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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름다움이와 추함이 원문보기 글쓴이: 새롬
제85회 극단 시민극장 정기공연
제 85회 극단 시민극장 정기공연 / 2009 무대지원사업 지원작
* 한국근대문학사를 대표하는 천재작가 이상 의 소설 "날개" 가 연극으로 다시 태어난다. * 충북연극제 금상, 특별상(무대미술상) 수상작
날 개 이상 원작 / 장경민 재구성,연출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작가 이상 / 제작 장남수 / 연출.재구성 장경민 / 예술감독 구재홍 / 출연 윤원기, 변혜림, 홍샛별, 정민정 주최 극단 시민극장 / 주관 제이플랜 / 후원 충청북도, 청주시, 복권위원회, 사랑티켓, 두진문화재단 ■ 공연개요 일정 : 2009년 4월 13일(월) ~ 4월 26일 (일) 시간 : 평일 19:30 / 주말 17:00 장소 : 씨어터제이 (흥업백화점 뒤편) 문의 : 043) 256-3338 다음 카페) 극단 시민극장, 씨어터제이 싸이월드 클럽) 씨어터제이&시민극장 관람료 : 일반 15,000원 / 대학생 12,000원 / 중고생 8,000원 (사랑티켓으로 구매시 7,000원 할인 받아요!!!!) ■ 작가소개 이상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이상은 한국 근대문학사가 낳은 불세출의 시인이자 작가이다. 그는 스스로를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라 불렀거니와, '폭풍이 눈앞에 온 경우에도 얼굴빛이 변해지지 않는 그런 얼굴'을 지닌 사람만이 사는 세계의 주민이 되고자 문을 두드린 최초의 한국인이었다. 문학을 통해서 인간 고통의 근원을 끊임없이 발견하려 했던 이상한 천재 작가, 그가 바로 이상이었다. 1910년 9월 23일, 서울에서 태어난 이상(본명 : 김해경)은 1931년 '이상한 가역반응'이라는 시로 문단에 데뷔했다. 1933년부터 폐가 악화되기 시작했고, 1934년에는 김기림, 정지용, 박태원 등과 교유하면서, <조선중앙일보>에 그 유명한 시 '오감도'를 연재하다가, 빗발치는 독자들의 항의로 중단하기도 했다. 건강 악화와 사업 실패, 사상 혐의로 피검되는 등 결코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았고, 게다가 26년 7개월이라는 짧은 생애로 요절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오감도' 등의 시와 '날개', '지주회시', '봉별기' 등의 소설을 통해 거의 파격적으로 한국문학의 수준을 올려 놓았다. 이상이 주로 문학 활동을 하던 1930년대는, 식민지의 병리 현상이 완연한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상은, 미국의 T. S. 엘리엇이 그랬듯이, '황무지' 의식을 가장 예각적이고 실험적으로 드러낸 작가에 속한다. 그의 문학이 기본적으로 그로테스크한 왜곡의 상태와 불안 의식, 세계 파국의 공포, 의식 체계와 형태의 파괴, 숫자의 뒤틀림과 유희, 그리고 자기 분열과 자의식의 과잉 등의 비합리적 세계로 일관되고 있는 것은 그런 까닭인 지도 모른다. 그것은 기존 문학 형태를 파괴하고 해체시킨 뒤에 전혀 새로운 의식과 언어, 스타일로 구축된, 그야말로 '이상한 가역반응'의 세계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상 문학은 한국 문학에서 새로운 세계 인식과 해석을 확인시켜 줌과 동시에 새로운 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 성에 대한 천재의 보고서 이 소설이 인간의 내면 의식을 탐구라고 했는데, 그 의도는 프롤로그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프롤로그에서의 화자와 이야기 속의 화자는 그 위상이 다르다. 그것은 어조에서 분명히 차이가 나는데, 프롤로그의 어조는 상당히 날카롭고 이지적이며 냉소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속이야기의 어조는 그와는 상당한 차이가 나 어수룩한 어투를 보인다. 그렇다면 작가는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 것은 프롤로그의 화자이며, 속이야기의 화자와는 거리가 있다. 따라서 속이야기를 펼치게 된 동기를 프롤로그에서 말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것은 “육신이 흐느적흐느적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 [중략] 그 위에다 위트와 패러독스를 늘어 놓소.”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는 하나의 패러독스를 즐겨 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 일 중 하나가 여인을 그려 보는 일인데, 여인의 반만을 영수(領收)하는 생활을 설계해 놓고 낄낄거려 보려고 한다. 이따금 아이러니를 실천해 보는 것도 좋다고 말하면서 자신을 위조해 보는 즐거움을 얻으려 한다. 19세기를 청산한다는 것의 의미는 정신의 가치를 떨쳐 버리자는 것과 동일한 시각의 표현이다. 여자를 보는 안목을 ‘여왕벌’의 그것으로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라고 한다. 여왕벌은 수벌과 교미한 뒤 모조리 죽여 버리는 벌이다. 그런 면에서 미망인이다. 화자는 여자를 전부 미망인이라고 본다. 여자에게 남성은 수벌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다. 