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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유수(思惟修)/불교인의 모임 원문보기 글쓴이: 통달무아법자
28 한 줌의 모래
불교문화연구회 / 문영출판 / 1981.9.
석존께서 중(中)인도의 마가다국의 왕사성에 있는 카란다카의 죽림정사(竹林精舍)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설법하셨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아침 일찍 석가모니가 많은 중들을 거느리고 거리로 탁발(托鉢)을 나가셨다.
어느 마을에 이르자 길에서 모래를 만지고 놀고 있는 두 소년이 있었다. 한 아이는 쟈야라고 했고, 한 아이는 비쟈야라는 이름을 가진 소년들이었다. 석가모니의 훌륭한 모습을 뵙고 자야는 존경하는 마음이 생겨서 손에 쥐고 있던 모래 한줌을 곡식 대신에 석가모니의 무발 속에 넣고 합장 예배를 하며 다음과 같은 노래를 지어 불렀다.
『부처님을 뵈오나
몸에서는 광채가 넘쳐 흐르고
얼굴을 우러러 쳐다보니
존경하는 마음이 샘솟는다.
모래를 바치면서 비나이다.
생사(生死)의 이승에서 벗어나게 해주시옵소서.』
그리고 나서 소년은 다음과 같은 소원을 말했다.
『제 이 조그만한 공양의 공덕에 의해서 내생(來生)에서는 천하를 지배하는 국왕으로 태어나 많은 부처님들에게 마음껏 공양할 수 있도록 해 주시옵소서.』
석가모니는 이 소년의 마음을 사랑스럽게 여겨 한줌의 모래를 기꺼이 받으셨다. 그리고 방긋이 미소를 지으셨다. 곁에 모시고 있던 아난(阿難)은 석가모니가 미소 지으시는 것을 보고 합장하여 석가모니에게 말했다.
『세존님, 모든 부처는 인연없이는 미소짓지 않으시는 법입니다. 지금 세존께서는 무슨 인연으로 미소를 지으셨습니까?』
이 때 세존께서는 아난에게,
『네 말이 맞다. 모든 부처는 인연 없이는 미소로 짓지 않는다. 지금 내가 미소를 한 것은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아난이여, 내가 입멸(入滅)하고 나서 백년 뒤에 이 동자는 파렌브라는 마을에서 성은 공작(孔雀), 이름은 아육(阿育)이라는 대왕으로 태어나 올바른 정치로 천하를 다스리고 또 부처님의 유골을 널리 나누어서 八만천개의 탑을 세워서 공양을 할 것이다.
내 입멸한 뒤에
동자는 왕으로 태어나리
성은 공작, 이름은 무우(無優), 정생왕(頂生王)이니라.
천하에 그를 당할 자 없으리라.
아난이여, 이 동자가 바친 주발 속의 모래를 경행처(經行處)에 뿌려달라. 그 곳에 가서 너에게 자세하게 이 동자에 관한 인연을 설명해 주겠다.』
하고 석가모니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였다
파랜브 마을에는 월호(月護)라는 왕이 있다. 이 왕의 아들에 편도사아라 하는 왕자가 있어서 그 왕통(王統)을 이었다. 그에게는 슨마라는 왕자가 있었다. 이 때 센바라국에 한 바라문의 딸이 있었는데 굉장한 미인으로 이 나라의 보배라고 일컬어졌다. 많은 관상쟁이들이 이 딸을 보고,
『이 딸은 왕비가 될 상을 가지고 있다. 왕비가 되어 두 아들을 두 개 될 것이다. 그중 하나는 천하를 다스리고 또 한 사람은 출가(出家)해서 부처님의 뒤를 잇게 될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딸의 아버지는 무척 좋아했다. 당장 파렌브 마을에 딸을 데리고 와서 아름다운 옷을 입히고 예쁘게 화장을 시켜 슨마오아자의 비로 삼으려고 생각했다. 그러자 어느 관상쟁이가 말하기를,
『슨마 왕자의 아버지 빈도사라왕에게 딸을 바치십시오. 그러면 반드시 훌륭한 왕자를 낳아 그 왕자가 왕통을 계승하게 될 것입니다.』
이 바라문은 그 관상쟁이의 말을 쫓아 자기 딸을 비도사라왕의 왕궁에 시녀로 바쳤다. 왕의 수많은 부인들이 이 바라문의 딸의 아름답고 기품있는 모습을 보고, 안약 이 딸을 왕이 본다면 자기들은 가을철의 부채처럼 버림을 받게 될 것이다. 어떻게든지 이 딸이 왕의 부인이 되지 못하도록 해야겠다고 머리를 짜낸 결과 그녀를 시녀 중에서도 가장 천한 면도 담당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그녀는 어느날 왕의 부름을 받아 빈도사라왕의 머리 손질과 면도를 정성껏 하게 되었다. 그때 왕은 그녀를 보고 크게 기뻐하고,
『뭣이든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해 봐라, 네 소원을 이루어주겠다.』
고 말하자 그녀는 이 기회를 놓칠세라,
『저는 임금님의 사랑을 가지고 싶습니다. 다른 것은 아무 것도 필요 없습니다.』
그러자 왕은,
『나는 국왕이다. 너는 천한 이발사이다. 어떻게 너를 사랑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필사적으로 말했다.
『저는 천한 계집이 아닙니다. 바라문의 집안에 태어났습니다. 어느 관상쟁이가 우리 아버지에게 이 딸은 국왕의 부인이 될 상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이 왕궁에 오게 된 것입니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왜 그런 천한 일을 하고 있는가?』
『다른 왕비님들이 그렇게 시키셨습니다.』
왕은 당장에 다른 부인들에게 명령했다
『이 여자에게 이후 이런 천한 일을 시켜서는 안 된다. 이 여자는 내 첫째 부인이 될 것이다.』
바라문의 딸은 소망대로 왕의 첫째 부인이 되고, 왕의 사랑을 한 손에 받게 되었다.
얼마 후 왕의 씨를 배고 달이 차자 한 왕자를 낳았다. 아주 편안한 순산이었기 때문에 무우아육(無優=阿育)이라고 이름 붙었다. 이어서 또 한사람의 왕자를 낳았다. 이 왕자는 이우(離優)라고 이름 붙였다. 무는 얼굴이 밉상이고 피부가 거칠어 사람이 좋아하지 않는 인상이었다.
왕은 수 많은 왕자 중에도 이 아육(阿堉)을 제 일 싫어해서 곁에도 오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나 첫째 부인은 난 장남이므로 당연히 태자의 자리에 오를 사람이었다.
하루는 왕은 힝가라아라고 하는 유명한 관상쟁이를 불러 말했다.
