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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양산 백학장원 원문보기 글쓴이: hwd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변현단
-석유를 먹는 사람들
진정한 유기농이란 종자부터 농부가 직접 채종하여 사용하는 것이며, 농사를 지을 때 자연에너지를 이용한 동력과 농기구를 사용하는 것을 이른다. 농부, 식물, 그리고 당이라는 삼각구도에서 서로 유기적인 순환을 이루는 농사, 즉 농부가 배출하는 각종 유기물-음식물 쓰레기와 분뇨-이 식물의 거름이 되고, 그것을 먹고 자란 식물이 소비자의 입으로 들어가는 순환농사를 일컫는 것이다.
유기농사는 사육과 재배를 최소화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논이나 밭에서 작물을 기르는 일뿐 아니라 가축을 사육하는 데도 적용된다. 수백 마리의 소를 한 농가에서 기르려면 풀만으로 되지 않는다. 사료를 사용해야 한다. 사료 값이 올라가면 사육은 고달프다. 대량화에는 감당하기 힘든 돈이 들지만 정작 자신이 직접 사료를 만들어서 사육한다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니다. 대량사육에는 비용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육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제일 큰 문제는 가축을 우리에 가두어 기른다는 점이다. 우리에 가두어 기르면 마리당 단위면적을 최소화할 수 있다.
동물의 입장을 고려한 유기축산은 엄밀한 의미에서 본다면 방목이어야 한다. 가축들을 방목하여 사육하려면 넓은 대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지의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방목하면 새끼도 그들의 방식대로 낳아야 하고, 생명 주기대로 움직여야 한다. 결국, 농부는 환금성을 양호하게 하려고 소비자는 또 값싼 고기를 얻기 위해 대량사육을 선택한다. 하지만 대량생산은 인간의 건강을 우선으로 고려하지 않는다. 기업의 이윤과 사육자의 이윤이 최우선 고려 사항이된다. 따라서 대량생산은 대량폐기와 대량학살을 낳는다.
인간의 생명을 생각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농사가 되려면 소량생산, 소량소비, 소량폐기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순환농사에서는 버리는 게 없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사람이든 자연의 모든 것이 땅에서 태어나서 다시 땅으로 돌아간다. 그러므로 이제는 자급자족을 우선하며 서로의 자질과 능력을 교환하고 나누는 소농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
-석유가 밥상을 점령하다
예전 여성들은 부엌으로부터 해방되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래야만 바깥세상으로 나가고, 남녀역할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여성들의 이 같은 욕구를 채워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도시의 가난한 여성들은 가족을 위해 한 푼이라도 벌어야 했다. 때마침 기업은 여성들을 시장으로 걸어내어 저임금 구조를 만들면서 여성들이 해왔던 가사노동을 기업에 의존하게 만들었다. 여성들은 집에서 인정받지 못하던 가사노동에서 벗어나 공장에서 죽도록 일하며 돈을 벌었고, 그 대가로 공장에서 만든 식료품을 산다. 노동을 팔아 그 대가로 돈을 받고 그 돈으로 기업에서 자신이 만들어낸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사는 것이다. 결국 가족이라는 최소의 단위조차 기업에 종속되는 구조가 되었다.
지역음식문화란 그 지역에서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자신의 체질이 무엇인지를 고려하는 토종문화다. 하지만 최근의 로컬푸드 운동과는 다르다. 로컬푸드란 엄밀한 의미에서 지역토착음식을 말한다. 환경이 만들어낸 토착음식을 거의 사라진 지 모래다. 지역적 농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의 음식문화는 거의 모든 지역이 동일하다고 할 만큼 획일화되었다. 지역의 정체성이 상실된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의 로컬푸드 운동은 푸드마일리지 운동처럼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우선적으로 취하는 이동거리 개념에서 출발한다. 석유사용으로 인한 오염원인 탄소 발생을 줄이고 오일피크로 인한 석유사용을 최소화하여 대안적인 생활방식을 도모하는 것이다.
