)’에는 탁구 초보자를 위해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체계적으로 담겨있다. ‘초보자의 용품선택 요령’은 고슴도치코너(읽기전용) → 탁구용품(기본지식/정보) 안의 ‘공지’나 ‘용품선택가이드’를 참고하면 좋다.
탁구가의 새로운 바람을 ‘탁구열풍’이라 단정 짓긴 힘들다. 하지만 향후 새로운 탁구 붐 조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높다. 저변확대와 탁구를 통한 더 큰 행복을 위해서도 개인주의의 한계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 더불어 즐기는 탁구문화를 위해서 기존 동호인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때맞춰 최근 몇 년 사이 공중파와 케이블 방송의 예능 프로그램, 토크쇼 등을 통해 국내 연예인들 사이에 자리 잡은 ‘예능의 바람’은 요즘 들어 ‘연예인 스포츠단 결성 붐’으로 이어지고 있다. 야구, 당구, 탁구, 볼링 같은 종목이 대표적이다. 탁구도 연예인탁구단의 적극적인 참여로 더욱 큰 바람을 일으켜주길 기대해 본다.
첫댓글
유익한 글 잘 읽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