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작은 섬 사이판 기행
여행지:남태평양 북마리아나 제도 사이판
여행일:2008년 8월 20일 수요일~8월 24일 일요일까지 4박 5일
2008년 8월 20일 수요일 사이판행 비행기 탑승
인천공항 출발, 비행기 길, 사이판 공항 도착, 퍼시픽 아일랜드 리조트 투숙
* 인천공항 출발
아시아나 항공 603, 20:10분 발 비행기다. 공항에 오후 5시 40분까지 모여 티켓팅하고 짐을 부치고 43 게이트에서 7시 40분에 보딩했다. 이번 여행은 특별하다. 고등학교 동창생 중에서 여학생들의 모임으로 17명이 함께 팀을 구성하여 간다. 옛날의 깊은 우정으로 수학여행 가는 기분이라며 모두들 기뻐한다. 벗을 만나서 기쁘고, 여행을 하여서 기쁘고 참으로 행복한 날이다.
사이판은 남태평양에 있는 미국령 섬이다. 그래서일까, 게이트를 통과하여 비행기 탑승 직전에서도 가방을 검색한다. 철저하다. 아무리 많은 인원이 가도 한국 가이드는 따라 가지 않는 곳이다. 동남 아시아 대부분이 그렇듯이 남태평양의 작은 섬 사이판은 휴양지여서 그렇다. 나의 좌석은 31B, 통로쪽이다. 정확한 시간에 이륙하여 어스름 하늘을 차 오른다.
* 사이판 가는 비행기 길
서울에서 부산을 지나, 일본을 지나 태평양 위로 날아간다. 남태평양에 떠 있는 작은 섬 사이판으로 날아간다. 의자 등받이에 모니터가 있어 비행기 길을 편리하게 본다. 사이판은 필리핀과 동일한 위도에 있다.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곳이며 한국과는 시차가 1시간으로 사이판이 더 빠르다.
한국 신문도 보고, 기내 석식으로 쇠고기 덮밥도 맛있게 먹고 이제 잠을 청해야 한다. 새벽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창 밖은 캄캄한 밤이다. 비행기 창문을 내리고 잠을 청하다가, 셀레임에 눈뜨면 모니터의 영화를 보던가, 뉴스를 보던가, 음악을 듣던가 하면서 창공의 시간을 엮고 있다. 그리 긴 길은 아니기에 지루함은 없다. 아름다운 밤의 여행길이다.
* 사이판 공항 도착
새벽 1시 30분, 사이판 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시간으로는 12시 30분이다. 밤이라서 잘 안 보이지만 규모가 작다. 사이판이라는 안내 사진이 입국장에서 외인을 반긴다. 시원한 바다 사진이다. 늦은 밤, 사이판에 입국하려는 여행객들로 장사진이다. 이곳은 휴양지라서 가족 단위, 연인 단위로 오는 팀이 많다.
날씨는 밤인데도 덥다. 현재 온도가 26도라는데 한국의 저녁보다는 훨씬 후덥지근하다. 여행사 모두투어 가이드가 나와 우리를 데리고 PIC 리조트로 갔다. 15인승 차라서 두 차로 나누어 타고 갔다. 어둠에서 야자수가 남국의 향수로 스쳐지나간다.
* 사이판 PIC 리조트 투숙
한밤중에 들어왔다. 풍경은 잘 보이지 않지만 벌써 낯선 이국의 정취에 젖는다. 분주히 직원이 나와 반긴다. 실내의 은은한 불빛, 야자수 화분, 꽃이 곱다. 육중한 아름다움이다. 앞 출입문도, 뒤 출입문도 없이 실내 공간이 뚫려 시원하게 내부가 열려 있다. 다른 나라의 호텔과는 사뭇 다르다.
우리들은 로비에서 룸을 정했다. 17명이기 때문에 벗 2명씩, 그리고 한방은 3명이 잔다. 나는 208호다. 친구와 둘이 방에 들어가 여장을 풀고 잠을 청한 시간은 새벽 5시다. 벗과의 오래 전 학창시절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겨우 새벽에서야 잠시 눈을 붙였다.
2008년 8월 21일 목요일 사이판 시내 관광
만세 절벽, 자살 바위, 새섬, 최후 사령부, 한국인 위령탑
* 퍼시픽 아일랜드 클럽 리조트
밤새 비가 오더니 아침에 잠시 그쳤다. 베란다에 나가니 야자수와 골프 연습대, 나무 그물 그네, 테니스장이 시원하게 전개된다. 이색 풍경이다. 남국의 향수가 가득하다. 지난 밤, 잠을 못 잤어도 기분이 상쾌하다.
아침 식사를 하고 호텔 주변을 돌아보았다. 수영장이 여러 개 있어 푸른 물이 출렁인다. 탁구장도 있고 여라가지 위락 시설이 잘 갖추어 있다. 사이판은 휴양지라는 말을 실감나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 연인, 친구 등과 함께 와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규모도 크고, 바닷가에 위치한 아주 좋은 리조트다. 특히나 이 리조트는 사이판에서도 아주 규모가 크고 시설이 잘 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곳을 돌아보아도 물과 나무와 예쁜 건물이 절경이다.
* 사이판의 인구 분포
사이판은 미국령 섬이다. 북마리아나 제도는 사이판, 티니언, 로타, 이렇게 3개의 섬으로 되어 있는데 사이판은 그 중의 하나로 가장 큰 섬이다. 미국령인데 비자가 없이도 오는 곳으로 이곳 사람들은 모두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다.
인구는 총 6만 5천명인데 한국인은 2천명, 일본인은 3천명, 중국인은 1만명, 필리핀인은 1만 5천명 그리고 원주민인 참오르족이 3만 5천명이다. 대부분 이곳 사람들은 가게, 음식점 운영으로 생활한다. 거의 전체가 상점이다. 부자가 사는 곳이다. 가이드는 이민 16년차라 한다. 내 동포들이 열심히 사는 모습이 아름답다.
* 사이판의 동쪽과 서쪽
동서로 8Km, 남북으로 21Km인 작은 섬이다. 제주도 10/1 크기인 아주 작은 영토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동쪽과 북쪽은 산이 많아 사람이 안 살고, 서쪽과 남쪽, 즉 남서쪽에만 사람들이 모여 산다. 우리가 보는 곳도 주로 남서쪽인데 북쪽까지 1시간쯤 자동차로 올라가 명소를 볼 것이다.