무분별한 세계화는 인간의 몸까지 획일화했다. 그래서 전에 없었던 이상한 질병들이 유입되기 시작한다. 질병도 아닌 것들이 질병이 되고, 정작 질병은 병이 아닌 것으로 간주된다. 질병의 세계화가 먼저 이루어진 셈이다. 특히 바이러스가 그렇다. 몸이 이미 세계화되고 획일화된 탓에 면역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내성이 강화되어 점점 더 강력한 슈퍼 백신만 요구될 뿐이다. 사람들이 도시로 몰리고 공장이 들어서면서 환경오염 문제도 매우 심각해졌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어떤가? 오염의 문제를 청결의 문제로 단순, 획일화하여 위생적인 생활을 주도한답시고 화학염소세제를 상용한다. 덕분에 수질오염이 증가했고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질환도 많아졌다.
기업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식품들은 개인이 자란 자연환경과 체질에 맞는 음식이 아니다. 공장에서 똑같이 찍어낸 것에 불과하다. 맛도 영양도 모두 같다. 그러므로 이런 것들은 사람의 체질을 획일화시킨다. 전 세계 사람들이 각자 다른 환경 속에 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먹는 음식은 똑같다. 같은 병에 덜리고, 병원에 가서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진 같은 약을 처방받는다. 몸이 획일화되면서 결국 질병도 획일화된 것이다. 그리고 똑같은 질병으로 죽어간다.
기업에게 내던졌던 생명을 되찾아 오는 길은 식의주를 내 손으로 만드는 데서 시작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에 종속된 삶으로부터 벗어날 길이 없다. 돈의 노예로 살 수밖에 없는 도시를 벗어나거나 아니면 도시의 생활방식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가공할 만한 에너지 없이는 모든 게 정지될 수밖에 없는 도시를 어떻게든 바꿔야 하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기본 장류에는 간장, 된장, 고추장이 있다. 장류는 그 집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맛을 낸다. 음식을 튀기거나 볶을 때, 무칠 때 사용하는 양념에는 참기름과 들기름이 있다. 고소한 맛을 내기 위해 참깨나 검은깨도 사용했다. 지금은 단맛을 내기 위해 설탕을 사용하지만 예전에는 꿀을 모아 사용하거나 엿기름 또는 곡식이나 호박, 무 등으로 조청을 만들어 사용했다. 설탕이 없었던 시절에는 음식 맛이 지금처럼 달지 않았다. 특히 공장에서 만들어진 음식에는 수많은 화학감미료가 첨가된다. 고추는 18세기에 들어와 매운 맛을 내는 데 사용되었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식재 자체- 겨자, 냉이뿌리, 무-에서 우러나오는 매운 맛을 추출해서 사용했다. ‘가시’라는 식초균을 이용해 식초를 만들어 집안 대대로 사용하기도 했다. 만간에서는 곡류를 이용하여 술을 만들었고, 이렇게 만든 술을 양념으로 사용하기도 했으며, 술 발효 과정에서 식초를 얻기도 했다.
기업에서 가공식품을 만들 때 인공첨가물을 넣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는 통조림, 건조식품, 냉동식품 모두가 식품 본래의 질감과 맛을 원래보다 못하게 변화시키기 때문에 손실된 풍미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다. 두 번째는 수송, 저장, 진열과정에서 생기는 품질 혹은 외관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자면 소금, 설탕, 또는 분말우유가 덩어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응고 방지제를 첨가한다. 유화제를 첨가하여 지방이나 우유 같이 분리되는 경향이 있는 물질을 섞어나 분산시킨다. 또 격리제를 넣어 미량원소들이 지방이나 기름의 산패를 일으키지 못하게 하고 청량음료가 뿌옇게 되는 것을 막는다. 세 번째로 살찌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다. 이런 경우 대체식품을 주로 사용한다. 글루탐산나트륨(MSG)은 담백한 음식에 맛을 더해주는 조미료로 해초에서 추출한 것이다. 시클람산염이라는 인공감미료는 무영양의 인공감미료다. 하지만 원래 식재료가 가지고 있는 자연적인 위험요인에 화학합성물질까지 첨가된다면 인체는 더없는 나락으로 빠지게 된다. 알 수 없는 질병들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질병으로부터 벗어나 건강하게 살려면 우리는 먼저 식습관부터 바꿔야 한다. 식습관의 변화는 무엇으로부터 시작할까?
