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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 능선길(詩山會 제147회 산행)
산 : 수락산(640 미터)
코스 : 수락산역 3번 출구-만남의 공원-능선-철모바위-정상(하산은 정상에서 결정)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0년 11월 20일(토) 10시
모이는 곳 : 전철 7호선 수락산역 3번 출구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과일, 카메라(하산 후 뒤풀이)
연락 : 이재웅(010-3454-7717)
블로그 : 사진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blog.daum.net/yc012175
카페 cafe.daum.net/K-20
1.시를 통한 시론
제대로 된 혁명 -D.H. 로런스(1885∼1930)
혁명을 하려면 웃고 즐기며 하라
소름 끼치도록 심각하게는 하지 마라
너무 진지하게도 하지 마라
그저 재미로 하라
사람들을 미워하기 때문에는 혁명에 가담하지 마라
그저 원수들의 눈에 침이라도 한번 뱉기 위해서 하라
돈을 좇는 혁명은 하지 말고
돈을 깡그리 비웃는 혁명을 하라
획일을 추구하는 혁명은 하지 마라
혁명은 우리 산술적 평균을 깨는 결단이어야 한다.
사과 실린 수레를 뒤집고 사과가 어느 방향으로
굴러가는가를 보는 일이란 얼마나 가소로운가?
노동자 계급을 위한 혁명도 하지 마라
우리 모두가 자력으로 괜찮은 귀족이 되는 그런 혁명을 하라
즐겁게 도망치는 당나귀들처럼 뒷발질이나 한번 하라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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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속의 당나귀를 혁명가로 모시자. 적어도 당나귀는 돈과 획일을 좇거나, 스스로 어떤 계급을 위해 희생을 하고 있다는 식의 거룩한 포즈에 취해 있지는 않으니까. 사과 수레를 뒤집고 달아날 법한 당나귀의 저 힘찬 뒷발질을 배워두기로 하자. 즐겁고 행복해야 할 삶이 짓눌리지 않도록. <손택수·시인>
좌우익을 떠나 혁명은 항상 즐거워야 한다고 시인은 노래를 부르고 있다. 시인이 누군가! 그 유명한 ‘차탈레이 부인의 사랑’을 썼던 소설가이며 시인이다. 좌우익은 프랑스 혁명에서 처음 나왔던 용어다. 세상은 좌우의 날개로 난다. 우리는 젊은 날 혁명을 꿈꿨으며 결국은 조금 이루었다. 그러나 아직 많이 남았다. 언젠가는 우리들의 시대를 올 것을 바라며 우리는 지금도 혁명을 꿈꾼다. 모두가 만족하고 즐거워야 할 혁명이 왜곡되면 피가 튀고 피는 더 많은 피를 부른다. 12인의 가족이 한 날에 죽어야 했던 10월의 고향을 다녀오면서 생각나서 올린다. 지리산 종주 산행 때 불렀던 이기철 시인의 시 ‘지리산’과 ‘이념이라는 추상’도 생각나고 이원규 시인의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도 생각난다. 하여 나도 오늘만큼은 앞으로 남아 있는 삶의 혁명을 꿈꾼다.
<도봉별곡>
2.산행기
북한산 둘레길 산행기 / 김정남
2010. 11. 7. 일. 맑음.
참석 : 김정남, 임용복(부부), 이원무, 최근호, 이경식, 이재웅, 정해황, 한천옥(9인)
아침에 일어나니 하늘은 흐리지만 기온은 등산을 하기에는 쾌적한 날씨다. 아침을 먹으면서 밖을 보니 창문 높이의 은행나무가 노랗게 단풍의 절정을 이루고 있다. 집 옆의 중랑천은 한가롭고 조용하게 흐르고 새벽 낚시꾼들이 눈에 띈다. 이른 새벽부터 낚시라...... 어떤 사람들일까......
먹을 것을 싸주며 조심해서 다녀오되 술은 많이 마시지 마라는 마나님의 걱정스런 잔소리(?)를 뒤로 하고 집을 나선다. 어제 홍어는 냄새가 심하니 사지 말고 문어를 아침에 하나로 마트에 들러 사가라고 하며 마트에 함께 간 김에 생굴을 사고 보지 못한 막걸리를 한 병 사준다. 가는 길에 시간이 넉넉하기에 하나로 마트에 들려 문어와 막걸리를 한 병 더 샀다. 10분 전에 도착하니 반가운 산우들의 얼굴이 보인다. 언제 보아도 반갑다. 나이 들어 노닥거릴 친구가 여섯 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는데 우리는 스물 하고도 다섯이나 되니 여생은 심심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산다. 임용복 산우의 지론이기도 하다. 골프는 한 라운딩에 12시간이 소요되고 돈이 많이 드는데, 소요시간이 짧고 금전부담이 적은 산행보다 더 좋은 취미가 어디 있겠는가? 나는 젊은 시절 야구와 테니스, 골프 등으로 어깨를 혹사하여 오른쪽 어깨를 수술했는데 왼쪽 어깨마저 아파 어깨가 돌아가지 않으니 서운하지만 골프는 이제 영원히 안녕이다. 장타에 목숨 걸 일이 있다고 드라이버 헤드를 네 개나 깨뜨릴 만큼 세게 후려 팼던 것이 어깨 고장의 큰 원인 중의 하나다. 에효, 답답하기는! 이래서 인생사 세옹지마고, 모든 사물과 이치에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는 거 아니겠는가. 역설적인 얘기다.
