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 씨 "주 6일에 하루 11시간씩 일해도 월 150 벌기 어려워" 10평 남짓 가게서 원가 645원 아메리카노 51잔 팔아야.. 전문가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카페 성공, 10명에 1~2명"
"나도 회사 그만두고 이런 카페나 차리고 싶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붐비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직장인에게 이런 투정 섞인 농담은 낯설지 않다.
주요 도심엔 스타벅스 같은 대형 프렌차이즈부터 일반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1인 카페까지 줄줄이 들어서 있다.
지난 10월 정보분석기업 닐슨코리아의 왓츠넥스트(What's Next) 그룹이 진행한 '커피 소비에 관한 한국인의 인식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일주일 평균 소비하는 커피양은 무려 9.3잔.
그렇다면 카페를 차리는 일은 그만큼 쉬운 일일까?
■ 창업비용으로 7천만원, 주 6일에 하루 11시간씩 일하는데…
김정연(가명) 씨는 지난해 9월 서울시 종로구 한 주택가에 약 10평짜리 작은 카페를 열었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는 70만원. 창업비용으로 총 7천만원이 들었다.
카페를 시작하기 3개월 전부터 약 300만원을 투자해 바리스타 교육과 창업 컨설턴트를 받았다. 인테리어와 공사 비용은 약 5천만원. 원래 슈퍼였던 자리를 뜯어 공사를 시작했고 커피머신과 냉장고, 제빙기, 가구 등을 구입하는데 약 1200만원을 더 썼다.
적지 않은 비용이었지만 정연 씨에겐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마침 개업한 9월은 날씨가 더워서 손님이 제법 있었고, 주변 지인들도 많이 찾아왔다.
하지만 자신감은 머지않아 초조함으로 바뀌었다. 자리를 잡으면 오를 거라 생각했던 매출은 지지부진했다. 개업 3개월이 지나고 날씨가 서늘해지자 손님은 더 줄었다.
아르바이트를 쓸 여력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카페를 혼자 운영하
달 수입 150만원도 안 돼요…직장인이 부럽습니다"
정연 씨는 왜 최저임금도 벌지 못했을까? 계산해보면 이렇다.
2018년 현재 최저임금은 7530원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11시간 근무하는 정연 씨는 하루 8만2830원을 벌어야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쉬고 하루 11시간씩 일해도 한달에 215만원 정도를 버는 셈이다.
정연 씨네 아메리카노는 한 잔에 3천원이다. 1만6500원에 산 500g짜리 원두를 17g 투샷으로 추출해 약 29잔의 아메리카노를 만든다.
커피 한 잔에 들어가는 원두 값은 약 570원으로, 컵과 홀더, 빨대 등에 들어가는 비용 약 75원을 더하면 원재료 값은 645원이 된다.
카페 한달 유지비는 약 97만 2천원이다. 한달 월세 70만원에 전기세 약 15만원을 더하고 수도세, 방역비, 인터넷 비, 포스기 임대료 등을 포함한 것이다. 이 금액을 한달 영업일인 26으로 나누면 약 3만 7천원이라는 하루 유지비가 나온다.
는 정연 씨는 주 6일로 하루에 11시간씩 근무하는데 본인 인건비로 최저임금조차 챙기지 못했다.
카페 한달 유지비는 약 97만 2천원이다. 한달 월세 70만원에 전기세 약 15만원을 더하고 수도세, 방역비, 인터넷 비, 포스기 임대료 등을 포함한 것이다. 이 금액을 한달 영업일인 26으로 나누면 약 3만 7천원이라는 하루 유지비가 나온다.
최저임금으로 계산한 하루 임금에 하루 유지비를 더하면 11만 9830원이 된다. 즉, 12만원 이상 순이익을 거뒀을 때 정연 씨는 자신의 인건비를 최저시급으로 챙길 수 있게 된다.
