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적인 맛과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솜씨와 정성’의 안정현 씨는 전통은 살리되 실용적이고 맛깔스러운 요리법과 세팅으로 돋보이는 음식을 장만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또한 폐백과 이바지 음식을 준비할 때는 예와 정성을 담기 위해 몇 가지 사항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가짓수만 많은 음식보다 실속있고 품격있는 폐백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방부제, 유화제, 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음식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시댁에 인사드리는 며느리의 정성스러운 마음이고요. 천연 재료만 사용하면 금방 상하지만 이 원칙은 중요합니다. 두 번째로 폐백 음식은 시댁에 남기는 첫인상이므로 정성스럽게 예를 갖춘 포장으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희 숍에서는 각 상품마다 보관법이 적힌 종이를 첨부합니다. 떡의 경우는 ‘구입 당일에 드셔야 신선하고 쫄깃한 떡의 참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등의 메모를 꼭 동봉합니다.”
이렇듯 요즘은 정성이 담긴 음식과 아름다운 포장이 폐백과 이바지 음식 장만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잣대추고임
화려함과 만든 사람의 정성이 돋보이는 잣대추고임은 시아버지께 드리는 전통 음식. 집안을 일으키고 자손을 번성케 한다는 약속의 의미를 담고 있다. 폐백에 쓰이는 대추는 보통의 대추보다 흠이 없고 크며, 대추마다 잣을 꽂고 대추를 쌓아 올린 윗부분은 잣으로 장식한다.
육포
육포는 폐백 음식의 기본에 속하는 것으로 빠져서는 안 된다. 잣대추고임이 시아버지께 드리는 것이라면, 육포는 시어머니에게 드리는 음식. 부모님을 잘 공경하고 정성을 다해 모시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진 쇠고기를 양념해 얇게 저민 후 참기름을 발라 채반에 말려 두 묶음으로 나눈 것. 이를 청색 혼서지로 감고 기름종이를 덮어 정성스럽게 보자기에 쌓아 상에 올린다.
구절판
여러 어른이 함께 드실 수 있게 폐백상에 곁들이는 음식으로 전구절과 건구절, 한과구절 등이 있는데 요즘은 시아버지의 술안주용으로 건구절을 많이 올린다. 건구절은 잣솔, 육포, 대추쌈, 인삼 부각, 은행, 곶감, 다시마 튀김, 어포 등 마른 음식으로 준비한다. 전구절은 새우와 버섯, 고기 넣은 고추, 달걀 지단 등을 이용해 전을 만들어 구절판에 담은 음식. 전통적인 폐백 음식은 아니지만, 안주거리로 마련되기도 한다.
한과
찹쌀에 참기름과 꿀, 술, 콩 등을 넣고 반죽해 모양을 낸 과자로 폐백상의 기본은 아니지만 간식거리로 준비하기도 한다. 밀가루에 참기름을 넣고 튀겨낸 약과와 깨를 입혀 만든 한과를 가지런히 담고 그 위에 잣으로 모양을 내어 장식한다.
시댁에 드리는 첫인사, 폐백의 절차
수모가 신부를 대신해서 먼저 시아버지에게 폐백을 올린다. 폐백을 받고 난 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덕담을 해주고 근봉을 푼다. 시아버지는 자손의 건강을 기원하는 대추를, 시어머니는 육포를 폐백으로 받는다. 신부는 수모의 손을 빌려 시어머니에게 육포가 들어 있는 폐백을 드리고,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허물을 덮어준다는 뜻으로 육포를 어루만진다.
시부모에게 술과 안주를 올리기 전에 먼저 절을 올리는데 수모의 부축을 받아 아버님께 두 번, 어머님께 두 번, 총 네 번의 큰절을 올린다. 절을 마치고 난 신부는 수모의 손을 빌려 시부모에게 술을 따라 올린다. 시아버지와 시어머니에게 술을 권하고, 시부모는 며느리를 대신해 수모가 준 술잔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 마신다.
