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의 장절 구분
성서는 지금으로부터 3000년 전인 기원전 1000년서부터 기원후 100년 사이에 기록되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오늘 우리가 보는 성서에서처럼 장절이 구분되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심지어 띄어쓰기는커녕 문장의 끝을 알리는 구두점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이어져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어떤 내용의 구절을 쉽게 찾아 읽을 수도 없었고, 문장을 어디서 갈라 읽어야 할지가 불분명할 경우에는 그 뜻을 알아 듣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체 단락도 짓지 않고 붙여 쓴 것은 순전히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요즘처럼 종이가 넉넉하지도 않았고 값도 비쌌기 때문이죠.
이때만 해도 습지에서 자라는 갈대의 일종인 파피루스를 얇게 잘라서 서로 겹쳐서 말린 거친 종이나, 동물의 가죽을 석회수에 적셔서 무두질해서 말린 양피지 위에 글을 써야 했으므로 가격이 무척 비쌌습니다.
단어와 단어 사이에 여백을 남겨둔다는 생각은 할 수가 없었죠.
문장 사이에 구두점을 찍어서 최소한 한 문장이 어디서 끝나는지를 알 수 있게 된 것은 6-7세기에 들어와서입니다.
하지만 단어와 단어 사이를 띄우게 된 것은 그보다 몇 백 년이 더 지난 뒤인 11세기에 와서야 비로소 이루어졌습니다.
아마도 9세기 초에 알파벳 소문자가 개발되어, 그동안 쓰여 왔던 대문자가 문장을 처음 시작할 때 이외에는 잘 쓰여지지 않게 되면서 생겨난 부수적인 결과였으리라고 추정됩니다.
대문자보다는 소문자로 쓰여질 때에 같은 지면이라도 더 많은 글자가 들어가지만, 알파벳 소문자로 죽 이어쓰게 됨에 따라 문장 전체가 이전보다 훨씬 짧아진 상태에서 덩어리져 보이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한 글자씩 분명하게 보이던 대문자 필사본에서는 그리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던, 단어와 단어 사이를 명확히 구분지을 필요가 생겨났던 거죠.
이렇게 성서 내용을 좀더 쉽게 알 수 있게 하려는 성향은 파리대학의 성서학 교수며 훗날 캔터베리 대주교가 되었던 스테판 랭톤(Stephen Langton)이 1226년에 라틴어 성서를 1189장(구약 929장, 신약 260장)으로 구분함으로써 더 진척되었습니다.
이전에는 필사본의 여백에 단락이 새로 시작된다는 표만 있었던 것을 더 발전시켜, 몇 개의 단락과 대목을 한데 묶어서 장(章) 구분을 새롭게 선보였던 것이죠.
이 구분법은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아주 정확할 뿐만 아니라(예를 들어 필립 4,1이나 1고린 11,1은 앞 장에 속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 어떤 내용이 어디에 있다는 것을 대략적으로나마 전달할 수 있는 체계라는 점에서 이후의 필사본에서는 계속 이 구분법을 따르게 되었습니다.
이후 성서 본문에서 또 하나의 큰 변화라 할 수 있는 절(節) 구분이 생겨난 것은 1450년 구텐베르크가 납활자 주조에 성공해서 인쇄 문화가 사회 전반에 파급된 후의 일입니다.
이전보다는 성서를 쉽게 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인쇄업자들이 서로 다른 차별성을 보이려고 애쓰는 가운데, 1551년에 프랑스 인쇄인 로베르 스테파뉘 에티엔느(Robert Stepanus Etienne)가 그리스어 신약성서를 7959절로 나누어 인쇄함으로써 선을 보였습니다.
1528년에 산테스 파그니니가 만든 절 구분법을 채택해서 시험작으로 인쇄해 보았던 것인데, 처음에는 불필요한 체계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점차 그 효용도가 인정되면서, 20년 후에는 23214절로 구분된 구약성서가 인쇄될 수 있었습니다.
이후로 오늘에 이르기까지 각국어로 옮겨진 성서는 모두 이 장절 구분법을 따르고 있답니다.
먼저 갖고 계신 성서를 아무 데나 펼쳐보세요.
오른쪽과 왼쪽 꼭대기에 성서 이름과 숫자가 적혀 있죠?
한 번 옆에다 써 보세요. 또 본문의 좌우에도 큰 숫자와 작은 숫자가 쭉 써있죠?
그 중 큰 숫자가 장(Chapter)이고 작은 숫자가 절(Verse)입니다.
성서는 원래 장절의 구분없이 붙어 있어요. 그래서 읽고 공부하기가 너무 불편해서 13세기에 스테판 랭톤 대주교가 장을 가르고, 16세기에 로베르 스테파 뉘에티엔느라는 프랑스 인쇄인이 신약 성서의 절을 구분하였답니다.
이렇게 구분해 놓으니 보기도 좋고 찾아보기도 쉽죠?
하지만 장절은 성서를 읽고 배우는 데 필요한 하나의 도구이지, 그것에 따라 성서 내용이 구분되지 않음을 아셔야 해요. 성서 본문의 중간에 들어 있는소제목도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성서 번역자가 만들어 넣은 것이구요.
성서의 장절을 적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널리쓰여요.
가령 루가 복음 1장 5절을 줄여 루가 1;5라고 적거나, 또는 그 구절을 루가 1,5로 표시해요.
어느 방식을 적든 상관없지만, 사막의 성서 공부에서는 세계적으로 더 널리 쓰이는 두 번째 방식을 사용하겠어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릴께요.
창세 1,1-2, 4는 창세기 1장 1절부터 2장 4절까지를 가리켜요.
또 출애 3,4.8은 출애굽기 3장 4절과 8절을 나타내요.
마태 5,5; 요한 2,7은 마태오 복음 5장 5절과 요한 복음 2장 7절을 함께 가리켜요.
성서 이름은 이름 전체에서 앞의 두 글자만 따서 줄여 부르는 거구요.
(월간 성서와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