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지의 나무진료 시대]
최근 기후변화 문제로 태풍, 폭우, 폭염과 같은 기후 재난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결함이 없이 건강한 나무는 뿌리를 넓고 깊게 뻗어 비바람에도 견디는 힘이 있지만, 결함 요소가 있는 수목의 경우 작은 외부 자극에도 부러지거나 쓰러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공동주택은 많은 입주민들이 거주하고 이동하는 곳이기에 미리 안전사고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 앞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재난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위험성 수목에 대한 사전 진단으로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 고사지, 부후, 병해충 등 다양한 수목의 결함요소 중에서 위험성과 관련이 깊은 몇 가지 사례와 관리방안을 제시한다.
잘못된 가지치기로 인한 부후(왼쪽), 분지점 부근의 결함
◇지상부 결함
줄기와 가지가 해충의 피해를 입는 부후(腐朽)는 수목의 위험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다. 상처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데, 잘못된 가지치기로 인해 부후로 진전되는 사례가 많다. 잘못된 가지치기는 유합조직(식물체에 상처가 났을 때 생기는 조직)이 형성되는 것을 막아 줄기 부후를 가중시키므로 올바른 가지치기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목 줄기 분지점 부근의 상처는 가지의 부러짐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요소다. 동일한 세력의 줄기는 가지와 원줄기의 깃이 중첩되지 않아 연결 부위의 부후 저항력을 약화시킬 수 있어 구조 전정이 필요하다. 굵은 가지가 제거돼 수형이 미관상 불량해질 경우, 굵은 가지 제거 대신 수관부의 엽량을 조절해 하중을 낮추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수고가 높거나 기울기가 심할 경우, 결함 요소가 많은 수목은 정상적인 수목에 비해 위험도도 매우 높아지기 때문에 종합적인 진단을 통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뿌리조임
◇뿌리부 결함
수목의 뿌리 발달이 불량하면 줄기가 쓰러지는 도복(倒伏)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뿌리부의 결함은 일반적으로 수목의 생육공간이 충분하지 않을 때 복합적으로 발생하는데, 종종 공동주택 내 식재된 수목에서도 볼 수 있다.
뿌리가 뻗을 공간이 없는 경우 줄기 주위를 감싸며 자라는 뿌리조임 현상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잔뿌리가 돌지만, 심해지면 굵은 뿌리가 줄기를 옥죄게 돼 물과 양분의 이동을 방해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식재 공간을 넓히고, 답압 피해를 막기 위한 트렌치 등의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수목의 뿌리 중 물과 양분을 흡수하는 세근은 토층 10~20㎝ 내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줄기 위로 흙을 쌓는 복토는 뿌리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
지제부 자실체
가장 위험한 결함 요소는 자실체다. 지제부에 아까시재목버섯, 말굽버섯 등의 자실체가 육안으로 확인되면 그 나무는 도복될 위험성이 높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회화나무 녹병 피해(줄기에 발생한 혹)
◇병해충으로 인한 결함
아파트의 정원수로 많이 식재되는 회화나무의 줄기나 가지에 혹이 있는 증상이 관찰된다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는 회화나무 녹병에 감염된 징표인데, 가지와 줄기에 길쭉한 혹을 만들기 때문에 ‘혹병’이라고도 부른다. 혹이 생긴 나무는 생육이 불량해지며, 부후가 진전되어 가지와 줄기가 부러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수목의 녹병은 기주교대를 통해 생활사를 완성해 중간기주를 제거하는 방제 방법을 선택한다. 회화나무 녹병의 병원균은 중간기주로 이동하지 않고 회화나무에서만 기생하는 동종기생균이라는 특징이 있다. 혹이 생긴 부위는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사전에 위험 요소를 제거해 줄 필요가 있다.
사진=이윤지
이윤지 나무의사
이 윤 지 l 두솔나무병원 원장. 산림청 정책자문위원회 청년특별위원. 한국가로수협회, 전통숲과나무연구회 총무. ‘나무의사이야기’ 공저.
첫댓글 회화나무에 혹이 있으면 녹병에 감염된 거군요.
나무는 애정을 가지고 한그루 한그루 잘 보살펴야 겠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