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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영신봉에서 시작해 김해의 낙동강변에 이르러 그 맥을 다하는 낙남정맥의 함안 여항산(744m)군에 서북산(738.5m)이 있다. 이 서북산에서 정맥의 능선은 동으로 이어가고, 여기서 분기한 곁가지 능선이 남으로 뻗어 내리면서 마산시 진전면과 진북면을 가른다. 이 산릉의 중앙에 위치한 인성산(仁星山)은 결국 낙남정맥에 그 맥을 대고 있는 셈이다.
모래 속에 묻힌 보석을 쉽게 찾기란 어려운 법. 입소문 탓에 유명세를 치르는 산 주변에는 알려지지 않은 좋은 산이 숨어 있게 마련이다. 인성산 역시 이웃에 소문난 적석산(497m)이 있다. 적석산으로 몰리는 사람들로 인해 인성산은 한적한 편이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등산로를 이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이 깨끗하고 호젓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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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성산 표석이 서있는 날카로운 암봉에 서면 주변의 산은 물론이고 산자락의 마을과 농토, 바다와 함께 해안선에 맞닿아 있는 도시의 풍경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 인성산의 유래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지만 진전면지(鎭田面誌)에는 인왕산(仁往山)으로 6.25동란 때의 격전지라는 사실만 짧게 기록돼 있다. 6.25전쟁 당시 서북산을 비롯한 산악지역은 물론이고, 이른바 3진(진동, 진전, 진북) 지역의 진동리 전투는 유명하다. 1950년 8월 호남을 휩쓴 북한군은 진주·고성 방면에서 마산을 거쳐 부산을 점령할 목적으로 진동리를 공격하게 된다. 마산이 적에게 넘어가 부산이 포위되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필사적인 방어가 필요한 곳으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현장이다.
인성산은 해발고도나 겉모습만으로는 동네 뒷산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 산행에서 느낄 수 있는 묘미는 여느 산에 못지않다. 아기자기한 암릉 구간은 스릴을 만끽하기에 충분하고, 등산로 곳곳에는 돌출된 바위들이 많아 주변 조망을 즐길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톡톡히 한다.
진북면의 의림사 계곡은 마산9경 중 하나다. 천년고찰 의림사 옆에 있는 계곡으로 인성산에서 발원하는 맑은 물이 일년 내내 마르지 않으며 훼손되지 않은 천연림 그대로를 간직한 깊은 계곡이다. 특히 인성산 자락의 양촌 마을에는 온천단지가 있어 산행 후 피로를 달랠 수 있어 좋다. 산행 날머리에서 차편으로 5분이 채 걸리지 않는 이곳의 온천수는 물의 성질이 부드러워 혈액 증진을 돕고 신경통과 피부병, 부인병 등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영신골 에두르는 말발굽형 원점회귀산행
이번 등로는 진전면 금암리 대정 마을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해 저수지~남평문씨 묘~344m봉~474m봉~정상표석 암봉~인성산 정상~561m봉~갈림길 안부~425m봉~김해김씨 묘~금암 시내버스정류장~대정 마을버스정류장이다. 그러니까 인성산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영신골을 왼편에 두고 말발굽형의 능선을 따라 진행하는 원점회귀 산행인 셈이다.
버스정류장에서 마창진축협 한우개방단지 사료판매장 뒤편으로 돌아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오르면 저수지가 있다. 저수지 옆 묘지에서 오른편 숲속으로 난 샛길로 5분 정도면 주등산로에 선다. 뒤이어 만나는 남평문씨 묘지에서 오른편 산등성이로 오르게 된다.
수령이 제법 돼 보이는 소나무가 하늘로 향해 쭉쭉 뻗은 숲 사이로 된비알의 산길이 이어진다. 산행을 시작한 지 30분, 등에 땀이 밸 무렵이면 묘지 2기를 지나 삼각점(함안 309, 2002 복구)이 있는 344m봉에 이른다. 이제부터는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능선을 따르게 되지만 경사가 심하지 않아 큰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아직까지 시야가 트이지 않는 숲길로 살짝 내려서면 밀성박씨 묘를 지나 곧이어 갈림길이 있는 안부다. 왼편은 금암리 상촌, 오른편은 온천단지가 있는 양촌으로 내려서는 길이다. 계속해서 잦은 갈림길이 나타나지만 무조건 능선으로 연결되는 산길만 따른다면 크게 헷갈릴 염려는 없다.