용암이 서쪽으로 흘러서 그렇다 동쪽은 완전 절벽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섬이라는 생각이 든다. 좁디좁은 땅에서 겨우 남서쪽 끝자리만이 인간의 숨결이 고일 수 있다고 하니 내가 상상해오던 섬은 아니다. 빙그르 한바퀴 섬을 일주할 것이라 예산했는데 직선으로 뚫린 남북의 도로만 달린다. 동쪽과 서쪽은 구분되어 왕래하지 않는다.
* 사이판의 종교
종교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그러나 90%가 카톨릭 신자다. 스페인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다. 종교적인 이유로 화장 문화가 없다. 무덤을 쓴다. 부부 합장이며 가족합장도 있다. 2차 세계대전 때 30만 발포가 있었는데 성지는 발포하지 않았다.
정글투어로만 가능한 해발 473m의 산 정상에 올라가면 성모상이 있다. 교회에 가는 것은 사람을 사귀기 위해서다. 이민 온 사람끼리 기대어 사는 것은 세계 공통인 것 같다. 어느 나라에 가도 종교는 위대하며, 또한 동쪽의 끈을 묶는 하나의 수단이기도 하다. 사이판, 이 좁은 땅에서도 교회는 종교적 목적 외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 미국령 사이판
사이판은 미국 땅은 아니고 미국령이다. 괌은 미국 영토지만 사이판은 아니다. 다만 미국의 영주권을 가지고 사는 곳으로 미국령이다. 내년부터는 이곳도 괌처럼 미국 땅이 된단다. 그러면 더 좋아진다고 이곳 사람들은 환영이다.
바다에는 미국 함선이 상주하여 떠 있다. 언제든지 발포한 수 있는 자세다. 남태평양을 지키고 있다. 사이판 사람들은 미국인이라고 자부심이 대단하다. 원주민 참오르족도 상당히 좋아한다. 미국에서 각 가정에 생활비를 지원해준다. 식구수, 아이들의 연령에 따라 집집마다 지원받는 액수는 다르다. 철저하게 미국의 보호를 받으며 살고 있다.
*사이판의 물가
물가가 비싸다. 화폐 단위는 달러이며 역시 비싸다. 사이판 내에는 공장이 하나도 없다. 전량이 외부에서 들어온다. 대부분 미국 물건이다. 상인들은 세계 여러 나라에 나가 물건을 수입하여 이곳에서 판다. 그런 이유로 비쌀 수 밖에 없다.
갤러리 백화점, LA 백화점 등 대형 매장에 가 보았는데 규모가 상당하며 고급 물건에서부터 상품이 즐비하다. 물론 여행객을 의식한 상품들이란 영향도 있겠지만 사이판 , 이 작은 섬의 수준으로는 대부분 고가의 상품들이다.
* 만세 절벽
사이판 섬의 북쪽 끝에 있다. 숙소에서 자동차로 1시간을 달려가서 만났다. 가는 길은 사이판의 메인도로였고, 왼쪽으로는 바다가, 오른쪽으로는 산이 절경을 이룬다. 가끔씩 집과 상가도 보였다. 만세 절벽을 보는 것도 좋지만 그곳에 가기 위해 사이판의 전경을 보는 것도 뜻깊은 여행이다.
만세 절벽은 1944년 7월 7일 미군이 일본군을 침범하였을 때, 사이토 준장이 일본군에게 자살 명령을 내렸고 그에 의해 이 절벽에서 바다로 떨어져 자살한 곳이다. 천황 폐하 만세를 부르며 바람처럼 낭떠러지로 떨어져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사이판 바다 북서쪽 끝자리, 그냥 바리보기에는 비경이다. 바닷가 뚝 끊어진 절벽에 푸른 풀만 무성한데 24m 높이의 수직 자살길은 아슬하다. 주변에는 돌비를 여러개 세워 놓았고,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일본 천황이 직접 내린 돌로 세운 충혼비다. 경관이 좋아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좁은 땅 사이판에서 첫번째 명소로 꼽히기도 한다.
* 자살 절벽
만세 절벽에서 마주 보이는 곳에 있다. 산이 하나 덩그러니 앉아 있는데 그곳이 자살 절벽다. 제2차 대전 때, 1944년 미국 해병대가 사이판에 상륙하자 일본군과 일본 시민들은 항복을 거부하고 해발 273m의 마피산 정상에 올라 뛰어내려 죽음을 선택했다.
지독한 일본을 이곳에서 본다. 바다에서 산정에서 바람처럼 생명을 버린 사람들, 그래서 산 주위에는 아직도 유골이 발견된다는데 무시무시한 이야기다. 나는 그저 처연히 바라보며 지나왔지만 마음 속에는 단단한 멍울이 울렁거린다. 내 조국이 이들로 인해 얼마나 힘들었던가. 철저한 국가관으로 내 조국을 잘 지켜야겠다고 다짐하며 자살 절벽을 소슬하게 바라보았다.
* 새섬
바다 안온한 곳에 위치하여 새들이 모여 사는 작은 섬이다. 차에서 내리자 'Birds Island' 라고 나무판에 새긴 안내판이 눈에 띈다. 저 멀리 바닷가에는 석회암 바위섬이 앉아 있다. 새들은 아침 일찍 먹이를 찾아 날아가고 보이지 않는다. 저녁에나 돌아온다. 모두 갈매기들이다. 바위에 구멍을 뚫고 그곳에서 산다.
산호초 위에 솟아 있는 바위다. 하얀 파도가 방파제 역할을 하며 섬을 지켜준다. 결코 깊지 않은 바다다. 푸른 땅과 파란 바닷물, 하얀 파도가 섬을 더욱 빛낸다. 조촐하지만 익소 역시 사이판의 큰 명소로 많은 사람들의 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 사이판의 바다
남태평양 망망대해다. 그런데 신비로운 바다다. 사이판 주변 해변의 바다는 모두 수심이 얕다. 천연 방파제를 하얀 파도 띠가 형성하여 수심 50Cm 정도란다. 사이판 어느 바다에 들어가도 빠져 죽는 일이 없단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멀리 큰 바다는 무서운 수심일텐데 사이판 주변은 벌써 물색이 다르다. 얕은 수심의 뽀얀 색상이다. 모래와 파도가 만들어내는 고운 물빛이다. 바다에 들어가 마음껏 헤적이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축복의 바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 칠색조 바다
햇살이 나면 바다는 일곱 가지 색상으로 변한다. 빛의 각도에 따라 무지개 색상으로 물드는 것이다. 무공해 물이라서 그 빛은 더욱 곱다. 흐린 날은 바다 본연의 짙푸른 청빛인데 해가 나면 또 다른 빛으로 바다를 물들인다.
