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얼음집을 꾸리고 계신 '오즈의 나무꾼' 님의 글입니다.
지금까지 회원 여러분들이 최대한 냉정하고도 침착한 대처를 해오셨지만
간간이, 그리고 요 며칠 사이에 분위기가 과열되는 듯 하여 적잖이 염려를 하고 있던 중입니다.
(물론, 저도 조금 그런 면이 없잖아 있었습니다만)
이번 일과 관련하여 외부의 입장, 특히 제3자의 중립적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꼭 읽어볼 만한 좋은 글입니다! 글을 퍼오는 것을 허락해주신 오즈의 나무꾼 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출처: http://cren.egloos.com/1150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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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람의 나라'를 아직 읽지 못했다.
(김진 작가의 단편 하나를 보고 굉장히 마음에 들어 바람의 나라도 읽고 싶었는데, 게으름의 압박으로 여태 읽지 못했다)
그러므로 나는 이 사건에 대한 제3자라고 생각되며,
그런 시각에서 볼 때 이 사건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그리고 사실 'Stand Alone Complex의 실례'로서 바라보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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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제3자인 내가 보기에도 '태왕사신기'는 '바람의나라'를 단순히 '참고했다'라고 할 수 있는 이상으로 닮아있다고 보여진다.
이전에 이 사건에 대한 관심 없이 동아리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관련글들을 읽어 볼때는 솔직히 '왜 그렇게까지 신경쓰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톨킨의 '반지의 제왕'처럼, '바람의 나라'가 하나의 새로운 장르를 열게 되었고, 거기에서 파생되어진 작품 중 하나로 '태왕사신기'가 나타나게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냐는 정도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올라온 '태왕사신기'의 송지나 작가님의 글에 대한 바람의 나라 팬들의 반응을 보고,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한 것 같아 이전에 올라왔던 자료들을 다시 보니, 내 생각이 짧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배경과 비슷한 설정을 갖고 있다고 해서,
캐릭터의 성격이나 메인 스토리라인까지 비슷하다는 건 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바람의 나라'라는 제목으로 드라마를 만들기에는 굉장히 다르다고도 생각된다.
KBS가 김진 작가님과 합의하여 '바람의 나라'를 드라마로 만들려는 계획을 가진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로 봐서는,
"아마도" (여기서부터는 본인의 추측일 뿐임) KBS측에서 생각하는 드라마의 형태와 '바람의 나라'의 형태에 차이가 있어 '바람의 나라'라는 제목을 버리고 비슷한 개념의 다른 드라마를 만들려고 하다보니,
이왕이면 완전히 오리지널인 것으로 치는 게 자신들에게 이득일 것 같아 그런 것 처럼 유도하려다, 바람의 나라의 팬들에게 발목이 잡힌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 된 상황에서, 김종학 프로덕션 정도 되는 큰 회사가 이제와서 '미안하다, 사과하겠다'라는 식으로 반응을 보이길 기대한다는 건 애초에 무리이지 않았을까. (그 속에 속한 수많은 사람들의 이득과, 이후 회사의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도용의혹에 대한 부정은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추측이 사실이라고 가정한다면)
그들로서는 그들 나름대로 아니라고 하는 수 밖에 '다른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 부분은 "일본은 사실 독도가 자기땅이라고 주장할 수 밖에 없는 걸지도 모른다"라는 본인의 발상과 연관되어진다.
일본도 한국도, 오랜기간 동안 국민들에게 독도가 각자 자기네 땅이라고 이야기해왔고, 그러다보니 이제와서 '사실은 우리땅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보여진다.
(개인적으로는 거짓을 말하고 있는 쪽이 한국인지 일본인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양측의 수뇌부들 조차도 스스로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즉, 네트워크가 정보를 왜곡시킬 수 밖에 없도록 동작할 수도 있다는 사례로서, '태왕사신기 제작사에서는 태왕사신기가 자신들의 오리지널 작품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라고 생각되어질 수 있겠다.
