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는 느는데, 미사 참여는 점점 줄고
인구센서스나 교세통계에서 천주교 신자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본당에서는 그 늘어난 신자수를 체감할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성당에서 만날 수 있는 신자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주일미사 참여자는 매년 크게 줄어들어 1995년 당시 34.8%이던 미사참여율이 2008년에는 24.0%로 나타나 신자 4명 중 1명만 주일미사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산(19.1%), 부산(19.6%), 광주(20.9%)교구는 신자 5명중 1명만 주일미사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고, 가장 미사참여율이 높은 춘천교구도 29.9%로 채 30%를 넘지 못한다. 신자수는 1995년 이후 평균적으로 매년 12만 명 정도 늘어났으니 10년이면 120만 명이 새로 늘어난 셈인데, 주일미사 참여자는 1995년에도 약 120만 명이고 2008년에도 그대로이다. 새로 입교한 신자들이 다 어디로 사라졌다는 말인가, 아니면 새 신자는 들어오는데 그 전에 있던 신자들이 다 떠나갔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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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주일미사 참여자 변화 추이 (자료 : 한국천주교 교세통계) |
주일미사와 함께 한국천주교회에서 의무로 되어 있는 성탄·부활 판공성사 역시 2008년 참여율이 30.8%(부활), 32.7%(성탄)에 머물고 있다. 이런 통계를 고려해 볼 때, 세례받은 신자의 약 20~30% 안팎만이 현재 교회 안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보인다.
늘어나는 교회 이탈자들
한국 천주교회는 독특하게 ‘3년 이상 판공성사를 받지 않은 신자’를 냉담자로 규정하여 그 통계를 집계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신앙생활을 하고 있어도 판공성사표를 3년 동안 제출하지 않으면 냉담신자이기 때문에, 교세통계상의 냉담자수가 교회 이탈자수와 동일하지는 않다.
실제로 서울 한강본당의 냉담신자 1,363명을 교적조사와 심층면접조사 방법을 모두 이용하여 체계적으로 연구한 우리신학연구소의 1995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냉담신자로 분류된 이들 중 24.9%는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오인된 냉담자’들이고, 사망이나 이사했는데도 교적 정리가 안 된 경우도 상당수 있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냉담신자로 분류된 이들 중 55~65% 정도가 사실상의 ‘교회 이탈자’ 그룹이라고 판단된다.
참고로 2004년 한국갤럽조사에 따르면 현재 무종교라고 응답한 사람 중에 42.8%는 과거에 믿는 종교가 있었고, 그들 중 천주교를 믿었던 이들은 13.3%였다(불교 26.2%, 개신교 58.6%). 또한 종교인 중에서도 과거에 다른 종교를 믿은 적이 있던 이들이 16.2%인데 이중 천주교를 믿었던 이들은 14.9%였다(개종 경험 있는 불교 신자 중 18.0%, 개종 경험 있는 개신교 신자 중 22.9%). 이런 비율을 국내 인구 4500만 명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180만 명 정도가 천주교 이탈자라고 보기도 한다.
교세통계상의 냉담자수가 정확한 교회 이탈자수와는 차이가 있더라도, 어쨌든 냉담자수의 증가가 교회 이탈자들의 증가를 반영한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2008년말 현재 주소확인 냉담신자가 812,094명으로 전체 신자의 16.2%, 거주미상 냉담신자가 670,524명으로 전체 신자의 13.4%로 나타나 전체 신자수의 약 30%에 이르는 약 130만 명이 냉담자인 것으로 집계되었고, 그 수는 계속 증가추세에 있다.
(2007년에 서울대교구가 거주미상 냉담신자를 대거 정리하여 전체 냉담신자수가 크게 줄었다. 2008년 가을에 개통된 통합 양업 시스템 덕분에 전국 본당에서 교적관리가 유기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면 앞으로는 거주미상 냉담신자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냉담신자가 증가하는 현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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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냉담신자수 변화추이 (자료 : 한국천주교 교세통계) |
누가, 왜 냉담하는가?
교세통계에서는 냉담신자의 수만 집계할 뿐 다른 정보가 없어 냉담자의 특징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기 어렵다. 앞서 언급한 우리신학연구소 냉담자 조사결과를 참고로 냉담자들의 특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냉담자는 “평소 교회생활에 덜 참여적이고 개인적인 신앙생활을 소홀히 하는 사람들”로, 20~30대 젊은 신자, 남성, 고학력층에게서 두드러진다. 또한 사회경제적 지위가 최하층과 최상층인 양극단에 위치한 신자들이 냉담 비율이 높다.
이들이 냉담하는 이유는 직장·학업 등 일시적 사정이나 신앙상의 위기와 갈등, 신자 개개인의 무성의 등 ‘개인’의 문제가 종교적 소극성을 조장하고, 이런 ‘일시적인’ 사정이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했을 때 ‘장기적인’ 냉담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추론되었다.
한편 이런 ‘개인’적인 이유가 가장 두드러지기는 하지만, 실제 장기적인 냉담자 가운데는 ‘신앙상의 위기와 갈등’과 더불어 ‘교회 공동체 내부 및 부적응의 문제’가 더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난다. 교회가 공동체성이 약화되면서 냉담 상황이 회복되지 않는 것이다. 또한 냉담신자를 나누는 기준인 판공성사 제도 자체가 활동신자들조차도 냉담신자로 만드는 한계를 지니고 있음도 간과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냉담을 하는 소극적 신자층과 열심히 활동하는 적극적 신자층의 실제적인 거리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냉담자로 분류된 이들 중에서도 네 명 중 한 명은 미사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이고, 냉담자의 37.0%는 자신의 신앙심이 ‘깊은 편’이라고 응답하였다. 반면 현재 주일미사에 참석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미사는 나와도 냉담자와 다를바 없다는 신자가 16.8%, 개종을 고려해 본 신자가 15.4%로 나타나는 등 미사 참례하는 신자들 중에도 냉담의 문턱에 가까이 가 있는 신자들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교회에서 이뤄진 몇몇 설문조사에서도 냉담자들의 냉담이유와 냉담 당시 상황을 조사한 바 있는데, 마찬가지로 생계나 학업, 고해성사의 부담, 신앙에 대한 회의 때문이 가장 두드러졌고 냉담 당시에 본당 활동을 잘 하지 않았고 돌보아 주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조사에 따르면 냉담자들이 냉담하게 된 시기는 세례 후 3년 미만이 약 30% 정도였다.
신앙생활의 활기가 떨어지고 빠른 속도로 냉담자가 늘어나는 현실을 볼 때, 그저 신자수만 늘어나면 ‘복음화’가 잘 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교회가 복음을 선포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리스도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설교하고, 교리를 가르치고, 세례를 주고 기타 다른 성사를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적 변화의 성취”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nahnews.net >
이미영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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