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여 그런 뜻이 아니었을까.
임병식 rbs1144@hanmail.net
최근 '묻지 마' 범죄와 성폭력 범죄가 빈발하자 경찰이 특단의 카드를 빼 들었다. 다소 느슨했던 불심검문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경찰 총수는 TV 앞에서 결의에 찬 어조로 이를 발표했다. 그의 음성에서는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그러한 결정에는 여러 사안이 고려되었을 것이다.
우선 들끓는 여론을 잠재울 방안이 필요했을 테고, 반인륜적 범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뿌리를 뽑을 조치가 절실했을 터이다. 하지만 일말의 우려를 씻을 수 없다. 연이어 발생한 범죄 자체도 끔찍하지만, 범행 대상이 '아무나'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생한 전 직장 동료에 대한 칼부림 사건은 면식범의 소행임에도 딱히 원한 관계조차 없었다고 한다. 의정부 살인 사건은 또 어떠한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침을 뱉지 말라”는 충고 한마디를 했다는 이유로 흉기를 휘둘렀다니, 참으로 막가는 세상이 아닌가 싶다.
나주에서 발생한 엽기적인 어린이 성폭력 사건은 경악을 넘어 분노를 자아낸다. 아무 집 아이나 노려 희생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최근의 범죄는 ‘누구나 대상이 될 수 있고, 운이 없으면 당하는’ 유형으로 변모하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
사회가 들끓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전문가들의 진단도 다양하다. 누군가는 범인의 수중에 고작 동전 오백 원뿐이었다는 점을 들어 극빈층과 소외층을 보듬는 사회 안전망 구축을 강조하고, 누군가는 우범자 관리 체계의 허점을 지적한다. 아동 성범죄에 대해서는 처벌 수위를 대폭 높임은 물론, 화학적 거세까지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어느 신문 칼럼에서 눈길을 끄는 색다른 진단을 발견했다. 필자는 이러한 범죄를 한마디로 **‘나를 좀 돌아봐 달라는 외침’**으로 정의하며, 그 기초 위에서 처방을 내려야 한다고 썼다. 그 글을 읽고 난 며칠 뒤의 일이다.
나는 수년 동안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꼭 찾아뵙는 분이 있다. 특별한 담론이 없어도 그저 잠시 얼굴을 뵙고 돌아오곤 했다. 그런데 근간 몇 달은 발걸음을 하지 못했다. 유난한 더위 탓도 있었지만, 마음을 붙이고 다니던 곳이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엑스포장이다. 일흔 번 넘게 그곳을 드나들다 보니 정작 짬을 내기가 어려웠다. 뒤늦게 시간이 나서 전화를 드렸다. “선생님, 잘 계십니까? 바쁘다는 핑계로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오늘 좀 들러도 될까요?”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이 영 심드렁했다.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저 짧게 대꾸할 뿐이었다. “시간을 못 내겠네요. 집도 고치고….” “그러면 다음에 찾아뵙겠습니다.”
내 말에 대답도 없이 전화는 끊겼다. 무슨 언짢은 일이라도 있으신 걸까, 아니면 내게 못마땅한 점이라도 생기신 걸까.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아 수화기를 내려놓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때 문득 신문에서 읽은 구절이 뇌리를 스쳤다.
**‘나를 좀 돌아봐 달라’**던 그 한마디.
정말 그런 뜻이 아니었을까. 가끔씩 찾아오던 이가 몇 달째 소식이 없으니, 기다림이 지쳐 서운함으로 변했고 그것이 그렇게 표현된 것은 아닐까. 반기던 분이 태도를 돌변하니 별의별 생각이 다 스치지만, 이 또한 결국 "나를 좀 봐달라"는 외로운 신호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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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2.09.08 15:17
첫댓글 마음이 좀 착잡합니다. 그렇다고 이유를 물어볼 수도 없고 인연은 그정도에서 끊어야 되지 않나 생각 중입니다. 오후에 볼세이아이스쇼를 보고 왔는데, 링크가 녹아내리는등 엉망이 되어서 수준놓은 공연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나마 구경한 것은 오랜 기억으로 남을듯 합니다.
선생님! 그분이 아마 섭섭함이 크셔서 나를 한번 돌아봐 달라는 뜻이 담겨있는것 같아요..
좋아하는 표현에 대한 반감 같은것이지 않을까요..
한번 더 전화를 드려보시지요...정말 언짢으셨다면 통화 느낌으로 알수있지 않을까요..
글쎄요 너무 의외라서 내키지가 않습니다. 그나저나 가끔 들려서 쉬어가시기 바랍니다.
인연이라는 것도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지요. 좋은 호감으로 시작된 인연인데 자기 생각만 하고 상대의 입장은 전혀 배려하지 않아 관계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저도 비슷한 경우가 있어서 정리 중이거든요. 선생님도 그렇게 느끼셨다면 맞을 겁니다.
사람의 소통과 인연의 관리는 서로 상호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뜩찮아 하면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