도로를 따라 자동차로 다닐 때는 해변에 고인 바닷물이 옥빛이다. 나무 사이로 에메랄드 보석을 깔아 놓은 듯 언뜻언뜻 비경이 스친다. 그러다가 먼 바다가 나오면 검푸른 빛의 비경이다. 얕은 곳과 깊은 곳도 금새 색깔로 구분된다. 하얀 파도가 더해주는 고운 빛은 사이판의 절경이다.
* 일본인 최후 사령부
세계 2차 대전인 1944년 6월 미국이 상륙하여 일본에게 항복을 요구했는데 끝까지 버틴 곳이다. 일명 할복자리라 하니 마지막 날에는 이곳에서도 무서운 자살이 이루어진 것이다. 바위를 구멍 뚫어 지휘본부를 만들어 놓았다. 바깥에서 보면 어느 얕으막한 산언덕 같은데 올라가면 구멍이 뚫려 있고 들어가 보면 깊은 사무실이다. 아무도 모르게 이곳에서 일본군의 지휘가 이루어져다고 생각하니 지독한 일본에 대하여 소름이 돋는다.
숲이 울창해서 그때는 찾아내지 못했는데 지금은 보인다. 높은 산 곳곳, 아주 얕은 곳에도, 아주 높은 곳에도 총살 맞은 흔적이 깊게 패여 있다. 전흔이 산 곳곳에 무섭게 패여 있다. 상처투성이 녹슨 대포들도 아직 바다를 향해 조준하고 있다. 세월은 갔어도 역사는 남아 시린 눈망울로 그날을 말한다.
* 사이판의 한국인 식당
한국 동포들은 이곳에서 열심히 산다. 오늘 중식은 한인이 운영하는 청기와 식당에서 한식으로 맛있게 먹었다. 불고기와 김치찌개가 한국 맛 그대로다. 여행 중 아침만 호텔 뷔페로 먹고 점심과 저녁은 매일 밖에서 먹는다. 교포들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며 흐뭇하다.
일하는 사람은 대부분 필리핀 사람이다. 주인은 한국인이고 종업원은 필리핀인이다. 서빙을 잘 해준다. 한국에서 온 조국의 손님이니 반가운 것은 우리만이 아니다. 얼굴에서, 자세에서 하나의 공통점을 보며, 열심히 사는 모습까지도 동일하여서 한국인의 자부심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여러군데에서 내 동포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흐뭇했다.
* 사이판의 아파트
사이판에는 집이 그리 많지는 않다. 한국처럼 다닥다닥하지도 않고, 주택도, 아파트도 그리 많이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이 바다와 산으로 자연이 넘실거린다. 그런데 청기와 식당에서 점심 식사 후 돌아보은데 저층의 아파트가 보였다. 꼭 짓다 말은 형상으로 허술하다. 저것이 아파트냐고 교포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그렇단다.
꾸미고 살지 않는다. 바다를 접하여 살고 있으니 해풍과 짠물을 의식하여 그런 것 같다. 높은 아파트는 보지 못했다. 인구가 적어서 그렇겠지만 사람들은 복합상가에서 상업과 생활을 병행하여 사는 것 같다. 사람보다, 아파트보다, 나무와 물, 자연이 주인인 땅이다.
* 사이판 거리
세계 2차 대전 때 미국과 일본이 가장 치열하게 싸웠던 전쟁터다. 세월은 가고, 지금은 아담한 도시로 변하여 관광도시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에서만도 1주일에 15편의 비행기가 오는데 미리 예약해야만 보는 것도 있다. 오는 손님도, 사는 민족도 사이판은 그야말로 다민족이 모여든 도시다. 그래도 에이즈가 없다고, 아주 깨끗한 이미지를 선사한다.
거리는 복합상가가 늘어서 있다. 상가 지역에는 어김없이 상호가 걸려 있는데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등의 자국 글씨의 상호를 걸고 있다. '삼호가든'이라는 상호가 나를 사로 잡는다. 서울, 내가 살았던 우리 아파트가 삼호가든이기 때문이다. 노래방, 음식점, 가게 등 다양하다.
* 태평양 한국인 위령탑
한국 사람만이 겨우 찾는 곳이란다. 사이판 북쪽 마피산 산자락 아래 우리 조상의 영혼이 고이 잠든 곳이다. 2차 대전 때 일본군에 의해 강제 징용, 또는 강제 정신대 위안부로 억울하게 끌려온 우리 선조들의 피눈물이 배인 곳이다. 죽어간 그들의 영령들을 달래기 위해 1981년에 세운 위령탑이다.
도로변에 외로이 한자락의 땅을 안고 위치해 있다. 우리는 먼저 묵념으로 가신 분들의 뜻을 기리고 내 조부모를 만나듯 돌아보았다. '太平洋 韓國人 追念 平和塔' 과 '그리운 고향'이라는 시비가 가슴을 울린다. 야자수 흐드러진 곳, 푸른 태평양 바다가 넘실대는 곳, 참으로 아름다운 곳인데, 우리 가슴을 슬픔으로 가득 적시고 있으니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길 빌었다.
* 사이판의 남쪽과 북쪽
어느 국가를 가도 평탄한 역사를 지닌 나라는 없었다. 내가 세계를 돌아보기 전에는 우리 나라가 일제의 탄압으로 지닌 아픔이 가장 클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반드시 먼 나라가 아니고 인근 나라의 침범으로 고단한 역사를 지니고 살았으며 사람이 모인 곳에는 반드시 전쟁의 역사를 안고 있었다.
사이판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이 좁은 영토에서 남쪽은 전쟁터였고, 북쪽은 무기 저장고였다니 기막힌 전쟁역사다. 산이 많은 북쪽은 아직도 무기 창고가 산 곳곳에 그대로 남아 있다. 무덤처럼 쇠창살 문을 드러내며 그날을 증언한다. 북쪽에는 살림집이 없다. 안쪽에만 조금 산다. 거의 남쪽에 모여 산다. 오붓한 남태평양 바다를바라보며, 산은 산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아린 과거를 잊고 평화로이 살고 있다.
* 사이판의 해외 동포
한국인이 400만명이란다. 실제로는 불법, 비공식 체류자를 포함하여 1천만명일 것이란다. 기러기 엄마들이 엄청나게 많단다. 어떤 학교는 한반에 15명 정원인데 12명이 한국인이고 2명이 일본이, 1명이 중국인이란다. 거의 한국 아이들이 모여 한국어만 써서, 일본과 중국 아이가 전학가고 결국 한국인 학교가 되었단다.