첫째, 마트에서 판매하는 가공된 완제품을 사먹지 말아야 한다. 마요네즈를 비롯한 치즈, 어묵, 햄, 소시지, 통조림 등을 피하고, 싱싱한 원료를 사서 집에서 직접 조리해서 먹는다. 식료품 회사에서는 돼지고기 100g으로 1kg의 햄을 만들 수 있다. 믿지 못하겠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값싼 고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식료품은 가공할 만한 기술로 가공할 만한 많은 것을 만들어낸다.
둘째, 전처리된 식품을 가능하면 구입하지 말아야 한다. 요즘에는 도라지, 당근, 무, 양파, 양배추, 과일조차도 깨끗하게 세척하여 포장되어 나온다. 이런 제품들은 대개 기계로 대량 세척한 것들이다.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닦기 어려운 것들을 손 대신 기계로 씻고, 더욱 깨끗하게 하기 위해 표백제나 세정제를 이용하는 것이다. 인건비를 절약한 깨끗한 제품들은 소비자를 현혹한다. 얼마 전 표백제 성분이 들어간 세척제로 곱창과 천엽 등을 씻는다는 보도가 나왔다.
셋째, 가공 조리된 양념류는 구매하지 않는다. 가공 조리된 식품을 마트에서 구매하지 말고, 가능하면 외식도 자제한다. 식당에서 사용하는 양념들은 대부분 시장에서 구입한 장류와 양념들이다. 시장에서 판매되는 값싼 된장의 원료는 대부분 미국산 GM(유전자 변형) 콩으로 만든 것들이다. 그 콩깍지는 갈아서 간장의 원료로 사용하고, 원료로 첨가되는 소맥분 또한 미국산이니 더 말해서 무엇할까? 미국은 콩과 밀, 옥수수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다. 한국에서는 GM 옥수수와 콩을 수입해서 사용하도록 승인했다.
넷째, 가급적 외식을 자제한다.
다섯째, 육식을 피한다. 대규모 공장형 축산농가에 가보면 좁은 공간에서 소나 돼지, 닭을 키운다. 이들 공장형 축산농가는 가축들의 생명주기나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생명주기를 빠르게 할 수 있는 성장 호르몬제를 사용한다. 과도한 육류 섭취는 고혈압, 신경계 뇌질환, 고지혈증 등 수많은 질병을 유발시켰다.
여섯째, 유기농산물을 구매하여 직접 요리해서 먹는다. 30년 동안 화학약품과 전쟁을 벌이면서 농부들은 유기염소계 살충제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친자연적인 농사법이 개발되었다. 유기농 재배로 생산되는 농생물은 농민을 격려하는 차원에서나 소비자들의 건강을 고려하는 측면에서나 훨씬 바람직하다.
-잡초의 향연
여성의 건강에 쑥이 좋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바다. 한약재, 뜸 재료는 물론, 일상적인 음식 재료로 사용한다. 특히 쑥은 다이옥신 분해제로 다량의 항산화제를 함유하고 있으므로 각종 농약에 오염된 식품을 섭취하여 얻는 질병을 예방하려면 쑥을 많이 먹는 게 좋다.
민들레 또한 대표적인 약성 잡초다. 각종 염증 및 천식, 신경통을 완화시키고 지혈작용과 지방간을 다스리는 데 뛰어나 한방에서 줄곧 이용되었다. 특히 위궤양 치료에 효과가 탁월하다. 항암효과와 성인병 치료에도 뛰어난 것으로 쌈으로 먹거나 민들레 전초를 말려 물을 우려낸 다음 차로 음용한다.
