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010년 제주도 4풀대회를 참가 신청만 해놓고선 이것 저것 바쁜 일정때문에 참가를 못해서 무지 아쉬워 했었는데
올해는 벼르고 별러서 김영한 회장님과 일찌감치 신청을하고 참가비 일체를 미리입금시키고 항공표까지 미리 예약을 해버렸다. 또 여차 여차해서 참가 못할 일이 생길지 몰라서...
신혼 여행을 제주도로 다녀온뒤 20년만에 가보는 제주도. 오랜만에 가보는 신비의 섬이라 떨뜬 마음이 반, 4일간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을까 하는 근심 걱정이 반.
12/1 오후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서는데 어머니께서 오랜만에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는 아들에게 돈 10만원을 꼭 쥐어주신다. 신혼여행후 처음 가는 제주도라고... 감회가 새롭다.
직장 사무실에 들러 청주 공항까지 가는 지도를 출력한후 김영한 회장님댁에 들러 둘이서 청주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 도착하니 대회에 참가하려고 나온분들이 여러분이 있다. 특히나 나중에 대회에서 진가를 발휘해서 알게된 평택에서 오신 박상호님.
출발 비행기는 6시. 조금 기다리다 보니 조창훈 전마협부회장님, 장영기 회장님, 모두가 일행이 되었다. 비행기는 30분 연착이되어 6시30분에 이륙하여 7시 30분에 제주도에 도착했다. 우리는 첫날 저녁의 숙소를 마땅히 정해놓지 않아 조창훈 부회장님과 함께 전마협 직원분들이 묵고있는 제주종합운동장앞 OK모텔에 숙소를 정하고 바람도 쒤겸 회장님과 둘이서 근처에 있는 용두암을 찾았다. 우리회장님은 2009년대회때 참가를 했어서 제주도 지리를 많이 알고 계시는것 같았다. 둘이서 걷다가 보니 꾀나 먼거리였다. 원님 덕에 나발 분다고 우리 회장님 덕에 용두암 구경은 잘했는데 한편으로는 내일 첫 대회부터 지장은 오지않을까 속으로는 내심 걱정도 되었다.
12/2 긴장된 마음에 아침일찍 눈을 떴다. 아침 7시 숙소옆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모든 짐을 짊어지고 바로앞에 있는 운동장으로 향했다. 운동장 라커룸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달림이들이 많이들 모여있다. 본부석에서 배번을 부여받고 4일간 나의 간식이 되어줄 파워젤을 구입한후 버스안에서 옷을 갈아입고 운동장 안으로 향했다. 운동장에서 간단히 몸을 푼후 전마협회장님의 인사말에 이어 9시 운동장을 출발. 서제주 차귀도 근처에 위치한 한경까지 42.195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첫대회라 무리하지않고 달리려고 애를 써 보지만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내 두발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제주가 삼다(三多)라 했는데 돌과 바람은 많다는게 확실히 느꼈는데 여자는 귀한것 같았다. 해안도로라서 그런지 달리는 코스가 오르막, 내리막이 장난이 아니다. 여유있게 달리면서 구경도 해가면서 달려야 하는데 그럴 여유가 안생긴다. 앞만보고 달린다. 4일간 완주 할 수 있을까? 오버하지말자, 머리속은 온통 완주 생각뿐이다. 고개를 넘고 넘어 수없이 넘고나니 1코스 피니쉬라인이 저앞에 보인다. 우리 회장님이 먼저 들어와 기다리고 있다. 통과시간 3:22:54
조금 더 빨리 들어올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보다는 내일을 위해서라는 안도감이 더 든다. 비바람이 몰아친다. 제주 날씨는 항상 비바람이란다. 1년 365일 해를 볼 수있는 날이 2개월밖에 안된단다. 점심으로 제공하는 떡국 한그릇을 해치운 후 다른 주자들이 들어오기전 우리는 근처 농협에서 운영하는 목욕탕에 들러 가볍게 샤워를한 후 셔틀버스에 몸을 싣고 사조콘도 숙소로 향했다. 저녁에는 내일을 위에 전신맛사지(체고알바학생들)로 몸을풀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대회에 참가한 선수들 중에는 내가 가장 신출내기다. 같은 방을 배정받은 룸메이트들의 전적도 화려하다. 풀코스 300회, 380회 완주자에다가 64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서브-3주자들까지.... 기가 팍팍죽는다.
