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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29-30 |
이제 월드컵은 단 두 경기가 남았다. 오늘 한국과 터키의 3-4위전, 그리고 브라질과 독일의 결승전이다. 한국축구가 여기까지 온 것은 대단한 일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거리에서 경기장에서 등 열광했던 사람들은 월드컵 대회가 끝난다는 사실에 대해 아쉬워한다. 나 역시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월드컵 경기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제 앞으로는 거의 새벽이나 늦은 밤 잠을 설쳐가면서 TV를 시청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오늘도 갈지 못갈지를 고민을 하다가 결국 양해를 구하고 열차에 오른다. 서울역에서 13:35분 출발하여 동대구역에 17:20분 도착하는 #3653 무궁화호이다. 대구는 한국 경기를 2경기나 유치하게 되는 엄청난 행운을 가지게 되었군. 이번에는 지난번에 비해 길거리 응원이나 경기장에는 막상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을 것으로 생각이 되었다. 입장권을 구하지는 않았지만 입장권 암표 가격이 지난번 미국 전 때처럼 정가 이하로 나올 확률이 많기 때문에 쉽게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열차는 12량에 2000년대에 제작된 디자인리미트 무궁화호 차량이다. 붉은 옷을 입은 많은 사람들이 탑승을 하고 그들이 월드컵 축구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면 이제 그런 날도 오늘이 거의 마지막이라고 생각을 하니 아쉬울 뿐이다. 이제 월드컵이 끝나고 이어지는 K리그에는 얼마나 사람들이 올지 걱정부터 앞선다. 이런 열기가 프로축구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 지난 98년 때를 재판하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피곤하기도 하고 해서 잠을 청했다. 천안역까지 잠을 자다가 옆의 어떤 분과 잠깐 축구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었다. 그 분은 점촌에 가시는 듯. #378열차를 타기 위해 김천역에서 내렸다. 다시 약간의 잠을 자고 나니 동대구역이다. 역에 도착해서 표는 영수증으로, 역을 나와 셔틀버스 타는 곳이라고 쓰여 있는 노란색 표시를 따라 갔다. 지난번 덴마크와 세네갈 경기 때 셔틀버스를 타보았기 때문에 어디로 가서 타야 하는지는 알고 있다. 셔틀버스를 타는 곳으로 가니 줄이 엄청나다. 이렇게 기다리다가는 꽤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일반 시내버스를 타고 가기로 결정. 910번 버스를 타고 대구동부정류장과 남부정류장을 거쳐 경기장까지 거의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경기장에는 역시 많은 사람들이 보이고, 암표장사들은 열심히 돌아다니는 중. 암표는 지난번 미국 전 때 처럼 원가 이하로 판매 중이다. 사람들은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중이고. 나 역시 가격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일단 경기가 시작될 때까지 기다린 후 전반전이 시작하고 표를 구입 후 입장하였다.(원가보다는 저렴하게 구입) 좌석은 그런대로 괜찮은 좌석이다. 들어가니 벌써 실점을 두 점이나 한 상태이고 들어가자마자 또 터키에게 실점이다. 반면 한국은 득점이 하나 그럼 1:3이군. 아무리 결승전보다는 비중이 낮은 경기지만 한국의 모습은 그 동안의 경기했을 때의 모습은 아닌 것 같았다. 일부 관중은 야유를 하는 분들도 계시고.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져도 좋으니 마지막 경기에 최선을 다했으면 생각이 들었다. 