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머리와 날개를 가지고 뒷다리와 몸은 사자의 형상을 그리핀(Griffin), 이 신성한 동물은 황금을 지키는 괴수로 그리스 신화에 등장 한다. 용맹함을 나타내는 신화 속의 괴수는 오늘날 스웨덴에 의해 전투기로 탄생 되었다. JAS 39 그리펜(Gripen)이라는 스웨덴 이름을 가진 이 전투기는, 다목적 중형(中型) 전투기로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려는 많은 국가들의 멘토(Mentor)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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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스웨덴은 세계에서 유일한 무포탑 전차인 S-전차를 개발하기도 했다. <사진 출처: 스웨덴 국방부>
(우)비겐 전투기는 역 추진 장치를 장착해 뛰어난 단거리 이착륙 성능을 자랑했다. <사진 출처: 사브사>
독특한 무기들을 개발한 스웨덴
스웨덴은 오늘날 몇 안 되는 영세 중립국 중 하나이다. 영세 중립국이란 지위를 지키기 위해 스웨덴은 국가 방위에 가장 핵심적인 무기체계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스웨덴은 제2차 세계대전과 동서냉전 가운데에서도 튼튼하게 영세중립국의 위치를 지킬 수 있었다. 이밖에 스웨덴은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독창적인 무기체계들을 개발해왔다. 세계에서 유일한 무포탑 전차인 S-전차 그리고 역 추진 장치를 장착해 뛰어난 단거리 이착륙 성능을 가진 비겐(Viggen) 전투기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스웨덴만의 독특한 무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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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펜 전투기는 개발 과정에서 시제기 2대를 잃는 우여곡절 끝에 1997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다. <사진 출처: 사브사>
칠전팔기의 그리펜
1979년 스웨덴 정부는 비겐 전투기와 드라켄 전투기의 대체를 위한, 신형 다목적 전투기를 구상하게 된다. 신형 다목적 전투기는 스웨덴을 대표하는 항공기 제작사인, 사브(SAAB)사에 의해 구체화 된다. 1982년 6월 스웨덴 국방부는 5대의 시제기와 30대의 초기 양산기를 제작하는 계약을 사브사와 맺는다. 1988년 12월 최초의 그리펜 시제 1호기가 등장하게 된다. 그러나 시제 1호기는 시험비행 과정에서 기체 이상으로 추락하게 되고, 1993년 3월에 등장한 시제 2호기는 시범비행 도중 추락하게 된다. 두 기체 모두 조종 계통의 결함으로 판명되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두 사고 모두 사망자는 없었다. 1996년이 되어서야, 시제기들은 2,000여 시간의 시험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고, 1997년부터 그리펜 전투기는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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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그리펜의 카나드는 삼각날개와 조화를 이루어 기동성, 단거리 이착륙 성능을 개선한다. <사진 출처: 사브사>
(우)그리펜의 주날개는 삼각날개(delta-wing)로, 초음속 비행에 유리한 형태이다. <사진 출처: 사브사>
그리펜의 심볼 카나드
그리펜은 초음속 비행에 유리한 삼각날개(delta wing)와 오징어의 귀를 연상시키는 카나드(Canard) 즉 귀날개를 채택했다. 특히 카나드의 경우 그리펜의 심볼(Symbol)로 알려져 있다. 카나드란 항공기의 승강타와 마찬가지로 항공기의 자세를 제어하는 작은 날개이다. 민간 항공기에서도 일부 사용되지만, 주로 전투기에 많이 사용된다. 삼각날개 전투기에 카나드를 적용할 경우, 공중에서 민첩한 기동성을 얻을 수 있고 이착륙 거리가 짧아지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항공기의 주익과 미익 형태보다는, 상대적으로 불안정하고 조종이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일찍이 카나드의 장점에 주목한 스웨덴은, 비겐 전투기에서 카나드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리펜 전투기는 발전된 조종 제어 기술이 적용되어 카나드의 성능을 극대화 시킨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또한 스웨덴의 카나드 기술은 유럽에서 개발된 차세대 전투기인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라팔에도 적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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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그리펜 전투기는 고속도로를 비상 활주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이착륙거리가 짧고, 야전에서의 정비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사진 출처: 사브사>
