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코메디언 장소팔
1970년을 전후한 라디오시대에 개그콘서트에 해당하는 KBS의 대표 오락프로그램은
무엇이었을까?
단연 <8도 민요만담>이나 <내 강산 좋을시고>의 메인 코너로 나오는 장소팔ㆍ고춘자의
「만담」을 꼽을 것이다.
두 사람이 나와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속사포식으로 싸우다가 장소팔의 어이없는
결말로 웃음을 만들어 내는 형식이다. 요즘 표현을 빌자면 허무개그에 가깝다.
장 : 천안 정거장 넓은 마당에 사람들이 와글와글 해.
고 : 그야 차표 사러 나왔겠지요.
장 : 아니더라, 사건이 벌어졌어요
고 : 무슨 사건이야요
장 : 굉장한 사건이야. 이 거리, 저 거리 천안정거장의 넓은 마당에서 여학생들이
해산을 했단다
고 : 어머나! 여학생들이 해산을 했다구요? 아이구 망측스러워라.
장 : 뭐가 망측스럽단 말이냐.
고 : 여학생들이 길거리에서 해산을 했다는데 안 망측스러워요.
장 : 얘가 뭐 여학생들이 해산을 했다니까, 이이를 낳은 줄 아느냐?
고 : 그럼 뭐야요.
장 : 여학생들이 멀리 소풍 갔다 와서 천안정거장에서 집으로 모두 해산했단다!
장소팔 선생의 본명은 장세건(張世建)이었는데, 어머니가 장에 소 팔러 가다 낳았다.
하여 장소팔이라는 예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세상을 하직하기 직전까지도 유머를 잊지 않았다고 한다.
죽기 하루 전날 아들을 앉혀 놓고서“얘야, 이 세상에서는 심심해서 더 이상 못 살겠다.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게 없나하여 저세상으로 가는 것이니, 그리 알고 잘 있거라”했더란다.
그 아드님이 슬피 울며 돌아가시기 전에 기독교든 불교든 종교에 귀의하는 게 어떠시냐
고 말씀 드렸더니,
장소팔 선생 왈
“하나님이나 부처님이나 다 속 좁은 분들이 아니야”하면서 미소를 머금은 채 눈을
감았다고 한다
1970년대초에 같이 근무했던 아나운서 출신 김상근님이 정년퇴직후
강단에 근무하면서 사우회보에 올린 글입니다
-푸른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