일본과 중국은 이곳에 사는 자국민을 보호해준단다. 차이나타운도 있는데 '동' 개념이며 그곳에는 무서워서 갱단도 못 들어 간단다. 한인타운이 없어 서글프단다. 한국인인 무보호여서 서러운 민족이란다. 그래도 먼 땅에서 꿋꿋하게 당당하게 사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 사이판의 토양
모두 석회질이다. 그래서 채소나 과일이 자라지 못한다. 모두 수입니다. 김치는 한국에서 들여온다. 생선도 수입이다. 고기가 없다. 꼭 그리스에서 듣고 보았던 정경이다. 바위에 맨살이 드러난 곳을 보면 하얀 시멘트처럼 보인다. 새섬에서도 그랬고, 북쪽 산에서도 그랬다.
물도 나지 않아 빗물을 받아 정화해서 먹는다. 모든 것이 열악한 환경이다. 나무들이 울창한 것으로 보아서는 식물이 잘 자랄 것 같은데, 그 석회질 토양으로 인해 뿌리 내리지 못한다 하니 안타깝다.
* 퍼시픽 리조트 수영장
점심식사 후, 내일 마나가하 섬에 갈 때 사용할 오리발, 수중 마스크, 구명조끼를 빌려놓고 숙소로 왔다. 자유 시간이다. 호텔에 있는 수영장에서 마음껏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방에는 금고가 있어 여권과 중요한 물품을 금고 속에 넣고 나간다. 수건 빌리는 카드도 따로 있고 모든 시설이 잘 되어 있다.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수영장으로 갔다. 긴 직사각형의 튜브 역할을 하는 판을 물속에 들어갔다. 알맞은 수심에 잘 다듬어진 수영장은 참 좋다. 즐거운 낭만이 동심으로 이끌어 간다. 미끄럼대에 올라가 물속으로 미끄러지기도 하고, 물을 먹는 일로 조금은 힘들었지만 그것도 큰 추억이다. 물속 배구장, 농구장 등 가족이 놀기에도 아주 좋다. 수영장에서 즐기는 것만도 사이판의 아름다운 여정이다.
2008년 8월 22일 금요일 마나가하 섬, 원주민 문화체험
마나가하 섬 수중 탐색, 마나가하 섬 비경, 퍼시픽 리조트 휴식, 원주민 문화체험
* 마나가하 섬 가는 길
어제 다녔던 그 길로 간다. 여전히 길가에는 바다가 있고 비경이다. 마리아나 공립학교도 지나고, 열대성 소나무 가로수가 울창하다. 작은 도심을 지나면 바로 짙푸른 나무들이 길가에 늘어서 있다. 아메리칸 메모리얼 파크도 있다. 미국을 기억 시키기 위한 공원이라 여겨진다. 드넓게 도로변 한자락을 깔고 있다. 현지 가이드는 따로 없고 운전하는 교포가 가이드 역할까지 한다. 운전하며 그때 그때마다 사이판에 대하여 설명해준다.
어느 곳에 가도 신비롭다. 나는 호기심이 많아 여행 중 지나가는 풍경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스쳐지나가는 도로변의 풍경도 훌륭한 현장의 배움이다. 공원도 조성해 놓고, 물을 이용한 요트 정류장도 있고, 가까이 다가갔을 때는 마나가하 섬이 푸른 융단 위 보석처럼 빛 고운 바다에 떠 있다.
* 마나가하 섬
바다 위에 아담한 자태로 앉아 있다. 버스에서 내려 부두에서 바라본 섬은 바다에 찍힌 하나의 점으로 애련하다. 사이판 육지에서 5분 정도 배로 들어간다.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의 요새이기도 했던 섬인데, 그런 연유로 군함섬이라고도 불린다. 걸어서 15분이면 섬을 한바퀴 돌만큼 아주 작은 섬이다.
아직 일본은 완전히 떠나지 않았고 지금도 일본이 사이판 정부로부터 임대하여 관광지로 개발한 것이다. 5달러의 환경세를 받으며 철저히 자연보호로 섬을 지키고 있다. 바닷속에도 전쟁의 일본 무기 잔재가 있고 지상에도 있다하니 어쩌면 마나가하 섬은 사이판보다는 일본 입김이 센 한조각이 아닐까 싶다.
* 바다에서 본 사이판
섬에서 섬으로 가는데, 꼭 사이판은 어느 대륙 같이 보인다. 마나가하 섬으로 가며 떠나온 항구도 보고 저 멀리 전개되는 사이판을 보았다. 우람한 산이 있고 나무 물결이 넘실거린다. 더러는 산중에 집도 보이고 참으로 아름답다.
오늘은 해가 나온 맑은 날이다. 멀리까지 투명하게 잘 보인다. 태평양이 낳은 바다의 공주, 사이판은 사이판이다. 땅도 물도 눈물고운 섬이다.
* 마나가하 섬 수중 탐색
배에서 내려 단체사진을 찍고 섬으로 들어갔다. 그늘에서 수영복 차림에 어제 빌렸던 물속 잠수 장구를 들고 해변으로 이동했다. 우리의 짐을 보아주는 사람이 있어 마음이 편안하다. 처음 입어보는 구명조끼, 수중 마스크, 오리발 등 참ㅇ로 어색한데 가이드는 한사람씩 보살펴준다. 그리고는 잠수하여 수중 탐색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이 섬에는 물고기가 많다. 산호도 많고 바다 속이 아름다워서 잠수하여 보는 곳이다. 나는 신기하여 잘 배운 후 그대로 수중을 탐색했다. 호흡은 입으로만 해야한다. 물위로 나온 대롱을 통해 산소를 들여 마시고 코로는 일체 숨을 쉬면 안된다. 바닷속은 비경이다. 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쳐 다니고 손으로 잡으려 하면 금새 달아난다. 산호 숲도 있어 새로운 바다 세계를 만나다. 해삼도 바닥에 뒹굴고 그야말로 태평양 바닷속을 제대로 상면하고 있다. 조금은 두려운 체험이었지만 두고두고 행복했던 순간으로 기억되리라.
* 마나가하 섬 해변
해변이 그리 넓는 것은 아니다. 잠수하던 곳에서 나와 민물 샤워장에서 몸을 씻고 해변을 산책했다. 배가 들어오는 동안 해변을 거닐며 고운 추억을 엮었다. 사람들이 많다. 그래도 질서있게 모든 것들이 잘 운영된다.
섬 주변은 모두 모래사장이다. 긴 곳도 짧은 곳도 고운 모래밭이다. 맨발로 걷고 뛰며 모두들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물빛은 더욱 고와서, 야자수는 더욱 아름다워서 눈과 가슴을 온통 흔든다. 마음껏 웃고 행복만 엮었으니 마나가하 섬은 여행객에게 큰 선물을 하고 있다.
