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고야틀레이('하품하는 사내') 제로니모가 죽은 날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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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년. 그러니까 100년 전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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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었지만 포리스트 카터의 <제로니모>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월터힐 감독의 영화 <제로니모>도 진정 베스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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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힐 감독의 <제로니모>는 아패치족의 전쟁 지도자였던 '하품하는 사내'의 마지막 항쟁을 보여줍니다.
1885년,
제로니모와 35명(여성과 아이들을 포함)의 아패치 카리카화족을 잡기 위해서
미국은 전체 군대 병력의 1/4을 투입합니다.
이 제로니모 체포작전에 참여한 미군 브리든 데이비스 소위(맷 데이먼)의 시선으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기억에 남는 장면들은 많지만,
미군의 학살에 분개해 보호구역(말이 보호구역이지 사막 한복판의 아우슈비츠입니다.)을 탈출할 때의 제로니모.
그때 동족에게 겨누던 총부리를 미군에게 되돌리는 미군 소속의 아패치 병사들, (교수형당합니다.)
제로니모와 논쟁을 벌이다 말문이 막힌 나머지 그저 자기 머리를 쓰다듬는 조지 크룩 장군(진 핵크만),
멕시코 바위산에서 제로니모가 자신이 왜 전사가 돼야 했는지 말하는 장면.
이 영화를 보면, 사람 머리가죽을 벗기는 자들이 인디언(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아니었음도 알 수 있습니다.
멕시코와 미국의 인디언 사냥꾼들은 인디언 남녀 몇 명을 죽였는지 징표가 필요했습니다.
정부에게 두당 현상금을 받기 위해 인디언 시체에서 머리가죽을 벗겨갔습니다.
이 영화에는 아패치어로 대화하고 영어로 자막 처리된 장면이 많습니다.
미국에선 흥행의 커다란 감점 요인이지만, 제작자는 위험을 무릅쓴 것 같습니다.
제모니모 역의 웨즈 스투디는 실제로는 남부 아패치족이 아니라, 동부 체로키족 출신입니다.
<라스트 모히칸>과 <히트>에도 출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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낑궈넣기로 좋은 영화 한 편 더 소개하면,
더스틴 호프만이 주연하고 1970년 미국 영화 새물결의 하나였던 <작은 거인> 역시 최고의 아메리카 원주민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샤이언 족은 자신들을 '사람들, 인류(Human Being)'라고 부르는 반면, 백인들을 부를 때는
그냥 '백인(White Man)'이라고 부릅니다.
샤이언 족은 사내아이에게 전사가 될 것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어른의 사냥을 따라 나갈 수도 있고 여자아이들과 함께 소꿉놀이를 할 수도 있습니다.
전혀 수치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원시부족사회 그러니까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사피엔스가 출현한 10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의 세월
즉 인간역사의 95%를 차지하고도 20세기에는 아주 극소수만 남아있던 원시부족사회에선 대체로 성별분업은 있었지만,
계급과 남성우월은 없었습니다. 사냥에 나설지 채취에 나설지도 선택할 수 있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인간은 잡식성이고 가끔 성공하는 사냥에만 의존했다간 굶어죽기에 딱 알맞죠.
그래서 사냥이 채취하는 일보다 우위에 있지도 않았습니다. ]
샤이언 족은 백인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샤이언 족에게 '전쟁'은 초원에서 말달리다가 긴 막대기로 상대의 뒤통수를 살짝 때리는 거였습니다.
그들은 누구나 그렇게 뒷통수를 맞으면 패배를 인정하고 싸움을 끝냈습니다.
그런데 백인들은 샤이언 족에게 계속 뒤통수를 맞고도 창피해하기는 커녕 오히려 샤이언 족에게 불막대기(총)를
쏘아댔습니다.
각색된 신화속 영웅, '버펄로빌'은 이 영화에서는 평생 암살 위험으로 겁에 질린 채 살아가는 우스꽝스런 노인네로 나옵니다.
유명한 인디언 학살자 노란 염소 수염의 커스터 장군은 위선적인 허풍쟁이로 나옵니다.
실제로 이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는 '리틀 빅 혼' 전투는 샤이언 족이,
승승장구하던 커스터 장군을 거꾸러트린 위대한 전투였습니다.
인디언 항쟁사의 대미를 장식하는 황금빛 노을과도 같은 사건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1970년에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미국 내 베트남 반전운동의 영향이 영화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젊은 세대는 자신들 앞에 놓인 학살이 자신들의 선조들이 이 땅에 처음 상륙했을 때부터
수 백년 간 이 땅의 주인들을 상대로 벌여온 학살과 다르지 않음을 보았던 거죠.
제로니모. 그를 안 지 15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제게 영웅입니다.
자서전도 있다하니 사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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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너무 두꺼워서 발췌독했지만 류시화님의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라는 책을 보면, 인디언의 지혜를 엿볼 수 있습니다. 여기 실린 글 중 제가 좋아하는 것 하나 소개합니다. "행동은 말보다 더 큰 말을 한다."
뭘 볼까 하고 있었는데, 어서 낑궈넣기 부터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