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도 더 올랐던 수리산.
6년여 만에 다시 오른 수리산은 확트인 시야가 발 아래 도심의 건물들을 내려다 보는 즐거움을 다시금 충족 시켜 주었다.
산본 신도시가 한창 자리잡을 무렵, 11단지 삼성아파트에 입주해서 아이들과 셋이서 4년을 사는동안 난 거의 매일이다시피 수리산엘 올랐었다.
산이 낮아 만족할 수 없는 산행이었기에 한번 오르면 관모봉, 태을봉,수리봉을 왕복을 해야 직성이 풀려 하산 할 수 있었다.
어느땐 랜턴을 들고 한밤중에 정상에 올라 아파트의 불빛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끝없는 공상을 즐기곤했다.
오늘 다시찾은 수리산은 옛모습 그대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안양,군포,산본의 솟아오른 아파트들을 내려다 보며,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승용차들을 내려다 보며,
속세의 혼탁한 삶들을 잠시나마 벗어난 기쁨에 지긋이 눈감아 본다.
오늘따라 고기가 넘쳐난다.
다 못먹고 남겨서 다시 갖고가는 고기가 먹은것 보다 더 많다.
진주님 3근,산처럼님6근,
참 많이도 가져왔네...
청우님,유익선 등반대장(짜라),처음 나오신 예쁜 동화님,꺽정님,나, 그렇게 7명이 태을봉 정상 헬기장에 자리를 깔았다.
오늘은 꺽정님이 특별한 요리솜씨를 발휘한다.
큰 그릇에 반정도 맥주를 따라붓고 끓이다가 얇게 썬 고기를 넣으니 꿀맛같은 샤브샤브.
산처럼님이 가져온 이과두주를 취해서 얼굴이 벌겋도록 마셨다.
56도 짜리 술이 식도를 지날때는 목에 불이 붙는것 같았다.
하산길에서 청우님은 길을 잘못들어 안양쪽으로 내려가시고(청우님,다음에 꼭 자리 함께해요.)
우리는 산본으로 내려와 바로 노래방으로 직행.
고기가 뱃속에 꽉 차 있어서 아무도 밥생각이 없단다.
산본에 직장이 있는 이지순님이 찾아와 함께 합류했다.(일부러 찾아와 주신 이지순님 감사합니다.)
진주님은 노래 두어곡 하고나서 약속이 있다고 먼저 도망간다.(데이트 약속인가?)
부르고 또 부르면서 서로의 노래실력에 감탄한다.
참 어찌들 그리 잘 부르시는지......
온갖 해물이 수북이 쌓인 해물탕을 끓이면서 다시 술파티가 벌어진다.
이미 취해버린, 아니 하루종일 취해있던 나는 횡설수설 실컷 떠들고 또 떠들었다.
맞장구도 치고,또 반론도 하고,
게시판 익명의 방에서 태그로 만든 사랑고백때문에 놀라 기절할뻔한 산처럼님의 순진한(?) 얘기도 들으면서.....
눈오는날 남한산성 번개를 치겠다고 동의를 구하는 동화님의 얘기도 들으면서.....
새벽 3시쯤서 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쌓이지 않는 눈이지만 그래도 첫 눈이라는 생각에 밖으로 나가 싫컷 맞아본다.
이를 딱딱 마주치게 하는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방으로 들어오니 잠이 쏟아진다.
편안한,깊고 깊은 잠속으로 저절로 빠져들어갔다.
언제 내게 불면증이 있었냐 싶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