갈림길을 지나 약간 올라서면 첫 바위 전망대를 만난다. 제법 서늘한 바람에 땀을 식힐 수 있는 바위 위에 서면 인성산 상봉은 물론이고 서쪽으로 뻗어내리는 맞은편 산릉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그 아래로 깊은 골짜기를 이룬 영신골과 주변에 터를 잡은 상촌, 중촌 마을도 훤하게 내려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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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인성산 산자락은 수령이 제법 돼 보이는 소나무가 하늘로 향해 쭉쭉 뻗은 숲길이다. / 2 정상으로 이어지는 암릉지대 곳곳은 전망대라고 보면 된다. / 3 전망이 좋은 바위 위에 올라서면 상봉은 물론이고 서쪽으로 뻗어 내리는 산릉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 발걸음을 옮기다보면 오른편 발아래로 양촌 온천단지 일대를 비롯해 진전천과 함께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2번 국도가 시야에 들어온다. 건너편에는 적석산이 동서로 병풍처럼 펼쳐지고, 서쪽에는 깃대봉을 비롯한 올망졸망한 산들이 낙남정맥의 등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적석산 왼편 너머로는 고성쪽의 거류산, 철마산, 벽방산의 산봉우리가 겹겹으로 다가온다. 멀리 거제 일대의 산들도 희미한 윤곽을 드러내며 아슴푸레 보인다.
암릉지대를 지나면 경사가 심하지 않는 내리막의 산길은 다소 거칠어진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비바람에 꺾어진 소나무가 길을 막고 쓰러져 있다. 그렇다고 힘들고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나뭇가지에 스치지 않게 조심해야 할 지역이다. 다시 조망이 시원한 암릉을 지나 야트막한 봉우리 하나를 넘어 오르면 갈림길이 나뉘는 474m봉. 오른편 능선길은 곡안리, 정상으로 연결되는 산길은 왼편 길로 내려서야 한다.
- 아직도 풋풋함이 가시지 않은 숲속으로 10분 정도면 안부에 이른다. 왼편 영신골로 빠지는 갈림길이 있는 지점이다. 산길은 다시 오르막으로 연결되고 20분이 지날 즈음 오른편으로 진동만이 한눈에 잡히는 전망 바위다. 곧이어 4시 방향의 468m봉의 능선으로 분기되는 갈림길 봉우리에 이른다. 여기서부터는 암봉과 암릉이 연이어진다.
이제부터 계속되는 암릉지대 곳곳은 전망대라고 보면 된다. 인성산 암릉길에서 맛볼 수 있는 최고의 백미는 멋진 조망과 함께 만끽할 수 있는 스릴감이다. 정면으로는 서북산, 봉화산, 광려산을 거쳐 뻗어가는 낙남정맥의 산들이, 오른편에는 진동, 마산, 창원, 진해로 이어지는 해안선과 그 너머의 시가지도 거침없이 읽을 수 있다. 지나온 능선과 가야할 능선도 뚜렷하다. 고만고만한 암봉과 암릉은 우회할 수도 있지만 그대로 치고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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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암릉길 곳곳은 조망을 즐기기에 손색이 없지만 난코스로 여겨질 만큼 까다로워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 / 2 서북산에서 남쪽으로 뻗은 산릉에 위치한 인성산은 결국 낙남정맥에 그 맥을 대고 있는 셈이다. / 3 다소 거친 산길은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비바람에 꺾어진 소나무가 길을 막고 있다.
- 인성산 표석이 서있는 암봉까지는 암릉을 따라 15분 정도면 닿게 된다. 날카로운 암봉에 서면 주변의 산은 물론이고 산자락의 마을과 농토, 바다와 함께 해안선에 맞닿아 있는 도시 풍경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맞은편의 서북산은 더욱 가깝게 다가와 팔을 뻗으면 손에 잡힐 듯하고, 멀리 오른편으로는 대곡산과 마산의 진산인 무학산이 어깨를 맞대고 있다. 이곳이 정상은 아니지만 왜 여기에 표석을 세웠는지는 5분 거리의 정상에 오르고서야 대강 알 것 같았다.
산정에는 색색의 리본이 소나무에 매달려 있지만 별로 특이한 것이 없다. 주변 조망도 시원찮다. 리본과 함께 붙어 있는 ‘644.0m 산사랑’이라는 작은 표지판이 아니라면 무심코 지나칠 것 같다. 더구나 세 갈래 능선을 따라 길이 나눠지는 갈림목이다. 오른편으로는 수리봉을 거쳐 서북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 왼편 능선길로 하산을 서두른다.