* 마나가하 섬과 바다 비경
사이판 바다 색이 칠색조라는 말, 칠색조 바다라는 말, 절감하는 순간이다. 마나가하 섬에서 다시 사이판으로 나오며 본 바다는 그 어떤 언어로도 설명하지 못할 만큼 비경이다. 내가 표현한 것이 자칫 바다에 누가 될까 싶다. 그렇다면 그 바다의 비경은 가히 짐작이 되리라. 우리는 유람선에서 바다를 감상하는데 멀리서는 노란색 낙하산에 떠서 새처럼 날아 올라 바다를 감상하기도 한다.
그저 본대로만 쓰라하면, 죽어도 좋을 물빛에 목숨이 살아 있음을 확인시키는 수평선이 사위를 휘돌고 있다. 어디까지가 하늘인지, 어디까지가 바다인지 구별되지 않는 동그란 하나, 그속에 나는 보석으로 박혀 바다 위를 흐르고 있다.
* 바다에 뜬 함선
마나가하 섬에서 바라보니 바다에 뜬 함선이 선명하게 보인다. 살짝 건드리면 넘어질 것 같은 자세인데 물 위의 대장으로 떠서 남태평양의 평화를 지킨다. 바다도 결국은 인간의 세력으로 차지되는 거룩한 영토 개념이다. 적어도 이곳에서 보이기에는 그렇다. 스페인의 오랜 지배를 받은 곳, 독일이 넘보던 곳, 일본이 몇년간 다스리던 곳, 이 작은 땅의 외세가 가여운데 결국 2차 대전 때 독일과 일본의 패망으로 미국이 차지하여 지금은 완전한 미국령이 되어 피서린 눈으로 영토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무서운 세력으로 바다를 지키고 잇음이 보인다. 비행기도 밤에만 뜨고 밤에만 들어온다는 사이판이 아닌가. 모두 군사 기밀 보호 차원이라는데 세계는 분명 수직으로 다스려지고 있음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있다. 그런 깊은 차원까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다. 바다가 아름답고, 저 멀리 함선도 아름답고 나는 그렇게 사이판 바다를 저장하고 가리라.
* 사이판의 가로수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상당히 울창한 나무드리 보인다. 대부분은 열대성 소나무다. 몸체도 크고 키도 크고, 쭉 늘어진 가지들이 열대의 전형적인 자태를 드러낸다. 어떤 곳에는 야자수도 심겨져 있다. 잎이 큰 나무도 있다. 공통점은 어떤 나무든 크고 짙푸르게 우거져 있다는 것이다.
파란 나무들 사이로 빨간 꽃을 피운 나무가 있다. 파이어 트리, 즉 불꽃 나무다. 7월이면 절정인데, 지금은 8월 중순이니 지지 않은 늦둥이 꽃을 보는 것이다. 불 붙듯 화사하다. 눈에 확연히 들어온다. 색상도 예쁘고 자태도 곱고, 제철일 때는 무척 아름답다는 말이 이해된다. 가로수 모두가 신비롭다.
* 사이판의 교육 제도
공립과 사립의 학교가 있다. 공립은 교육비를 안 내고 사립은 내야 한다. 학제는 1학년에서 13학년까지 이어져 있다. 즉 한국으로 치면 유치원 1년, 초등 6년, 중등 3년, 고등 3년, 이렇게 총 13년의 교육이 한 단위로 뭉쳐져 있는 셈이다. 별도로 유치원을 운영하는 곳이 있기도 하다. 대학은 전문대학이 하나 있다.
공립학교의 교재와 교육비는 13년간 일체 무료다. 교재는 내려 받아서 쓴다. 책에 절대로 낙서를 해서는 안 된다. 뒤에 이름을 쓰고 사용하다가 후배에게 전달한다. 별도로 진한 공부를 하고 싶을 땐 카피를 해서 써야 하고, 책 어느 곳에도 흔적을 남겨선 안 된다. 참으로 절약정신이 돋보인는 배울 점이다. 모든 것이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교육제도다.
* 사이판의 메인도로
단 하나의 도로가 우리의 여정을 이끈다. 남에서 북으로 뻗은 메인도로다. 편도 2차선, 왕복 4차선의 제법 넓은 도로다. 도심에서는 더 넓어지기도 한다. 또는 도심을 벗어나면 북쪽 끝자락에서는 편도 1차선으로 오므라들기도 한다.
매일 호텔에서 날갈 때마다, 새로운 곳으로 관광을 하기 위해 나설 때마다 항상 거치는 도로다. 즉 사이판의 메인도로는 한군데라는 것이다. 제주도의 1/10 크기인 섬이니 그도 다연하리라. 길가 해변에는 아름다운 호텔이 들어서 있다. 이름난 호텔이 많이 들어와 있다. 매일 보아도 질리지 않는 아름다운 도로다.
* 퍼시픽 리조트의 아름다운 뜨락
마나가하 섬에서 다시 호텔로 돌아와 개인 휴식 시간을 갖었다. 이곳의 여행은 모두 그렇게 일저이 짜여져 있다. 반나절은 밖에서, 반나절은 호텔 안에서 보낸다. 호텔이 곧 절경의 휴양지다. 물과 식물의 잔치다. 바닷가에 위치하여 비경은 더욱 빼어나다. 인공이라 해도 놀라운 자연이다. 야자수와 폭포가 열대지방의 환상이다.
어느 곳 하나 소홀히 넘기지 않고, 잘 다듬어져 있다. 물을 건너가는 다리도, 맨발로 다니는 길도, 수영장 곁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뜨락이다. 정원에서 풍경과 물을 보는 것만도 큰 낭만이다.
* 호텔 수영장의 낭만
나는 이제 이곳 PIC 호텔의 수영장에 적응되었다. 어디에 무엇이 있고, 나에게 맞는 곳은 어디인지 알게 된 것이다. 여러가지 수영장이 있으니 익소 투숙객들은 자기에게 맞는 곳으로 가서 즐긴다. 미끄럼대, 물타기, 급류타기, 물기구 운동 등 곳곳에 흩어져 아름다운 낭만을 엮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 맞는 곳은 물타기 수영장이다. 다른 곳도 좋지만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곳은 구경만하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은 들어가 조금 놀고, 그러나 물타기 수영장은 진종일 놀아도 질리지 않고, 위험하지도 않 좋다. 구불구불 휘어지며 흐르는 물살 위에서, 물가에 놓인 튜브를 집어 타고 떠도는 것이다. 빠르게 느리게, 깊게 낮게, 때론 심한 물구비를 만나고, 때론 이과수 폭포에서 물줄기에 온몸을 적셨던 것 처럼 바위 폭포에서 내려치는 물줄기에 온몸을 적시고, 몇 번을 돌며 행복한 시간이다. 두 아들에게, 남편에게 외쳤다. 우리 가족 여행으로 꼭 이곳에 다시 오자고. 한국에 가면 내 사랑하는 가족을 데리고 다시 한번 사이판에 오리라. 그래서 이토록 아름다운 물의 낭만을 함께 공유하리라.
