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반구저기(反求諸己)
되돌아 볼 반(反), 구할 구(求), ‘반구’ 라함은 ‘되돌아보며 찾는다’라는 의미이고, 어조사 저(諸), 자기 기(己), ‘저기’라함은 ‘자기에게서‘라는 뜻이다. 따라서 “반구저기”라 함은 “되돌아보고 자기에서 찾는다 ”라는 의미이다. 어떤 일이 잘못되었을 때 되돌아보고 자기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남을 탓하지 아니하고 일의 잘못된 원인을 자기에서 찾는 현명한 태도를 말한다.
참고로 ‘諸’자는 ’모두‘의 뜻을 나타낼 때는 ’제‘라고 읽는다. 에를 들면 제군(諸君), 제반(諸般) 등이 그러하다. 그러나 어조사로 ’~에서 ‘라는 의미로 쓰일 때는 ’저‘로 말음한다. 따라서 ’자기로부터, 자기에게서‘라는 의미의 ’諸己‘는 ’저기‘로 발음한다.
반구저기는 맹자에 나오는 말이다.
맹자가 말했다. “어떤 일을 하고 바라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모두 돌이켜 자신에게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行有不淂者 皆反求諸己 : 행유부득자 개반구저기)
사람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가 있다. 인간은 신(神)이 아니고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잘못된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고 자기 스스로 반성하지 않는다면 과오는 반복되게 마련이다.
바둑에 복기(復棋)라는 말이 있다. 자기가 놓은 바둑을 그대로 다시 한번 놓아가면서 잘·잘못을 반추(反芻)해 보는 것을 말한다. 다음에 둘 때는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함이다. 이렇게 복기함으로써 고수(高手)에 이르게 된다.
바둑 뿐 만 아니라 인간사 모두가 그러하다. 잘못된 것을 확인하였으면 이를 철저히 반성하고 고쳐야한다. 이를 지과필개(知過必改)라고 한다.
맹자는 활쏘기를 예로들어 반구저기를 설명하고 있다. 궁수(弓手)가 활을 쏘았는데 화살이 과녁에 제대로 적중하지 못했다. 화살이 빗나간 원인을 풍속이나 풍향 등에 돌려서는 명궁이 될 수 없다. 오로지 그런 조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자기의 실력부족을 통감하고 부단한 연습을 해야 명궁이 될 수 있다. 나 자신에게 문제가 있음을 철저히 깨달아야한다. 결코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는 이유를 들어서는 안된다.
공자께서도 논어에서 “ 군자(君子)는 자기에게서 구하고, 소인(小人)은 다른 사람에게서 구한다.(君子求諸己,小人求諸人:군자구저기,소인구구저인)” 라고 말하고 있다.
군자는 뜻대로 안되는 일은 모두 자기 탓으로 돌리고 스스로 반성과 노력을 거듭한다. 이에 비하여 소인은 자기실력과 노력보다는 남의 도움을 받아 일을 성취하려고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일이 어그러지면 남을 원망하기 일쑤이다.
온 국민의 희망을 달구워 왔던 부산 엑스포가 사우디의 압도적인 득표로 무산되었다. 사우디의 엄청난 물량공세와 우리측의 정보미숙등으로 인한 것이다. 부산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후, 대통령이 “전부 자신의 부족 때문”이라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는 반구저기에 합당한 처사하고 할 수 있다.
잘되는 집안은 집안에 어려움이 닥쳐오면, 모든 것이 자기의 탓이라고 식구들이 발벗고 나선다. 불화하는 집안은 남을 탓하고 심지어 조상탓을 하기도 한다. 부부싸움 역시 마찬가지이다. 다툼이 자기에서 비롯된 것인데도 상대방의 잘못만 들추어내기 때문에 갈등이 증폭된다. 모름지기 상대방의 입장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생각해 보아야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탄생하자 일곱발을 내디디면서, 한 손으로는 하늘을 가리키고 또 다른 한 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면서, “天上天下唯我獨尊: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고 말했다. “하늘과 땅에 자기가 오로지 존귀하다”는 것이다.
이 말은 석가만이 존귀하다는 오만스런 말이 아니다. 그것은 천지만물이 자기가 존재하고 있음으로써, 꽃도 아름답고 태양도 빛나고 무지개도 찬란할 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가 없다면 삼라만상(森羅萬象)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사람자체가 하나의 우주로서 소중한 존재라는 것이다.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남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을 학대하고 모멸하는 사람이 어찌 남을 존경하고 따뜻하게 대할 수 있겠는가? 모든 것은 자기가 하기에 달려있는 것이다. 행복과 불행도 자기가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마음먹기에 따라 어두운 골방에서도 푸른 하늘을 볼 수 있게된다.
어떤 일을 실행하여 성공시키는가 여부는 나 자신의 실질적인 노력과 그것을 하려는 마음자세에 달려있다. 부단히 자신을 돌아보며 정진해 나갈 때, 보다 나은 미래가 펼쳐지게 마련이다.
어느덧 토끼띠인 계묘년(癸卯年)도 저물어 가고 있다. 이루지 못한 일이 있으면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용띠인 갑진년(甲辰年)을 맞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23.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