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교는 물이 짚고 뻘?차져 꼬막이 맛있는디, 날이 쎄하니 차야 꼬막살이 오지지라우. ” 국일식당(하옥심·57)은 38년을 한결같이 벌교 갯벌의 맛을 지키고 있다.
벌교의 명물은 홍교와 고막. 11월부터 4월까지가 제철인 고막은 순천만과 보성만에서 국내 유통량의 절반이상이 생산된다. 그래서 벌교에서는 으례 고막으로 된 밑반찬이 나온다.
‘살이 노랗고 맛이 달다’는 고막은 보통 물에 데쳐서 양념 없이 먹는다. 바닷물이 배어 간간한 쫄깃한 살을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고막 한쪽의 껍데기를 떼어내고 양념장을 얹어 내기도 하고, 새콤달콤하게 회를 무치기도 한다.
상을 받으면 먼저 스물 대여섯가지의 반찬에 놀란다. 새고막은 까서 양념장을 얹었다. 골이 죽죽간 참고막을 까서 입에 넣으면 살이 실한 고막은 달보드레하면서 간간하다. 고막전, 고막회, 고막장, 그야말로 고막음식 모음전이다.
칼칼하면서도 개운한 생선찌개는 몸을 훈훈하게 하고, 막 따온 듯 신선한 굴회는 참기름향과 파가 어우러져 살살 넘어간다. 전어, 조기, 서대구이는 놀작 놀작 잘 구워졌고, 숭어회는 쫀득쫀득하고, 볶은 주꾸미는 보들보들하다. 그뿐인가. 새콤달콤한 전어회, 짭쪼름한 돔배젓, 속살이 연한 소라,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없다.
고막은 껍질이 부딪치게 바락바락 비벼 씻어야 한다. 엷은 소금물에 반나절 정도 담가두어 해감을 토하게 한 후 조리해야 한다.
고막은 잘 데쳐야 제 맛이 난다. 너무 삶으면 살은 질겨 단맛이 없고, 덜 삶으면 껍질을 까기 어렵다. 잘 삶는 비결을 묻자 “물이 팔팔 끓으면 넣고 주걱으로 한쪽으로만 두 번 돌려 불을 끄고 조금 있다 까보면 볼구작작한 물이 있으면 익는다”고 한다. 조개류는 간을 보하며 단백질이 풍부한 강정식품으로 간장질환, 담석증환자에게 좋다고 한다. 철분이 많아 빈혈증에 좋다.
벌교 한정식의 특징은 신선한 해산물이 푸짐하여 갯내음과 차진 뻘밭의 쫀득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국일식당은 보성군 벌교읍 남초등학교 앞에 있다. 1인분 1만원, 특 한정식1만5000원. ☎(061)857-0588). 전남과학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