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9일. 토요일. 흐림 간간이 비.
누군가와 함께하지 못하면 장거리 여행은 꿈도 못꾸는 나이다.
그런 내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은 좋아해서 지금처럼 금춘가족을 운영하며 사는 모양이다.
금춘가족 카페를 찾는 어느 한사람에게도 소홀할 수가 없고,
그렇게 인연된 또다른 단체 행사나 어떤 소식이 닿은 주변의 지인들을 외면할 수가 없다.
이런 내 삶에 어제는 대구에서 개최된 민들레 일일찻집 행사가 있었다.
발가락시인 이흥렬 회장님과 그 사모님이 거의 모든 준비를 애써 해놓은 일일찻집.
금춘가족(319번)이기도 한 이흥렬 회장님께서 거의 두달 동안을 아픈가운데 마련한 행사지만,
나 혼자서는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
그래서 내 생각대로 함부로 일정을 잡을수도 없이 지내던 차에
마침 동목님께서 시간을 내어 다녀오자고 했고,
그림자님께서도 장애인전법단 차원에서 제주도 약천사에 템플스태이 체험을 하고온 피로도 풀리기 전에
함께 갈 수 있다고 해서 29일날 나는 그들의 도움을 받으며 대구시 대명교회로 민들레 일일찻집 행사장을 찾았다.
다른 계획은 일체 잡지 말라는 동목님의 당부에 미리부터 그 기회에 만나자는 가을이님의 미팅도 직접 연락하지는 않았고,
그저 행사장에서 잠시 만날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출첵글에 간단히 올려놓고 갔었다.
예정된 오후 1시가 지나서 행사장에 당도하여 민들레장문협 회장님과 몇몇 손님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동목, 그림자님 함께 민들레 회원들의 좌석에 합류하여 서로 자기소개와 인사를 나누며 점심 대용으로 김밥을 시켜 먹었다.
그리고 새로 오셨거나 처음 만난 회원 최헌영(공주)님과 정재한(대구), 박미라(대구)님 등등과 차를 마시다가
좀 늦게 온 이선화님과 그 친구분도 만나고, 이흥렬회장님과 사모님, 또 어떤 목사님등과도 인사를 나누다가 보니,
시간은 금세 지나가 버렸고 예정에 있었던 회원들 작품 토론 시간은 그만 생략되어 버렸다.
그래도 동목님이 밤길 운전 힘들다고 4시에 떠나자 했던 시간이 초과되어 마무리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우리는 돌아왔다.
오는길에 대구에 사는 지인들이 그 행사장을 찾았다가 우리가 떠난 것을 알고 아쉬워 하기도 했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안동까지 왔을때는 이미 저물었고, 나는 맛있는 저녁이라도 사줘야 차를 운전한 친구들께 조금의 보답이라도 될것같아
동목님 아는 곳에 가자고 했더니, 수상동 동굴가든 매운탕집에 우리를 내려 놓았다.
그 집은 동목님 여동창생이기도 하고 그 남편이 동목님 2년선배라고도 했는데, 왠지 나도 안면이 있다 했더니
메기매운탕 잘 먹고 나올즈음에 인구형이 명함을 받아 오는걸 보니, 예전에 형님께서 신발 장사를 시작하고 나서
내가 그 뒷 수습을 하는 무렵에 재고정리 차원에서 우리가게 신발 수백켤레를 외상으로 가져갔던 그사람 이동국님이셨다.
나는 결국 그 대금 수십만원을 받지 못하고 폐업해 버렸었는데,
그는 지금 식당 부지를 소유한 것만 해도 4억5천만원짜리라고 은근히 자신의 성공을 비추는 듯 했다.
그렇지만 뭐 30년 가까이 지난 세월을 되돌리면 뭐하냐 싶어 매운탕 맛있게 먹었노라고 다음에 또 오겠다고 계산하고 나왔다.
그 길로 정산집에 오니 9시쯤이었고, 동목이도 우리집에 자고 가도 된다며서 곧바로 인구형과 바둑 한판을 두는 사이에
나는 광개토태왕을 시청하였고, 그 다음에 나도 인구형과 한판 동목과도 한판 바둑을 두었지만 아직은 내 실력이 좀 모자랐다.
저녁 먹을때 매운탕 집에서도 소주를 마시고 왔는데,
인구형이 다시 막걸리 3병을 사들고 와서 그것을 마시면서 바둑을 두다가 보니 술도 취하고 세월도 취하고....
결국 새벽 4시가 넘어서 잠자리를 깔았다. 누가 언제 잠들었는지는 나도 모른다.
그리고, 30일. 자고 일어나니 9시반. 숙표아내가 커피도 3잔 타놓고, 뼈다귀감자탕도 끓여놓고 일하러 가버렸다.
우리는 그것을 늦은 아침으로 퍼 먹고 설겆이는 인구형이 했다.
그리고 또 바둑을 두었고, 달빛가든에서 아구찜으로 점심을 먹었다.
점심 먹을때 소주를 한잔 한 탓으로 술 깰때까지 인구형과 동목은 다시 바둑을 두었고 나는 졸았다.
그리고 4시넘어서 이번 민들레 행사에 나를 참여케 해줬던 고마운 그들은 갔다.
그렇게 보낸 일정을 진작에 내가 설계했다면 가을이님과 재곤씨가 아쉬워하지 않아도 될만큼
대구의 재곤씨 집에서 보내도 되는 것이 었는데 동목님이 외박을 못하는 줄로만 알고 다녀 왔더니... 좀 아쉽다.
아무튼 모두 떠나고나니 피로가 몰려 왔지만,
나는 이틀간의 행복했던 시간을 정리하며 알콩달콩 사는재미를 다시 느껴보고자 한다.
♣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