문제는 하루 12만원의 순이익을 남기기 위해선 51잔의 아메리카노를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아메리카노만 판매하는 건 아니지만, 아메리카노의 비중은 매출의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정연 씨가 매출 10만원을 넘기는 날은 일주일에 손에 꼽힐 정도다. 순이익 12만원은 엄두도 낼 수 없다.
아메리카노 51잔을 팔아야 최저임금을 남길 수 있는 현실에서 정연 씨는 매일 반토막 벌이를 하고 있다. 정연 씨가 최저시급도 벌 수 없는 이유다.
정연 씨는 "번화가에 카페 차릴 여유가 없어서 주택가에서 시작했는데 월세가 싼 대신 유동인구가 많지 않다"며 "알바는커녕 혼자서도 버티기 쉽지 않다. 밥 먹을 시간도 없어서 포스기 앞에서 때우고 화장실도 맘편히 못 간다. 이렇게 일해도 한달에 수입은 150도 되지 않는다"고 한숨 내뱉었다.
이어 "여름은 좀 괜찮은데 날씨가 추운 겨울에 매출이 심각하다. 지난 주말엔 상수도까지 동파돼 난리였다"며 "회사 그만둔 지 약 2년이 지났는데 요새는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직장인이 부럽다"고 하소연했다.
■ 창업 전문가 "성공은 20% 남짓…3~4일 매출로 임대료 지불할 수 있어야"
카페를 열고서 이런 고충을 겪는 건 정연 씨만의 일이 아니다.
바리스타 교육과 창업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한 커피 학원의 관계자는 "창업 성공 가능성은 약 20%"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학원에서 경험한 바로는 10명 중에 1~2명 정도가 잘 되고 나머지는 굉장히 힘들다"며 "경기가 안 좋고 부동산 임대료도 높다 보니 가게를 운영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인건비도 내년부턴 8350원으로 상승해서 2년 동안 2천원 정도가 올라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안정적으로 카페를 운영하기 위한 평균 수치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카페를 창업하시는 분들은 임대료나 인건비를 잘 고려해서 준비하는 게 중요한데 순익분기점에 대한 철저한 계산 없이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통 3~4일 매출로 한달 임대료를 지불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안정적으로 카페를 운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전체 매출이 만약 1천만원이라고 할 때 임대료는 10~15%가 나가야 하고 재료비로는 약 30%를 잡는다"며 "여기에 기타 비용을 집어 넣으면 본인에게 남는 수익은 약 30% 밖에 안 되는게 보통"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적정 원두 금액이라는 게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원두 값은 500g에 1만원대부터 3만원대까지 다양하다"며 "만약 커피가 한잔에 3천원이라면 원가는 600~800원 사이가 적당하다. 박리다매든 후리소매든 지향점을 잘 잡고 자신에게 이윤을 남길 수 있도록 전략을 잘 세우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Cover Story] '요리업계의 하버드大' 美CIA 팀 라이언 총장
1. 그로서란트(Grocerant) 플랫폼
식재료(grocery)와 음식점(restaurant)을 결합한 매장. 원하는 재료(고기·해산물)를 고른 다음, 추가 요금을 내면 즉석에서 조리해준다. 신선한 먹을거리를 직접 보고 고르고 싶은 욕구와 취향에 맞는 조리법을 추구하는 소비 문화를 동시에 충족한다. 최근 국내에선 롯데마트가 매장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2. 업사이클 푸드
외관이 볼품없다는 이유로 진열대에 오르지 못한 농작물과 재배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로 만든 음식. '못생긴' 수박, 찌그러진 딸기, 다리 2개인 당근 같은 재료로 만든 주스가 나오고, 가공 후 남은 닭가슴살 부스러기와 채소 이파리를 모아 만든 건강음료도 선보였다.
3. 식탁 주인공이 된 채소
채소는 더 이상 전채요리나 반찬 중 하나에 머물지 않는다. 소시지 대신 브로콜리를 빵 사이에 넣은 브로콜리 도그, 채소를 메인으로 놓고 생선·육류를 사이드에 배치하거나 채소만으로 8~10가지 코스 요리를 수놓는 채소전문 레스토랑이 인기다. 미국·유럽에선 채소를 분자 단위로 쪼개 만든 '채소 고기(leafy meat)'도 나왔다.
