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어떻게 배워야 하나?
백수의 깃발을 펄럭이는 철학자의 말씀이 기억난다.
평생을 살면서 동양에서는 논어, 서양에서는 성경을 꼭 한번 읽어야 한다고 -.
공자가 논의하고 답술한 말을 편집한 것이 논어가 아닌가! 유가의 성전이요. 사서의 하나로 중국 최초의 어록이다. 공자의 어록이 2500년이 지나도 하나의 진리로 과학이 발달할수록 더욱 참 가치를 느껴 동서양에서 손꼽히는 베스트셀러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
공자는 삼천명의 제자와 주유천하를 13년이나 하였다. 그 제자 중에서 겸허한 안연, 직정直情의 자로, 현명한 자공, 그 밖의 제자들의 각기 개성에 따른 상호간의 독려 등 모든 내용이 인생 경험의 깊은 영지의 결정結晶으로 음미할수록 가치있는 교훈들이다.
어언 사회교육에서 동양철학을 배워가는 게 3,4년을 맞는다. 따라서 논어 교재가 벌써 두 번째 채택되어 공부하고 있다. 고전을 배우면서 구절귀절 암기하며 적재적소에 사용하시는 사부님의 학습지도 방법을 접할 때면, 암기만이 고전에서 우선임을 느끼며 나 또한 외우기 시작한 것은 주역이 손잡이가 되어 주었다.
위편 3절(韋編3絶)이라고 공자님도 얼마나 읽었던지 주역이란 가죽끈으로 만든 책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고 한다. 어렵다. 수박겉핥기< 서과피지 西瓜皮舐> 로 강의를 들어도 뜬구름 잡는 격이라 겉만 핥다가 64괘를 전부 외우기로 한 것이 고전의 학습방법에 물고를 튼 셈이다.
주역의 상편은 32, 하편에 32 모두 64괘를 주야장천으로 암기하고 쓰는데 주력했다. 차를 운전할 때도 암송 메모지를 붙여 외우는데 혈안이 되었다. 좀처럼 고희가 넘어 정형화되고 둔한 뇌에 자극을 주며 자신감을 가져주는 것은 오직 암기 뿐이다.
수없이 한자로 쓰고 암기한다.
건곤둔몽 수송사비/ 소축리 태비 동인대유겸/ 예수보임 관서학비/박복우망 대축리 대과감리/ 함환 둔대장 진명의가인 규건 해손익 쾌구췌 /승곤정혁정 진간점/ 규매풍여손 태환절/중부소과 기제미제
언젠가 고전반에 간단한 파티가 열리고 여유시간이 있어 내가 나가서 닁큼 주역을 암송했더니 모두가 화들짝 놀란다. 당시는 한문으로 쓰지 못해도 g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명심보감의 권학문을 외우는데 학도병 노래 운율로 외웠다.
少年 易老 學難聲/ 一寸 光陰 不可輕/ 未覺 池塘 春草夢/ 階前 梧葉 已秋聲
암기에 신경쓰니 잡념이 사라진다.
워낙 암기에 자신이 없던 내가 주역과 명심보감 권학문을 좔좔 외우니 자신감이 솟구친다.
주자의 글을 열심히 암송한다. 뜻을 음미하며 외우니 더욱 확연하다.
물위 금일불학이면 유내일 勿胃 今日不學 有來日/ 물위 금년 불학이면 유내년 勿胃 今年不學 有來年/
일월서의(日月逝矣) 세불아연(歲不我延)/오호노의(嗚呼老矣) 시수지건(是誰之愆)
주자는 일렀다. 오늘 배우지 않고 내일이 있다고 말하지 말며 금년 배우지 않고 내년이 온다고 믿지 말라
해와 달은 가는데 세월은 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
오호 늙음이여! 이것은 누구의 허물인가?
암기하면 머리가 맑아진다. 노년에 녹쓴 두뇌가 씻겨 신선한 느낌이다.
이 여세를 몰아 꾸준히 암송을 하니 짧은 문장은 쉽게 외워진다.
水深可知 人心難知 물의 깊이는 알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알기 어렵다.
첩첩히 암송이 쌓이면서 자신감이 펄럭인다. 예전 글 읽는 소리가 바로 이런 암송이리라.
부지런히 논어 學而편 16편을 외우기로 작정을 했지만 아직 6편만 겨우 외울 뿐이다.
1)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人不知 而不慍 不亦君子乎/
2)有子 曰 基爲人也 孝弟 而好犯上者는 鮮矣/ 不好犯上 而好作亂者 未之有也
君子務本 本立而道生 孝悌也者 基爲仁之本與
3)子曰 巧言令色 鮮矣仁
4)曾子曰 吾日三省吾身 爲人謀而 불충호/與朋友交而 불신호/ 傳不習乎
5)子曰道千乘之國 敬事之信 / 節用而愛人/ 使民以時
6)子曰 弟子 입즉효 출즉제 謹而信 汎愛衆 而親仁 行餘餘力 則以學文
논어를 두 번째 교재로 채택되었다.
같은 것을 두 번 배우면 호기심이 사라지고 권태로운 법이나 논어는 몇 번을 배워도 새롭다.
유붕 自願方來하니 불역열호를 새로 배우니
有朋 自/ 遠方來/로 읽으라니 또한 새롭다.
멀리서 친구가 찾아오니 기쁘지 아니한가의 뜻 또한 새로배우니 예전에 논어나 맹자 같은 고전을 다시 접하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로 해석하니 또한 새롭다.
고전은 하루만 외면해도 전체 암기가 막막해 매일 외우고 써야 한다.
잡념이 사라지고 자꾸 쓰니 필력도 좋아진다. 무엇보다 암기하니 그 뜻 또한 이해가 빠르다.
평범한 학습방법을 나 혼자 새롭다고 하는게 아닌가도 생각한다.
또 다른 문장이 명심보감이란 창고에서 빛나고 있다.
가약빈(家若貧) 불가인빈지(不可因貧之) 폐학(廢學) 가약부(家若富)불가시부(不可恃富) 태학(怠學)
가난하다도 학문을 폐기하며 부자라고 믿고 배움을 게을리 하면 안된다.
빈약권학(貧若勸學)이면 가이입신(可以立身)하고 부약권학이면 명내광영이로다.
아무리 몰라도 읽고 또 읽으면 뜻이 절로 통한다는 옛말도 실제 경험한 고전배우기는 봄날처럼 더욱 싱그러워질 것이리라. (끝)
첫댓글 德田! 이 글에 나오는 論語, 明心寶鑑... 이제는 나에게 암기는 힘들 것 같소이다.
印度가 IT산업 강국이 된 것이 초등학교 때 십구십구(19x19)단을 암기 시켰다는 결과라 하지 않는가.
우리도 고학년이 되면서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왕이름. 화학원소. 수학 단위 등 많은 것을 암기 했는데...
ㅎㅎ막상외워보니 나이들어도 가능함을실제경험했네
좀늦을뿐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