지혈제로서 탁월한 차전초인 질경이가 최근에는 다이어트-건강보조식품으로 이용되고 있다. 질경이는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는 효소작용을 해주며, 섬유질이 많이 들어서 분변량을 늘려주고 숙변을 제거한다. 이것들뿐만 아니라 돌나물, 수영, 가막살이, 비름, 싸리, 달맞이꽃, 엉겅퀴, 쇠무릎, 원추리, 닭의장풀 등 거의 모든 잡초들이 이뇨작용을 돕고 각종 염증을 예방하며, 지혈, 항암제 등의 공통된 약성을 지니고 있다.
농사를 지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잡초가 꼭 농작물에 피해만 주는 것은 아니다. 단지 잡초를 그대로 놔두면 다른 농작물이 광합성 작용을 제대로 하지 못할 뿐이다. 이유는 한 가지. 농작물보다 잡초의 성장과 번식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잡초가 무성한 곳이라면 농부는 잡초관리만이 아니라 흙관리, 거름관리, 농작물 관리 등 전반적인 농작업 관리를 소홀히 했을 경향이 짙다. 화학비료를 사용하면 농작물의 크기가 크다. 일반적으로 퇴비만을 이용하는 경우는 화학비료를 사용한 작물보다 작다. 농작물 관리가 잘된 것은 잡초 더미에서 자란 것보다 훨씬 크고 좋겠지만 농작물 관리 등 전체 농작업 관리가 거의 되지 않았다면 잡초가 무성해질 수밖에 없다.
잡초는 야생적이다. 재배되는 작물은 잡초보다 여리고 연약하다. 당연한 일이다. 식물이 죽어갈 때 번식하기 위한 씨앗을 안간힘을 다해 맺듯이 잡초는 천대 당하는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많은 씨를 내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게 된다. 그것이 본능이다. 반면에 인간이 지극정성을 다해 보호하는 재배작물은 연약하고 여릴 수밖에 없다. 사육되는 가축도 마찬가지다. 야생적인 잡초는 연약한 농작물에 비해 생명력이 강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독식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한 번은 고구마와 잡초를 함께 키워본 적이 있다. 잡초를 전혀 관리하지 않았다. 잡초가 고구마 밭을 뒤엎게 되었고, 고구마줄기는 광합성 작용을 하려고 기를 쓰고 잡초 줄기를 잡아 올라탔다. 번식력이 왕성한 환삼덩굴이 많았고, 털비름과 명아주, 왕고들빼기처럼 키가 큰 잡초도 많았다. 이 상황에서 어떤 고구마 줄기는 잡초 위로 솟았고, 잡초 덤불 속에서 키운 고구마는 알맹이가 작았다. 광합성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광합성 작용을 못한 고구마는 영양분을 끌어들이지 못했다. 또 한 해는 광합성 작용을 방해하는 키 큰 잡초를 제거하고, 광합성을 방해하지 않는 쇠비름은 그냥 놓아두었다. 고구마 줄기가 밭으로 뻗어 착근하려 했지만 쇠비름 때문에 쉽지가 않았다. 땅도 척박했다. 퇴비를 거의 넣지 않았고, 영양분도 추가로 주지 않았다. 결국 고구마 줄기는 쇠비름과 어우러져 밭을 이루었고, 나는 제거할 만한 잡초를 찾아내지 못했다. 이때 고구마는 척박하고 단단한 땅에서 영양분을 찾아 땅 아래로 내려갔고, 쇠비름은 고구마에게 영양분을 끌어올려주는 역할을 한 셈이다.
