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나라 갑골문에 첫 관련 기록… 우리나라 거쳐 일본으로 전파됐어요
바둑
몇해 전 신라시대 고분에서 출토된 바둑돌로 바둑 기사 두 명이 대국을 벌인 일이 있었습니다. 바둑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전해져 왔지요. 바둑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을까요?
바둑을 처음 두기 시작한 곳은 중국이지만, 바둑의 규칙을 최초로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중국의 요(堯)임금이 바둑을 발명해 아들 단주를 가르쳤다는 기록과, 순(舜)임금이 아들 상균에게 바둑을 가르쳤다는 기록이 남아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요임금과 순임금은 전설 속의 인물이기 때문에, 이 기록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어요.
이에 실체가 입증된 중국 최초의 왕조인 상나라(기원전 17~11세기)에서 처음 바둑을 두기 시작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와요. 상나라의 왕들은 점을 치고 나서 이 기록을 거북이 배딱지나 소 어깨뼈 등에 기록으로 남겼는데, 이 기록을 '갑골문'이라고 해요. 그런데 갑골문에 바둑 기(棊)자가 새겨져 있었던 거죠. 이 글자가 의미하는 것이 정말로 현재의 바둑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춘추전국시대 기록을 보면 이때 바둑이 널리 퍼져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둑을 두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논어' 기록이 남아 있고, '맹자'에는 바둑에 몰두해서 부모 봉양을 소홀히 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내용이 있답니다.
바둑은 5세기 한국에 전해진 것으로 추측돼요. '삼국사기' 기록에 "백제 개로왕이 바둑을 좋아했다"고 나오기도 하고, 이 무렵 만들어진 것으로 여겨지는 신라시대 고분인 경주 황남대총에서 바둑알이 담긴 통이 출토됐기 때문이에요.
중국에서 시작된 바둑은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으로 전파된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의 절인 도다이지(東大寺)의 수납 대장에는 이곳에서 출토된 바둑판 중 하나가 "백제 의자왕이 일본의 대신인 나카토미노 가마타리(中臣鎌足)에게 보낸 것"이라고 기록돼 있죠.
바둑의 규칙이 정립되고 발전된 곳은 일본입니다. 특히 에도 막부 시기에는 사무라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치는 관청도 있었고, '바둑 가문'도 등장했다고 해요. 가장 유명한 가문은 '혼인보(本因坊)'입니다. 원래 이 가문의 당주는 세습으로 이어졌는데, 1936년부터는 일본기원이 주최하는 '혼인보전'에서 5회 연속으로 우승하거나, 총 10회 우승했을 경우에만 혼인보 이름을 계승할 수 있었다고 해요. 이 혼인보의 이름을 한국인이 계승하기도 했어요. 조치훈 9단이 1989년부터 1998년까지 혼인보전을 10회 연속 우승하면서 혼인보의 이름을 쓸 수 있게 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