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손순옥선교사님 편지
“여호와의 친밀함이 경외하는 자에게 있음이여 그 언약을 저희에게 보이시리로다. 내 눈이 항상 여호와를 앙망함은 내 발을 그물에서 벗어나게 하실 것임이로다” 시편 25 : 14-15
매년 12월 21일부터 1월 31일까지 40일 동안을 현지어로 “찔라이 깔란”이라고 부릅니다. 이때가 가장 춥다고 해서 붙여진 특별한 이름인데 드디어 찔라이 깔란이 끝이 났습니다!! 남편은 추위를 너무 많이 타서 메리야스, 얇은 내복, 두꺼운 내복, 목 티셔츠, 스웨터 그리고 재킷 등 보통 5~6개씩을 껴입고 생활하기 때문에 한번 샤워를 할 때마다 세탁기를 돌려야 할 정도입니다.
지난 12월은 저희에겐 분주한 한 달이었습니다. 이웃들을 초대해서 음식을 나누고 성탄절을 알지도 못했던 보육원 아이들과 첫 성탄절 행사를 가졌고 참석하는 현지 교회의 성탄 장식, 성탄 프로그램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정말 기쁘고 바쁘고 행복한 성탄절을 보냈습니다. 특별히 교인들과 더불어 사흘간 밤늦게까지 캐럴 송 프로그램에 참석하였는데 모두 정성스레 준비한 기름진 음식과 다과가 차고 넘치는 바람에 제 위에 부담이 됐던지 새해를 금식이 아닌 굶식으로 맞이해야 했습니다. 😆
보육원 소식
겨울이 시작될 즈음 핫백을 안고 있으면 두세 시간 정도는 추위를 견딜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핫백을 하나씩 선물했습니다. 그러다가 날이 더 추워지면서 아이들이 걱정되어 급한 마음에 전기장판을 사서 갔었는데 자기들에게 늘 관심을 가지고 사랑해주니 고맙다고 모두 이야기를 하는데 가장 용기 있는 러비아가 “정말 고마운데 사실 우리는 전기제품을 사용하지 못해요. 전기세 많이 나온다고 시설에서 허락하질 않아요. 있어도 사용하지 못하고 쌓아두는 전기장판보다는 패런이 저희에게는 훨씬 필요해요” ㅠㅠ ( 늘 다니면서도 미리 그런 눈치도 못 채고 거기다 상대방에게 물어보지 않고 그들의 필요를 추측해버린 저의 미련함) 아무튼 아이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성탄절에는 예쁜 “패런” (현지인들이 겨울에 입는 긴 외투) 선물했습니다. 이번에 4명의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됩니다. 힌두교 NGO에서 운영하는 이 보육원은 국립 의대와 법대에 진학하는 학생에 한해서만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고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졸업과 동시에 시설을 떠나야 합니다. 가슴 아픈 가정사로 보통 서너 살 때부터 보육원에서 자라온 아이들에겐 사실 이곳이 그들의 집이고 가족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만나게 하신 하나님의 계획하심이 꼭 있으리라 믿습니다. 때마다 나누는 복음을 통해서 이들이 주님을 믿는 믿음과 은혜로서 구원을 얻고 인생이 변화되는 놀라운 역사가 있기를 늘 기도하고 있습니다.
