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선 안에서 조용히 자신의 과거의 마음과 지금의 마음 형편을 살펴봅니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고 사유의 길에 들어 서봅니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귀소본능이란 글자를 기억하며 11년 전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귀소본능을 한문으로 적으면 歸巢本能이라 하고 영어로 표현하면 Homing Instinct라 적습니다. 뜻은 친숙하지 않은 장소에서 원래의 익숙한 장소로 되돌아가는 동물의 태생적 성질의 뜻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많은 동물들은 본래의 자신의 집을 찾아가기 위하여 자기 방향을 이용하거나 연어등은 후각으로 찾아가고 사람들은 별자리를 사용하여 귀소본능을 완성한다고 합니다. 아무튼
11년 전 어느 날 타에 의하여 떠나야 했던 불편한 진실이 새삼 기억으로 소생시키며 잠시 여름날 새벽아침 소나무 사이사이를 흐르는 물안개처럼 과거의 기억들이 휘감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은 살아오면서 수많은 상황을 겪게 되는 숙명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 일들은 대부분 인연이란 연관에 의하여 만들어지고 소멸되며 좋고 싫음에 따라 미래에 대한 환경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떤 계획에 의하여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도발적으로 일어나 싫든 좋든 경험하게 되고 그 영향으로 걷던 방향이 본의 아니게 흔들리게 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주관의 의지가 타인의 영향에 의하여 뒤틀리고 휘어지는 것처럼 분통 터지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흐르는 세월은 결국 다독거리며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하기도 합니다.
아마 그것은 세월이 약이라는 이야기가 있듯이 시간은 또 다른 방향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게 모르게 하라는 암묵적인 타협을 이루도록 끝없이 기회를 열어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랬을까요? 역질이 휩쓸고 간 시간만 빼고 나머지 시간은 나름 그런대로 적응하며 몰입하였지만 귀소본능에 대하여 길을 열려는 의도를 준 사람은 역시 제노였습니다. 함께 긴 시간을 봉사하며 함께 한 사람들과 떨어져 혼자 나와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나이가 먹을수록 쓸쓸함이 느껴진 모양입니다. 돌아가자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순간적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스치며 묵묵히 듣고만 있었는데...
그런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전출사유서 용지를 불쑥 내밀며 적으라하여 받아보니 이미 전출 이유서는 전부 적어 놓았고 하단에 서명날인란만 비워 있었습니다. 옛적에는 하루에도 사업상이나 내규업무에 수없이 해오던 서명날인을 떠올리며 일필지휘(一筆之揮)하듯이 서명날인한 후 건네 주었습니다. 그리고 혼자 쓸쓸히 웃으며 다시 책상머리로 돌아섰습니다. 인류사회에서 모든 사적, 공적일들은 서명날인으로 시작하고 서명날인으로 종료되는 수많은 업무에서 경험한 생각이 떠올라 쓸쓸함이 나도 모르게 떠올려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실버스텔 형제회에서 형제회 생활과 야고바형제회가 새롭게 구성되면서 옮겨가 유수일 주교님을 영보님으로 시작된 평의원 업무와 형제회 홈페이지, 사진촬영, 성지순례 등등을 주관하며 지냈던 시절을 반추하며 며칠 보냈습니다.
매월 첫 주 토요일에 시작되는 월례회는 개인적인 Time sechedule 상 여러모로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기억을 새삼 떠올리며 전철에 올라 도착한 서대문역을 나와 교육회관으로 올라가며 느끼는 본인의 감성은 꼭 재교육을 이수하기 위하여 회관으로 향하는 교육생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6층에서 내리자 들려온 반가운 목소리들 그리고 십여 년을 떠나 있는 동안 바뀐 인적자원들 세월이 흐른 만큼 세대교체가 상당 부분 이루어진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시간은 여지없이 시시각각 새로운 변모를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받는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또한 좋은 친교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부정될 수 없다는 진리 또한 증명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참 많이 반가웠습니다. 형제적 친교 안에서 거듭나는 시간으로 기억되도록 번거롭지 않고 고요한 침묵 안에서 자연을 지키는 사시사철 수목(樹木) 같은 영성으로 하루하루 쌓아 나가겠습니다. 형제님들의 평화를 소원하며
2024년 7월 6일, 늦은 오후, Anseverino가 적어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