터키의 공격이 더욱 거세지며 한국 선수들이 열심히 반격을 하지만 역부족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전반전을 마치고 잠시 응원하느라 목도 타고 해서 콜라를 열심히 먹는다. 이제 후반전이다. 한국 선수들은 히딩크 감독님에게 혼이라도 났던 것일까? 전반전과는 달리 상당히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래도 터키의 수비수들을 뚫기는 아직은...... 자꾸 시간은 가고 관중, 선수들 모두 초조해지지만 아직 희망을 버리기에는 이르다. 골이 터질 듯, 터질 듯 하지만 아쉬운 찬스는 계속 지나가고 오히려 터키의 역습에 골을 더 내줄 듯 하는 모습도 보인다. 히딩크 감독, 관중, 선수들도 승리를 위해 노력하고 독려를 하지만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시간은 더욱 더 빨리 가는 것 같고 결국 후반 45분이 넘어가려고 한다. 지는 것은 둘째치고 한 점이라도 더 넣어보았으면 생각이 들었는데 그 찰나 송종국 선수의 멋진 중거리 슛이 작렬한다. 3:2이다. 그러나 시간은 없다. 정규시간이 모두 지나가고 현재 로스타임이 진행 중이다. 터키 골키퍼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공을 잡고 놓지 않는다. 우리 선수들은 빨리 공을 가지러 오는 중이고. 약간의 다툼?이 있었지만...... 다시 경기는 속개되지만 이내 경기 종료. 3:2 재미있는 펠레스코어지만 아쉬운 경기였다. 거의 마지막이었던 박지성 선수의 슛도 아쉽고...... 이제 남은 경기는 브라질과 독일의 결승전 뿐이다. 이로서 한국의 경기는 끝났다. 무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요코하마까지 가서 최후의 승자가 되기를 원했을지도 모른다. 이번 월드컵에서의 한국의 열광적인 응원과 열정적인 경기 아시아 최초의 4강 등의 여러 가지를 감안하면 한,일 월드컵은 한국을 위한 월드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경기가 끝나고 한국선수들과 터키선수들은 서로 손을 잡고 운동장을 돌기 시작한다. 한 손에는 터키국기, 한 손에는 한국국기. 정말 감격스러운 모습이다. 경기장 관중 뿐 아니라 이 경기를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이런 감격적인 모습을 보면 월드컵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알게 된다. 곧이어 3, 4위 시상식(메달 수여), 그리고 헹가레, 황선홍, 홍명보 선수의 인사 등 그 동안 한번도 볼 수 없었던 꿈같은 일이 이루어졌다는 것에 대해 감사할 뿐이다. 내일은 결승전이지만 오늘 같은 감격스러운 일이 있을지. 관중들도 이런 모습을 보면서 쉽게 운동장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약 1달 동안 한국의 활약은 정말 대단했다.(선수들, 국민들 모두......) 한국의 힘을 전 세계에 과시하지 않았을까? 나 역시 한 달 동안 축구에 미치게 만든 그 무엇인가를 원망해 보기도 하지만(덕분에 돈, 시간......) 월드컵을 마치고 무슨 낙으로 사나, 축구를 무슨 재미로 보나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을텐데 이어서 벌어지는 K리그에는 얼마나 올지, 98년도의 재판이 되지 않을지...... 정말 월드컵에만 열광하는 것이 아닌 국내 프로축구 등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진정한 축구팬이 나타났으면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월드컵 직후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들이 소속 프로팀에 복귀하여 경기를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K리그는 엄청난 관중이 오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이제 모두 밖으로 나가기 시작한다. 영원히 2002 한,일 월드컵을 간직하기라도 하듯이 아쉬워하며 천천히 운동장을 나선다. 