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시 시내버스 중단사태,
행정력의 무능함이 보여준 총체적 난국이다.
독점 업체만 믿었던 서산시의 늑장 대응의 결과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로 끝났다
충남 서산시의 시내버스가 멈추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2월 14일을 시작으로 수소 전기버스 13대를 제외한 모든 차량이 멈췄는데, 8일만인 22일 전체 62대의 차량(정비가 필요한 7대는 수리 후 운행)이 운행을 재개했다. 서산시엔 버스회사가 단 한 개로 ‘서령버스’가 독점하는데 돌연 운행을 중단한 사유가 가히 황당함을 넘어 어처구니가 없다. 그에 대한 사유가 종사자와 직원들의 퇴직금 1억 원을 체불함과 동시에 운송수익금을 압류당하여 경영난이 심각하다는 것이 업체 측의 주장이었으며 기름값이 없어 연료를 확보할 여력이 안 된다는 점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서령버스의 주장을 아무리 살피더라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우선 연료가 없다던 차고지 연료통엔 기름이 남아있었으며, 연료값을 낼 수 없다는 업체가 수소 전기버스 13대는 어떻게 운행할 수 있는가를 따져야 한다. 더불어 가장 중요한 쟁점은 지금까지 서산시가 서령버스에 100억 원에 가까운 보조금을 지급했음에도 버스 운행이 아닌 무슨 용도로 사용하여 경영 악화를 초래하였는지도 조목조목 따져봐야 한다. 다시 지적하면, 연료값이 없거나 운송수익금을 압류당하여 어렵다는 것은 업체가 스스로 방만 경영을 실토한 것인 만큼 대놓고 보조금을 더 달라는 꼴이다.
문제는 서령버스의 행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예전부터 운수종사자 임금 체불이 일상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슈가 터지면 확실하게 개선하는 것이 아닌 일회성에 그치는. 속된 표현으로 ‘땜질식’ 처방에만 몰두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이번에 발생한 운행중단 사태는 갑작스러운 일이 아닌 이미 예견된 사태였고,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이 쌓이고 쌓이다 한꺼번에 터진 결과다. 그렇다면 서산시는 상황이 여기까지 오도록 무엇을 하였는가. 오로지 운수업체의 책임으로만 전가하기엔 과정들이 절대로 단순하지 않으며, 100억 원에 가까운 시민 혈세를 퍼 주면서 최소한 목적에 맞게 사용하였는지 감시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를 물을 수밖에 없다. 최소한 대표이사가 지원금을 어떻게 쓰는지만 확인했더라도 여기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다.
아울러, 서산시 전체 노선의 표준운송원가 산정이 어떻게 책정되었길래 막대한 혈세가 넘어갔는지도 살펴야 한다. 연료비, 운영비, 운수종사자 및 관리직 인건비를 포함하더라도 산정되기 어려운 금액인데, 서령버스 관리직 인원이 지나치게 많은 것도 수상하지만 사업주와 임원들의 급여가 어떻게 1억이 넘는지 그 내막도 봐야 한다. 만에 하나 부정적인 요소가 단 하나라도 들어갔을 경우 보조금을 유용했거나, 법적으로 따지면 공금횡령에 해당하는 범죄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서령버스 사태는 독점 업체만의 잘못이 아닌, 서산시 교통행정력의 무능함이 어디까지 올라가는가를 끝까지 보여준 총체적 난국이자, 늑장 대응의 결과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이란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나마 서산시가 뒤늦게 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
이번 문제를 계기로 서령버스는 큰 혼란에 직면했다. 더군다나 노조도 세 개 단위기에 의견 통일도 어려운 지금 법원에서 지정한 제3자가 대신 기업을 관리하는 법정관리 체제를 한국노총 노조가 주장하는데, 이미 급여와 퇴직금 등 밀릴 대로 밀린 비용들을 제3자가 대신 관리한다고 해서 나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아니 지금의 경영진과 주주들로는 자체적으로 회생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버스들이 다시 제대로 움직일 방안은 서산시가 서령버스의 노선권 및 제반 시설(유형자산, 무형자산 포함)들을 전부 인수하여 직접 운영하는 ‘완전공영제’가 유일한 대책이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들을 외면한다면 시민들은 버스로 다시 고통을 겪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
이제는 시민들도 서령버스의 불법적인 행태와 서산시의 안일한 대응에 절대 가만있지 않는다. 특히 버스가 멈춘 8일 동안 피해를 겪은 시민들을 결집하여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하고 있기에 예전처럼 땜질식 처방이라던가 서령버스 강신욱 대표를 다시는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예전처럼 말로만 정상화하겠다는 거짓말을 반복한다면, 이는 제대로 운영할 능력이 없음을 만천하에 공포하는 셈인 만큼 경영이 어렵다면 노선 반납과 함께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 서산시 역시 버스를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의미에서 지금까지의 무능하며 안일했던 행정력을 반성하고,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완전공영제로 전환하기 위한 논의의 시작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이와 같은 지역 버스의 문제를 반복하도록 만든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사업자 지원법인 현행 법률은 재정지원을 통해서 공공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으리라는 가정하에 성립되었다. 하지만 사업자의 무능력은 오히려 버스사업을 지대추구 온상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권한은 쥐고 책임은 회피하는 국토부가 이 문제의 감춰진 원인이다.
공공교통네트워크 역시 지역의 독점 운수업체 잘못으로 시민들이 고통받는 상황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서산시 버스의 완전공영제가 실현되는 그 날까지 끝까지 연대하면서 논의를 이어갈 것이다. [끝]
2023년 12월 27일
공공교통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