4. 미슐랭표 캐주얼 패스트푸드
패스트 푸드와 패밀리 레스토랑 중간 수준 음식점. 패스트 푸드보단 비싸고 주문시간이 길지만 패밀리 레스토랑보단 싸고 테이크아웃도 쉽다. 편하고 질 높은 음식을 바라는 수요를 충족시킨다. 최근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점을 받은 유명 요리사들도 음식 본질은 지키면서 가격을 낮추고 접근성
높인 단품 음식을 들고나왔다.
5. 진격의 HMR(가정 간편식)
외식은 비싸고 집밥은 귀찮다. HMR(Home Meal Replacement·가정간편식)로 편하게 끼니를 채우는 추세는 점점 가속화하고 있다. HMR은 쉽고 간단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식품. 갈비탕·육개장에서 각종 덮밥, 샌드위치·샐러드까지 다양하다. 간편식을 추구하지만, 패스트 푸드보단 고급스러운 업스케일(upscale) HMR 시장이 커지고 있다.
[Cover Story] 한국·홍콩 전문가가 보는 외식업 생존법 ① 자영업 식당 - 백종원 더본컴퍼니 대표
실내 포장마차 콘셉트를 내세운 '한신포차', 김치찌개가 유명한 고깃집인 '새마을식당',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 '빽다방', 짬뽕·탕수육에 집중한 중식당인 '홍콩반점 0410', 단출한 우동 전문점인 '역전우동 0410'…. 외식을 즐겨하지 않더라도 먹자골목을 지나며 최소 한두 번은 간판을 접했을 식당들이다. 1993년 '원조쌈밥집'을 시작으로 요식업 프랜차이즈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백종원(52) 더본컴퍼니 대표는 본인이 곧 브랜드 수준으로 자리 잡은 요식업 전문가다. 편의점과 협업해 출시한 제품이 '백종원 도시락' '백종원 찐빵' 같은 이름으로 판매될 정도다. WEEKLY BIZ가 백 대표를 더본코리아 서울 논현동 본사에서 만나 요식업 창업에 중요한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요식업 창업에 대한 백 대표 지론은 간결했다. ①요리든 서비스든 식당과 관련된 업무 중 하나라도 좋아해야 하고 ②시장 조사만 아니라 직접 식당 일도 경험해야 하며 ③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당 브랜드를 출시하는 과정도 녹록지 않다며 "홍콩반점, 빽다방, 새마을식당 등 모두 기획, 브랜딩, 테스트 매장 운영까지 3년씩은 준비하고 출시한 브랜드"라고 했다. 그는 "분석이나 예측을 잘못하면 망한다"고 경고했다.
저가격 저비용으로 승부하라
―최근 눈에 띄는 요식업 트렌드는 뭔가.
"우선 (매장 규모의) 소형화다. 아예 대형 매장이 되든지 작은 매장이 되든지 갈수록 양극화될 것 같다. 임대료와 인건비 때문이다. 대형 식당은 식자재 원가와 인건비 외에도 분위기나 매장 인테리어 등에 대한 비용이 음식 가격에 반영돼도 손님들이 이해하고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그 반대로 나머지 식당들은 운영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하고 빽다방을 비교하면 원두 같은 재료비는 사실 큰 차이가 없다. 스타벅스는 카페 공간에서 손님들이 시간을 보내고 여유를 즐긴다는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더 비싼 가격을 매길 수 있는 거고, 빽다방은 테이크아웃이니까 가능한 가격이다.
메뉴는 점차 세분화되는 것 같다. 예전엔 한 식당에서 여러 메뉴를 팔았다면, 점차 전문 메뉴 몇 개만 판매하는 극세분화가 (요식업계의) 주류가 되지 않을까. 예를 들어 김치찌개를 먹는다면 '김치찌개는 이 집이지'하면서 특정한 식당으로 가는 식이다. 메뉴에 대한 전문성을 말하는 거다."