풀멀칭은 잡초로 잡초를 억제하는 방법으로 풀을 베어서 밭에다 깐다. 최소 20센티미터 이상 두껍게 깔면 잡초가 잘 자라지 못한다. 햇볕을 차단하기 때문에 멀칭된 풀 아래서 자라는 식물은 노랗게 실지렁이처럼 된다. 풀을 베어 농작물이 자라는 밭 위에다 두껍게 깔아놓아 잡초의 생장을 막는다. 이런 방식으로 풀멀칭을 해놓고 딱 한 번만 잡초를 제거했다. 김장 배추를 심기 위해서였다. 풀을 베는 데 있어서 멀칭을 해준 곳과 해주지 않은 곳과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풀멀칭을 해준 곳에서 자란 풀은 줄기가 약해서 쉽게 벨 수 있었다. 물론 2000평 정도의 농사를 짓는다고 할 때 풀멀칭은 그리 용이하지 않다. 5월경에 풀로 멀칭을 해주는데, 베어서 두껍게 갈아줄 정도의 풀이 밭에서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에 벼과 잡초를 베어오지 않으면 멀칭을 일부밖에 할 수 없다. 풀멀칭은 대체로 6~7월경에 한다. 풀이 많아 멀칭 효과가 뛰어나다. 하지 이후에 심은 약콩의 경우, 심기 전에 풀멀칭을 하면 잡초를 베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
풀멀칭을 한다면 밭을 갈지 않아도 좋은 토양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단백질과 무기질 등 각종 미네랄이 함유되어 있는 잡초들은 식물이 먹어야 할 영양분이기도 하다. 이런 잡초가 다시 땅으로 들어간다. 잡초를 뽑아서 버리는 것이 아니라 퇴비로 다시 사용하는 것이다. 풀을 깔아놓고 삭힌 뒤, 땅속 퇴비로 넣기 위해 밭을 갈아주는 것은 좋지 않다. 흙의 미립자와 미생물을 보호하여 흙의 비옥함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퇴비를 땅으로 넣기 위해 쟁기를 사용하는 것 외에 경운기로 미세하게 갈아주는 로터리는 가급적 하지 말아야 한다. 숲에서처럼 풀멀칭을 해놓고 밭을 갈지 않은 채 그 위에 씨앗을 뿌리는 무경운법을 실험해볼 만하다.
잡초가 있는 경우와 잡초가 없는 경우, 그 밭의 자연적 피해는 어떤 것이 더 클까? 잡초가 있는 밭은 토양이 유실되지 않는다. 가뭄에는 토양이 수분을 머금고 있다. 단일 작물이 있는 밭이 잡초가 없는 깔끔한 밭이라면 가뭄으로 인해 작물은 시들고 말 것이다. 그러나 잡초가 자라 있으면 잡초가 땅속 깊은 곳으로부터 수분을 끌어들여 작물에게 수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식물의 뿌리가 바위를 뚫는 것처럼 잡초의 뿌리는 수분을 찾아 토양 깊숙이 내려간다. 홍수가 나도 마찬가지다. 잡초가 뿌리를 내려 단단히 부여잡고 있기 때문이다.
잡초는 토양의 독성을 빨아들여 토양을 중화시킨다. 베어진 잡초는 다시 땅으로 돌아간다. 휴경하는 동안 잡초를 무성하게 함으로써 미생물들이 다시 모여든다.
잡초를 즐기는 몇 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날 것으로 먹기—어린 푸성귀 또는 겨울을 이긴 뿌리는 생으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부드럽고 영양도 많다. 날 것을 된장이나 양념 소스를 이용하여 쌈 또는 샐러드로 먹는다. 소스를 잘 만들면 한 끼 반찬으로도 충분하다. 가장 한국적인 소스는 된장을 이용한 것이다. 된장소스는 재래된장에 참기름과 검은깨를 섞어서 만든다.
소스를 이용한 샐러드로 제비꽃, 환삼덩굴, 토끼풀, 왕고들빼기, 야생돌콩, 닭의장풀, 별꽃, 꽃, 달맞이꽃, 칡꽃 등을 그대로 먹을 수 있다.
된장과 잘 어우러지는 쌈에는 민들레, 왕고들빼기, 지칭게, 방가지똥, 환삼덩굴, 가죽나물, 제비꽃, 원추리, 광대나물, 피마자잎, 각종 취 등이 있다.
살짝 데쳐 먹는 나물 조리법—잡초를 날 것으로 먹는 데 부담을 느낀다면 나물로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먼저 물을 끓인다. 재료를 끓는 물에 넣어 데친다. 데친 재료를 찬물에 담가서 물기를 짜낸다. 소금,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알맞은 장을 선택하여 깨소금과 참기름을 넣어 버무린다. 가능하면 원래 나물의 맛을 살릴 수 있도록 소금이나 된장을 사용하면 좋다.
