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역에서 출발하는 특급 오조라(おおぞら)는 4시간을 조금 넘게 달려서 홋카이도 동부에 위치한 종점 쿠시로(釧路)역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열차가 가는 중간에 카메라 메모리카드의 고장으로 사진을 하나도 남기지 못한 여기. 여행에 남는건 사진뿐이라던데 정작 사진을 남기지 못하고, 초조함에 카메라 고장에 관한 온갖 검색을 쿠시로까지 가는 내내 하고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도착 직후의 쿠시로역 승강장과 특급열차 오조라. 최악의 경우 카메라를 못쓰게 되어도 나에게는 스마트폰(남은배터리 50%)이 남아있으니 어떻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ㅎㅎ
하지만 의외로 말이죠. 싱겁게도 역 근처의 가전제품 가게에서 메모리카드를 사서 끼웠더니 거짓말처럼 멀쩡해진 카메라. 역 근처에 이런 가게가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감사... 압도적 감사.
극적으로 부활한 카메라로 촬영해보는 쿠시로역 구내와 선로의 모습입니다. 쿠시로역 인근에 선로를 건너는 육교가 있었는데요. 하지만 제가 타고왔던 열차는 어느새 사라져버렸고... 당분간 열차 구경하긴 어려운 시간대이니만큼 그냥 역에 가서 시간이나 때우는 것으로...
네모반듯하게 생긴 쿠시로역 역사. 1961년에 당시 일본국철+지역 협력으로 공동 건설한 반 민자역사 같은 느낌의 건물입니다.
삿포로에서 당일치기로 이곳저곳을 다니는 여행 계획상 쿠시로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여기. 선택지는 일본 최동단의 네무로(根室)를 왕복으로 다녀오기가 있고 센모 본선(釧網本線)을 통해 아바시리(網走)까지 간 뒤에 세키호쿠 본선(石北本線)을 통해 삿포로로 돌아오는 두가지입니다. 당연하게도 하루에 둘을 동시에 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ㅎㅎ
일단 저의 선택은 센모본선 완주입니다. 최북단은 찍어봤으니 최동단은... 언젠가 다음에 ㅠㅠ
그런데 센모 본선은 쿠시로역의 다음 역인 히가시쿠시로(東釧路)역에서부터 분기된단 말이지요... 그럼 일단은 형식상 두가지를 다 타볼수 있는 계획으로다가 해서, 13시 25분발 네무로행 열차를 타서 딱 한정거장 더 간뒤에 그곳에서 다음에 올 아바시리행 열차를 타면 되지 않나 합니다. 여기서 14시 14분까지 기다리는 것보다는 하나라도 더 타보는게 나으니까 말이지요ㅠㅠ
하여튼 그렇게 계획을 확정짓고 남는 시간동안 촬영해본 쿠시로역 앞 거리와 건물들의 모습입니다. 사실 쿠시로시는 홋카이도 내 도시 중 인구 6위에 해당하는 나름 큰 도시인데요. 이것도 원래는 순위가 더 높았는데 삿포로에서 워낙 멀리 떨어진 곳이라 그런가... 인구가 많이 줄어서(현재 15만 7천명) 내려온 것이라 하는군요.
푸른 하늘아래의 쿠시로역. 역시 미세먼지 없는 푸른 하늘을 볼 확률은 일본이 더 높은 듯 한데요... 그 중에서 이곳은 최동단에 가까운 곳이니 더욱 날씨가 좋은 듯 합니다ㅎㅎ
슬슬 열차 시간이 되어 쿠시로역 승강장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처음에 열차에서 내릴때 못찍었던 역명판부터 촬영해 봅니다.
역사의 개찰구와 바로 맞붙어있는 1번 승강장에서 바라보는 건너편의 열차. 일본 최동단 네무로(根室)역으로 향하는 하나사키선(花咲線) 보통열차입니다. 네무로 본선(根室本線)의 쿠시로-네무로 간 구간은 다른 구간들과 운행계통이 완전 분리되어있어 따로 하나사키선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는데요.
뭔가 처음엔 기나긴 본선 구간의 남은 짤막한 구간이니 별것 아닌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보통열차로 완주하려면 2시간 반이 걸리는 생각보다 긴 구간입니다. 거기에 다시 돌아와야 하니 쿠시로-네무로만 왕복해도 5시간 ㄷㄷ
하나사키선 구간만 135.4km니까... 참고로 인천에서 연천까지가 107.2km네요.
쿠시로역의 1번 승강장. 역사 개찰구가 바로 연결되어 있으니 가장 이용하기 편하겠지요. 삿포로를 오가는 특급열차가 이 승강장을 이용할 확률이 높습니다.
1량으로 운행되는 하나사키선 보통열차.
...를 타러 2, 3번 홈이 있는 승강장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쿠시로-네무로 사이를 왕복한다는 행선판이 차량 측면에 부착되어 있네요.
1986년 국철 시대에 제작된 키하54형(キハ54形) 동차. 아까 이야기했듯 종점 네무로까지는 2시간 반... 계획상 네무로까지 가는것은 무리고 어쨌든 하나사키선을 타봤다는 기분을 내기 위해 딱 한정거장 타고 가볼 예정입니다.
뭔가 옛스러운 쿠시로역 역명판. 분명 K53 역번호 부분은 나중에 붙였으리라.
마지막으로 뒤에 보이는 높은 호텔 건물을 배경으로 열차 사진을 촬영한 뒤에, 어슬렁어슬렁 열차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아 출발을 기다립니다. 참고로 다음역까지는 4분 걸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