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지맥 1구간(분기봉-탄포육교)**
-.일자 : 2016년 3월 15일
-.코스 :모암재-적지봉-태봉-가마봉-열가재-장군봉-송장고개-가드릿재-삼봉-탄포삼거리 (19.5km, 지맥 18km+접속 1.5km)
-.시간 : 9시간 35분
-.참가 : 김영창,서정근,최동석,김종봉,권연임
테마 산행이 없는 하 세월은 나태함과 무미건조함의 증표로 중부지방인 허리깨에 구명튜브를 만들어 놓았고 이대론 육지 생활을 영속하기엔 부적격이니 멸종을 방지하려는 몸은 자구책으로 우릴 기맥길로 내몬다.
팀 복을 맞추고 현수막을 제작한 것으로 원기 충만했던 예전을 재현해 보려 하지만 다들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을 훌쩍 넘겨 버린 탓에 걱정만이 그 자릴 파고들고 가슴이 뛴 것 보단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이 지배적이다.
어둠의 정적에 마을은 묻혀있고 천지저수지의 수로에서 떨어진 하얀 물줄기만이 존재를 나타낼 뿐 여명으로 공지선상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시각에 모암재에 도착한다.
어제 잠시 풀어졌던 날씨가 바람을 피운 연적을 닥달 하듯 싸늘하게 급변하여 그 몰아치는 기세에 몸은 절로 말려들고 팽팽한 쇠줄을 튕기듯 날카로운 바람소리엔 발걸음도 떼지 못하겠다.
꽃피는 춘삼월에 이게 웬일인가 싶기도 하나 초입의 스치는 나뭇가지가 종아리를 파고드는 회초리만큼이나 예리하게 피부를 파고들며 길을 재촉하여 임도를 건너고 철쭉군락지로 들어서자 이젠 꽥 하는 멧돼지가 가슴을 서늘케 한다.

▲모암재(신암생태통로)
예전엔 방치되었던 등로가 초암산이 유명세를 타면서 맑끔하게 정비되어 있어 순조롭게 571봉인고흥지맥갈림길에 올라선다.
모암재에서부터 이곳 기맥분기봉까지는 접속거리가 있지만 그 만큼 출발지점인 모암재까지의 고도를 높여 놓았기에 쎔쎔이지 싶다.
메마른 나뭇가지가 휘파람소릴 낸다.
미친년 널 띄듯 몰아치는 광풍에 분기점에서 어떠한 감흥도 찾을 수 없고 출발증명 만을 남겨 놓고는 기맥길로 들어서며 또다시 나뭇가지들과 바람을 피하기 위한 대피에 급급해 진다.
▲571봉(고흥지맥 분기봉)
냉랭한 기온이 정신을 맑게 해주듯 불그스레한 잔영들 헤집고 떠오른 태양은 금방 투명한 광채를 쏟아내어 사물을 붉게 물들이며 불을 밝혀 놓았고 자그마한 봉우리에 올라서자 조성1봉이란 명패가 달려 있다.
야생화 마냥 누가 불러주지 않으면 봉우리에 지나지 않을 산정이다.
아마도 우리들처럼 대간을 뛰고 정맥을 거치면서 자연스레 이런 기맥에까지 흘러 든 선답자들의 노고로 이름을 얻었겠지만 이건 또 넘 많은 정보로 인해 혼란을 가중시키는 부작용도 있지 않을까 싶다.
▲호남정맥상의 존재산





우려했던 잡목보단 간벌 후 방치된 나뭇가지가 더 신경이 쓰인다.
아직 편백 조림지는 어리고 살생부에서 살아 남는 나무가 이들의 희생을 영양분 삼아 빨리 성장을 하여 생태계를 바꾸길 바래보지만 우리네 특성상 두 번은 이곳을 오지 않을 길이므로 투덜거림으로 대신하며 손과 발은 부지런을 떤다.
올망졸망한 산릉을 이어가면서도 2번 국도에서 갈래쳐 모암재로 이어진 도로와 호남정맥상의 존재산이 존재를 과시하며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 진행한 거리감이 없다.