나 역시 그 동안 월드컵을 보면서 이렇게 6월이 금방 가 버린 것에 대해 아쉬움 마음을 가지며. 셔틀버스를 타고 동대구역까지 간다. 늦게 타는 바람에 서서 가지만 그렇게 힘든 것은 아니다. 어차피 열차는 앉아서 갈 수 있기 때문에. 의외로 차가 막히지 않고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아직 시간이 있는 편이다. 배도 고프고 해서 동대구역 옆으로 보이는 홍익매점에서 냄비우동을 먹으려고 하는데. 매점 밖까지 줄지어 있는 사람들. 약 30분 정도의 시간을 보내고서 겨우 먹을 수 있었다. 너무 배가 고파서 건더기는 물론 국물까지 전부 마신다. 먹는 동안에 주위를 보니 아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매점 밖으로 줄지어 서있다. 천천히 동대구역에 들어와 표를 구입하려고 하는데 헉 엄청난 줄이다. 전 창구에서 표를 파는 중이고, 빨간 옷 입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보인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어디론가 다른 곳으로 가고 싶은 생각에 서울행이 아닌 강릉행 표를 구입한다.(표 사는데 20분 정도 걸렸음). 부산역을 22:25분 출발하여 동대구역에서 23:53분 출발하는 강릉행 #786 임시 무궁화호이다. 부산, 동대구 등에서 정동진으로 가는 야간열차이다. 요 근래에 많이 타본 열차이다. 강릉역까지는 7시간 넘는 시간을 타야 한다. 지겨울 수도 있으나 난 밤기차와 장거리 무궁화호의 기차여행을 좋아하는 만큼 지루하거나 그럴 것은 없을 것 같았다. 물론 경부선 여행이었다면 잠이 들어 버리겠지만. 열차는 드디어 출발. 의외로 이 열차에도 축구장이나 대구지역에서 응원하신 분들도 많이 보인다. 열차는 드디어 출발. 대구역 안내방송이 나오는데. 헉! 이런 우연이. 열차의 방송 목소리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 해서 한 번 방송실의 문을 두드리니 철도사진여행(http://cafe.daum.net/photorail)의 운영자이신 부산열차승무사무소 김용옥 여객전무님이 보인다. 인사를 간단히 드리고, 옆의 배한석 차장님(부산열차승무사무소 컴퓨터 동호회 회장님-지금은 여객전무님)께도 인사를. 오늘 밤은 이분들과 같이 있을 것을 생각하니 잠이 오지 않는다. 어느새 김천역이다. 여기부터는 경부선이 아닌 경북선을 이용하게 된다. 이제부터 강릉까지는 모든 구간이 단선이라 열차의 운전속도도 느려짐에 따라 시간이 오래 걸린다. 열차 안의 승객들은 대부분 잠이 들은 상태. 상주, 점촌 등의 역을 지나면서 예전에 갔던 외갓집을 생각해 본다.(외갓집은 참고로 문경시 가은읍에 있음, 더 정확히 하면 가은읍내에서 농암으로 가다보면 전곡3리라는 곳) 타는 사람들보다는 계속 내리는 사람이 많다. 평소의 주말 같으면 좌석이 매진되었을 터인데 어떻게 된 것이 더욱 열차 안의 승객이 줄어드는 중이다.(월드컵 때문인가?) 예천을 지나 영주역에서도 내리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중앙선, 경북선, 영동선이 만나는 철도교통의 요지 영주역. 여기서 잠시 머문 뒤 영동선 강릉까지 193.6km의 길을 따라 달리기 시작한다. 더욱 깊은 어둠은 모든 것을 빨아들여 버린 듯이 밖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하긴 지나는 구간이 도시가 아닌 황량한 논, 밭 등이 많다.) 환하게 보이는 곳은 지나가는 역 뿐, 다른 곳은 조용할 뿐이다.(가끔 옆으로 보이는 도로도 지나가는 차가 거의 없어 조용하고) 특히나 봉화를 지나니 더욱 그런 것 같았다. 철암역까지 열차가 출발하고 정차하기를 반복하지만 내리는 사람도 타는 사람도 거의 없다. 어느새 태백시권인 철암역을 지나 통리역 이제 날은 밝아진 것 같았다. 지독한 안개가 앞을 가로막지만 이런 안개를 보니 멋있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흥전역에서 나한정역까지 스위치백을 지나 삼척시 도계, 신기를 지나 동해역이다. 오른쪽 바다를 끼고 달리는데 구름 때문에 해돋이를 제대로 볼 수는 없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묵호와 망상을 지나 정동진역에 도착해서 거의 대부분의 손님이 내렸다. 