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열치열?
35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에 산행을 간다면 대부분 이상하게 생각한다.가만히 있어도 더워 죽을지경인데 산을 오른다?
어쩜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이제껏 경험상, 땀좀 흘리며 산정상을 오르면 더울새도 없다.
산정상부는 당연히 생각 만큼
덥지도 않고.
지난번 산행한 친우와 화순 백아산 산행을 예정했으나 친우의 사정으로 취소되고 더운날 집에서 견디기 어려워 20여년전 가본 상주 갑장산 이란곳으로 번개같은 추억의 산행이다.
갑장산은 상주시 낙동면에 위치한 높이 806m의 산이다. 백두대간이 쥐라기의 화강암 산지로 솟구친 소백산맥 줄기의 하나이다.
산아래 용흥사. 정상부에 갑장사 라는 두개의 사찰을 보유하고 있는산으로 고려 충열왕때 영남의 으뜸 산 이라고도 했단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라 느지막이 출발한다. 그전 속리산쪽을 부지런히 드나들면서 중부내륙고속도로 옆에 우뚝 솟아 있는 돌산을 지나치며 옛 추억에 잠겼던 산이다.
화서 Tg에서 내려 집출발 1시간 10분만에 갑장산주차장에 도착한다. 역시 유난히 더운 여름날이라 에어컨을 켜지 아니하고는 아니 된다.
주차장에 도착 준비운동 등을 하고 있으니 두대의 버스가 들어온다.
대구와 경기도 번호인데 많은 사람이 내린다. 나도 대단 하지만 그쪽 들도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경기도 차량의 사람들은 안내산악회 (Mt산악회)로 서울에서 왔다는데 두시간이 걸렸다네. 그런데 일부를 내려 놓고 일부는 그냥 타고 가는데 왜 그러느냐고 물으니 갑장산에 일부, 구미 기양산에 일부 두곳을 안내 산행 하는 산악회 버스였다.
같이 산행하면서 좀더 물어보니 20년이상 씩을 산을 다녀 이젠 잘 안 알려지고 알찬 산을 다닌다나. 얼마나 많은 산을 섭렵 했길래 싶은 생각이 든다.
산에 대한 기억은 세월 때문인지 전혀 안면이 없는데 들머리 부터 가파르다. 시계방향으로 한바퀴 도는 산행인데 바람은 전혀 없고 땀이 그야말로 비오듯 한다. 약 10여분을 가파르게 오르면 다소 경사가 완만한 능선이 시작된다.
인상적인 것은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갑장산 들어 오기전 초등학교 앞에 있었던 송림숲이 이산을 대변해 주는것 같기도 하다.
거의 산정상까지 소나무다.
그래서 인지 오르는길 두군데와 산정상 능선 일부를 제외 하고는 조망은 기대 할수 없다.
능선에 접어 들어 편하게 걷는데 경기도 버스에서 하차한 사람들이 걷고 있다. 여자 세명인데 각자 혼자서 온듯 따로 가고 있다. 앞서거니 뒷 서거니 말도 건너면서 걷는다.
요새는 나처럼 홀로 산행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장점도 단점도 있는데 그래도 마음 맞는 사람 둘이 함께 하면 좋지 않을까.
30여분을 평지능선을 걷는다.
등로도 너무 좋다.
다시 오르막이 시작된다.
나이 지긋한 사람이 혼자 쉬고 있다.
올라가는중 인데 힘들어 쉬고 있단다. 여름날의 산행이 힘들기는 하다.
날씨 때문인지 아님 체력 저하인지 나도 힘이드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그래도 꾹 참고 오른다. 정상에서의 멋진풍광을 그리며...
몇년전인가?
새벽3시에 무박으로 처음 대청봉을 오르는데 중간에 딱 한번 쉬고 올랐던일이 생각난다. 정상에서 어떤 한사람을 만났는데 그사람은 서른세번을 쉬었다는데??
그땐 젊어서 체력도 왕성했지만 대청봉을 만나본다는 기대감 이런게 더 의욕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이산은 정상까지 약 다섯차례의 오르막을 견뎌야 한다. 물론 30분정도의 편안한 능선길도 있지만 들머리와 문필봉을 오르고 내릴때 갑장사 가는 삼거리에서 정상 오를때는 많은 힘이 소요된다.
오르고 능선길 걷고 잠시 내리고 오르고 능선길 걷고 이런 반복이랄까.
정상 1.7키로전에 긴의자에 몇사람이 앉아 쉬고있다.서울에서 온 사람들이다. 정상에서 구봉산이 보인다 희양산이 보인다 등등 얘기중인데 보인다는 사람과 안보인다는 사람이 다투고 있다. 솔찍히 정상에 서면 설령 보인다 하더라도 어디가 어딘지 모른다.
한사람이 오미자차를 건넨다.
시원하니 맛이 괜찮다. 맛있다고 하니 한잔 더준다.
산 인심이 좋다.
그들을 두고 먼저 출발한다.