―베트남식, 인도식처럼 음식 메뉴에도 유행이 있지 않은가.
"따라가지 않아야 한다. 유행이 가격 경쟁력을 동반하지 않으면 오래 못 간다는 걸 해물떡찜0410이라는 첫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실패하면서 배웠다. 초반에는 어마어마한 유행을 탔는데, 가격 경쟁력이 없다 보니 유사 브랜드가 너도나도 등장해서 해물떡찜 열풍이 금방 식었다. 동귀어진(同歸於盡)한 셈이다. 브랜드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브랜드를 (유사 브랜드로부터) 보호할 방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고, 이런 경험이 반영된 게 홍콩반점 같은 브랜드다.
'동네에 짜장면 집이 많아도 시켜 먹는 메뉴는 짜장면, 짬뽕, 탕수육이다. 비싼 월급 주고 주방장 구하느라 고생하느니 하루 주문의 70~80% 차지하는 메뉴에 집중하되 가격 경쟁력을 높이자. 손님들이 일주일에 한두 번 먹던 걸 한 번 더 먹게 하면 (수익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처음 홍콩반점 가격이 짬뽕은 3500원, 탕수육은 8000원 정도였다. 짬뽕을 5500원, 탕수육을 1만6000원에 팔았대도 충분히 돈은 벌었을 테지만, 유사 브랜드가 막 나왔을 거다. 그래서 가격을 최대한 낮췄고 결론적으로 대박을 냈다."
팔려는 메뉴의 본질을 파악하라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우선 전체적인 그림을 그린다. 어떤 느낌의 매장이고, 어떤 고객층을 타깃으로 할 것인지. 역전우동0410을 만들 때는 '예전에 우리 세대는 기차를 타고 역에 잠깐 서면 그 앞에서 우동을 먹었는데'하고 그 느낌을 반영하려고 생각했다. 일단 아이디어가 생기면 세부적인 내용을 계속 고민한다. 의외로 식당 브랜드를 새로 만들 때 주방에서 레시피 고민하는 것보다 (소비자들의) 심리를 분석하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일단 식당 이름과 메뉴를 만들면 그다음엔 어느 지역에서 (식당을) 할지 결정한다. 우선 처음 테스트하는 지역에 일종의 시범 운영 식당을 연다. 그 지역의 주고객층 입맛에 맞게끔 메뉴를 실험해보는 거다. 역전우동이냐 홍콩반점이냐 새마을식당이냐, 식당에 따라 고객층이 다르다.
음식 맛에 대한 내 전략은 '마름모 이론'이랄까. 예를 들어 간을 세게 먹는 사람과 약하게 먹는 사람이 있고, 그 중간에는 평균적인 입맛인 사람이 있다. 이 마름모가 위가 더 뚱뚱할 수도 아래가 더 뚱뚱한 모양일 수도 있는데 메뉴에 따라 가장 많은 고객의 입맛에 맞춰야 한다. 식당에 대한 점수에서 맛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라고 본다. 나머지 70%는 그릇이나 음식을 담은 모양새, 식당 분위기나 인테리어, 유명한 연예인이 왔다 간 집 등등 환경적인 요인이다. 입으로 느끼는 맛은 쉽게 말해 내신 성적, 기타 요인은 수능 성적 같은 거다. 맛에서 70%(21점)를 맞춰도 기타 요인에서 70점 만점을 받으면 총점은 91점이 될 수 있다. 물론 기타 요인을 구성하는 요소는 메뉴에 따라 달라진다. 고급 식당은 친절한 서비스가, 냉면집은 이리저리 끼어 앉는 좁은 공간이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결국 브랜드를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는 내가 팔고자 하는 메뉴의 본질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또 이 음식을 먹을 사람들의 수준과 기대치가 무엇인지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2~3년 사전준비는 필수
―요식업을 시작할 때 명심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어떤 하나라도 음식점 일에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음식을 만드는 것이든 먹는 것이든 사람을 만나거나 대화하는 게 좋든 뭐든지 외식업과 연관되는 일 중 하나라도 좋아해야 한다. 요식업이 얼마나 힘든 건데 '돈이 좋아서' 시작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나한테 '식당 경영하려면 뭘 준비해야 돼요?'라고 많이 묻는다. 골프를 좋아해서 골프를 전문적으로 가르치고 싶다면 본인이 수업료를 내고 직접 골프를 배우고 필요한 자격증을 따지 않겠나. 식당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식당에 가서 일하고 경험해봐야 한다. 취업도 2~3년 동안 준비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면서 요식업 창업은 굉장히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본인이 돈을 투자해 할 일인데 왜 아무 생각 없이 시작하나."