12/3 두번째 코스는 어제 골인한 지점에서 서귀포 월드컵경기장까지다. 모두들 제일 힘든 코스란다. 9시 어제 도착한 한경119앞을 출발하여 차귀도를 지나 모슬포항, 중문관광단지를 지나 서귀포시다. 달리는 중 옆길로 빠져나가 관광도 좀 했으면 좋으련만 다음에 시간내서 1주일정도 자전거로 한바퀴 돌아보자고 맘에 되새기며 한 오름, 한 오름을 넘어 보지만 오르막이 어제 코스와는 비교가 되지않는다. 오르막이 끝나면 내리막이 나타나야 하는데 다시 오르막이 이어지지니 사람 환장할 노릇이다. 서귀포시 피니시라인 3:31:41 통과 하고나니 비바람이 엄청 몰아친다.
우리 김영한 회장님은 3:17:19로 2위 입상했다. 대회를 마친후 숙소로 돌아와 사조콘도 아래에 있는 대명콘도 찜질방으로 씻으러 갔다. 돌아오는길은 약 3Km정도를 걸어서 올라오는데 해변가라 너무나 시원하고 공기가 맑아서 우리 문경의 공기하고는 또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녁에는 우리 김영한 회장님이 부상으로 받은 귤을 룸메이트들과 같이 나눠 먹으며 전신 맛사지와 마라톤의 화려한 경험 이야기들을 들으며 보냈다.
12/4 세번째 코스는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표선해수욕장을 지나 성산일출봉 못미처 성산 찜질방 앞 까지.
어제 입고 뛰었던 런닝팬티를 셔틀버스에 벗어두고와 오늘 입고 달릴옷을 아침까지 고민하다가 스켈리도 긴타이즈로 골라입고 대회장으로 출발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서 제주도마라톤클럽들이 많이 참가했다. 오늘도 무사히 완주만 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램으로 9시 운동장앞을 출발했지만 20Km를 지나면서 양쪽 넙적다리가 뭉쳐지는 느낌이 들면서 다리를 오르내리기가 힘에 버겁다. 올초(2월) 연속2풀은 뛰어봤지만 연속 3풀은 오늘이 처음이다. 오늘코스도 장난이 아니다. 어제부터 이어지는 전체 코스가 문경새재고갯길보다 가파른 고개를 수십개 넘는 정도의 코스다. 피니쉬라인에 도착하니 3:33:12 .
너무 힘들다. 점심으로 제공되는 떡국먹을 힘도 없다. 한참을 인도에 주저앉아 물만 마시다가 옷을 갈아입고 먹는둥 마는둥 떡국한그릇을 하고 피니쉬라인 앞에있는 찜질방으로 씻으러갔다. 이건 찜질방도 목욕탕도아닌 미니목욕탕이다. 대충 샤워만하고 셔틀버스로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에는 참가자들의 전체 간담회가 숙소 연회장에서 있다고 한다. 오후 4시경 제주공항에 근무하는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올초 서울에서 만난후 한참만에 만나는 고향 친구다. 어제 전화를 했더니 오늘 퇴근후 얼굴 한번 본다고 데리러 왔다. 김영한 회장님과 같이 따라 나갔다. 마침 또다른 고향친구가 제주도에 몇개월째 출장 나와있어서 같이 모였다.
제주 똥돼지 오겹살에 쇠주한잔으로 저녁을 떼우고, 내일 마지막 대회가 걱정이되어 친구들을 멀리하고 회장님과 둘이서 먼저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에 간담회 자리에서 3풀 기록결과가 나왔단다. 우리 김영한 회장님이 종합 2위, 내가 6위란다. 10위까지가 입상이라는데. 아아! 내일 하루만 마지막 최선을 다해보자. 모두들 내일 마지막 날이 기록이 제일 잘 나온다는데. 코스도 좋다고...
12/5 네번째 코스는 서제주 표선면에서 출발하여 숙소인 북제주 사조콘도에서 골인이다.