술을 한 모금 마시고 난 시부모에게 수모가 적당한 안주(주로 구절판의 내용물)를 젓가락으로 집어준다. 시아버지가 덕담을 하면서 며느리의 치마폭에 밤과 대추(원래 시아버지가 하는 것이나 요즘은 시어머니가 하는 경우도 있다)를 던져주고, 신부는 치마폭을 벌려 이를 받는데 자손을 많이 낳으라는 당부가 담겨 있다.
폐백 올리는 범위와 절값
시부모님과의 폐백이 모두 끝나면 시댁 식구들에게 절을 올리게 된다. 보통 시댁쪽 5촌까지 폐백을 받는 것이 전통이나 요즘은 간소화시켜 3촌까지만 인사를 올리는 경우도 많다. 항렬이 같은 형제, 사촌, 외사촌과는 맞절을 하게 된다.
또한 폐백 때 친정 부모님께 절을 올리고 싶은 경우, 반드시 예식일 전에 시부모님을 찾아 뵙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폐백은 시댁에 드리는 새 식구의 인사 절차이며, 신랑에게는 가정을 이루었음을 친척들에게 고하는 자리이기 때문. 허락을 받은 경우, 폐백 도우미에게 진행을 도와달라고 하면 시댁 식구들의 폐백이 모두 끝난 다음 자연스럽게 절을 받게 한다. 절을 받을 사람이 많을 것 같으면 미리 폐백 술을 여분으로 준비한다.
결혼식장 폐백실에서 폐백을 올리는 요즘에는 신랑 신부의 폐백이 끝나고 나면 양가 상견례가 간단하게 이루어지며, 신부측 친지는 폐백은 받지 않지만 상견례를 통해서 얼굴을 익히는 간단한 인사를 나눈다.
폐백 절을 받은 어른은 행복하게 살라는 덕담과 함께 절값을 준다. 정해진 절값은 없으며, 보통 신혼여행 경비에 보태 쓴다. 절값 봉투는 결혼식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도우미나 친구에게 맡겨놓는 것이 안전할 듯.
[ 폐백 도우미, 수모에게 도움 요청하기 ]
폐백을 진행할 때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을 폐백 도우미, 또는 수모라고 한다. 일반 예식홀 이나 호텔 예식을 이용할 때에는 고정적인 폐백 도우미가 있게 마련이다. 폐백실 사용료에는 수모의 수고비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5만원 정도의 사례금을 주는 것이 보통이다. 컨벤션 홀이나 회관 예식, 교회 예식의 경우에는 고정적인 폐백 도우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드레스 업체에서 나오는 헬퍼가 대신 역할을 하는 것이 편리하며, 미리 상의해서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다. 드레스 헬퍼 사례비 외에 폐백 사례비를 추가로 지급하는 것이 보통. 폐백을 진행하면서 본인이 나서기 어려운 부분은 폐백 도우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가령 친정 부모님에게 절을 올린다든지, 절을 받기에는 촌수가 애매하지만 꼭 절을 올리고 싶은 분이 있다든지, 폐백 절값을 사양하고자 할 때 등의 경우에는 폐백 도우미에게 미리 귀띔해두면 자연스럽게 유도해줄 것이다.
가풍과 문화에 맞춘 품격,
이바지 음식
이바지 음식은 정해진 종류가 없지만 옛 풍속으로는 12가지의 양념과 육류, 전, 찜, 조림, 과일, 떡, 한과, 술 등을 종류별로 한 가지씩 준비했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은 서너 가지라도 정성스럽고 맛깔스럽게 준비하면 된다.
예식의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는 요즘은 특히 양보다는 질적인 부분에 신경써서 준비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러므로 이바지 음식을 선택할 때 가장 고려해야 할 부분이 그 음식이 시댁 친지들의 상에 올랐을 때 신부댁의 정성을 얼마나 깊게 전달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세종호텔의 왕실 폐백 이바지 ‘은하수’의 조리를 담당하는 김미경 주임은 “이바지 음식은 한 집안의 가풍을 볼 수 있는 상징적인 과정이며, 양가의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죠. 그러나 허례허식으로 다양한 음식만 준비하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 신세대들은 집안의 가풍이나 문화에 맞춘 품격있는 요리만 선정해서 준비하는 추세입니다. 그래서 세트로 구성된 이바지 음식보다는 저렴하고 실용적인 단품 위주의 음식으로 맞춤 주문을 많이 합니다.”