―요식업계에서 프랜차이즈가 어떻게 기여한다고 생각하나.
"프랜차이즈의 장점은 그 브랜드 식당을 찾는 사람에게 기본자세,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이 식당에 가면 무슨 음식을 얼마에 먹겠구나, 서비스는 어떻겠구나'하고. 요식업에 대해 잘 모르고 식당을 시작하는 분들은 프랜차이즈 본사로부터 기본적인 조리법과 위생, 고객 대응 요령 같은 걸 배울 수 있다. 무조건 프랜차이즈를 하란 게 아니라 프랜차이즈가 (요식업) 공부가 부족한 창업자에게 교육적인 순기능을 한다는 얘기다."
[Cover Story] 한국·홍콩 전문가가 보는 외식업 생존법 ③ 맛과 수익의 균형 - 홍콩 식당 '앰버' 리처드 에케버스 셰프·논현동 한식당 '밍글스' 강민구 오너셰프
고급 식당을 가리키는 '파인다이닝(fine dining)'은 일반 식당과는 격이 다르다. 다양한 고급 식재료, 창의적 조리법, 아름다운 담음새부터 세련된 식당 인테리어·식기, 세심한 서비스까지 두루 갖춰야 한다. 패션업계로 치면 명품 브랜드, 호텔업계에서라면 5성급 호텔에 견줄 수 있다. 값도 비싸다. 그만큼 손님 기대치가 높다.
세세한 부분까지 정성을 쏟다 보니 파인다이닝을 운영하는 유명 셰프들도 요리 품질과 수익성 사이 균형을 맞추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규모가 큰 편인 호텔 파인다이닝조차 한번에 50~60명, 개인 레스토랑은 20~30명을 접대하는 게 고작이다. 미슐랭 3스타 셰프로 방송을 타면서 유명해진 고든 램지조차 경영난으로 식당 문을 닫아야 했던 경험이 있다. 프랜차이즈 레스토랑과 또 다른 파인다이닝의 세계. 홍콩 더랜드마크 만다린오리엔탈호텔에 있는 식당 앰버(Amber)의 리처드 에케버스(Ekkebus·52) 총괄셰프와 서울 강남 논현동에서 모던 한식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다는 평가를 받는 밍글스 강민구(34) 오너셰프를 파인다이닝의 격전지인 홍콩에서 만났다.
에케버스는 피에르 가니에르와 기 사부아 등 프랑스 간판 셰프들을 사사하고 10년 넘게 미슐랭 2스타를 유지하는 프랑스 요리 전문가. 강 셰프가 직접 운영하는 밍글스는 미슐랭가이드가 선정한 서울의 2스타 레스토랑 5곳 중 하나다. 강 셰프는 에케버스 초청으로 앰버의 특별 요리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홍콩을 찾았다.
