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올해는 삼보일배의 기원으로 시작된 서해안 최대의 철대도래지인 만경강, 동진강하구 갯벌 매립을 반대하는 소송을 법원에서 합법으로 인정한 해였습니다.
천성산터널공사를 온몸으로 막고자 했던 지율스님에겐 세상의 빛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실명의 위기와 버티어 일어설수 없는 반신마비의 상태로 몰고간 해이기도 합니다.
공동조사 민간위원의 한 명으로 3개월의 조사기간은 터널의 피해여부를 판명하기 이전에 천선상의 새들을 알기에도 너무나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조차의 시간에도 무성의함과 여론몰이, 반칙으로 일관한 힘센자의 폭력에 저조차도 분노를 느끼게 했습니다.
사람들이야 국책사업의 피해를 받으면 알량한 보상이라도 받고 떠날 수 있다지만 다른 곳으로 갈 곳도 없는 수많은 동식물들은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서식지를 잃고 죽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진행되어온 국책사업입니다.
이 구간에선 천성산을 뚫는 터널공사가 최선의 방안이라고 설명하지만 한반도를 횡단하여 300km의 지상최대의 속도로 달리는 철길이 생겨남에 그와 더불어수많은 생명들이 죽어갈 것이라는 것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어찌 희생없이 득만이 있을까요? 지하수의 고갈이 아니더라도 행여 어둠을 찾아 터널속에 들어간 박쥐나 소쩍새는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는 기차에 갈갈이 찟어진 시체로 죽음을 맞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오래 전 맑은 눈빛의 지율스님을 만났을 때, 전 그저 천성산에 사는 동식물들을 너무나 좋아하는 미소를 보았습니다. 산새들 중에는 멸종위기종들이 거의 없고 터널에 의한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새들도 별로 없다고 생각했기에 뭐라 답변드리진 못했지요. 하지만 100일이 넘는 단식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과연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고라도 지키려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요? 수많은 사람들이 단식의 거짓을 비방하고 공사중지로 버린 돈이 2조원이 넘는다고 욕할지라도 분명한 것은 그것은 생명을 구하고자 하는 몸부림입니다.
모든 생명을 구할 순 없지만 그래도 우린 최대한의 고심과 노력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이땅의 모든 생명체와 사람들은 이땅을 공유하여 살고 있습니다. 사람이 최우선이라는 논리의 종점은 개미새끼하나 허락하지 않는 고층아파트 공간같은 세상을 만들 뿐입니다. 최저의 비용만을 고집하는 자본주의적 논리만으로는 생태계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다른 생명체와 함께 공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우리는 보여야 할 것입니다.
인터넷기사 댓글의 수많은 비방글을 읽으며 많은 사람들이 지율스님의 죽음을 바라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고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지율스님,
내년엔 다시 일어나 천성산의 자연과 생명을 어린 세대에게 교육하시는 모습을 뵙길 간절히 바랍니다.
첫댓글 나무 관세음보살 _()_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