떡은 잔칫상에 올렸을 때 분위기에 잘 어울리고, 그 미감이 오래도록 기억되는 특성을 지녔기 때문에 이바지 음식의 기본 아이템이다. 또한 양이 푸짐하므로 참석한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눠줄 수도 있다.
각종 전을 모듬으로 마련하는 것도 좋다. 전은 잔칫상에서 술안주로 인기가 높다. 기호에 따라 조림이나 찜을 준비하는 것도 괜찮다. 다양한 해산물을 조린 것은 손님들에게 귀한 음식으로 느껴지며, 생선이나 갈비는 잔칫상을 화려하고 다채롭게 꾸며준다. 시아버님께 올리는 술은 필수이며, 굳이 전통주로 하지 않아도 된다. 취향을 미리 여쭤보고 즐기는 종류로 준비하면 된다. 이바지 음식을 보낼 때 주의할 점은 전통적으로 날것은 보내지 않는다는 것. 신선하게 조리하여 드시라는 배려에도 불구하고 생갈비나 굴비를 이바지로 보내는 것은 결례가 될 수 있으니 시댁에 미리 상의하는 것이 좋다.
이바지 음식 포장 및 전달
이바지 음식은 그릇이나 바구니에 담은 후 한지로 한 번 두르고 보자기로 싸서 보낸다. 폐백과는 달리 보자기의 색상에 제한이 없다. 이바지를 보낼 때 신부의 어머니가 시어머니에게 편지(이를 사돈지라고 한다)를 동봉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오늘날에는 대부분 생략하고 있다. 부족한 여식을 잘 돌봐달라는 당부의 말을 적는데, 현대에도 계속 이어갈 만한 아름다운 전통이다. 이 사돈지는 음식 중 가장 주가 되는 것에 올리고 보자기로 싸서 보내면 된다.
용기로는 칠기류나 대바구니, 또는 자기 그릇 등을 사용하며 플라스틱 용기는 성의가 없어 보이므로 가급적 피하자. 술은 보자기로 싸지 않고 술이 든 케이스 째로 점잖은 색의 포장지로 싸면 된다. 과일 상자를 싸는 종이 포장지와 색상을 통일하는 것도 센스 있는 방법. 이바지 음식은 신부의 동생이나 오빠 또는 그 비슷한 연배의 친척이 가져간다. 물론 신행 때 가져가는 것이라면 신랑 신부가 가져가면 된다. 직접 드리지 못할 경우 주문한 업체의 직원이 공손하게 가져다 드리는 것이 가장 적당하지만, 택배나 용달을 이용하는 업체라면 예절을 갖춘 전달에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시댁이 멀리 있는 경우 가져가는 동안 음식이 상할 수 있으므로 신선한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보자기로만 쌌을 때는 포개어놓을 수 없으므로 업체에 박스에 넣어달라고 주문하자.
+ 이바지 음식 활용하기
손님을 치르고 남은 이바지 음식은 잘 보관했다가 아침상 차리는 데 활용하면 된다. 떡 종류 중 팥앙금이 들어 있는 떡(경단, 화전 등)은 가급적 당일 다 먹는 게 좋다. 팥앙금이 상할 염려가 있고 냉장 보관하면 딱딱해져 먹기 힘들다. 약식이나 쇠머리떡, 인절미 등은 적당한 분량으로 나눠 비닐 팩에 밀봉한 후 냉동 보관하면 된다. 약식이나 쇠머리떡은 전자레인지로 해동해 먹고, 인절미는 버터를 두른 프라이팬에 살짝 구워 먹으면 더 감칠맛이 난다.
한과는 그늘지고 선선한 곳에 두었다가 귀한 손님이 오실 때 차상에 함께 곁들여 대접하면 별미가 된다. 각종 전류는 2~3일 이상 상에 올리기에는 식상할 수 있으므로, 요리책을 펼쳐놓고 신선로 요리를 만들거나, 간단하게 섞어찌개를 한다. 생선이나 조림 종류는 냉동시켰다가 두고두고 먹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