즉, '태왕사신기'에 대한 '바람의 나라' 팬들의 반응은, 양자간에 대립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서 본다면, '바람의 나라'팬들은 애초에 '태왕사신기'가 '바람의나라'를 도용했다고 몰아부칠게 아니라, "'태왕사신기'는 '바람의 나라'를 재해석하여 쓴 드라마다"라는 식으로 오히려 바람의 나라의 홍보로 이용해버렸다면 제작사쪽에서도 (실제 도용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런지도 모른다.
(치사하다고 생각되어질지 모르겠지만, 본인이 볼 때 일본이 부흥한 방법이 이런식이다. 한국인의 장점이자 단점 중 하나가 '지나치게 곧다'라고 생각된다.)
둘째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바람의 나라'의 팬분들이 지나치게 격해진 것 같다는 점이다.
사실 내가 이 글을 misha님의 포스팅을 트랙백해서 쓰는 것을 주저한 것도, 어쩌면 선배님의 글을 포함하여 관련된 그 글을 트랙백한 글들이 굉장히 감정적으로 울분을 토해낸 글들이어서, 그 사이에 제3자의 판단이라는 글이 끼여들기가 껄끄러웠기 때문이기도하다.
그만큼 '바람의 나라' 팬분들은 이번 사건에 대하여 '서러워 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격한 울분을 토해내고 있다.
또한 '바람의 나라' 팬분들은 이번 사건을 다소 지나치게 '만화이기 때문에 억압 받는 것이다'라는 식으로 몰아가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실제로, KBS측은 '만화'를 원작으로하는 드라마를 방영할 경우, 아직도 만화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어르신들이 시청자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안방극장'에서의 시청률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계산을 고려했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과에 대한 글들을 냉정하게 살펴볼 때, KBS와 제작사, 송지나 작가 어느쪽의 발언에서도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만화니까 무시하는' 식의 태도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바람의 나라라는 오래된 작품의 팬들 - 즉, 만화가 굉장히 무시당하던 시절에 만화를 봐왔던 사람들 - 이기에, 자신들의 내면에서 알게 모르게 '만화라서 무시당했다'라는 발상이 나온 것이 아닐까 의심스럽다.
이러한 시각은 안그래도 답답할만한 이번 사건을 더 감정적으로 보게 만들게 되므로 위험할 수 있다.
오히려, 바람의 나라 팬들의 태왕사신기 측의 반응에 대한 답변 중에서 '표절작가 주제에'라는 식의 반응이 많이 보여진다.
이러한 부분은 '바람의 나라 무단도용대응본부'의 몇몇 생각있는 분들이 '최대한 예의 바르게'라는 식으로 자제하려 노력하는 것 같지만,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바람의 나라 팬 측은 태왕사신기 측 보다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사람의 마음 또한 낮은 곳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비교적 소수의 인원들이고, 공식적인 대응은 대표자 몇명을 통해서만 하는 태왕사신기측에 비해,
딱히 중심점이나 대표자가 없이 바람의 나라를 좋아하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도용 대응본부 측은
네트워크가 가지는 정보의 불안정한 전달력과 '자기 편한 정보만 취하는' 인간의 습성으로 인해, 스스로 목적했던 방향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현상의 좀 더 극단적인 사례로, '무뇌충'에 대한 네티즌의 대립을 들 수 있다.
우리가 '디씨 인사이드나 '웃긴대학'을 통하지 않고, 순수하게 문희준씨의 음악을 듣고 그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면, 지금 처럼 수많은 안티들이 생겨나게 되었을까?
또한, HOT시절의 문희준씨에 대한 환상 같은 것들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 그의 음악을 평가할 수 있었다면, 그 많은 빠순이(ㅡㅡ)들이 생겨나게 되었을까?