『내가 죽은 후 우리 아들 중에서 누가 왕위를 계승해야 할 것인가, 그 상을 보아주기 바란다.』
『알았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해주십시오. 왕자들을 거느리고 성밖의 금전원(金殿園)으로 납시어 주십시오. 그곳에서 왕자님들의 상을 보아 올리겠습니다.』
왕은 그의 말에 따라 많은 왕자들을 거느리고 금전원에 행차하였다. 그러나 왕은 아육(阿堉)에게는 가라는 말도 하지 않았고, 그도 또한 가려고 하지 않았다. 아육의 어머니는 이것을 보고
『왜 너는 가지 않는가, 왕위를 누가 잇느냐 하는 중요한 때가 아니냐.』
『어머님, 아버님은 저를 조금도 좋게 생각하고 계시지 않습니다. 저를 보시는 것조차 싫어하십니다. 그런데 어떻게 제가 갈 수 있겠습니까?』
『어쨌든 그래도 그곳으로 나가십시오,』
아욱은 할 수 없이,
『그러면 가겠습니다. 그 대신 저에게 먹을 것을 보내 주십시오.』
이렇게 어머니에게 부탁하고 아육은 궁성을 나갔다. 아육은 문을 나서자 아토르다라는 대신을 만났다. 그는 아육을 보고,
『왕자님은 어디를 가시는 것입니까?』
아육은 지금부터 금전원으로 가는 일이라고 대답하자 그 대신은,
『저는 국왕으로부터 명령을 받았습니다. 만약 아육왕자가 금전원으로 가겠다고 하면 늙은 코끼리에 태우고 늙은 신하를 딸려 보내도록 하라고 말입니다.』
아육왕자는 할 수 없이 대신의 말대로 늙은 코끼리에 타고, 늙은 신하를 거느려서 금전원으로 갔다. 금전원에서는 많은 왕자들에게 제각기 의자가 마련되었지만 아육에게만은 의자도 없었다. 할 수 없이 땅바닥에 앉아서 말석을 차지했다. 이내 국왕으로부터 맛있는 음식이 왕자들에게 주어졌지만 아육에게만은 그것도 없었다. 그래서 아육의 어머니는 볼품 없는 토기(土器)그릇에다 쌀과 밀크를 섞은 밥을 아육에게 주었다. 그렇게 하여 왕자들이 즐겁게 식사를 하고 있는 동안 국왕은 힝가라에게 물었다.
『이 중에서 누가 왕의 상을 갖추고 있는가? 누가 공작(孔雀)왕통의 계승자인가?』
관상쟁이는 여러왕자를 돌아다 보고 아육왕자야말로 왕상(往相)을 갖추고 있어 장차 왕위를 계승할 사람이라고 생각하였지만, 왕은 아육을 몹시 싫어하고 있어서 그것을 곧이 곧대로 말씀드리면 왕은 크게 실망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임금님, 이름을 대드리지 못하는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다만 막연하게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대가 좋은대로 하시오.』
힝가라는 왕의 허락을 받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했다.
『이 여러 왕자 중에서 제일 좋은 수레를 타고 오신 분이 왕위를 이으실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왕자들은 자기야 말로 제일 좋은 수래를 타고 왔다고 서로 떠들었다. 아육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 나는 제일 늙은 코끼리를 타고 왔다. 이것이야 말로 좋은 수레이다. 나야말로 장차 왕위를 이을 왕자이다.)
국왕은 힝가라에게,
『스승이여, 더 좀 자세히 말해주오,』
그러자 그는,
『이 왕자 중에서 제일 좋은 좌석에 앉으신 분이 장차 왕위를 이으실 분입니다.』
이 말을 듣고 여러 왕자는 자기야 말로 제일 좋은 좌석에 앉았다고 제각기 생각했다. 아육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 나는 대지 위에 앉아있다. 대지보다도 더 훌륭한 좌석이 따로 있겠는가 나야말로 장차 왕위를 이을 것이다.)
국왕은 관상쟁이에게 다그쳐 물었다.
『스승이여, 더 좀 자세히 말해주오.』
그러나 힝가라아가 말했다.
『이 여라 왕자 중에서 가장 좋은 그릇에 가장 맛있는 음식을 자시고 계시는 왕자가 장차 왕위를 이으실 분입니다.』
곁에 있는 왕자들은 이 말을 듣고 자기야 말로 가장 좋은 그릇에 제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다고 제각기 생각했다.
아육은 마음 속으로,
( 나는 토기(土器)에 담은 밥을 먹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무엇보다도 귀중한 그릇이며 음식이다. 왕위를 이을 사람은 나를 두고 또 누가 있겠는가.)
고 생각하고 속으로 좋아했다. 이같은 관상쟁이의 말이 끝나자 왕을 비롯한 여러 왕자는 궁성으로 돌아갔다. 아육이 돌아오자, 곧 어머니는 오늘의 일을 물었다.
『힝가라아는 누가 왕위를 이을 사람이라고 말했읍니까?』
아육은 자세하게 오늘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했다.
『가장 좋은 수레를 타고, 가장 좋은 자리에 않고, 가장 좋은 그릇에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은 자가 왕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잘 생각해보니 제가 거기에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제일 좋은 수레, 제일 좋은 자리, 제일 좋은 그릇이며, 제일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힝가라아는 아육이 왕위에 오를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어머니를 소중히 여겼다. 어머니도 또한 힝가라아를 친절하게 대하였다. 하루는 아육의 어머니가 힝가라아에게 물었다.
『대왕이 돌아가신 뒤 누가 왕이 되겠습니까?』
『그것만은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나 아육의 어머니는 마음이 답답하여 꼭 알고 싶어서 여러번 다그쳐 물었다. 그러자 힝가라아는 할수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게까지 아시고 싶으시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절대로 남에게는 말씀 하시지 마십시오. 실은 당신이 낳으신 아육 왕자님이야 말로 왕위를 이으실 분입니다.』
이 말을 듣고 아육의 어머니는 크게 기뻐하며,
『아아 이 얼마나 반가운 말입니까. 저는 참으로 행복합니다. 그러나 이 말이 대왕님의 귀에 들어가면 대왕님은 당신을 미워하실 겁니다. 그러므로 아육이 왕위를 이을 때까지는 고향에 돌아가 계십시오. 아육이 왕위를 잇는 날에는 틀림없이 당신을 불러 후히 대접하여 드릴 것입니다.』
이렇게 약속하고 그를 시골로 돌려보냈다.
한때 빈도사라왕이 지배하고 있는 한 변국(邊國)인 토쿠샤시라에 반란이 일어났다. 왕은 아육을 불러서 토쿠샤시라를 토벌하라고 명령했다. 아육은 명령을 받아 군대를 거느리고 출진하게 되었다. 왕은 군대를 주었지만 병기(兵器)는 주지 않았다. 출진하려고 하자 아육의 부하는 아육에게,
『무기가 없습니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 전쟁을 할 수 있습니까.』
아육 왕자는 이 말을 듣고,
『내가 왕이 될 운명에 있다면 무기는 가면서 갖추어 질 것이다.』
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땅속에서 많은 정교한 무기가 솟아나왔다. 아육은 이것을 가지고 군세(軍勢)를 갖추어 토쿠샤시라 토벌의 길에 올랐다. 그런데, 그 나라 사람들은 아육왕자가 원정해 온다는 말을 듣고 길을 닦고 성을 장식하고, 아름다운 항아리에 물을 채우고 맛있는 음식을 갖춰 아육왕자의 군대를 환영하였다. 그리고 말하기를,
『우리들은 절대 대왕님이나 아육왕자님을 배반할 뜻은 털끝 만큼도 없습니다. 다만 이 나라 관리들이 너무나 잔악한 정치를 하기 때문에 반란을 일으킨 것입니다.』
그 나라 백성들은 아육왕자에게 청하여 그 나라를 다스리게 하였다.