오늘은 오전 7시30분 출발이다. 새벽 4시50분에 일어나서 5시에 아침식사를 마치고 6시 10분 셔틀버스로 출발지로 떠났다. 출발지 주유소 앞에서 간단하게 몸을 푼후 4풀의 마지막 기적을 위하여 출발. 3풀결과 7위와의 시간격차는 10분정도 앞서있다. 오늘은 3시간 20분대를 목표로삼고 2위그룹 후미에 붙었다. 15Km 근처를 통과하니 힘이 빠질대로 빠졌다. 지금 페이스대로라면 3시간 14-5분대. 그런데 오늘 코스도 평탄치는 않다. 한 오름 오르면 다시 이어지는 한 오름.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다. 20Km를 지나니 Km당 5분페이스가 넘어간다. 30Km 지점. 물을마시는 순간 종합 7위를 달렸던 주자가 내 앞을 통과한다. 뒤를 돌아보니 종합 8위를 달리던 주자도 따라붙었다. 아이쿠! 정신이 버쩍든다. 7위였던 주자뒤를 바짝 따라 붙었다. 그 주자도 나를 의식한것같다. 더 빨리 달아난다. 앞 주자를 따라간다기 보다는 뒤에 따라오는 8위 주자에 잡히지않기 위해 사력을 다해 오르막을 치고 올랐다. 앞주자와 거리가 조금씩 더 벌어진다. 약 3km 정도를 달린후 뒤를 돌아보니 뒷주자는 보이지 않는다. 오르막 35km 지점가까이 가니 우리 회장님이 걷고있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어디가 고장난것 같다. 오늘만 잘뛰면 2위입상은 굳혀진것인데. 무슨일일까 걱정이된다. 35km지점 급수대에서 만났다. 속이 거북해서 주유소 화장실을 다녀왔단다. 엊저녁 같이나가 먹은 그놈의 제주도 똥돼지가 문제를 일으킨 모양이란다. 속으로 억수로 미안스럽다. 나보고 앞주자 놓치지 말고 2Km 안쪽만 유지하면서 붙으라며 내앞에서 끌어준다. 앞주자와의 거리는 400m정도. 게속 따라붙었다. 40Km지점. 회장님은 걸으면서 나한데 쭉~ 치고 나가란다. 앞주자와 거리를 좁히기 위하여 연이어지는 오르막을 죽을힘을 다해 올랐다. 오르막에서 거리를 좁히면 내리막에서 거리가 벌어진다. 그나마 돈달산을 뛰었던게 오르막을 오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것같다. 마지막 남은 1km. 다리가 후들거려 트위스트를 치는 느낌으로 골인지점을 통과하니 3:31:13. 아!아! 4풀을 완주했구나 하는 안도감도 만끽하기도 전에 앞에 들어온 현대상호중공업팀의 사무국장이라는 분이 본인은 회장님을 앞에 정중히 모시고 들어왔는데 나한테 회장님 어디다 혼자 버려두고 왔냐고 우스개소리로 막 나무란다. 그 순간 우리 회장님도 골인했다.
종합순위 우리 김영한회장님 5위, 시간 차이는 많이 나지만 내가 뜻밖에 6위를... 멀리 비행기 타고 제주도까지 날아가 팔자에없는 입상도 해보고....ㅎㅎ
조창훈 전마협 부회장님께서 문경에서 회장, 사무국장이 제주도까지와서 싹슬이 해갔다고 마이크로 멘트를 날리는 바람에 모두들 부러운 눈치였는데 우리 문경마라톤클럽이 대외 홍보가 좀 되었는가 모르겠다.
돌아오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제주 공항을 이륙하는 순간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제주섬이 왜 그리 이쁘게 보이던지, 공항에 근무하는 친구는 빨리근무 기간이 끝나고 제주를 벗어나고 싶다고 한던데 나는 왠지 다시 찾아보고싶은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내년 2012년에도 시간과 몸이 허락한다면 우리회원님들 모두들 모시고 다시한번 그 장소를 꼭 달리고 싶다.
첫댓글 이걸 읽고 뭐라고 댓글을 달아야 할까?
형님! 내년에 군사 이끌고 꼭 한번 같이 갑시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