사람은 각자 자기가 받아들이기 편하고, 재밌는 정보, 자극적인 정보들만을 취하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 집단이 되었을 때는, 그 집단에서의 상대적 다수의 입장으로 의견이 이끌리게 되면서, 굉장히 우둔한 행동들을 보여주게 된다.
'태왕사신기'의 '바람의 나라' 도용의혹에 대해 처음 의문을 가지고, 그에 대한 글들을 쓴 분들이 충분히 예의를 갖추고 좋은 의도에서 글을 썼다고 해도,
그 글을 받아들이고 전파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처음 글을 쓴 사람의 생각과는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거기에 더해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처음에 냉정하고 예의를 갖춘 상태에서 글을 쓴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후에 올라오는 다른 사람들의 격한 반응들을 보게 되면, 그 격한 감정에 휩쓸려갈 가능성까지 존재한다는 점이다.
결국 집단을 이루고 행동하는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격해질 가능성을 높게 가지고, 이에 따라 자신들에게 불리한 어투의 글과 행동을 하는 것을 컨트롤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 '바람의 나라 무단도용대응본부' 카페에서 보여지는 글들 중 몇몇은 이런 감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고,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어진다면, 태왕사신기 측은 결국 자신들의 작품이 오리지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드라마를 만들게 될 것이며, 최악의 경우 바람의 나라 팬들은 태왕사신기 작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되어질 가능성도 있다.
나는 이러한 현상이 공각기동대 TV판에서 말하는 'Stand Alone Complex'의 개념과 맞아떨어지는 사례가 되어버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사실 벌써 몇년전일로 잊혀져가고 있는 '미군 장갑차에 깔려 죽은 여중생'사건이나, 요즈음 우리 학교의 '등록금 인상'문제 등 이러한 예는 이미 수없이 많이 있어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일들에 대한 해결책을 말할 수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내 자신의 무능함에 허탈해질 뿐이다.
S.A.C. 로 인해 '사람의 마음이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것이 무섭다고 해서 무단도용이 일어난다는 생각을 갖고도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해서 집단을 이루지 않고 개인의 힘으로 거대한 회사에 대응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사실 이러한 현상들을 막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네트워크를 이끌기 위해
'복잡성 과학'이라는 분야가 있는 거겠지만,
아직 이 분야는 시작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그나마 각광받기 시작한 건 인터넷이 보급된 이후 정도인지라,
지금으로서는 네트워크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분석'하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아직도 극도로 미약하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바라만 보고 있고 싶지는 않다.
그것이 내가 동아리 내에서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면서도 이러한 글을 쓰고 있는 이유이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어느 쪽도 상처 받지 않고 양측 모두가 자신의 양심과 이득을 보호할 수 있을까.
그 어떤 수학문제나 어떤 회로설계 보다도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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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가 그렇겠지만, 역시 사람은 자신이 아는 것만큼 보고 듣고 판단하게 됩니다.
오즈의 나무꾼 님이 다소 잘못 이해하고 계신 부분도 있고,
이런 점은 좀더 눈여겨봐주셨으면 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지금 우리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부분, 주의해야 하는 부분,
알고 있어야만 하는 부분을 짚어주셨다고 봅니다.
자, 그러니. 한숨 돌리시길 바랍니다.
조금만 더 냉정해지시길 바랍니다.
무리한 부탁인 줄은 압니다. 어려운 일인 줄은 압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바람의 나라] 뿐만 아니라 [바람의 나라]를 아끼시는
여러분들까지 깊이 상처받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행복한 밤 되십시오.
-misha.
첫댓글 으음; <태왕사신기는 바람의나라의 재해석한 드라마>라고 말하면서 바람의 나라 홍보에 이용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여기서 색을 입힌 부분은 misha님이 하신것인가요, 아니면 원글님의 글에 있는것인가요?
html편집모드에서 갖다 붙였기에 원글 그대로입니다. 그러고보니 원 출처의 주소를 밝힌다는 것을 잊었네요. http://cren.egloos.com/1150772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