(우)그리펜 NG는 기존 그리펜 전투기에 비해 행동반경이 늘어났고 성능이 향상된 항공전자장비를 탑재할 예정이다. <사진 출처: 사브사>
높은 생존성을 자랑하는 그리펜
숲과 호수의 나라 스웨덴은 특수한 지형 때문에 충분한 넓이의 공군 기지를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또한 냉전시절에는 스웨덴이 구 소련과 가까워 적기에 대응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적의 공격에 전투기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산에 터널을 뚫고 지하 활주로를 건설하거나 숲 속에 전투기를 은폐하고 고속도로에서 이륙시키는 등 독특한 방식으로 전투기를 운용해야만 했다. 이러한 스웨덴의 작전환경을 반영하여, 그리펜 전투기는 비상 출격 시 1분 이내에 이륙할 수 있고 야전에서의 정비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또한 그리펜 전투기 특유의 낮은 착륙 속도와 착륙시 제동장치로도 활용되는 카나드는, 700m의 활주로만 있다면 어느 곳에서도 작전할 수 있는 전투기로 만들었다. 해외의 유명 에어쇼(Air Show)에서는 무장을 탑재하지 않은 그리펜 전투기가, 300m의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시범비행을 선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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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펜 전투기는 4개국에 수출을 성공, 개발국인 스웨덴을 포함하여 5개국에서 운용 중이다. <사진 출처: 사브사>
그리펜 NG
1997년 12월부터 스웨덴 공군에 배치된 그리펜 전투기는, JAS-39 라는 제식명칭을 부여 받는다. JAS란 이름은 스웨덴어의 Jakt(전투), Attack(공격), Spaning(정찰)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그리펜 전투기는 기본형인 JAS-39A 외에 훈련용의 복좌기인 JAS-39B가 있다. 이후 등장한 JAS-39C/D는 나토(NATO) 회원국들과의 연합작전을 고려해 개발된 기체이다. 이를 위해 GPS 항법체계를 추가하였고 피아식별장치를 교체하였으며, 나토 표준의 Link-16 데이터 링크와 무장 파일런을 장착했다. 이밖에 전투기의 항속거리를 연장시키는 공중급유포드와 헬멧 시현기(HMD)가 추가 되었다. 2007년부터는 기존 그리펜 전투기보다 항속거리가 향상된, 그리펜 NG가 개발 중에 있다. 그리펜 NG는 복좌형 전투기인 JAS-39D를 기반으로 동체 내부에 연료탱크를 증설하고, 추력이 향상된 GEAE사의 F414G 엔진을 장착했다. 기존 그리펜 전투기보다 성능이 향상된 그리펜 NG는 JAS 39E/F로 표기된다.
세계를 향해 날개를 펼친 그리펜
스웨덴이 제작한 전투기들은, 해외시장에서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 다만 스웨덴과 비슷한 처지의 영세 중립국가인 오스트리아와 핀란드가, 과거 드라켄(Draken) 전투기를 도입해 운용했다. 이밖에 영세 중립국가가 아닌 덴마크도 드라켄 전투기를 일부 도입 했다. 그러나 이후 개발 된 비겐 전투기의 경우 단 한대의 전투기도 수출되지 못했다. 1995년 파리 에어쇼에서 그리펜 전투기의 제작사인 사브사는 세계 굴지의 방위산업체인 BAE 시스템즈와 손잡고, 그리펜 전투기의 수출을 전담하는 그리펜 인터내셔널사를 설립한다. 그리펜 인터내셔널사의 활동으로 1998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그리펜 전투기가 최초로 수출되었으며, 이후 동유럽의 헝가리와 체코가 그리펜 전투기의 도입을 결정한다. 지난 2008년에는 아시아 국가 최초로 태국이 그리펜 전투기를 도입하기에 이른다. 그리펜 전투기는 지난 2011년까지 200여대가 넘는 전투기가 생산되었으며, 현재 세계 각국의 전투기 도입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JAS 39A 제원
전폭 8.4m /전장 14.1m /전고 4.5m /자체중량 6.8톤(ton) /최대이륙중량 14톤(ton) /최고속도 마하 2.0 / 전투행동반경 800Km /실용상승한도 50,000피트(feet) /엔진 볼보&GEAE RM12(F404) 터보팬 X 1 /무장 27mm 마우저 BK-27 기관포 1문, AIM-9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AIM-120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AGM-65 지대공 미사일, RBS-15F 대함 미사일 등, 무장 장착대 6개소에 약 5톤(ton) 탑재 가능
글 김대영 / 사단법인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 인텔엣지(주) 국방조사팀 팀장, 디펜스 타임즈 코리아 편집위원
http://www.cyworld.com/undercoverbrother
자료제공 유용원의 군사세계 http://bemi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