열차는 다시 북행을 시작. 안인과 정동진 사이의 안개 낀 멋진 바닷가를 뒤로 하고 마지막역인 강릉역에 도착한다. 다시 13:35분 강릉역을 출발하는 #785 무궁화호 열차에서 뵙기로 승무원님과 이야기를 하고 잠깐의 헤어짐이 있었다. 다른 곳에 여행을 할까 하다가 너무 피곤해서 근처의 자주 가는 숙소(승무원 숙사 아님)에서 잠깐 쉰다고 하는 것이 기차소리에 잠을 깨니 12:30분이다.(지금 #543 부산행 무궁화호가 기적소리를 내며 출발하는 것 같다.) 일어나서 간단히 씻고 식사를 한 후 #785 열차에 탑승을 한다. 마음 같아서는 부산까지 타고 싶지만 월요일 출근 등을 생각하면 영주나 김천까지 타야 한다. 어디까지 타고 갈까 생각을 하다가 김천까지 타고 가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그러면 김천에서 영등포까지 열차 표를 구입해야 하는데 다행히 바로 연결되는 열차가 #248 서울행 무궁화호이고 좌석이 남아 있다. #248 표를 구입한 후, #769 광주행 임시 무궁화호가 출발, 그리고 개표 후 입장한다. #785 무궁화호에 오르고 다시 인사를. 13:35분 강릉역을 출발해서 부산역으로 열차가 달리기 시작한다. 정동진역에서 역시 많은 사람들이 타지만 어제 올라올 때처럼 빈자리가 많이 보인다. 묵호, 동해역을 지나면서 멋진 바닷가를 구경, 이제부터는 꼬불꼬불 철길을 따라 달리는 재미로 구경을 한다. 정말 조그마한 인적도 없는 하고사리역, 언제나 항상 신기한 나한정역과 흥전역 사이의 스위치백, 심포리-통리간 S자로 올라가기(여객전무님도 흥미롭게 바라보신다.)와 두 역간 최대 터널 12곳, 미인계곡. 밖을 유심히 살펴보면 재미있을 만한 것이 많이 보인다. 힘겹게 올라간 열차는 통리역을 지나 내려가더니 폐광으로 인해 낮에도 인적이 별로 없어 보이는 철암역이다. 밖의 풍경을 모두 보여주려고 하는 듯, 천천히 달리는 열차. 필름 사연이 있었다는 동점역(저와 여객전무님과의 비밀?), 석포를 지나 환상선 눈꽃 열차로 많이 알려진 승부역(눈이 쌓이면 그렇게 좋다는......), 그 다음 양원임시승강장. 계속 내려가면서 분천역(선화식당의 기억이 가물가물.), 현동역, 임기, 녹동, 춘양(이런 역 이름을 들어보니 예전 직접 걸어가보기도 해보았던 기억이 있는 곳이다.) 춘양부터는 억지춘양이라는 이야기를 빼지 않을 수 없다. 춘양역에서 좌측을 보면 철길이 보이고 다시 춘양역을 출발해 열차가 완전히 회전한 상태에서 좌측을 보면 춘양역과 철로가 보인다.(승무원님들도 신기하게 보시는.) 승용차로 말하면 완전히 U턴을 하는 것이라고나 할까?(원주역도 비슷한 예가 될 수 있지만 글쎄, 이 것과는 다른 것 같다.) 이제 송이버섯과 청량산으로 많이 알려진 봉화를 지나 영주역에 도착한다. 내리는 사람보다 탑승하시는 손님이 더 많더니 이제 남은 좌석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예천을 지나 용궁(회룡포라는 곳이 많이 알려진 곳이다.), 점촌(정말 많은 사람들이 탄다.), 점촌은 경북선역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역이다. 잠깐 여기서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역무원이 입장권을 들고 열차의 차장님한테 전해주시는 것이었다.(무엇일까?) 알고 보니 뒤쪽에 기차 승차권 입장권까페 주인장인 정지수님(전라선 쌍봉역)이 타고 계셨던 것이었다. 영주역에서 김천역까지 입장권 수집을 위해 탑승하신 듯. 간단히 인사...... 상주를 지나 이제 김천역이고 언제 다시 뵐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인사를 하고 #785열차를 떠나 보냈다. 약간의 시간을 기다린 뒤 20:03분 #248 열차를 타고 너무 피곤해서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어느새 영등포역, 정지수님은 인천으로 저는 집으로...... ps. 월드컵의 감격을 프로축구로......, 월드컵 관람 덕분?에 마이너스 통장 만들어서 지금 약간 고생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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