살짝 데쳐 먹는 것은 주로 망초 어린잎, 꽃다지, 달맞이꽃 어린잎, 제비꽃, 광대나물, 꽃마리, 명아주, 질경이 등 담백한 맛을 지닌 것들로 질기지 않은 잎사귀들이다.
쓴 맛, 떫은 맛, 아린 맛이 있는 것은 그 맛이 엷어질 때까지 장시간 물에 담그고 물을 자주 갈아주어 깨끗이 씻는다.
묵나물 만들기—쓰고 떫은 맛이 강한 것은 잘 삶아서 장시간 물에 담가 독성 또는 쓴 맛을 제거한다. 물에서 건져 꼭 짜서 물기를 뺀 뒤 장시간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말린다. 바짝 마르면 공기가 잘 통하는 망에 넣어 보관한다. 모든 잡초는 묵나물을 만들 수 있다.
먹을 때는 물에 장시간 불린다. 건나물이 부드러워지면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나물처럼 무쳐 먹는다. 또는 물에 불린 것을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다 살짝 볶아서 먹는다.
잡초도 죽도 쑤고 밥도 지어보자—3~5월에 나오는 나물의 재료로 쑥, 냉이, 꽃다지, 달맞이꽃, 제비꽃, 광대나물, 별꽃, 원추리, 질경이 등이 있다. 죽을 만들려면 먼저 잡초 잎, 줄기, 뿌리 전체를 깨끗이 씻어 말린다. 말린 것을 분말로 만든다. 잡초를 분말로 만들어 용기에 보관하다가 죽을 끓이거나 양념가루 또는 꿀물이나 과일 주스에 타 먹을 수 있다. 죽을 만들 때는 분말에 곡물가루를 섞어 끓이면 된다.
잡초 밥은 처음부터 같이 짓는 방법이 있고 중간에 넣는 경우도 있다. 물에 불린 것을 같이 넣어 밥을 지은 뒤, 양념간장에 비벼 먹는다.
잡초로 김치를 담그다—쇠비름, 돌나물, 왕고들빼기로 김치를 담가 먹는다. 김치는 세 가지가 있다. 물김치가 있고, 고축가루가 들어간 일반김치와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백김치가 있다. 돌나물은 물김치 재료로 그만이다. 먼저 물을 끓여 식혀 놓거나 생수를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배추와 무, 열무 등과 함께 돌나물과 쇠비름을 같이 넣어 만들 수도 있고, 돌나물과 쇠비름만으로 담글 수 있다.
쇠비름은 열무나 배추와 같이 소금물에 담가 놓는다. 찹쌀풀을 만들어 넣는다. 마늘과 양파는 잘 간다. 쪽파는 잘게 썰어 놓는다. 백김치의 경우는 양념이 들어간 재료와 함께 물을 붓는다. 고춧가루를 넣은 김치는 양념과 함께 버무린다.
맛과 향을 살리는 찜—뿌리와 줄기는 쪄서 먹기도 한다. 원추리 뿌리 또는 가죽나물, 자리공 줄기, 박주가리 열매, 돌콩은 고기류 또는 다른 재료와 함께 쪄서 먹거나 잡초만으로 양념을 하여 쪄서 먹는다. 9월 박주가리 풋ㅎ열매, 자리공 줄기는 고추장 양념에 발라서 쪄 먹거나 양념 없이 쪄서 소스에 찍어 먹으면 좋다. 가죽나물의 경우는 꾸둑꾸둑 말린 것을 쪄서 양념장에 찍어 먹는다. 돌콩은 줄기와 함께 찐 것을 소스와 함께 먹으면 풀 냄새는 사라지고 특유의 향이 살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잡초에 튀김옷을 입혀보자—튀김옷을 입혀서 식용유에 튀겨 먹는다. 간장을 곁들여도 좋다. 주로 엉겅퀴, 쇠뜨기, 질경이, 칡꽃, 등나무꽃, 지칭개, 방가지똥, 민들레, 토끼풀, 박주가리잎과 열매, 닭의장풀 등 꽃을 포함한 잎을 튀긴다.