또한 때는 코우샤국에 반란이 일어나 아육은 다시 원정을 하였다. 그러자, 그 나라에 두사람의 힘센 역사(力士)가 있어, 아육왕자를 위해서 길을 닦고 바위를 없애고 산을 평평하게 하여 아육의 군대를 맞았다. 또 제천(諸天)은 이 나라에 명령하였다.
『아육왕자는 천하의 왕이 되실 분이다. 절대로 대항해서는 안 된다.』
코우샤국의 국왕은 이 말을 듣고 아육의 군대에 항복하고 말았다.
이렇게 하여 아육왕자는 모든 천하를 평정하고 말았던 것이다.
아육왕자가 이처럼 그 명성(名聲)이 높은데 반하여 왕의 장차 스시마왕자는 아주 평판이 나빴다. 스시마왕자가 하루는 궁정에 놀고 있는데 한 대신이 그 곁을 지나갔다. 왕자가 있는 것도 모르고 절을 하지 않고 지나쳐 버렸던 것이다. 왕자는 이것을 보고 크게 노하여 사람을 시켜 이 대신을 치게 하였다. 이 대신은 생각했다.
( 이러한 성질을 가지고는 이 왕자님이 왕위를 잇기는 어렵다. 만약 이러한 왕자님이 임금이 되신다면 우리들은 도저히 가까이 모실 수 없을 것이다. 아육왕자가 천하를 거의 평정하셨다고 하니 우리들은 아육왕자를 맞아 왕위를 계승하도록 해야 한다.)
이 대신 뿐만 아니라 왕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아육왕자야 말로 왕위에 오를 왕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자 또 토쿠샤시라가 반란을 일으켰다. 많은 대신들은 상의한 끝에 스시마왕자를 대상으로 삼고 토벌군을 보내기로 하였다. 왕도 그에 찬성하였기 때문에 왕자는 많은 군대를 거느리고 토쿠샤시라로 향했다. 그러나 이 왕자는 그 반란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반란은 더욱 확대할 뿐이었다. 이때 왕은 무서운 병에 걸려 언제 죽을지도 모를 지경에 이르렀다. 왕은 많은 대신을 머리맡에 불러 말했다.
『나는 스시마 왕자를 세워 왕위를 잇게 하고 싶다. 스시마 왕자를 전선에서 불러들여다오. 그 대신 아육왕자를 전선으로 파견해 주게.』
대신들은 아육에게 왕위를 계승케 하려고 아육왕자의 얼굴과, 손, 온 몸을 노란 가루로 바르고 왕의 머리맡에 데리고 가,
『 대오아님 아육왕자는 보시는 바와 같이 무서운 병어 걸려 있습니다 스시마 오아자와 교대시키는 일은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잠시 동안 이 왕자를 세워서 왕으로 하심이 어떻겠습니까. 스시마 왕자가 개선하시면 그때 스시마 왕자를 세워 왕으로 삼겠습니다.』
대왕은 이 말을 듣고 크게 실망하여 묵묵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때 아육왕자가 말했다.
『내가 왕위에 오를 자격이 있다면 제천은 내려와 물로써 내 머리를 씻어주고 하얀 명주를 내 목에 걸어, 권위식을 올릴 수 있도록 하라.』
이말에 따라서 제천이 내려와 왕자의 머리를 물로 씻어주고 그 목에 하얀 명주를 걸었다.
이 광경을 보고 왕은 더욱 괴로워하며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아육왕은 훌륭하게 부왕의 장례식을 마치고 아토르다를 세워 대신으로 삼고 자기는 왕위에 올라 천하를 지배하게 되었다.
한편 스시마 왕자는 이 일을 알고 크게 노여워하여 토쿠샤시라국에서 철수하여 아육왕을 칠 준비를 갖추었다. 아육오아은 왕성(王城)의 四대문중 두 문에는 코우샤국의 두 역사를 배치가고, 제 三문에는 아토르다 대신을 배치하고, 스스로는 동문(東門)을 지켜 스시마 왕자의 모습에 대비했다. 아토르다 대신은 나무로 가짜 코끼리를 만들어 그 위에는 아육왕의 목상을 태워 동문 밖에다 놓았다. 그 앞에 무연화약을 장치한 도랑을 파고 그 위를 감쪽같이 덮어서 적의 내습을 기다렸다. 이내 스시마 왕자의 군대가 밀어닥치자 아토르다는 사신을 보내어 말했다.
『당신이 왕위에 오르고 싶으시면 아육왕을 죽여 주십시오. 그러면 당신은 당연히 왕위에 오르게 되고 우리들은 당신의 신하가 될 것입니다. 아육왕은 동문을 지키고 있습니다.』
왕자는 그의 말을 믿고 곧 동문으로 밀어닥쳤다. 그리하여 아토르다가 만든 화약의 도랑에 빠져죽고 말았다.
아육왕은 스시마 왕자를 멸망시키고 완전히 천하를 쥐게 되었다. 그러나, 많은 대신들은 자기들이 힘으로 아육왕을 즉위시켰다고, 생각하여 왕을 업신여기고 군신(君臣)의 예를 행하지 않았다. 왕은 이것을 알고 어떻게 해서든지 해서 그들의 거만한 마음을 꺾어버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루는, 왕은 대신에게 말했다.
『나는 너희들에게 명령한다. 궁정에 있는 꽃나무와 과일나무를 모두 뽑아버리고 그 자리에 가시나무를 심어라.』
그러자 대신들은 놀래어,
『가시나무를 뽑아 꽃과 과일나무를 심는다는 말은 들었읍니다만 꽃과 과일나무를 뽑아 가시나무를 심는다는 말은 들은 적도 본 적도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 왕은 세 번 명령했지만 그들은 듣지 않았다. 그러자 왕은 크게 화를 내어 칼을 뽑아 당장에 五백명의 대신을 베고 말았다. 이렇게 하여 왕의 성질은 점점 사나와졌다.
궁중의 궁녀들은 얼굴이 밉고, 살결이 거칠은 아육을 좋아하지 않고 있었다. 하루는 왕이 많은 궁녀를 거느리고 외원(外園)에 나가 놀고 있었다. 그 정원 안에는 한 개의 무수(무수)가 있었다. 지금 한창 꽃철이었다. 왕은 이것을 보고,
『이 나무는 내 이름과 똑같은 이름이다.』
이렇게 말하고 기쁘게 이 나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왕은 이 나무 밑에서 잠들어 버렸다. 궁녀들은 왕이 잠들고 있는 사이에 여럿이 달려들어 이 무수의 꽃과 가지를 꺾어 버렸다. 왕은 잠에서 깨어나 이 처참한 모습을 보고 크게 노여워하여 궁녀들을 모두 묶어서 불로 태워 죽이고 말았다.
이와 같이 왕은 점점 성질이 사나와지고 난행(亂行)은 더욱 심해갔다. 이리하여 폭왕(暴王)아육의 이름은 여러 나라에 번져갔다.