10시 정각. 출발이다. 이재웅 회장이 나눠준 지도에 따라 1157번 버스를 타고 국민대 앞으로 오는 중 ‘호랑이가 없으니 여우가 왕 노릇을 한다’고 평소 말이 없는 이원무 산우가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대학은 국민대, 서울에서 제일 좋은 대학은 서울대, 우리나라(코리아)에서 가장 좋은 대학은 고려대, 전남에서 가장 좋은 대학은 전남대, 광주에서 가장 좋은 고등학교는 광주고등학교라며 만담(?)을 한다. 국민대 앞에서 내려 형제봉 탐방안내센터에서 오늘의 일정을 이경식 산우가 브리핑을 한다. 오늘의 둘레길 코스는 명상길 - 솔샘길 - 흰구름길 구간이다.
쉬운 오르막을 오르며 이 회장님과 이경식 문장관이 오늘의 산행기를 누가 쓸 것인가를 얘기하기에 자진하여 내가 쓴다고 했다. 그들의 얼굴이 밝아진다. 글을 쓰는 것은 즐거운 일인데 시간을 빼앗긴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님 귀찮아서일까? 어쨌든 오랜만에 내가 쓴다. 임용복 산우는 나더러 자기 마나님과 같이 가자며 팔을 잡아끈다. 오대산 소금강 산행 때 깎인 점수를 만회할 좋은 기회라는 뜻일 거다. 그때 자존심이 상한 나로서는 그만하면 많이 참은 거다. 난 뒷담화를 싫어하는 편이라 먼저 시작한 그가 재발방지 차원에서 산우들 앞에서 사과를 해야 한다. 그리고 풀면 된다.
대체로 쓸데없는 말이 없는 편인 산우들은 조용히 산을 오른다. 노랗거나 빨간 북한산 둘레길 단풍은 절정이고 공기는 맑다. 바람이 불지 않는 날씨는 등산하기에 최적의 상태다. 오늘이 지나가면 다음 주에는 이런 절정의 단풍을 볼 수 없으리라. 우리도 나무들도 붉은 단풍을 내려놓고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 부드러운 흙길에 군데군데 전망대가 있어 서울의 전경을 볼 수 있는 등산로가 시내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서울 시민은 복을 받은 사람들이다.
명상길이 끝나갈 무렵 팔각정이 보인다. 가까이 가보니 아직 페인트가 마르지 않아서 테이프가 둘러쳐 있다. 우리는 점잖게 테이프 컷팅을 하고 깔개를 하고 앉아 잠시 막걸리로 목을 축이자 했는데 너도나도 음식을 주섬주섬 꺼낸다. 진수성찬이 마련되고 점심이 된다. 점심을 먹으면서 고담준론이 계속된다. 평소 조용하던 최근호 산우나 이원무 산우 등 자신의 전공과 관련한 화제나 시론(時論) 등이 자유롭게 나오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계속된다. 건축관계 기술사인 최근호 산우의 미적분에 관한 얘기는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귀한 지식이다. 돌아가면서 자유수럽게 말하는 그들의 깊은 지식이나 인생에 관한 얘기 등을 들으면서 생각하니 여태까지의 분위기와 다르다. 그렇다. 화제는 혼자 독점해서는 안 된다. 그런 분위기에 맞춰 마시다보니 막걸리가 바닥이 났는데 막걸리는 4병이지만 아쉽지 않게 마셨다. 2인 1병이 맞는 기준인 것 같다. 갈수록 산우들의 주량이 줄어드는 것은 나이가 들어가는 탓일까? 뒤풀이를 할 곳을 정하는데 조용하게 결정한다. 미락이다. 4.19 묘역 근처의 한정식집이다.
시 낭송의 시간.
오늘의 기자는 난데 시 낭송을 임 산우의 어부인께 부탁을 했더니 소금강 산행 때 거절을 한 것과는 다르게 순순히 낭송을 한다. 역시 낭송은 목소리가 깨끗한 여자가 해야 맛이 난다. 김종화 산우에게 동반시를 부탁했는데 지리산 종주 산행의 여독으로 시간이 없어 내가 급히 선정한 시다. 낭낭한 목소리로 조용한 목소리로 읊는데 귀가 즐겁다.