[Cover Story] 세계 최대 요리전문 대학교 美 CIA 팀 라이언 총장이 말하는 '외식업 성공하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 한 달에 14.8회 외식을 한다. 직접 식당을 찾아가고 배달을 시키기도 하며 테이크아웃(포장)한 음식을 집에서 즐긴다. 이 외식 시장 규모만 해도 올해 기준 136조원. 40조원 정도로 추산되는 자동차 시장 3배가 넘는다. 시장조사기관 테크나비오는 세계 외식시장 매출액을 40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이 광대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은 치열하다.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소비자 입맛을 선점하기 위해 아이디어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춘추전국시대 접어든 외식시장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외식시장을 품은 국가다. 금융 위기 이후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미국 외식산업은 르네상스를 맞았다. 미국 내에서만 매년 수천명 요리사가 외식업계에 새로 뛰어든다. 1990년대 실리콘밸리에 닷컴 붐이 일었듯 미국 전역에서 '다이닝(dining) 붐'이 일고 있다. 이들은 식탁보가 깔린 테이블이나 유럽산 고급 식기를 쓰는 일류 식당에만 취업하길 고집하지 않는다. 마치 스타트업 같은 푸드 트럭이나 테이크아웃 전문점에서 자기만의 요리를 자신 있게 선보이는 데 거리낌이 없다. '요리업계의 하버드대'로 통하는 세계 최대 규모 요리 전문 대학교 미국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팀 라이언 총장은 "미국 외식업계는 20년 전부터 이때를 기다려왔다"며 "음식에 대한 기본기를 착실히 갖췄다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외식업에 도전하라"고도 권했다.
실제 1990년 이 학교를 졸업한 스티브 엘스는 1993년 8만5000달러(약 1억원)를 긁어 모아 조그만 타코 전문점을 차렸다. 이 타코 전문점은 25년 만에 2250여 개 지점을 가진 연매출 4조4000억원의 대형 외식기업 치폴레(Chipotle)로 성장했다. 라이언 총장은 또 "요즘 소비자들은 색다른 음식을 맛본 경험을 온라인에서 끊임없이 재생산한다"며 '식당 밖 경영'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준비 없이 식당 차리면 위험천만
동시에 외식업계에는 '대박신화'라는 유령도 배회하고 있다. '대박집'으로 불리는 식당들이 수시로 등장하면서 외식사업에서 성공을 거두기가 직장을 다니며 월급을 받는 일보다 수월하다고 생각하는 시선도 함께 늘었다. 간단한 메뉴로 매년 수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식당 사례를 보고 퇴직금을 끌어다 식당을 차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최근에는 30대 직장인까지 이 행렬에 동참하는 추세다.
국내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백종원 더본컴퍼니 대표와 식음료 브랜드 컨설팅 전문가 노희영 YG푸즈 대표를 WEEKLY BIZ가 만났다. 요식업 프랜차이즈 분야에서 가장 성공한 사업가로 꼽히는 백종원 대표는 "요식업에 뛰어드는 많은 사람들이 준비 없이 너무 쉽게 생각하고 시작한다"면서 "수많은 프랜차이즈 점주들도 식당 운영을 조금 더 편하게 하려고 (프랜차이즈 브랜드 기존 명성에) 기댄다"고 지적했다. 취업할 때도 2~3년 공부하고 준비하는데 식당업은 너무 안일한 태도가 자주 보인다는 것이다.
노희영 대표는 까다로워진 소비자들 취향을 제대로 포착하는 게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 외식시장은 포화 상태에 다다랐고, 소비자들은 '맛있는 음식'은 기본이고 부가적인 요소를 원한다"며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꼼꼼히 보는 건 물론이고 유행하는 음식, 패션, 영화를 모두 직접 경험해본다"고 설명했다.
음식 수준과 수익성 조화가 최대 과제
'미식 문화'를 논하면서 빠질 수 없는 파인다이닝(fine dining·고급 식당) 동향을 확인하기 위해 홍콩 앰버의 리처드 에케버스 셰프와 강민구 밍글스 셰프를 찾아갔다. 각각 홍콩과 서울에서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을 총괄한다. 에케버스 셰프는 "최근 파인다이닝 업계에서는 환경 보호와 성 평등 문제가 화제"라며 "어떻게 하면 플라스틱 같은 일회용품을 적게 사용하고, 직원들 성비 차이나 남녀 간 임금 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또 음식 수준과 수익성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는 것도 중요한 능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 셰프는 수익이 나는 식당이 결국 식재료에도 투자할 수 있어 고객들에게 신선하고 좋은 음식을 대접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