* 원주민 문화체험
저녁식사와 함께 사이판 원주민 차모르족의 민속공연을 보는 시간이다. 호텔에서 오후 6시에 공연장에서 데리어 온 자가용을 타고 갔다. 비가 온다. 고운 땅 사이판에 내리는 아름다운 비다. 산속으로 들어가더니 바다가 보이는 곳에 우리를 내려주고 우산까지 씌워주며 공연장으로 안내한다. 입구에서 여인이 그들의 전통 옷을 입혀준다. 함께 어우러져 즐겁게 보내라는 신호다. 그저 큰 천으로 몸을 휘감아 주고 머리에 꽃을 꼽아주는 것이 전부인데 어느새 나는 원주민과 동화되고 있다.
무대와 마주하는 곳에 등근 자리에 자리를 잡고, 무대로 올라가서 그들과 사진도 찍고 야자 속살로 만든 음식도 먹었다. 노래를 부르며 연주하는 현의 선율이 애절하다. 해가 지는 어스름 점점 낭만은 더해가고 현지 음식으로 차린, 갈비구이, 닭고기, 돼지고기, 새우, 옥수수, 야채, 밥 등 다양한 메뉴의 뷔페 석식을 맛있게 먹으며 원주민의 민속공연을 보았다.
마당에 나와서 춤을 추기도, 닭싸움을 시키기도, 그들의 언어를 가르치기도, 무술을 보여주기도, 불꽃 막대기 돌리기 등등 다양한 문화를 선사한다. 여자들이 나무잎으로 만든 치마를 입고 독특한 춤사위로 몸을 흔든다. 남자들은 뉴질랜드 마오리족처럼 긴 혀를 자랑하듯 붉고 긴 혓바닥을 내밀기도 한다.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한국말을 제법 잘 한다 싶었더니 이 공연장을 운영하는 분이 한국인 우리 교포였다. 16년 째 이어 온단다. 처음엔 어려웠는데 지금은 안정되어 잘 운영된단다. 공연은 밤 8시에 끝이 났다. 한국인 사장님은 다시 자가용으로 어둔 밤길을 달려 숙소에 데려다 주었다.
* 사이판 원주민 차모르족
차모르족은 사이판의 원주민이다. 사이판을 다스리는 큰 특권의 소유자다. 나라는 아니고 한국의 '군' 같은 개념의 사이판 영토를 다스리는 자는 오직 차모르족이다. 큰 권력행사다. 그들이 외지인들에게 나가라 하면 나가야 된다. 차모르족은 두 부류가 있다. 산속에 사는 차모르족과 바닷가에 사는 차모르족이다.
신기한 일이다. 호주나 뉴지랜드, 캐나다, 아프리카 등에서 듣고 보았던 원주민과는 아주 딴판이다. 백인의 위세에 밀려 숨어 살아야 되고 홀대받고 사는 원주민이 대부분인데 사이판의 원주민 차모르족은 사이판을 다스리며 큰 힘으로 당당하게 산다.
아까 공연에서 볼 때 서양인 얼굴의 소유자와 동양인 얼굴의 소유자가 있어 물어보니 결혼을 아시아계 사람 또는 서양계 사람과 하여 그렇단다. 본토 차모르족은 선이 굵고 신체가 크며 잘 생겼단다. 그래서 특히 일본 여인들이 좋아 한단다. 지금은 혼혈 차모르족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도 부모 어느 한쪽이 차모르족이면 그 자손은 차모르족으로 행세한다. 행복한 원주민들이다.
* 토산품 가게 견학
원주민이 만든 물건들을 진열해 놓고 파는 가게다. 미국의 영향으로 LA 백화점이라는 상호가 걸려 있는데 대부분 현지인들의 토산품을 팔고 있다. 열대의 꽃이 아름답게 꽃혀 있고 휴식의자도 있어 우리는 앉아서 편안히 구경하기도 했다.
주로 바다나 식물, 돌에서 얻은 소재로 만든, 문구, 완구 등 소품이 많다. 조개껍데기도 담아서 판다. 원주민이 입는 화려한 천의 치마도 있다. 라텍스 침구도 판다. 물가는 비싼 편이다. 모두 외지에서 만들어 들여온 것이라서 그렇다. 그저 한바퀴 크게 둘러보며 사이판의 문화를 읽고 나왔다.
2008년 8월 23일 토요일 정글 농장 투어, 타포차우 산정, 사이판의 일몰, 갤러리 백화점
정글 농장 투어, 타포차우 산정, 산정에서 본 사이판, 타로포포 해변, 야자수 과일 농장, 사이판의 일몰, 갤러리 백화점
* 정글 농장 투어
정글을 헤치고 산을 오르고 원주민 농장을 가는 체험이다. 특수 차량이다. 육중한 바퀴다. 그야말로 사이판에서 가장 높은 산 정상에 올라 사이판 전경을 보는 것이다. 선택관광이다. 도심을 벗어나자 거친 신길을 오른다. 비포장 도로다. 아슬한 언덕을 타기도 한다. 구부러진 산길이 험하다. 하늘은 점점 가까워지고 바다는 눈 앞에 전개된다. 그야말로 정글을 헤집고 산정을 향해 오르고 또 오른다.
더러는 집도 있다. 이런 높은 지대에서 어떻게 살까 싶은데 집값이 상장히 비싼 곳이란다. 사이판에서는 산 높은 곳에 위치한 집이 가장 좋은 저택이란다. 교통이라고는 오직 자가용뿐이니 어느 곳에 살던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우거진 밀림과 나무들, 정글은 계속 이어지고 차는 숨가쁘게 산을 오른다.
* 타포차우 산정
사이판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해발 473m의 산정에 올랐다. 차가 내려준 곳에서 조금 걸어 오르니 산정이다. 거친 바위도 있고, 사람들의 발길에 길들여져 고운 길도 있다. 산은 넓은 자락으로 사이판을 딛고 앉아 있다. 이곳 사람들의 등산로는 아니고 여행객을 위한 코스다. 그래서 다듬어지지 않은 야성의 숨결이 짙게 배어 있다. 하얀 성모마리아상도 있다. 사이판을 지키듯 거룩한 형상이다. 주변으로는 바다와 사이판 도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 산정의 예수상
어느 곳에서 만나든 예수는 동일하다. 우리 나라에서 보았던, 세계 여행에서 보았던 그 예수가 이곳 사이판 섬 타차포우 산정 가장 높은 봉우리에 인간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서 있다. 하얀 석상은 인자하기 그지없다.