동반시를 올린다.
희망가 / 문병란 (시인, 1935-)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 맛 향기를 지닌다.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길 멈추지 말라.
인생항로
파도는 높고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한 고비 지나면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
배불리 먹고 마시고 정릉 탐방센터를 향하여 천천히 걸어간다. 정릉 탐방센터부터 빨래골 탐방센터까지는 버스길과 주택가를 통하는 길이다. 언젠가는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숲향이 가득한 산길을 개발해주리라 믿는다. 약 10분을 걸어 빨래골 탐방센터에 들어서니 거기서부터는 부드러운 흙길이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가면서 조용히 얘기를 하고 가는데 이런 것을 산중한담(山中閑談)이라고 한다. 법정 스님의 책 제목이기도 한다. 선방(禪房)이 있는 화계사에 들어서니 행사 중인지 현수막이 요란하게 걸려있다. 불교계가 시끄럽다더니 이곳에도 여파가 미치는가 싶다.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과 이곳의 주지가 총무원의 행동이 마땅치 않다고 했다던가...... 이곳은 선원이 있고 서울의 절 중에서 학승이 가장 많은 곳인데 그들도 동참하는가 싶다. 불교계도 개혁의 큰 흐름을 비껴가지 못하겠지. 그런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화계사에는 추색이 완연하다. 마지막 코스인 흰구름길을 들어서려는데 임 수석의 어부인께서 다리가 아픈지, 배가 고픈지, 먼저 집에 가겠으니 우리들만 마지막 코스를 가라신다. 그러나 우리가 누군가. 의리로 맺어진 시산회 아닌가. 여자를 혼자 두고 갈 우리가 아니다. 산행을 중단하고 한정식집으로 뒤풀이를 하러 가기로 정하고 그곳으로 향한다.
도착해서 음식을 시키는데 마침 해물파전이 없다. 모두 한정식으로 통일하고 화기애애하게 식사를 한다. 마침 이경식 산우가 장인상 때 도와줘서 고맙다는 답례로 비용을 부담했다. 더 많이 왔을 때 자기가 싶다 했으나 그냥 하자는 의견이 있어 고맙다는 건배를 했다. 다음 산행지에 대해 많은 의견이 있었으나 정하지 못하고 집행부에 위임했다. 추색이 완연한, 깊어가는 가을에 우애를 깊게 하고 산과 구름과 바람과 시가 있어 즐거운 하루였다.
집으로 오는 길에 주변의 길을 보니 벚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의 단풍이 절정이다. 깊어가는 가을에 바람과 비가 심술을 부려 더 이상 견디지 못한 낙엽들이 길가에 많이 떨어져 있다. 우리의 가을은 길지 않은데 조용히 지나가면 우리도 마음 것 추색을 즐기고 낙엽이 서서히 물들어 가고 서서히 잎이 떨어지는 것을 오래 볼 수 있을 텐데 다가오는 추운 겨울이 뭐 그리 반가운지 삭막한 겨울을 맞이하느라 하늘은 가을비도 뿌리고 가을바람도 불게 하는 가보다. 이것도 자연의 한 조각이려니......
또 한 해가 저물어간다. “러닝 머신에 매달리지 마라, 인생은 즐기기에도 너무 짧다”고 한 사람들이 많다. 골프 투어 시즌 중에도 포도주와 시거, 연애를 즐기는 세계적인 프로 골퍼가 있는데 그도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이제 은퇴하고 조용히 인생을 관조하며 즐기려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그러나 물은 흘러야 썩지 않고 물건은 놔두면 녹이 슬거나 곰팡이가 핀다.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 중에 이런 구절을 생각해본다. 벌교 꼬막은 한여름 태풍이 쓸고 가면서 바다 속을 확 뒤집어야 수확이 많아지고 쫄깃쫄깃하게 맛이 든다 했던가. 우리는 변화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싫어하는 대통령 이명박의 4대강 사업의 보 같은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생각해보자. 보를 막으면 물길의 흐름이 느려지고 물이 썩을 수 있다. 20년 이상이 남은 우리들의 여생은 변화를 두려워하면 분명히 길고 지루할 수 있다. 하여 나는 인생을 한 번 더 흔들고 쫀득쫀득 살련다. 깊어가는 가을밤에 마오쩌뚱의 대란대치(大亂大治)를 생각해본다. 인생 한 번 살지 두 번 사나? 아니, 한 번 죽지 두 번 죽나? 내 삶은 내가 살아야지. 남의 밑에 살기 싫었던, 변화와 혁명을 일상적으로 꿈꾸었던 젊은 날로 되돌아가자.