잠초 부침—기름을 사용하는 우리나라 전통 음식으로 전(부침)이 있다. 부침은 명절에 구미를 당기는 음식이요, 잔치음식에 빼놓을 수 없는 요리가 부침은 튀김보다 기름을 적게 사용할 수 있어 기름에 따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이때 해가 적은 기름과 통밀가루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수퍼마켓에서 파는 식품첨가물이 들어가 있는 부침가루는 사용하지 말 것을 권한다.
잡초로 국을 끓인다—잡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양념은 된장이다. 이런 특성을 살려 된장과 쌀뜨물을 이용해서 국을 끓이면 별미다. 특히 시원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대표적인 잡초국은 소리쟁이 국이다. 소리쟁이국은 구황식물로 겨울에 뿌리를 움에 넣고 싹을 자라게 하여 국거리로 이용했다. 질경이도 어린잎을 제외하고는 국거리로 좋다.
간단하게 먹고 싶다면 비빔밥으로—잡초의 어린잎을 따서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어 비벼 먹는다. 여러 가지 잡초 조리법 중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한 가지 잡초만 써도 좋지만 다양한 풀들을 섞어서 보리밥과 함께 비벼 먹는다. 비빔밥에는 대부분 참기름을 이용하지만 들기름을 이용하면 맛이 더 좋다.
절여 먹기—쪄낸 잎 또는 생잎에 양념장에 한 쪽씩 발라 차곡차곡 재었다가 꺼내 먹는다. 민들레, 왕고들빼기, 지칭개, 뽀리뱅이, 엉겅퀴, 질경이, 환삼덩굴 등이 절여 먹기에 좋은 잡초다. 양념으로는 깻잎절임에 사용하는 고춧가루, 깨소금, 마늘, 간장 등을 사용한다.
가장 간단하게 차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 아침 이슬에 젖은 잡초를 오전 10시 전에 채취한다. 깨끗이 씻은 다음 채반에 널어 물기를 빼고 그늘에서 말린다. 집안에서는 통풍이 잘되는 마루에서 건조시키는 것이 좋다. 잘 말린 후에는 가마솥이나 돌솥 등에서 덖어낸다. 덖은 것을 그늘에 말려 습기를 완전히 제거한 뒤 밀봉한다. 덖은 뒤 방습제와 함께 빈 통에 넣었다가 사용하기도 한다.
원추리
원추리꽃의 수명은 하루뿐이다. 꽃이 지고 나면 타원형의 열매가 맺힌다. 뿌리는 맥문동과 닮아 가늘고, 방추형의 육질 덩이뿌리가 여러 개 달려 있다. 예전에는 중요한 구황식물의 하나였다. 멧돼지도 원추리 뿌리를 즐겨 먹었다. 뿌리는 의남초라고 하여 아들을 낳게 해주는 영험이 있다고 알려졌다.
원추리 땅속줄기에는 녹말이 많아 선조들은 허약체질을 튼튼하게 하는 자양강장 음식으로 쌀, 보리 같은 곡식과 섞어서 떡을 만들어 먹었다. 여름에는 꽃을 따서 술을 담거나 김치를 담가 별미로 먹었고, 밥 할 때 원추리꽃을 넣어 독특한 향기가 나는 노란 밥을 짓기도 했다.
원추리는 ‘넘나물’이라고 부른다. 넘나물은 원추리의 어린 순으로 대표적인 봄철 산나물의 하나다. 맛이 달착지근하고 연하여 매끄러워서 감칠맛이 있는 순하고 담백한 산나물로 훤채라고도 부른다.
꽃다지
꽃다지를 자세히 보면 솜털이 보송보송 나 있는 게 두서너 살 어린아이의 뽀송한 살 같다. 꽃다지는 냉이와 함께 무리지어 빙 둘러 있다. 줄기가 나와서 잎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뿌리에서 직접 나온 잎사귀들이다. 이런 식물을 로제트 식물이라고 한다.