이곳도 외침이 심하여 원주민들이 괴로웠다니, 그 피난처로 세웨둔 것이 아닐까 싶다. 가장 고통스런 순간에 찾는 종교의 힘은 위대하여서 참오르족의 안식처가 되었다면 정녕 예수는 살아 있는 것이다. 산정에서 만난 예수는 동상 이방인에게도 편안한 안식을 준다.
* 산정에서 본 사이판
저 멀리 사이판 시가지가 한눈에 보인다. 바닷가에 옹기종기 모여 도시를 이루고 산다. 높은 건물도 있지만 나무반, 건물반인 아름다운 도시다. 북마리아나 제도의 하나인 티티언 섬도 보인다. 그곳에는 거대한 무기저장고가 있단다. 바다에 떠 있는 함선도 보이고 북동쪽의 짙푸른 산계곡도 보인다.
사이판 공항도 해변에 있다. 그리 크지 않은 아담한 공항이다. 4~1m의 하얀 파도띠가 먼바다와 인간이 머물 수 있는 구역의 경계선을 이룬다. 사이판에서 오직 하나의 호수인 수수패 호수가 시야에 들어온다. 태평양 전쟁 때 수많은 시체가 잠수된 곳이라는데 지금도 그 주변에는 귀신이 출몰한다고, 그래서 밤길 운전을 삼가하는 곳이라고 전한다. 산정은 외객에게 사이판에 대하여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 사이판의 기후
사이판은 연중 기온이 27도~31도 사이다. 기온차가 그리 심하지 않다. 우리가 내리던 날의 새벽 2시경 기온도 26도였다. 낮에도 30도 정도, 아니면 28도 정도다. 아주 여행하기에 좋은 기온이다. 한국의 기온으로는 지금 8월 말이면 가을과 여름의 교차로 일교차가 커서 조석으로는 서늘하고 낮으로는 더울텐데 말이다. 그러나 이곳은 밤에도 덥고, 낮에도 덥고, 하지만 그 더위가 못 견디게 더운 것이 아니고 조금 더울 정도다.
그런데 날씨 변하는 심하다. 해가 나왔다가, 비가 뿌렸다가, 구름이 끼었다가 하루의 날씨가 그렇게 변화가 크다. 해변 도로를 지날 때 바다 저 멀리 커다란 검은 구름덩이가 보일 때 그건 저 먼 바다에 비가 오는 것이라 했다. 조금 후면 어김없이 사이판에도 비가 내렸다.
지금 타포차우 산정에서도 동일한 현상을 본다. 우리가 올라와서 사이판의 전경을 바라보며 설명을 들을때만 맑고 투명한 햇살이 비추었는데 저 먼 바다에서부터 검은 구름이 시야를 가리기 시작한다. 가이드는 비구름이라 했다. 참 다행이라 했다. 조금만 늦게 올라왔어도 사이판의 전경을 못 볼뻔 했다는 것이다. 사실이었다. 금새 비가 내린다. 시야가 가려져 풍경이 안 보인다. 그러다가 조금 내려가 해변에 도착할 때쯤에는 또다시 화사한 태양이 나온다. 이것은 우리의 여행을 축복하는 날씨라고 흐뭇해했지만, 그것은 우연이고 사이판의 기후는 그렇게 변화하는 하루의 날씨가 눈앞에서 신기하게도 목격되고 있었다.
* 타로포포 해변
타포차우 산정에서 내려오며 산 이늑한 곳에서 만난 해변이다. 전쟁의 참혹함을 알리듯 전쟁 무기의 쇳가루가 모래사장을 검게 물들이고 있다. 야자나무 열매가 밀려와 마르고 썪어가며 함께 슬픈 역사를 읊조린다. 산과 산 사이 비경의 바다, 바위가 기묘한 모양으로 절경으로 눈길을 끄는데 양편의 형상을 보니 기막힌 사람이다.
왼쪽으로는 원주민 얼굴이, 목젖이 있는 것으로 보아 참오르족 남자다. 오른쪽으로는 서양인 유럽인간 얼굴, 근엄하게 참오르족을 바라보고 있다. 마주하며 친밀하게 지내자는 화합의 상징이란다. 사이판에서 우선 순위는 여성, 아이, 개, 남자란다. 개만도 못한 남자라고 운전기사는 덧붙인다. 우리는 웃으며 다시 정글을 헤치고 나왔다.
* 열대 과일 농장
산에서 계속 내려와 거의 평지이 땅에 이르러 야자수 과일 농장에 다달았다. 온통 야자수가 늘어서 있고 오직 하늘만 보인다. 우리들을 위해 원두막처럼 지어놓은 지붕 아래의 판에는 열대 과일이 가득하다. 코코넛, 바나나, 등 신기한 과일들이다. 원주민 농장인데 필리핀 인부가 우리에게 야자 열매를 갈라 음료로 마시도록 해준다. 싱그러운 물이 입안에 흐르며 더위도 식혀주고, 열대의 향기를 전해준다.
그리고는 쟁반에 한가득 과일을 잘라서 갖다준다. 형형색색의 과일 속살이 우리들의 손을 바쁘게 한다. 맛있다. 빵나무에서 딴 열매를 화덕에 구워 잘라 주는데 꼭 고구마 같이 생겼고 맛도 고구마 맛이다. 신맛 가득, 단맛 가득인 과일이 열대의 맛을 제대로 체험시킨다. 배불리 먹고 야자수 열매로 만든 브라자도 보고 바깥에 나와 농장을 구경했다.
사위가 다 야자수다. 빵나무에는 파란 열매가 열렸다. 닭이 마음대로 돌아다닌다. 모두 방목이다. 사이판에서는 소도, 말도, 돼지도, 개도, 닭도 모든 동물이 방목이며 우리도 없단다. 뉴질랜드처럼 그대로 들에서 살고 자고 한다. 야자나무에 홈을 파놓아서 올라보는 체험도 하고, 아름다운 농장에서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다.