정상에서 떠난 지 25분쯤이면 바위가 토막토막 끊어진 일명 지네바위를 지나 561m봉을 넘는다. 산길은 능선을 따르다가 왼편 산비탈로 급격하게 떨어진다. 경사가 누그러질 즈음이면 연안차씨 묘지를 지나 사거리 갈림길이 있는 안부.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이곳에서 직진하여 경사가 심한 산비탈로 10분쯤이면 김해김씨 묘를 만나고 곧 오래된 삼각점(72, 10 복구, 417)이 박혀 있는 425m봉이다.
- 계속해서 능선길로 잇다보면 정면에 암봉인 430m봉이 길을 막는다. 나뭇가지 등을 잡고 어렵지 않게 올라서면 우측 암릉으로 길이 열리면서 주변 시야도 한결 밝아진다. 오른편 발 아래로 평암 저수지가 보이고, 멀리 여항산을 중심으로 뻗어가는 낙남정맥 산줄기를 읽을 수 있다.
한동안 연이어지는 암릉 곳곳에는 조망을 즐기기에 손색이 없는 바위 전망대가 많다. 그러나 이 구간은 최대 난코스로 여겨질 만큼 까다로워 상당히 조심해야 할 구간이다. 특히 낙엽이 살짝 덮인 암릉길에서는 발디딤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이한 것은 이곳 바위들이 얇은 시루떡을 겹겹이 쌓아놓은 것처럼 층리면이 발달한 수평층의 퇴적암이라는 사실이다.
30분 정도 암릉길을 벗어나 고도가 낮아지면서 묘지가 자주 눈에 띈다. 두 번째 김해김씨 묘지를 지나면서 부드러운 산길은 왼편 산자락으로 연결된다. 울창한 소나무 숲속에 낙엽이 쌓여 바스락거리는 산길을 벗어날 즈음이면 진주정씨 묘지를 지난다. 곧이어 마을로 내려서서 민가 사이의 골목을 빠져나오면 김해김씨일열이효 비각인 삼선각(三善閣)이 보이는 도로에 이른다. 비각 맞은편에는 화생당한약방이 있고 가까운 곳에 금암리 시내버스정류장이다.
이곳에서 도로를 따라 10분 정도면 산행 들머리인 대정 마을버스정류장에 닿으면서 산행을 종료하게 된다.
- 산행길잡이
○대정 마을버스정류장~남평문씨 묘~344m봉~474m봉~정상표석 암봉~인성산 정상~425m봉~김해김씨 묘~삼선각~대정 마을버스정류장 <5시간30분 소요>
○대정 마을버스정류장~남평문씨 묘~344m봉~474m봉~정상표석 암봉~인성산 정상~의림사 <4시간30분 소요>
○의림사~인성산 정상~지네바위~425m봉~김해김씨 묘~삼선각~대정 마을버스정류장 <4시간3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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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인성산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마산을 기점으로 삼으면 된다. 마산은 교통망이 좋아 전국 어디서든 고속버스는 물론이고 시외버스, 열차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마산에서 산행의 들머리인 대정까지는 마산 남부(남마산)시외버스터미널(055-247-6396)에서 진주행 완행버스를 이용, 대정에서 하차하면 된다(오전 8시10분부터 오후 9시40분까지 20~35분 간격, 토·일·공휴일은 오전 6시40분부터 운행).
또는 마산역전 정류장에서 시내버스 75번, 76번을 이용할 수도 있으나 배차시간이 길다.
숙식(지역번호 055)
마산은 숙식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호텔을 비롯해 시내 어디를 가든지 깨끗한 장급 여관과 모텔 등이 많다. 또 해산물과 생선을 먹거리로 하는 식당도 많다. 특히 산행날머리 인근의 대정식육식당(271-7043)은 50년 전통의 돼지주물럭 전문으로 이 일대는 물론이고 인근의 마산에서도 찾아올 정도로 유명한 집이다. 식육점을 겸업하고 있는 이 집의 고기는 연하고 부드러워 맛이 깔끔하다. 1인분에 5,000원. 이곳에서 가까운 양촌온천의 대중탕은 현재 3곳이 운영되고 있다.
/ 글 사진 황계복 부산시산악연맹 부회장
- 산행길잡이
- 아직도 풋풋함이 가시지 않은 숲속으로 10분 정도면 안부에 이른다. 왼편 영신골로 빠지는 갈림길이 있는 지점이다. 산길은 다시 오르막으로 연결되고 20분이 지날 즈음 오른편으로 진동만이 한눈에 잡히는 전망 바위다. 곧이어 4시 방향의 468m봉의 능선으로 분기되는 갈림길 봉우리에 이른다. 여기서부터는 암봉과 암릉이 연이어진다.
첫댓글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
함 가봐야 겠습니다.
어제께만 해도 사진 그림 올라왔든데.. 지금은 배꼽만 남았네요. ~^^~
좋은 정보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