하루는 아토르다 대신이 왕에게 말했다.
『임금께서 손수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국왕의 법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는 따로 도살자(屠殺者)를 두어서 그에게 명령하시도록 하심이 어떻겠습니까.』
왕은 대신의 말에 따라 당장 도살자의 후보를 물색했다. 그 때 산중의 사는 직물사(織物師)의 아들 기리라는 자가 있었다. 이 청년은 원래 흉악하고 잔인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남자든 여자든, 새든, 짐승이든, 심지어는 부모라도 조금만 자기 비위에 거슬리면 치고, 차고, 죽이는 난폭한 청년이었다. 악한(惡寒)기리라고 하면 울든 아이도 울음을 그칠 정도였다. 그래서 왕은 이 청년이야말로 도살자로서 적임자라고 생각하고 사자를 보내라고 말했다.
『너는 임금님을 위해서 죄인을 죽이는 관리가 되지 않겠는가?』
『좋습니다. 전 세계의 죄인을 저 혼자서 죽이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그는 기꺼이 승낙했다. 왕의 사자가 돌아와 왕에게 그의 말을 전하였다.
『당장 그 자를 데려오너라.』
왕의 명령에 따라 사자가 다시 산중으로 기리를 부르러 갔다. 그러자 그는,『잠깐 기다려 주십시오. 부모님께 작별을 하고 오겠습니다.』
그러나 부모는 그가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세 번 간청했지만 끝내 용서해주지 않았다. 결국 그는 본성을 나타내어 부모를 죽이고 말았다. 왕의 사자는 너무나 시간이 오래 걸려서 가보니 이 모양이었다.
이리하여 왕의 사자는 기리를 거느리고 국왕 앞에 돌아와 자세하게 그 흉악한 모습을 말씀드렸다. 그러나 왕은 크게 기뻐하면서,
『모든 죄인은 모두 자네 손으로 죽여주게.』
『알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저를 위해서 사람을 죽이는 집을 한채 만들어 주십시오.』
그래서 왕은 기리를 위해서 집을 만들어 주었다. 그 집은 문이 한 개 있을 뿐이었다. 그 안에는 죄인을 죽이고 괴롭히는 여러 가지 도구가 들어있었다. 지옥에 있는 집이 이런 집인가 생각될 정도의 집이었다. 기리는 이 지옥의 집주인이 되어 크게 기뻐하였다. 그리하여 국왕에게 말하기를,
『임금님 또 한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 집에 들어온 사람은 그가 비록 죄인이 아니라도 나갈 수 없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좋다. 너의 소원대로 해주겠다.』
이리하여 기리는 이 지옥의 왕이 된 셈이었다. 어느날 기리가 절에 갔는데 한 중이 지옥에 관한 경전을 읽고 있었다. 그것을 귀담아 들어보니 그가 현재 지옥의 집에서 사용하는 도구보다 월씬 완전한 장치들이었다. 빨갛게 달군 쇠망치로 죄인의 입을 틀어 열어 뜨거운 쇠뭉치를 입안에 넣기도 하고, 동(銅)을 녹여 입안에 붓기도 하고, 또 도끼로 죄인의 몸을 난도질하기도 하고, 달군 화차(火車)에 태워 화로 속에 집어 넣기도 하고, 또는 가마솥에 삶기도 하고 또는 칼이 박힌 산으로 몰기도 하는 등, 참으로 용의주도한 장치들이다. 그는 이것을 듣고 당장 집으로 돌아가 절에서 들은대로 자기의 지옥의 집을 고쳐 만들었다.
하루는 이 지옥의 집에 한 사람의 중이 잘못 들어왔다. 이 중은 원래 상인의 아들이었다. 그의 부모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을 때, 배 위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위해(爲海)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부모는 바다를 항해하기 十二년 동안 온갖 고생 끝에 많은 재물을 모아 고향에 돌아왔다. 그런데 가는 도중 五백명의 도적이 나타나 부모는 살해되고 애써 모은 재물은 모두 빼앗기고 말았다. 이 광경을 목격한 위해는 깊이 인간의 괴로움과 무정함을 깨닫고 출가하여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구도(求道)의 길에 나섰던 것이다. 그는 괴로움과 무정함을 깨닫고 출가하여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구도()의 길에 나섰던 것이다. 그는 흘러 흘러서 이 파렌브마을에 이르러 아침 일찍 탁발을 나왔다가 잘못하여 지옥의 문을 들어선 것이다. 그는 집안을 살펴 보니 화차(火車)나 검산(劍山)등 갖가지 무서운 장치가 정연하게 줄지어 있어 마치 지옥 속에 들어선 것 같았다. 무서움에 소름이 끼쳐 급히 나가려고 하자 집에서 기리가 나타나 갑자기 중을 붙잡고 말했다.
『이 문에 들어선 자는 죽지 않고서는 나가지 못한다.』
이 말을 듣고 중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기리는 이것을 보고 말했다.
『왜 아이들 같이 그렇게 우는가.』
그러자 중은 노래를 지어 대답했다.
『죽는 건 목숨이 아깝지 않다.
깨우침 얻지 못함이 슬퍼서이다.
깨우침 얻지 못하고 이대로
죽어감이 슬프고 한탄스럽다.
사람의 목숨은 얻기 어렵다.
부처님의 길은 들기 어렵다.
때때로 부처님을 만나면서도
이대로 죽어가는 슬픔이 크도다.』
기리는 이 노래를 듣고 말했다.
『너는 죽기로 작정되어 있으니 울어도 소용없다.』
중은 되풀이 간청하여 말했다.
『제발 한달 동안만 저를 살려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기리는 듣지 않았다. 겨우 七일 동안만 죽이는 것을 연기하는데 동의했다. 이 七일동안 그는 열심히 좌선(坐禪)을 하여 도를 깨우치느라고 서둘렀다. 七일째 되는 날, 왕궁에서 아주 아름다운 궁녀가 죄인으로 보내져왔다. 기리는 이 미인을 절구속에 넣고 방아를 찢었다. 지금까지 눈 부시도록 아름다웠던 여자는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버렸다. 이것을 보고 있던 중은 인간의 목숨의 덧 없음을 동감하여,
『나는 곧 저와 같이 죽어야 하는 것일까.』생각하고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불렀다.
『대자대비(大慈大悲)하신 부처님이여
옳은 길을 깨우쳐 주옵소서.
사람의 목숨은 물거품처럼
덧없이 꺼져만 가는 것인가.
지금까지 고왔던 그 얼굴도
절구에 찧기니 백골(白骨)이로다.
버려야 할 것은 생사의 미련
세상 사람들은 어리석도다.
생사에 마음 묶이어
내 지금 여기서 벗어나련다.
삼계(三界)의 바다를 건너서
뜬 세상의 인연을 끊게 해다오
모든 매듭을 끊어버리고
나한(羅漢)의 깨우침을 얻게 해다오.』
이 때 기리는 중에게 말했다.
