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숨소리가 들려?! 청궁혈을 눌러주세요~
출처: http://bookdramang.com/650 [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너의 숨소리가 들려
어렸을 때부터 귀속이 간지러운 병이 있어서 툭하면 귀에서 진물이 나오곤 했다.
그런데 눈앞이 캄캄해지던 그 날 이후, 귀속에서 다양한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주 높은 삐~~ 소리, 찌~잉 또는 윙~하고 울리는 소리, 파도소리까지.
높고 요란한 소리들은 낮에 두통과 함께 찾아왔고 자려고 누우면 낮고 작은 소리들이 들렸다.
가뜩이나 기운 없고 피곤한데 소리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다.
그럴 때면 파도소리나 심장 뛰는 소리 같은 게 들렸다.
그러던 어느 날 밤에는 왼쪽 귀에서 ‘쉬익~ 쉬익~’ 사람 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허걱! ‘내가 귀신 소리라도 듣는 건가?’ 싶은 생각에 왈칵 무서워졌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돌아누워 보니 여전히 그 귀에서만 숨소리가 들렸다.
귀울이, 이명(耳鳴)이 시작된 것이다.
나를 겁먹게 만든 숨소리, 이명은 어떤 병인가?
사람이 욕심을 절제하지 않거나 일을 지나치게 많이 하거나
나이가 중년을 넘어섰거나 큰 병을 앓은 뒤에는 신수(腎水)가 마르고 음화(陰火)가 타오른다.
이 때문에 하루도 쉬지 않고 귀가 가렵고 소리가 난다.(…)
담화(痰火)가 있을 때는 귀가 심하게 울고, 신허(腎虛)할 때는 귀가 약하게 운다.
─『동의보감』, 「외형편」, ‘이’(耳), 동의보감출판사, 549~550쪽
이명은 남들에게는 안 들리는 소리를 자각하는 증상이다.
내가 들었던 숨 쉬는 소리, 파도, 심장 박동, 삐~, 찌~잉, 윙~하는 소리 말고
매미소리나 종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북소리를 듣기도 한다.
이명에는 신허이명(腎虛耳鳴)과 담화이명(痰火耳鳴) 두 가지가 있다.
신허이명은 말 그대로 신장(腎臟)의 기운이 부족해서 오는 경우로, 보통 작고 낮은 소리들이 들린다.
담화이명은 몸 안에서 정체된 진액(痰)이 스트레스(火)로 인해 담화(痰火)로 변하고 이것이 위로 치받아 귀가 울리는 것이다.
비교적 높고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내 경우는 이 두 가지가 모두 나타난 것인데 ‘신수(腎水)가 마르고 음화(陰火)가 타올라’ 생긴 것이다.
그 근본 원인은 화(火)보다 물(水)에 있다.
신장에 있는 물기, 즉 신정(腎精)이 고갈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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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까지 나는 오랫동안 지속적인 과열, 항진상태로 살아왔다.
날마다 쓸 수 있는 기운을 마치 치약 마지막을 짜내듯 남김없이 써버리는 게 습관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몸이 아프고 기운이 하나도 없다가도 ‘이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마치 스위치가 올라간 자동 기계장치처럼 힘이 펄펄 솟아난다.(이건 지금도 그렇다. ㅜㅜ)
그러니 남들이 보기에는 ‘백만 스물둘!’을 외칠 것처럼 보일 수밖에.
이 모든 건 내 신명(神明:무언가 하고 싶은 마음)이 양기를 과도하게 불러일으킨 탓이다.
지나친 양기는 화기(火氣)가 되어 몸속의 물을 다 태워 버린다.
그렇게 되면 몸속의 물인 진액이 졸여져 담음(痰飮)이 되고, 그 상태에서 자꾸 몸과 마음을 혹사하면 담화(痰火)가 된다.
결국 신장(腎臟)이 허해지고, 신장과 연관된 귀가 가렵고 이상한 소리가 들리게 되는 것이다.