햇살을 정면으로 받아 우리도 홍시처럼 붉어지고 공기도 덮여져 겉옷을 갈무리한 후 이보다다 더 농익은 붉은 단체복으로 탈바꿈하여 인증샷을 남기는 여유를 찾는다.
몰빵은 불려 놓은 뱃살도 만만치 않은데 옷의 치수까지 작아 어주리 칠푼이가 되었지만 웃음을 안겨 주어 차기 산행엔 바꿔주기로 선심도 쓴다

태봉,가마봉으로 이어지고 묘로 인해 원해진 공간 속에서 차 소리를 따라 기맥을 가르는 고속도로가 시원스럽다.


▲존재산

고속도로 굴다리를 통과하며 저벅거리는 발자욱의 하울링에 님과함께란 명곡을 완창 할 만큼 굴다리는 길다.
굴다리 넘어 있는 2번 국도인 열가치는 동물들의 이동을 막듯 중앙분리대가 있어 넘어서기가 대략난감이나 우린 편안함에 타협해버린 단순함이란 무기가 있다.

▲광양-목포간 고속도로



▲2번 국도

그 단순함이 고속도로 단절된 길을 고스란히 이으려는 외고집이 되어 네발로 절개지를 기어 오르고 잡목지를 뚫고 나오자 마루금으로 임도가 슬며시 붙는다.
이동통신탑과 묘지로 이어진 임도가 마루금이 되었고 이젠 덮여진 체온 만큼이나 기온도 올라 그늘진 곳을 찾아서 간다.




296봉을 살짝 우회하자 예상은 했지만 묘지에서 임도는 끝을 맺는다.
비록 오음길이였지만 신경줄을 잡아채는 장애물들이 없었던 만큼 다들 여유로움에 활기가 넘치고 너른 공터에서 봄나들이 나온 것 마냥 퍼질러 앉아 세월을 흘러 보낸다.

간간히 기맥을 상기시켜주는 나뭇가지들이 달려 들뿐 가시를 숨겨 놓지 않아 잘 다듬어진 인공적인 등로보다도 더 친근감이 드는 산길이다.
이것은 언제부터인가 나섬과 선택에 있어서 의존적으로 길들어져서 잊고만 지냈던 야생의 길이다.
몸의 고통을 통해 치유와 자유를 얻는다는 게 이런 것이지도 싶다.
장군봉 오름길이 만만치 않다.,
그토록 매섭던 냉기가 탈피를 하듯 싹 사라지며 솜처럼 부풀어 올랐고 솜이불처럼 포근해 졌으니 땀이 땅에 뚝뚝 떨어져 생물의 성장눈를 자극한다.

덴마크나 부탄이란 나라의 행복지수가 높음은 공정한 분배에 있음이지 문명의 이기나 부에 있지 않기에 우리 또한 자연을 소유하지 않는 이 아날로그적인 행위 속에서 행복감으로 충만 되어감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렇게 역설함은 곧 이를 동경했을 뿐 똥에 파리가 끌듯 어쩔 수 없이 문영 속으로 파고들며 스스로를 옥죄어 왔음이 침묵 속에서 유영하고 내딛는 걸음 걸음에서 먼지처럼 부유한다.
무소유를 실천할지어다. 무엇보다도 주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건강이 그 자릴 메우어 준다..
생강꽃은 향기를 뿜고 꽃대를 올린 춘란은 함초롱하게 피어 향기를 숨겼다.

진행하는 방향으로 마루금이 그려지지 않는다.
앞을 보면서 연신 의구심은 품었지만 혹시나 했던 길은 여지없이 맥을 탈출하여 버리고 그리도 등한시 하였던 트랙에 의지해 겨우 제 길을 찾았으니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다는 알파고를 인정 안할 수가 없다.

▲벌교뜰


어쨌든 별 에너지 손실 없이 제 길로 들어 섰으나 이 정신공항은 사람을 송장화 시켜 송장봉에 올려 놓고 다시금 송장고개에 내려 놓는다.
왜 하필 어감이 좋지 않는 송장이란 지명을 쓰고 있는지는 몰라도 뭐 기맥상의 특징 없는 봉우리와 재에 지나지 않는 곳이다.

▲비조암이 눈길을 끈다.