『자, 약속한 기간이 이제 끝났다. 죽을 분비를 하라.』
깊은 좌정에 들어 있던 중은 얼굴을 들어,
『넌 지금 뭐라고 했는가?』
『약속한 七일이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이 때 중은 조용히 노래를 지어 대답했다.
『내 지금 깨우침을 얻어
무명(無明)의 암흑은 사라졌도다.
모든 매듭은 물려나가고
괴로움의 근원은 없어졌도다.
지혜의 빛이 비추이고
마음 속은 밝아오도다.
생사의 길도 분명해지고
헤매는 사람을 인도하리라.
성자(聖者)의 마음 얻은 이상은
그대가 하는 대로 내맡기련다
이제는 그 무엇이 아까울쏘냐.』
이때 기리는 이 중을 붙잡고 쇠가마니의 기름 속에 넣어 인부에게 장작을 지피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장작은 조금도 타지 않았다. 기리는 화를 내어 자기가 손수 장작에 불을 붙였다. 장작은 맹렬히 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쇠가마의 뚜껑을 열어보니, 기름위에 튀겨졌으라 생각했던 중은 태연히 살아 있었다. 더욱이 쇠가마니 속에는 연꽃이 피어 그 위에 단정히 앉아 있었다. 이 것을 본 기리는 크게 놀래서 그 사실을 국왕에게 보고했다. 국왕은 당장에 행차를 갖추어 지옥의 집으로 이 기특한 중을 만나러 왔다. 이 때 중은 안왕(雁王)처럼 허공으로 올라가 갖가지 신통변화(神通變化)를 보였다. 왕은 이 모습을 보고 놀래어 다름과 같이 노래했다.
『마음에 커다란 기쁨을 안고
합장하여 성자를 우러러 보네.
모습은 사람과 다름없는데
신통변화는 끝이 없네.
어떠한 법을 배웠기에
이처럼 도통을 하였는가.
우리를 위해서 설명해다오.
내 승묘(勝妙)의 법을 얻어
깨우침의 도리를 알게 된다면
그대의 제자가 되겠다고 해도 조금도 후회함이 없으리로다.』
왕의 이 노래를 들은 중은,
( 이 국왕을 교화시킨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구원을 받을지 모르겠다. 이 왕을 불법(佛法)의 외호자(外護者)로 사아 여래(如來)의 유골을 널리 분포하여 많은 사람들을 안락케 하고 온 세계에 불법에 귀의하지 않는 자가 없도록 할 것이다.)
생각하고 왕에게 노래를 지어 불렀다.
『부처님의 길에 들어서고 나서
이상한 힘이 생겼도다.
부처님의 길에 들어서고 나서
모든 망설임이 없어 졌도다.
생사의 어두움도 사라지고
삼계(三界)의 구속에서 벗어난 것은
여래(如來)의 해맑은 가르침을
깨우쳐 얻은 과보(果報)이니라.』
이말을 들은 아육왕은 부처님에 대한 크나큰 존경심과 신앙이 생겼다. 그리하여 중에게 물었다.
『부처님이 무어라고 설명하셨습니까?』
중은 대답해서 말했다.
『부처님은 대왕에 관해서 예언하셨습니다.
『내가 입멸(入滅)한지 백년 후에 파렌브마을에 아육이라는 왕이 나타날 것이다. 그 왕은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되어 전 세계를 통치하게 될 것이다. 또 내 유골을 전 세계에 분포해서 八만 四천의 탑을 세울 것이다.』라고,
부처님은 이렇게 예언하셨습니다. 그런데, 대왕님은 이렇게 지옥을 만들어 수없이 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았습니다. 대왕님, 이제부터는 모든 백성을 불쌍히 여기시고 대왕님의 크나큰 힘을 착하게 활용하십시오. 그리하여 부처님이 예언한데로 대왕 되어 주십시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지녀
백성의 괴로움이 되지 말지어다.
부처님의 길을 열심히 닦아
유골을 널리 공양하시라.』
아육왕은 합장하여 중에게 절하고 공손하게 말했다
『저는 큰 죄를 지었습니다. 이제 당신에게 참회하겠습니다. 제발 저를 부처님의 제자로 삼아 주십시오. 그리하여 내 참회를 들어주십시오. 아무쪼록 제 과거의 죄를 책하지 말아 주십시오. 저는 마음으로부터 참회합니다. 저는 목숨을 바쳐 부처님께 귀의하겠습니다.
이제야 나는 부처님께
무상승묘(無上勝妙)의 법에게
이 세상의 모든 중에게
목숨을 바쳐 귀의 하겠나이다.
이제야 세존(世尊)님의 뜻을 받들어
모든 세상의 구석 구석 자리에
부처님의 탑을 세워
깃발을 꽃아 휘날리고
영락(瓔珞), 휜 명주를 둘러서
세상에 다시 없는 치장으로
불탑을 장식하겠노라.』
그 중은 아육왕을 교화시키자 허공으로 사라져가고 말았다.
이렇게 하여 왕이 이 지옥의 문을 나서려고 하자 지옥의 주인인 기리는 왕을 못나가게 하며 말했다.
『이 문에 들어선 이상은 임금님이라 할지라도 나갈 수 없습니다.』
『너는 나를 죽이려고 하는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네가 먼저 죽어야 하겠군.』
하고 왕은 말하고 이 지옥의 주인은 죽이라고 명령했다 기리는 당장에 체포되어 불에 태워 죽여지고 말았다. 왕은 이 지옥의 집을 부셔버릴 것도 명령했다 많은 부하들에 의해서 지옥의 집은 당장에 파괴되고 말았다. 이리하여 오랜 동안 백성의 공포의 대상이었던 기리와 그의 지옥의 집은 없어지고 말았다.
아육왕은 중에게 맹세한 대로 부처님의 유골을 공양하기 위하여 코끼리, 말, 수레, 보병(步兵)의 사병(四兵)을 거느리고 왕사성에 이르러 야자타샤토울왕의 불탑(佛塔)을 열어 부처님의 유골을 꺼내고, 다시 칠불탑(七佛搭)속으로 유골도 꺼냈다. 그리하여 부처의 유골을 받들어 모시고 다마촌(村)에 돌아오자, 여러 용왕(龍王)은 아육왕을 자기 용궁으로 초대해서 사리공양(舍利供養)의 도구를 바쳤다. 왕은 그것을 받아들고 다시 파렌브촌으로 돌아왔다.
왕은 八만 四천개의 사보(私報)의 병을 만들어 그 안에 상자를 넣었다. 그리고 수없이 많은 깃발과 명주로 만든 손잡이가 긴 일산(日傘)을 만들어 세우고, 많은 귀신들에게 각각 하나씩 유골이 든 병을 들게 하여 정성껏 유골을 장엄하게 공양했다. 그리고 각 귀신에게 명령하였다.
『도시든 마을이든, 바닷가이든 이 천하 도처에 인가(人家) 一억 가구에 하나씩 부처님의 사리탑을 세우도록 하라.』
이리하여 귀신은 당장에 온 천하에 이것을 알렸다. 토쿠샤시라는 나라에는 四十六개의 사리를 청구했다. 이렇게 하여 八만 四천개의 사리탑이 하룻 동안 전 인도에 세워졌다.