귀울음 뚝! 그치게 하는 혈자리, 청궁(聽宮)
오밤중에 난데없이 귀신(?!) 숨소리를 듣게 된 이유를 알았으니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명치료에 효과가 있는 혈자리들은 수태양소장경의 청궁(聽宮)혈, 수소양삼초경의 이문(耳門)혈,
족소양담경의 청회(聽會)혈 등이다.
이 혈자리들이 왜 이명 치료에 쓰이는지, 어디에 있을지, 이름만 봐도 느낌이 딱 오지 않는가? 맞다.
짐작대로 청궁혈은 귀 한가운데 앞쪽 움푹 패인 곳에 있고,
청궁에서 1/2촌 위 움푹 패인 곳이 이문혈, 아래로 1/2촌 움푹한 곳이 청회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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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궁혈은 입을 벌린 상태 찾으세요!
이들 중 청궁(聽宮)혈은 수태양소장경이 끝나는 혈자리이면서
수소양삼초경과 족소양담경까지 3개의 경맥이 만나는 교회혈이다.
『침구갑을경』에 의하면 ‘청(聽)’은 ‘똑똑히 듣는다’는 것이고
‘궁(宮)’은 ‘중요한 자리’이니 ‘음성를 똑바로 듣는 장소의 중심부’인 이 혈은
귀의 구조와 청력기능을 정상화하며 마음을 안정시키는 기능을 한다.
또한 소염(消炎)효과가 있어 급성중이염에도 쓰인다.
5푼 정도 직자로(直刺: 똑바로) 자침하는데 지압이나 마사지를 해도 상당히 효과가 있다.
『동의보감』에는 침은 3푼 놓으며 뜸은 3장 뜬다고 되어 있다.
이문혈, 청궁혈, 청회혈은 위치가 매우 가까운데 청궁혈은 입을 벌린 상태에서 그 자리를 정한다.
입을 벌렸을 때 귀구슬(耳珠 : 귓구멍 앞에 팥알만큼 도드라져 나온 부분) 앞에 생기는 쏙 들어가는 부분이다.
입을 벌리고 눌러보면 움푹 들어가지만
입을 다물면 사라지기 때문에 청궁혈의 위치를 잡을 때는 입을 벌린 상태에서 찾아야 한다.
『침구갑을경』에 따르면 청력감퇴와 이명에는 청궁혈 외에 이문(耳門), 예풍(翳風: 귓불 뒤 아래 움푹한 곳),
중저(中渚: 손등 4, 5지 사이)혈을 쓰고, 귀에서 진물이 날 때는 합곡(合谷 : 손등 1, 2지 사이)과 예풍혈을 쓰고,
이농(耳聾 : 귀먹은 증상)을 치료할 때는 청회, 예풍, 회종(會宗:^^ 바깥 손목 위 3치)혈을 쓴다.
『동의보감』 ‘이’(耳)에서는 “횟수에 상관없이 손으로 귓바퀴를 문지른다.(…)
이렇게 하면 신기를 보해주고 귀가 먹는 것을 막아준다”는 수양법이 나와 있다.
평상시에 귀를 수시로 마사지하라는 것이다.
이때, 똑바로 앉은 상태에서 엄지손가락을 귀 뒤에,
둘째손가락을 귀 앞에 대고 귀를 잡는 것처럼 하면서 2~3분간 위아래로 문질러 주는 게 효과적이다.
그다음에 가운데 손가락으로 귀 주위를 돌아가면서 문지르는데
이명이 있는 경우라면 귀 앞부분에 있는 청궁, 이문, 청회혈을 꼭꼭 눌러주면 더 좋겠다.
또한 이명의 원인이 신허(腎虛)인 경우라면
귀를 마사지하면서 족소음신경의 태계혈(신정(腎精)의 신(神) 태계혈)과 용천혈(전신피로, 온천? 용천!)을 지압해주어
신장의 기운을 북돋아 주면 금상첨화.
높고 요란한 소리가 들리는 담화이명인 경우에는
치솟는 화기를 잡아주는 수궐음심포경의 단중혈(호흡, 비울수록 편안하다)을 함께 눌러주면 증상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