초입시 보던 여자들이 쉬지 않고 앞서서 걷고 있다. "잘 걸으시네요" 한마디 하고 그들을 추월한다.
정상 400미터전 갑장사 내려가는 삼거리에서 문득 산사의 적막을 깨트리는 목탁소리가 들려온다.
산 정상부에서 목탁소리를 듣기는 싶지않다.
"나무 관세음 보살"
갑장사옆에는 전설이 얽힌 상사바위가 있다고 하나 그냥 지나친다.
길게 늘어져 있는 나무계단을 힘겹게 오르면 드디어 정상이다.
1시간 50분이 소요 되었다.
정상은 정상석, 돌탑 외 통신시설. 산불감시초소가 있으며 한쪽은 막혀있고 동편으로 조망이 트여있다.
중부내륙. 상주.영덕간 고속도로가 눈아래다.
여기저기 거대한 암릉군도 보인다.
생각보다 멋지다.
비행기가 이륙할때 보이듯 경지 정리된 논밭이 눈아래에 펼쳐져 있다. 그리고 저 멀리 산군들이 아스라히 눈에 아린다. 구병산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정상부는 시루봉등 암릉들이 줄이어 있고 그 사이로 예전에 없던 나무계단들이 그림처럼 놓여져 있다.
20년전의 희미한 이미지는 보았듯 아니듯 세월속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낯설었다.
20여분을 남석문, 나옹바위, 백길바위 등 정상부 능선을 타고와 능선끝에서 점심을 한다.
홀로 호젓하게 한잔의 막걸리에 세상 만사 모든걸 잠시 잊는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산따라 구름따라 나도 모르게 많이도 살아 왔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얼마를 더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야 할까?
살짝 불어 오는 서늘한 바람에 잠시의 몽상에서 깬다. 이열치열이 아니라 높은 이곳은 분명 산아래 세계와는 무언가 다르다.
기온도 생각도 느낌도....
하산길은 조망은 없지만 그늘진 숲길따라 무난한데 출발시 보았던 사람들은 하나도 없다.
다들 어디로 갔을까?
중간에 갑장사쪽으로 내려 가는길도 있긴 하다.
느릿느릿 조망 없고 잘 정비된 길을 홀로 내려오니 용흥사가 보였다.
거기서 약7분을 더 내려오면 주차를 했던 주차장이 나타난다.
이산은 오를때나 하산시 암릉이 없고 조망이 전혀 없다. 정상부까지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고 등로는 비교적 무난하며 산정상부 능선에 여러 암릉들이 존재하고 좌우 조망이 가능하다. 일반적인 산들의 특징이다.
20년의 희미한 기억은 온데간데 없어,
세월의 흐름을 절감한날,
오래전 그 시절의 추억에 살짝 젖어 마음이라도 그때로 돌아간 날,
생각보다 정상부의 볼만한 능선이 걸을만 하고 이외로 등산객이 많으며 크게 힘들거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 무난한 산으로 보여지고
굳이 정상만을 보자면 용흥사 등로를 따라 갑장사를 거쳐 정상에 오른 후
원점회귀 하면 두시간 이면 충분할거 같다.
소나무들이 풍성한 숲을 이루고 있는산,
하나의 골짜기에 용흥사, 갑장사 라는 두개의 사찰을 거느리고 있는
흔치 않는 산으로 상주의 명산이다.
하루종일 집에서 무의미하게 보내지 않고 폭염을 뚫고 외려 그것을 즐긴 산행으로 잠시나마 과거로 되돌아간 의미 있는 날이 되었으며
대구에서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 근교의 산으로 기억에 다시 남을꺼 같다.
08.20 집출발
09.30 갑장산주차장 도착
09.40 산행출발
09.50 능선진입
10 00 정상 3.1 km전
10.22 정상 2.1 Km전
10.25 2차 능선 진입
10.30 정상 1.7 Km전
10.38 오르막 시작
10.40 정상 1.5 Km전. (쉬다)
10.50 출발
11.10 문필봉
11.25 헬기장
11.30 정상
11.40 정상출발
11.55 시루봉
12.05 점심
13.25 출발
14.05 용흥사 700 미터전
14.20 용흥사
14.30 주차장
갑장산 입구 송림
고속도로에서 본 갑장산
대구.경기도 버스 두대
왼쪽 들머리
시그널이 많다
오르막.서울팀
길이 좋다
소나무 천지
중간 중간에 긴의자
첫조망터
내려 가야할 능선
유일한 밧줄
제2 조망터
오미자 차
오르막 계단
문필봉 정상
정상 바로전
갑장사 가는 삼거리
헬기장
계단끝 정상
정상옆 팔각정
중부내륙, 상주영천간 고속도로분기점
정상 능선길
갑장사
나옹바위
수명을 다함
식사장소에서의 풍광
하산길 무난
올라온 능선
용흥사가는 삼거리
용흥사
절에서 주차장 가는길
ㅎ 예전에 많이함. 하산주?
수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