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긍까 어제의 일이네. 동문 시산제(始山祭) 행사를 치른 결과물들이 속속 카톡에 올라왔는데 참석 인원이 물경 38명이었다는구만 글쎄. 그 나이에 그렇게 많이도 산을 찾는 역전의 용사들이 있을까 하지만, 21기 출신이라면 단박에 얘기가 달라진다는 건 지금까지 숱하게 치뤄 온 행사들에서 증명이 되고도 남음이 있으니...참석한 동기들 중에는 약간은 몸이 불편한 친구들도 있었다더만 그 정성과 의지는 또한 우리 동기들의 자랑이라 할 것인 바, 해를 거듭해도 언제나 변함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는 친구들이길 기원하면서...
동기들의 왁자지껄한 시산제에 참석을 못한 형편에 침대 위에서 뒹굴면서 '심춘(尋春)'이라는 한시(漢詩)를 떠올려 본다. 심춘(尋春)이라...봄을 찾아 헤맨다는 의미로 '탐춘(探春)'이라는 제목으로도 쓰이고, 시의 구절도 여기저기 다르게 나와 있는 것으로 보아 뭐 대단한 시는 아닌 듯하지만, 봄의 초입(初入)에 시산제를 치른 벗들의 흥겨운 모습들에 비해 방구석에 처박힌 초라한 내 신세를 생각하며 옮겨 본다.
盡日尋春不見春 하루 해 다 가도록 봄을 찾아 헤맸으나 봄은 어디에도 없고
芒鞋踏遍隴頭雲 짚신이 다 닳도록 구름 걸린 산 속을 돌아다니다
還來適過梅花下 하릴없이 집으로 돌아오다 매화나무 아래를 지나니
春在枝頭已十分 봄이 가지 끝에 가득하더라.
그래 벗들이 산 속에서 봄을 찾아다니며 즐거운 한때 보냈듯 나는 우리집 마당 여기저기 나무들에서 몽글몽글 올라오는 새순들을 보며 반가운 봄이 내 곁에 왔음을 알았으니...왜 있잖은가? 마테를링크(Maurice Maeterlinck)의 아동극 『파랑새(L'Oiseau bleu)』에서 주인공 남매는 꿈 속에서 파랑새를 찾으러 다닌다고 죽을 고생을 다하지만 문득 잠을 깨니 바로 옆 새장 안에 파랑새가 있더라고 말이다. 행복은 먼 데 있는 게 아니라 바로 내 마음 속에 있고 화려한 봄 역시 내 마음 속에서 활짝 피어나고 있으니...
봄 이야기가 나왔으니 봄을 소재로 한 클래식 몇 곡을 일본의 유명한 벚꽃 명승지 영상에 실어 감상해 본다. 성대한 행사를 주관한 이일회 김택교 회장 이하 동문 회원 모두의 건승을 빌면서...
1. 사계 중 봄 1악장- Antonio Vivaldi
2. 봄 노래- Felix Mendelssohn
3. 현악 4중주 No.53, OP.64 중 종달새- Joseph Haydn
4. 호두까기 인형 중 꽃의 왈츠- Piotr I. Tchaikovsky
5. 교향곡 No.1 중 1악장 봄- Robert A. Schumann
6. 오페라 라크메(lakme) 중 꽃의 2중창- Leo Delibes
7. 종달새는 날아 오르고- Vaughan Willi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