여자의 본질은 고매한 정신에 있다기보다 육체적 애욕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자의 반을 영수하다는 앞에서의 말은, 여자의 성만을 취해 그 생활을 탐구하겠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이야기의 핵심이 이 문제의 구체화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있어서 이 작품을 너무 턱없이 고평한 것은, 성적 문제에 국한한 이상의 의도를 너무 확대하여 해석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이 소설의 핵심은 성에 대한 하나의 보고서이다.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박제는 외형은 그대로지만 생명이 없는 사물이다. 화자는 자신을 박제로 규정한다. 즉 박제인 천재이다. 생명력을 상실한 지식인을 지칭하는 의미로 봐도 좋을 것 같다. 이렇게 본다면 그는 정신주의에 매몰되어 애욕을 상실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두 개의 자아가 공존한다. 도덕이나 양심과 같은 지성적 가치 판단과 성과 욕망 따위의 생활감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분리되어 있어서 하나의 자아가 또 다른 자아와 거리를 두게 될 때 자아의 갈등은 심각해진다. 사실 이러한 의식의 분열상은 지성인에게 해당되는 것이기도 하다. 지성인, 즉 천재이기 때문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의식이 분열되고 갈등에 젖는 것이다. 아내는 정신이 빠져나간 육체만 있는 존재이다. 나는 아내와 일치하지 못한다. 아내와의 일치를 꿈꾸는 행위는 곧 두 개의 자아의 통합을 꾀한다는 의미이다. 정신주의에 매몰되어 있는 자아의 탈출을 의미한다. 그 자아의 탈출이 외출 행위로 표상되고 있다. 그의 외출을 살펴보면 조금씩 그 거리가 멀어진다. 첫 번째 외출은 얼마 가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빨리 돌아온다. 그 다음은 시간과 공간이 조금 확대되고, 이런 과정을 거쳐 궁극에는 완전한 일탈을 꿈꾸게 된다. 이 일련의 외출을 통해 폐쇄된 자아에서 열린 자아에로 통합되어 가는 것이다. 그의 겨드랑이가 가려워지며 날개가 돋으려 하는 것은, 그가 새로운 세계로의 전이를 시작한다는 의미이다. 이것도 비로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그 가능성이 내재했던 것이다.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죽’에서 날개가 생성된다고 하여, 그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날개를 펼치려고 한다. 자아에 깊이 감추어져 있던 자유에의 발견인 셈이다. 그것을 그 동안 억눌러 왔던 것이다. 이 억누르는 자아의 자의식이 너무 강렬해 억눌려 있을 뿐이었던 것이다. 억눌린 자아는 말할 것도 없이 아내에게 의기소침한 자아이다. 이제 그 자아를 벗어나 욕망과 순결이 조화된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의 문제성은 이런 주제 의식에서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고, 의식의 흐름을 좇아 의식 세계의 내부를 해부하는 데에도 있다. 명멸하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 화자의 생각은 간단없이 자유롭게 연상이 전개된다. 아스피린, 아달린, 아스피린, 아달린, 맑스, 말사스, 마도로스, 아스피린, 아달린. 이처럼 자유 연상에 의해 의식은 흘러간다. 이상이 보여 주려고 했던 것은 이렇게 내면 의식이 흘러가는 그 진경(眞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상의 “날개”는 초현실주의라는 바탕에서 인간의 의식의 본질을 치밀히 분석하여 그것의 진상을 드러내려고 한 작품이라 하겠다. ■ 연출의도 한국문학사에서 “날개” 만큼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또 계속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작품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많은 평자들에 의해 다양한 해석이 시도되었고,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지니면서 탐구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여전히 문제를 내포한 채 우리 앞에 다가오는 작품이다. 이상의 작품은 시에서와 마찬가지로 그의 소설 또한 실험 정신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이전의 소설이 보여 주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펼치고 있다. 그것은 인간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의식의 문제를 독특한 표현 기법으로 형상화해 내고 있다는 점인데, 그의 소설은 심리주의적 바탕에서 쓰였고, 표현에 있어서도 의식의 흐름이라는 수법을 따르고 있다. 아스피린, 아달린, 아스피린, 아달린, 마르크스, 말사스, 마도로스, 아스피린, 아달린.... 이처럼 자유 연상에 의해 의식은 흘러간다. 이상이 보여 주려고 했던 것은 이렇게 내면 의식이 흘러가는 그 진경(眞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연극 “날개”는 ‘사랑에 대한 하나의 보고서’라는 분석에서 내면 의식의 흐름을 무대화하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