2010년 11월 15일 김정남 씀
3.산행지
다음 산행지를 집행부에 위임했으니 원행이지만 버스를 타고 명성산으로 억새 산행을 갈까하고 고심하던 중 이 회장님께서 간 지 오래 됐다고 수락산을 가잔다. 회장님의 고견이니 이경식 산우와 상의했고 모두 이의가 없다. 처음에는 당고개역에서 시작하는 완만한 코스로 가자고 하더니 수락산역 3번 출구에서 모이자고 알렸으니 더 완만한 코스를 생각하고 알린 것 같다. 수락산은 자주 간 곳이니 더 설명이 필요 없겠다. 수락산에는 탱크바위, 배낭바위, 치마바위, 하강바위, 코끼리바위, 철모바위, 기차바위, 마당바위 등 비슷한 형상으로 이름을 붙인 바위가 많은데 내 생각으로 배낭바위 외는 별로 닮은 것 같지 않다. 임 수석이 싫어하는 깔딱고개를 피했으니 마나님을 모시고 오시라. 하산은 당고개, 장암역, 오리찜이 있는 청학동, 먹을거리가 풍부한 원점회귀 코스가 있다. 올해는 태풍이 세 번 불어 바다 속을 뒤집어 굴의 생산량이 풍부하고 제철이라니 산에서 먹는 생굴이 맛있을 거다. 가볍고 먹으며 시 낭송하고 내려와 즐거운 뒤풀이를 하면서 깊어가는 시름을 덜고 떠나가는 가을을 만끽하자.
12월 21일부터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경춘선이 없어지고 상봉역에서 출발하는 전철이 개통된다. 춘천까지 30분 이상이 적게 걸리고 요금도 반 값 이하가 된다니 산꾼들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가평이나 춘천 쪽에 좋은 산이 많기 때문이다. 1년에 먼 거리 산행을 여섯 번만 해야 하는 우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가평 쪽에는 가지 못한 좋은 산들이 많다. 내년에는 기대해도 좋다.
뒤풀이 때 일부 결정사항이 있어 미리 알린다. 이의가 있으면 다음 산행 때 의견을 말하면 된다. 12월 첫째 산행은 눈꽃 산행으로 덕유산 능선 산행을 하기로 했다. 선자령은 눈이 많아야 하니 내년 초로 미룬다. 케이블카를 타고 반대로 내려오는 산행이다. 이원무 산우가 적극 추천하고 모두가 동의했다. 그곳의 눈꽃 산행 때 상고대에 맺힌 눈꽃은 멋있기보다 경이로움이라고 표현해야 할 만큼 멋있었음을 모두가 기억하고 있다. 수백 년 된 구상나무 아래서 찍은 사진도 있다. 년 말 12월 18일(토) 납회 산행은 서울의 성곽길을 돌고 해인에서 뒤풀이를 하기로 했다. 그 사이에 갈 산행으로 전철로 갈 수 있는 천안의 부근에 태조산이 있다는데 누구 아는 산우 없소?
4.동반시
동반시를 계절과 관계있는 시로 정한다. 복효근 시인의 시인지, 말인지 기억이 가물거리나 ‘사랑, 그 지독한 거짓말’이 생각난다. 정호승 시인의 시도 보이나 다음으로 미룬다. 나무를 의인화한 서정시다. 어려운 듯하지만 여러 번 읽어보면 결코 어려운 시가 아니다. 바람이 불고 늦가을 비가 내리니 길에는 온통 낙엽이 뒹군다. 그리고 우리의 가을은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가을 잎사귀 / 복효근
귀, 잎사귀라 했거니
봄 새벽부터 가을 늦은 저녁 까지를
선 채로 귀를 열고 들어왔나니
비바람에 귀싸대기 얻어터져가며 세상의 소리 소문
다 들어 왔나니 그리하여 저 귀는
바야흐로 제 몸을 심지 삼아 불 밝힌 관음의 귀는 아닐까
이 가을날 물드는 나무 아래 서면
발자국소리 하나 관절 꺾는 소리 하나도 조신하여라
하나도 둘도 몇 십도 몇 백도 아닌
저 수천수만의 귀들이 경청하는 이 지상의 한때
그러니 가을 나무 아래서는
아직도 상기 피빛으로 남은 그리움이랑
발설하지도 안한 채 깊이 묻은 억울한 옛 사랑이랑
죄다 일러 바쳐도 좋겠다
이윽고 다 듣고는 한잎한잎 제 귀를 내려놓는 나무 아래서
끝끝내 말하지 못한 심중의 한 마디까지 다 들켜 놓고는
이제 나도
말로써 하는 지상의 언어를 다 여의고
묵묵하게 또 한 세상 기다리는 나무로 돌아가도 좋겠다
2010년 11월 15일
詩를 사랑하는 山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