이 무렵 파렌브촌의 계작정사(계작정사)에 야샤라는 상좌중이 있었다. 아육왕은 불탑 건설의 사업이 끝나자 이 중에게 가서,
『부처님의 예언을 받아 이 세상에 태어나서 불법을 닦고 계시는 위대한 중이 계실까요?』
하고 묻자 상좌중은,
부처님이 열반에 들어가시려고 하실 때 아하라 용광과 도사(導師)와 센다라와 쿠하리용(龍)과를 항복시키시고 마유국에 이르러 아난에게 말씀 하시기를,
『내가 입멸해서 백년이 지나면 쿳타라는 장자가 있을 것이다. 그 아들에게 우바쿳타라는 자가 태어날 것이다. 그는 출가해서 깨우침을 얻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올바르게 전할 것이다.』
그리고 멀리 저쪽 산을 가리키며 또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저 산을 보라. 저 산은 우루반다라고 한다. 저 산중에 나다바티라는 아란티아가 있다. 그곳에 우바쿳타는 살 것이다.』
임금님, 부처님은 이렇게 예언하셨습니다.
『야샤여, 우바쿳타 존자(尊者)는 지금 세상에 태어났을까요?』
『이미 태어나 계십니다. 그리고 출가하여 도를 깨우치고 계십니다. 많은 중을 거느리고 우루반다 산중의 아란니아라는 곳에 살고 계십니다. 모든 사람을 불쌍히 여기시고 맑고 뛰어난 가르침을 설법하시는 것이 부처님과 조금도 틀리지 않습니다.』
왕은 야샤의 말을 듣고 춤추듯 기뻐하며 당장 우루반다산에 갈 준비를 차릴 것을 대신에게 명령했다. 대신은 왕에게 말했다
『비록 성자라 할지라도 왕의 나라에 살고 계시는 분입니다. 사신을 보내어 모시고 오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성자가 손수 이쪽으로 오실 것이 아닙니까?』
그러나 왕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그것은 성자에 대한 예가 아니다. 도를 구하는 자의 태도가 아니다.』
고 말하고 왕은 존자(尊者)에게 사신을 보내어 그 뜻을 전하도록 하였다.
『어느 날 아육왕이 구도를 위해서 존자님을 방문하시게 됩니다. 아무쪼록 면회를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존자는 사신의 말을 듣고 생각했다
『왕이 찾아온다면 반드시 많은 신하를 거느릴 것이다. 그러면 마을 사람들을 비롯하여 산중의 벌레에 이르기까지 괴로움을 받을 것이다 왕이 찾아오는 것보다 내가 찾아가는 것이 좋겠다.』
고 생각하고 존자는 사신에게 말했다.
『아닙니다. 내가 왕궁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사신은 돌아가 그 뜻을 왕에게 전했다. 왕은 존자가 친히 찾아온다는 말을 듣고 더할 나위없이 기뻐하였다. 선창가에서 깃발을 줄지어 세우고 아름답게 장식한 배를 파렌브촌에서 마유라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하여 존자와 그 제자들을 맞이했다. 우바쿳타는 이 왕의 뜻을 받아 一만 八천명의 바라문을 거느리고 그 배를 타고 아육왕의 나라로 향하였다. 파렌브촌의 사람들은 존자의 성대한 행차를 보고 제각기,
『존자 아부쿳타가 一만 八천명의 중을 거느리고 오신다.』
하고 감탄의 소리를 질렀다. 아육왕은 이것을 듣고 춤추며 기뻐하였다. 그리고 이 일을 맨 먼저 자기에게 알려준 자에게 목에 걸었던 영락(瓔珞)을 벗어줄 정도였다.
왕은 대신과 기타 일족을 거느리고 존자를 마중 나갔다. 왕은 존자의 앞에 이르자, 온 몸을 땅에 내던지고 무릎을 꿇고 합장한 다음 예배하며 말했다.
『저는 전 인도를 지배하는 왕위에 오른 기쁨보다도 존자님을 뵌 기쁨이 얼마나 더 큰가 모르겠습니다. 존자님을 뵙자 부처님을 만난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부처님 이미 가시고
존자님 새로 태어나시다.
갈피 잡지 못하는 어둠은 사라지고
지혜의 태양이 비치도다.
이 세상의 도사(導師)가 되고
사람의 의지가 되도다.
이제 존자님을 모시니
그 기쁨 끝이 없도다.』
왕은 사신을 사방으로 보내어 여러 나라에 선포하여 말하기를,
『존자 아바쿳타.
지금 이 나라에 오시도다.
부귀를 소원하는
빈곤에서 떠나다.
해탈을 소원하는 자는
존자님의 말씀을 들으라.
부처님을 아직 못본 자는
존자님을 보실지어다.』
이리하여 왕은 길을 닦고, 깃발을 세우고, 향을 피우고, 꽃을 뿌리고, 음악을 연주하여 거족적으로 우바라쿳타 존자를 궁성으로 모셨다.
이 때 바라쿳타 존자는 왕에게,
『대왕이여, 올바른 법으로써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다스려 주십시오. 대왕이여, 부처와 법과 중의 삼보(삼보)는 만나기 어렵다. 이 세가지 보배를 존경하고 공양하여 주십시오. 그리하고, 많은 사람들을 깨우쳐 주십시오. 부처님은 사람을 보고 법을 주셨습니다. 부처님의 올바른 가르침을 전하는 일은 국왕과 우리들 중에게 맡겨진 임무입니다.
부처님의 올바른 법은
대왕과 우리에게 달려 있도다.』
아육왕은 공손하게 대답하였다.
『존자님, 저는 이마 부처님의 올바른 법을 전달하는 일을 하였습니다.
나라의 구석 구석 바닷가에도
수많은 탑을 세우고서
깃발을 장엄하게 휘날리고
부처님의 사리를 공양하고
부처님의 덕을 전하였나이다.
내 소원이미 이루어져
부처님의 덕은 빛나도다.
이제는 처자도 보물도
내 육신 내 나라도 다 버리고
성자(성자)의 탑을 공양하겠소.』
우바쿳타 조자는 아육왕을 찬양하여 말했다
『훌륭하신 대왕이여!
다음같이 행하여 주시옵소서.
생명과 재물을 버리신다면
세상에 근심은 다 없어지고
받자옵는 복은 끝도 없이
반드시 무상의 깨우침을 얻으리로다.』
이리하여 왕은 존자만 왕궁에 있게 하고. 一만 八천명의 중들은 계작정사(鷄雀精舍)에 돌아가게 했다.
왕은 존자의 단정한 모습을 보고 물었다.
『존자님의 모습은 단정하시고, 신체는 유연(柔軟)한 데 반하여 내 얼굴은 왜 이처럼 밉고 살결은 왜 이처럼 거칠까요.』
존자는 이에 답하여,
『내 보시의 수행은
마음을 정히 하고 물건을 골랐노라.
임금이 부처님께 공양하신
한 줌의 모래에 비길손가.』
왕은 존자의 이 대답을 듣고 자기의 과거를 깨달았다. 그리하여 노래했다.
『내 옛날 어린 시절에
한줌의 모래를 바쳐
이제 이 열매를 얻었도다.