라쥬 가정
작년 11월에 네팔인 사역자들이 네팔로 떠나면서 갓 생겨났던 네팔인 모임을 맡아 달라는 네팔인 사역자의 부탁을 지난 12월에 받았습니다. 물론 모두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았기에 힌디어나 우르두로 모임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들의 마음의 언어인 네팔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제가 주일 모임을 인도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섯 가정 중에 리더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라쥬 형제를 뒤에서 지도자로 훈련하는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형제 개인만을 따로 훈련하려고 생각했는데 그 집에 가보니 화장실과 부엌 공간 포함한 6-7평 정도의 작은 방에서 라쥬, 아내, 아이들 넷 그리고 라쥬 남동생까지 7명이 살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가족 전체와 더불어 성경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다른 네팔 가족들도 메신저 앱을 통해 함께 듣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서너 가정이 함께 예배, 성경 공부, 기도 시간을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막 주님을 영접한 가정도 두 가정이 있는데 모두가 믿음 안에서 굳건하게 자라가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이들을 자신들의 언어로 저보다 더 잘 인도하고 가르칠 수 있는 네팔인 사역자가 이곳에 올 수 있기를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즈니스와 비자 연장
게스트 하우스를 위해 집을 돌아보면서 다른 곳에 비해 집세를 저렴하게 부르는 두 집이 있어서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렇다 저렇다 아무 답을 주질 않아 그렇게 서너 달을 보내 버렸습니다. 지난 5년간 무슬림인 집주인 가족과 더불어 가족처럼 편안히 잘 지내왔지만, 이제는 저희만의 공간이 필요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도 믿음의 사람들이 보안 걱정 없이 편안하게 오고 갈 수 있는 장소 그리고 적당한 모임 장소가 없어서 이리저리 장소를 옮겨 다녀야 하는 네팔인 모임을 위해서도……아무튼 게스트 하우스 장소를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비즈니스 비자 연장을 하려는 저희에게 모두 불가능할 거라고들 이야기했는데 신청해서 손해 볼 일은 없다는 마음에 신청을 했습니다. 그리고 기적처럼 남편은 1년 연장을 받았습니다. (저는 아직 기다리는 중~~) 주님의 행하심은 늘 놀랍습니다. 저희 비자 연장과 등록을 위해 기도해 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일을 나누자면, 온라인으로 외국인 등록소에 비자 연장 신청을 하고 남편 인터뷰를 위해 사무실로 12시까지 오라 해서 시간 맞춰 들어갔더니 45분 동안을 담당자가 이슬람 신앙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저도 맞장구를 치며 대화를 이어가는데 속으론 왜 아저씨가 인터뷰와 상관없는 이야기를 할까? 라는 궁금증이 커졌지요. 드디어 45분의 긴 이야기를 마친 후에 저희에게 아저씨가 “그런데 오늘 이곳에 왜 방문했지요?” 묻는 거예요. ㅎㅎ 원래 외국인들에게 까다롭게 하기로 유명한 곳인데 (외국인 대부분이 선교사임을 눈치채고 있기 때문에) 몇 번 만나면서 친해졌는지 제 인터뷰 때는 짜이(차)와 과자까지 대접해 주셨습니다.
새로운 팀멤버
작년 7월에 오래전 함께 사역했던 한국인 여자 선교사가 팀에 합류했습니다. 함께 사역할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현재는 3개월마다 나가야하는 관광비자로 계시는데 한국어 교사로 취업 비자를 받든지 아니면 한국어 학원을 시작하여 비즈니스 비자를 받을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욕심 없이 때를 따라 주시는 은혜 가운데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늘 감사의 제목들이 늘어갑니다. 세상이 아무리 삭막하고 어둡고 힘들다고 할지라도 우리의 마음이 주님 안에서 겸손하고 부드럽고 밝고 평온하다면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도 언젠가는 우리가 소망하고 기도하는 주님의 공의와 정의가 가득한 땅으로 변하지 않을까 소망합니다. 늘 기도와 물질로 저희와 동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2023년 2월 북인도 씨랜드에서
로한 & 모아 드림
기도제목
1. 훈련과 쉼의 장소로 사용될 게스트 하우스를 구할 수 있도록
2. 보육원 아이들이 구원을 얻고 주님의 사랑을 경험할 수 있도록
3. 라쥬 형제의 영적 갈급함을 채우시고 리더로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성령의 기름부으심을 위해
4. 팀의 연합과 모두의 영, 육 간의 강건함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