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달/ 김남환
그대 퍼붓는 사랑
가만히 사려 안으면
어둠이 활처럼 휘어
하얀 꽃으로 핀다
웅크린 겨울 바다가
날개 퍼덕거리고
젊은 날 뼈에 새긴
깊고 은밀한 말씀
아직도 꺼지지 않고
낭자해라 오지랖에
잡힐 듯 꽃다운 얼이
산등 넘는 그림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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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표를 읽다/ 김민정
바다와 첫 상견례 후 거처를 옮겼는지
물결의 갈기 속을 제 집처럼 드나들며
등줄기 꼿꼿이 세워 숨비소리 뱉는다
낡고 헌 망사리만큼 한 생도 기우뚱한
햇살 잘게 부서지는 물속을 텃밭 삼아
수평선 그 쯤에 걸린 이마를 씻는 나날
손아귀에 움켜쥔 게 목숨 같은 것이어서
노을도 한 번씩은 붉디붉게 울어줄 때
등푸른 고등어같이 잠녀들이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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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꿈꾸지 않는다- 여산면민 운동회에서 동춘 서커스를 보고/ 양점숙
목에 줄을 감은 이국의 앳된 소녀는
크레인에 매달린 채 허공을 날아간다.
눈부신 반짝이 옷에는 가을볕이 부서지고
새를 꿈꾸던 그리움의 흰 손사래에
날개를 잃어버린 떠돌이 아기별은
열일곱 소녀의 목에 붉은 흔적을 남겼다
고향은 지척인데 늘 그 자리를 맴돌던
실향민 할머니의 노망 난 하루처럼
견고한 소녀의 목줄은 날개를 꿈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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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약속/ 유영애
세상에 젤 싱거운 말
소금이 짜다는 말
만 가지가 넘는다는
세상맛의 첫 번째다
한 됫박
소금을 담으며
시간의 밑간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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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洛花)/ 청원 이명희
사태로다
사태로다
온천지 사태로다
무르녹아 물집 터진
여린 꽃잎 지천이니
이 일을
어찌할거나
난전 같은
이 봄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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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 속의 하루/ 장경례
별스런 날이 있나
오늘도 같은 날인데
쳇바퀴 개미 돌듯
거리도 없이 돈다
보태고
털어 내면서
틀에다 맞추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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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여!/ 최숙영
끊임없이 밀려와서 치고 치고 또 치네
그 물매 온몸으로 맞고 또 맞는 것은
하늘이
거기 있음을
믿고 믿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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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함께 가는 길
2016 제19집 여성시조/ 한국여성시조문학회
바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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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0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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