참다운 보시의 덕은
이 얼마나 크고 넓은가.』
존자도 그에 답하여 노래했다.
『얼마나 기쁘신가 대왕님은
무상의 여래(如來)에게
한 줌의 모래를 던져
덕을 심음이 그침이 없네.』
대왕은 다음에 많은 대신을 향하여,
『너희들은 잘 들어라. 나는 과거에 한 붐의 모래를 부처님께 고양하여 이 세상에 국왕으로 태어난 것이다. 어찌 부처님을 공경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다시 존자를 향하여 말했다.
『존자님, 제발 저에게 부처님이 설법하신 장소와 유적하신 장소로 안내해 주십시오. 저는 그곳에 가서 예배, 공양하고 후에 사람들을 위해서 선근(善根)을 받고자 합니다.』
『대왕님, 좋은 생각을 하셨습니다. 임금님을 위해서 또 후세 사람들을 위해서 부처님의 유적을 알려드리리라.』
그래서 왕은 사병의 군대를 거느리고 공양할 물건들, 향과, 꽃과 깃발을 가지고 갖가지 낙인()을 데리고 존자를 앞장 세워 불적(佛跡) 순례의 길에 올랐다.
우바쿳타 존자는 우선 룬비니 원(圓)으로 일행을 안내하여,
『대왕이여, 이곳은 석가모니가 탄생하신 곳입니다.
이곳은 부처님이 낳으신 곳
탄생하자 일곱 발자국 걸으시고
오른손을 들어 하늘을 가르키고
이 천지 중에 홀로 거룩하다고
낭랑하게 말씀 하셨도다.』
왕은 존자의 노래를 듣자 룬비니원에 엎드려 예배하고 당장에 탑을 세워 불적(佛跡)을 공양했다. 존자는 왕에게
『대왕이여, 부처님 강탄의 모습을 본 신을 만나고 싶지 않습니까?』
『존자님, 제발 만나게 해주십시오.』
존자는 손을 들어 성모(聖母)마야부인이 오르신 나무가지를 가르키고 수신(樹神)에게 말했다.
『수신이여, 모습을 나타내라. 왕이 그대를 보고 기뻐하시리라.』
그 소리에 따라 수신이 모습을 나타냈다. 그리고 존자가 있는 곳으로 와서 공손하게
『어찌하신 용무이십니까. 기꺼이 모시겠나이다.』
존자는 왕에게
『부처님의 강탄을 뵌 것은 이 신입니다.』
왕은 노래하며 이 신에게 물었다.
『일곱개의 연꽃을 일곱 발자국 밟아
어떠한 말씀을 하셨나이까?』
수신은 노래로 왕에게 답했다.
『일곱개의 연꽃을 일곱 발자국 밟으심 하늘에도 땅에도 나 혼자 거룩하도다.』
왕은 또 수신에게 물었다.
『부처님이 감탄하실 때 어떤 길조가 나타났습니까?』
너무나도 많은 불가사의한 길조가 나타났기 때문에 전부를 말씀드릴 수 없읍니다만 그중 일부분을 말씀드리자면
『번쩍 빛나는 왕자의 모습에
사람들은 넋을 잃고 천지도 진동하도다.』
왕은 이 수신의 설명을 듣고 크게 기뻐하여 十만냥의 진보(珍寶)를 베풀고 그곳을 떠났다.
다음에 존자와 왕의 일행은 가비라밧토에 이르러 석가모니가 태자로 계실 때 여러 가지 학예를 배우신 장소와 六만명의 부인과 노신 장소, 늙고 병들어 죽어가는 보신 장소, 육욕(六欲)에서 벗어나려고 그 밑에서 좌선을 하신 염부수(閻浮&), 성을 도망갈 때 나오신 문 등을 예배하고, 성에서 도망나오신 후 영락()을 벗어 하인에게 수레와 몸에 지니고 있던 모든 것을 주고 본국으로 돌아가게 하신 장소와 사냥꾼의 옷과 바꾸어 입고 출가하신 장소, 빈미사라왕이 부처님에게 그 나라의 반절을 주시려고 하신 장소, 우란 호츠 선인(선인)을 따라 六년간 고행을 하신 장소, 고행을 버리고 두 예자가 바친 유미(乳 :우유로 끊인 죽)을 드신 장소, 가리 용왕(龍王)이 부처님의 덕을 찬양한 장소 등 존자와 왕 일행은 불적 순례의 여행을 계속했다. 그리고 곳곳에 기념탑을 세워 나갔다.
이리하여 일행은 보리(菩 )가야의 핏파라 보리수 밑에 이르렀다. 존자는 왕에게 말하였다.
『왕이여, 부처님은 이 나무 밑에 정좌하시고 떼지어 밀어 닥치는 마군(魔軍)을 항복시켜서 무상의 깨우침을 얻으셨습니다.
이 나무 밑에서 악마를 물리치고
보리(菩 )의 덕을 얻으신
우리 부처님의 힘을 칭찬하리다.』
왕은 수많은 진기한 보물로서 이 보리수를 공양하고 곁에 큰 탑을 세워서 길이 성정각(成正覺)의 불적을 기념하였다.
다음에 일행은 중(中)인도의 바라타시국의 로쿠야원(園)에 왔다. 존자는 왕에게 말하기를,
『왕이여, 이 정원은 부처님이 군인의 수업자(修業者)를 위해 최초의 법륜(法輪)을 설명하신 곳입니다. 이 설명의 내용은 고집멸도(苦集滅道)의 사체(四諦)를 설명하시기를 시전(示轉), 권전(權轉) 증전(證轉)의 三전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五명의 수업자는 이 삼전법륜(三轉法輪)의 가르침을 얻은 것입니다.
이 정원이야 말로 수업자를 위해 四체의 법륜을 三전 시킨 거룩한 유적이노라.』
왕은 초전법륜(招電法輪)의 정원에 탑을 세워 갖가지 공양을 하여 불적을 영원히 기념토록했다. 이리하여 일행은 불타설법(佛陀說法)의 유적을 차례로 순례하여 마침내 쿠시나라국에 들어와 카쿳타강의 강가에 있는 사라 쌍수( &) 밑으로 왔다. 존자는 왕에게 설명했다.
『임금님이여, 하실 일을 모두 끝내신 부처님은 최후에 이 사라 쌍수 밑에 오셔서 조용하고 편안히 열 반에 들어가셨습니다.
모든 사람을 제도(濟度)하시고
모든 법을 설법하셔서
부처님은 열반의 바다로 들어가셨도다.
장작은 없어지고 불은 꺼졌다.
그래도 끝이 없는 부처님의 뜻은
영원히 이 세상에 계시는도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자기 자신이 부처님의 열반을 맞이하듯 슬퍼하며 미친 듯이 소리내어 울었다. 왕은 눈물을 흘리며 이곳에 큰 탑을 세워 여러 가지 공양을 올렸다.
이리하여 존자의 안내에 의한 왕 일행의 불적 순례는 여기서 끝났다. 그러나, 왕은 계속해서 불제자(佛弟子)의 유적자리를 순례하기를 소원했다. 그래서 존자는 왕의 일행을 인도하여 계속 불제자의 영적(影迹) 순례의 길에 올랐다.