* 바나나 꽃
나는 더운 지방을 많이 다녔어도 바나나 꽃은 사이판에서 처음 보았다. 과일 농장에서 진자주색 고운 꽃 한송이를 따다 놓고 우리에게 가르쳐주었다. 꽤나 큰 꽃 한송이에 꽃잎이 겹겹이 많이 싸여 있는데 아래로 쳐진 꽃잎 한장씩, 그 사이로 바나나 열매가 맺혀 나온단다. 한장 들춘 곳에 바나나 모양의 아기 열매가 두 덩이 보인다. 그것이 자라서 큰 바나나 송이가 되고, 그 아래 다음 꽃잎에서 또 바나나가 나오고 계속 그렇게 꽃 한 송이에서 수많은 바나나가 생산되는 것이다.
농장을 떠나 산속 길을 따라 나올 때 진짜로 바나나 나무에 핀 꽃을 목격했다. 운전을 잠시 멈추고 설명과 함께 관찰 시간을 주었다. 비록 유리창 너머로 보았지만 즐겨 먹던 바나나의 전신을 본듯, 그 꽃 앞에서 신비로움 눈을 뗄 수 없었다. 인간이 심지도 않은 철저한 자연에게서 귀한 지식 하나 얻는 순간이었다.
* 열대지방 나무
열대지방 나무를 팜 트리라 부른다. 나이테가 없다. 기둥만 있다. 바나나, 코코넛 등 모두 그렇다. 일년 내내 덥기 때문에 나이테를 형성할 시간이 없어서다. 바나나는 한 나무에서 한번 수확하고나면 더 이상 열리지 않아 자르는데, 자르고 나면 곁의 뿌리에서 새순이 나오고 4개월 후에는 또 열매를 수확할 만큼 속성으로 자란다. 1년에 몇 차례씩이나 큰 나무가 되는 것이다.
코코넛도 마찬가지다. 바나나 만큼은 아니어도 1년에 2~3회 수확한다. 바나나와 다른 것이 있다면 바나나는 곁뿌리에서 움이 트는데 코코넛은 떨어진 씨앗에서 뿌리를 내려 새로운 나무로 큰다는 것이다. 바나는 뿌리 번식이고, 야자수는 열매 번식이다.
* 사이판의 산속 주택
울창한 숲에서 어찌 살까 싶은데 아주 넓게 자리하여 산다. 그래도 산속 주택은 낮은 지대보다 훨씬 비싸다. 잘 지은 집은 한채에 200불, 한화로 2억원쯤 된다. 부자들의 별장이 그렇다는 것이다. 한국의 집값에 비하면 턱없이 싸지만 이곳에서는 비싼 개념이다.
그리 비싼 집 같지는 않지만 산속의 집 한채를 보았다. 오픈된 주차장에 자가용이 두 대나 있다. 오직 자가용만이 교통수단이기에 그렇다. 나무로 빼곡이 둘러싸인 집이다. 말도, 개도 방목한다. 완전 천연 무공해의 거주다.
* 사이판의 교통
사이판에는 대중 교통수단이 없다. 버스도, 택시도 한대 다. 오직 교통수단은 개인 자가용뿐이다. 그래서 집집마다 자가용이 있다. 도시의 주택에도, 산속의 주택에도 꼭 자가용은 있다. 자가용이 없으면 한발짝도 못 움직인다.
땅이 좁이서라기보다 미국 문화의 영향을 받아서다. 자가용 문화인 미국을 본받아 그리 사는 것 같다. 외지의 여행객도 운송 수단이 대형 버스가 아니고 15인승 밴이다. 또는 자가용으로 이동시킨다. 아예 이곳에는 버스가 없다고 해야 맞다. 세계 여행 중에서 처음 접해보는 이색 교통 문화다.
* 성모 마리아상
스페인의 긴 통치 시절 원주민의 서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세운 성모 마리아상이다. 아직도 그대로 두어 많은 이들이 찾아와 기원한다. 바위에 깊숙히 새겨 놓고 촛불과 함께 기도의 손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은 하나의 관광 명소로도 비춰지듯 기념품 가게도 있다.
오직 한군데, 사이판에서 그냥 먹을 수 있는 약수가 성모 마리아상 바로 앞에서 분출한다. 펌프로 물을 올려주는데 손으로 받아 먹고, 질병에도 효험이 있다하며 손에 묻은 물을 몸의 아픈 구석에 바르란다. 그 물을 먹고 자란 토란잎과 줄기가 아주 싱싱하고 커다랗다. 신의 영역이라서일까. 나무들도 성스럽게 고고함으로 울창하다.
* 차모르족의 문자
성모 마리아상이 있는 곳에 들어가는 문 위에 영어도 아닌 이상한 글씨가 있길래 물었더니 차모르족 문자란다. 차모르족은 언어만 있고 문자가 없어 발음 그대로를 영어 표기로 옮겨 놓은 것이란다. 읽을 수 없는 알파벳을 바라보며 판독하려 애썼던 나의 눈이 이상했던 건 결코 아니었다. 문자가 없는 원주민에 대한 배려일까. 그래도 영문 표기나마 그들의 발음대로 적어 놓았으니 말이다.
어느 나라든 원주민에게는 대개가 언어는 있어도 문자가 없다. 그래서 결국 주권도 타인에게 넘겨주고 서럽게 사는 것을 아닐까. 백인의 위세가 너무 커서 밀리는 것도 있겠지만 두뇌 개발이 안 된 것, 문자가 없는 것 등의 이유로 자기들의 땅에서 서럽게 사는데 사이판은 다르다. 문자가 분명 없는데도 이 섬을 통치하며 산다. 나의 눈에는 참으로 신기한 현상이다.
* 바다와 접한 호텔의 비경
우리가 사이판 여행 중 끝까지 머무른 PIC 호텔은 바다와 접해 있다. 이제 오늘 밤 늦은 비행기로 돌아간다는 아쉬움에 정글 투어 체험 후 호텔로 돌아와 오후의 시간을 마음껏 수영장에서 보냈다. 룸의 금고에 여권과 귀중품이 든 가방을 통채로 넣었으니 룸 카드 하나만 목에 걸면 진종일 호텔 야외에서 보내도 된다.
호텔이면서 휴양 리조트인 이곳은 각종 위락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다. 바다와 바로 연결되어 있어 해양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해변에서 낚시하는 사람도 있고, 흐드러진 열대의 나무와 함께 경관도 장관이다. 수평선이 하늘과 맞닿아 어디까지가 바다인지, 어디까지가 하늘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햇살이 한가득 쏟아 내려 비경을 자아낸다. 해변의 모래사장을 맨발로 걸으며 바다 향수와 뜨락의 민물 수영장의 향수를 번갈아 만끽한다. 잊지 못할 호텔이다. 오래도록 고운 낭만의 추억으로 생의 기쁨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