앞에 두방산과 첨산으로 이어진 비조암의 특이한 형상이 눈길을 잡아 놓고 슬며시 임도에 내려선다.
아마도 두방산과 첨산의 안내산행지와 겸치는 곳이지 싶다.
오름길을 올라서자 두방산갈림길이다.
기맥상의 두방산은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어 진행하여 지명상으로만 본다면 헷갈림이 있겠다.
출발시는 존재산이 무게중심이었는데 지금은 두방산이 기맥길과 쭉 함께한다.
몇 해전 저 산정에 올라서 고흥지맥길을 바라보며 마루금의 형체도 사그라들어 버린 저런 곳을 왜 탐사 하느냐고 성토를 했었는데 지금 내가 이 길을 걷고 있으니 세상사 무엇 하나도 장담할게 못 된다.
어찌 보면 우리 모두가 그때의 증인들로 공범자들이나 오늘 이 속에서 사육되지 않는 자유를 만끽하고 성취감에 취했으니 대상지보단 목적을 공유하고 그리고 그것을 누구와 함께하냐가 중요함이다.






쭉~~쭊쭉~~
알에서 갓 부화한 병아리마냥 종종거리며 내딛는 걸음이 경쾌한데 유독 김하사만이 힘에 겹다.
세월을 탓하면서도 나잇살을 생각 못한 결과물로 우리 때는 안 쓰던 근육을 쓰고 나면 그곳에 반드시 탈이 나기 마련이다.





산비탈을 내려서면서 등로가 갈래를 치며 혼선이 생긴다.
앞에 보이는 풍경은 경지정리로 인해 논으로 변하여 마루금의 실체가 사라져버려 감조차 잠지 못함이라 원동마을로 내려섰으나 황망함이 더 이상의 갈 길을 막는다.


이젠 어찌 하오리..
앞에 보이는 야트막한 산릉들은 중첩되어 맥을 분간치 못하고 골짜기의 물을 놓아 놓은 원동저수지는 분수령조차도 점을 못치겠끔 연막을 친다.
22번 국도에서 농로를 따른다.
선답자가 그러하다고 했으니 따를 수 밖에 없고 딱히 방법도, 허물어져 버린 마루금에 다시금 흙을 채워 분수령을 확일 할 수도 없다.
야산의 밭에 매화가 활짝 폈다.
자칭 초를 친다는 우리들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주당들의 명당자리인지라 잠시 시간을 방목해 놓고 한잔 술로 봄을 맞이한다.


몸이 확 풀어진다.
정신이 아지랑이처럼 가물거려서 일까 아님 초뺑이들의 거침없는 입담에 눌려서 일까 야산이 까탈스럼을 버리고 유순해졌다.

가드릿재에 내려선다.

씩씩거리며 올라 숲에 들어서자 보상하듯 상쾌함이 스며들며 기피의 대상이던 조랫대조차도 운치 있고 여느 둘레길보다 더 아담한 정원길이 이어져 또다시 봄나들이 나온 상춘객모드로 전환한다.




자유롭개 노닐다가 그물에 걸려든 것마냥 태영열반전단지에 탁 가로막힌다.
주민 아저씨의 설명이 없더라도 중계탑을 목표로 설정해 놓았다.
노출된 몸으로 햇볕이 달려들어 육수를 뽑아낸다.
요즘 날씨가 어쩜 이리도 야수처럼 급변하는지 도통 적응을 못할 정도로 변덕이 심해 포기하다 싶이 했는데 그래도 적응을 해야 도퇴 되지 않는다.

삼봉은 신작로로 절개되어 오를 수가 없어 도로를 따라 탄포육교로 간다.
탄포욕교 아래로는 벌교와 고흥을 오가는 차량들이 쌩쌩 달리고 탄포 버스정류장은 옛길이 되어 다시금 찬바람이 분다.



카카오택시는 통하지 않아 택시를 호출하여 차량을 회수 하였는데도 아직도 해는 짱짱하니 남았으니 이제 남는 것은 하나다.
첫댓글 1구간 출발했으니 ~~
컨디션 관리들 잘 하셔서 5구간까지 마무리 잘 하자구여~~
독수리 화이팅
함께하매 즐겁고 행복한 시간 이었습니다.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박수 짝 짝
산행지 쓰느라 고생 했꼬만~~ 덕분에 편안히 앉아서 다시금 회상 하구 있구만~~좋았구 즐거웠네..
정리하시느라 수고 많았구만요.쭉 가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