우선 사위국(斜位國)의 기원정사(祇園精舍)에 이르러 사리불(舍利弗)의 탑을 예배하고, 다음에 대목련(大目蓮)의탑, 마하가섭(麻&伽葉)의 탑, 박구라(薄拘蘿)의 탑, 그리고 아난(阿難)의 탑을 순례했다. 각각 여러 가지 공양을 올렸는데 최후의 아난의 탑에 대해서는 가장 정중한 공양을 바쳤다. 이상하게 여긴 신하들은 왕에게 물었다.
『왜 특히 아난의 탑에 대해서는 다른 것 보다도 더 정중한 공양을 올렸습니까?』
그러나, 왕은 이렇게 대답했다.
『존자님의 말씀에 따르면 아난은 부처님을 모셔 그 모든 설명을 기억하고 부처님이 입멸하신 뒤 경전(經典)을 집대성 하신 분이라고 한다. 부처님의 육신이 비록 입멸 되었더라도 그 설법이 아직 남아서 우리를 인도해 주고 있는 것은 모두 아난의 덕택이다. 그래서 아난 존자의 탑에 각별한 공양을 올린 것이다.
부처님의 법신(法身) 세상에 있어
항상 설법을 베풀어 주심은
아난이 이룩한 공덕이니라.
부처님의 등불 세상을 밝혀
망집(妄執)의 어둠을 없애버림은
아난이 이룩한 공덕이다
불지(佛智)의 바다를 모두 샅샅이
가지고 있는 복된 자이다.
아난은 부처님을 가까이 모셔
한번 들은 것은 잊지 않고
후세에 영원히 전하였노라.
아난의 덕을 무엇에 비기랴.』
왕의 일행은 이렇게 하여 불제자의 영적(靈跡) 순례를 끝냈다. 왕은 존자를 향하여 합장해서 노래했다.
『 이 세상에 태어나 임금이 되어
불탑을 세우고 불적을 순례했네.
그대 발밑에 엎드려 모시겠나이다.』
아육왕은 모든 볼적을 순례했는데, 가장 마음이 끌린 것은 불성(불성)의 장엄한 광경을 말해주는 보리수였다. 왕은 온 정성을 다하여 이 보리수를 공양하였다. 이에 대해서 가장 불평을 하는 것은 왕이 제일 사랑하는 부인 티샤라키타였다.
『옛날에는 왕이 이 세상에서 나를 제일 사랑해 주셨는데 요즘에는 저 보기싫은 보리수에 넋을 잃어 나를 조금도 돌보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든지 저 나무를 시들게 해야겠다. 저 나무만 없다면 왕은 또다시 나에게로 돌아오실 것이다. 나는 저 나무를 저주해서 죽여버려야겠다.』
애욕(愛慾)의 포로가 된 부인은 남 몰래 주술사를 불러서 상의했다.
『너는 저 보리수를 시들게 할 수 있는가?』
『네 할 수 있읍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돈 천냥을 주십시오.』
부인은 그가 달라는 대로 천냥을 주었다. 주술사는 돈을 받고 보리(보리)가야로 갔다. 그는 실로 나무가지를 묶고 열심히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지금까지 푸르게 우거져 있던 보리수의 잎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가지가 메말라갔다. 그러자 주술사의 요술만으로는 줄기까지 시들게 할 수는 없었다. 주술사는 돌아가서 부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뜨거운 것을 그 뿌리에 붓는다면 그 나무는 반드시 시들고 말 것입니다.』
부인은 어느 날 왕에게,
『저는 우유를 저 보리수에 공양하고 싶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부인이 그런 계략을 꾸미고 있는 줄은 모르고 말했다.
『그것은 참 기특한 일이다. 네가 좋을 대로 하라.』
부인은 왕의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당장에 사람을 파견해서 뜨거운 우유을 그 뿌리에 부었다. 그러자 나무는 시들어버리고 말았다. 이것을 본 다른 부인들이 크게 놀래서,
『대왕님, 큰일났습니다. 보리수가 시들고 말았습니다.
부처님이 계셨던 보리수의
잎은 지고 줄기는 말랐습니다.
무슨 까닭인지 애처롭도다.』
하고 왕에게 말했다. 이것을 들은 대왕은 놀라고 슬픈 나머지 기절하여 쓰러지고 말았다. 부인들은 왕의 얼굴에 물을 부어 겨우 소생시켰다. 왕은 눈물을 흘리며 노래했다.
『보리수는 바로 내 부처
보리수는 바로 내 목숨
보리수 죽으면 나도 죽겠다.』
티샤라키타부인은 왕이 슬피 몸부림치는 것을 보고,
『대왕님, 그렇게 슬퍼하시지 마십시오. 오늘부터는 제가 대왕님의 마음을 위로해 드리겠사옵니다.』
하고 왕의 마음을 잡으려 하였다. 그러나 왕에게는 보리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었다. 부인은 한낱 인간으로서 또 남편에게 대한 아내로서의 가치밖에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보리수는 내 생명이다 그 보리수가 시들고 말았다. 내 목숨도 머지 않아 끝날 것이다.』
부인은 왕의 이 간절한 말을 듣자 마자 자기의 잘못을 깨닫고 당장에 사람을 시켜 보리수의 뿌리에 냉 우유를 부었다. 보리수는 이렇게 해서 다시 살아났다. 왕은 이것을 듣고 크게 기뻐하여 매일 천병의 우유를 보내어 그 뿌리에 주었다. 이 때문에 보리수는 날이 갈수록 무성하여 옛날과 다름없는 울창한 나무가 되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친히 보리수에 참배하여 보리수를 보고 이렇게 노래했다.
『수많은 우유를 뿌리에 주고, 향수로서 그 줄기를 씻고
도향(塗香)을 나무에 발라, 제왕(諸王)이 하지 않은 공양을 이제 내가 하겠노라.』
왕은 금, 은, 유리 수정으로 만든 네 개의 항아리에 갖가지 향유(香乳)와 향탕(香湯)을 담고, 또 갖가지 음식을 바치고, 꽃을 뿌리고, 유악을 연주하는 한편 스스로는 목욕 재개하고 흰 옷을 입고서 사방을 향해서 절을 한 다음,
『사방에 계시는 불제자들이여, 내 마음을 불쌍히 여겨 내 공양을 받아 주옵소서.』
하고 외치자, 사방에서 三十만의 승려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엇다. 왕의 공양을 받는 다름 이 들 슬려들은 네 개의 항아리에 든 향수와 향탕으로 보리수를 씻었다. 이 때문에 보리수는 더욱 아름다워지고 더욱 무성해졌다. 승려들은 이구동성으로 노래했다.
깨우침의 나무는 물을 머금고, 깨우침의 나무를 향수로 씻겨
깨우침의 줄기는 번쩍거리고, 깨우침의 잎은 무성하도다.
왕은 크게 기뻐하고 이것이 끝나자 다시 三十만의 승려들에게 후하게 공양했다.
아육왕의 부처님에 대한 봉사는 이와 같이 끝이 없었던 것이다.
( 難阿舍第二十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