어떤 이가 꽃다지를 나물로 무쳐서 오래 식용하면서 자신이 가진 병이 저절로 나아버리자 ‘무슨 병에 약이 되는구나’ 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꽃다지씨와 다닥냉이씨가 심장질환으로 인한 호흡곤란에 약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꽃다지씨는 설사를 나게 하는 성질이 있어 변비를 없애고 온몸이 부어오르는 증세를 가라앉힌다. 하지만 사실은 거의 모든 산야초가 각종 부기를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 풍부한 섬유질이 뚱뚱하게 오른 살을 빠지게 하는 것이다. 꽃다지씨는 기침과 다래를 가시게 하고 오줌도 잘 나오게 한다.
개망초
개망초는 열매를 맺으면 조그만 깃털이 붙어 바람에 날리어 번식을 한다. 한 그루에 맺는 열매의 개수가 많아 번식력이 엄청나다. 그래서 농부들은 개망초를 성가신 풀 중의 하나로 꼽는다. 밭에서 나는 개망초를 씨앗이 익기 전에 낫으로 베어내 밭에 두면 번식을 억제할 수 있다. 잡초를 잘 관리하려면 씨로 번식되는 잡초의 경우 씨를 맺기 전에 베어주어야 한다. 그러면 잡초의 번식을 막을 수 있다.
냉이
김장 배추가 잘 자라고 있는 11월 초, 밭에서는 냉이도 쑥쑥 자란다. 냉이를 봄에만 먹는 줄 아는 사람들은 이맘때 나오는 냉이를 거들떠보지 않는다. 11월에는 수확하는 작물들이 많아서 냉이가 눈에 들어올 겨를이 없다. 하지만 봄 냉이만큼 가을 냉이 맛도 좋다.
봄 냉이는 뿌리를 캐서 먹는 것이 좋다. 이른 봄에 먹는 냉이에는 비타민이 많아 춘곤중을 몰아내는 데 좋다.
냉이에는 단백질과 칼슘이 매우 풍부하게 들어 있다. 철분과 잎에 비타민 A가 특히 많고 무기질 함량도 매우 높다.
쇠뜨기
쇠뜨기는 소가 잘 먹는 풀로 이름도 ‘소가 뜯는다’라는 뜻에서 기인된 것이다. 쇠뜨기는 이른 봄, 소에게 더없이 좋은 신선한 풀이었다. 요즘에는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를 영화에서만 볼 수 있다.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곳은 황토빛 쇠뜨기다. 이 황토빛 쇠뜨기는 토필, 필두채라고 하거나 ‘뱀밥’이라고 한다. 이는 포자형인 황토빛 꽃이 뱀의 머리 또는 붓두껍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쇠뜨기에는 세정제 성분이 있어 화농성 궤양, 피부 습진 등에 주로 사용된다. 특히 여드름 치료 성분인 규산이 풍부해서 지성피부에 좋으므로 여름철 햇볕에 그을린 얼굴에 쇠뜨기 팩을 하면 좋다. 쇠뜨기 풀을 끓는 물에 적당히 넣고 은근한 불 위에서 20분 정도 우려낸 다음 해초가루와 섞어서 젤을 만든 뒤 쓰던 영양크림을 약간 넣어 걸쭉하게 만들어 얼굴에 바르고, 30분 정도 지난 후 미지근한 물을 이용하여 닦아낸다. 줄기를 물에 씻은 후 갈아서 물과 섞어 나온 액으로 머리를 감으면 탈모증에도 좋다고 한다. 치질, 무좀, 종기 등에는 쇠뜨기를 찧거나 구워서 환부에 바르기도 한다.
그런데 쇠뜨기에 함유되어 있는 에퀴세트린이라는 성분은 독성이 있어 쇠뜨기를 많이 뜯어 먹은 말은 배탈이 나고, 폐진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큰개불알풀
양지바른 곳에서 제일 먼저 피는 꽃이 큰개불알풀이다. 큰개불알풀의 이름은 ‘오오누부꾸리’란 일본어를 그대로 직역한 말이다. 꽃이 진 후 씨앗이 맺힌 모양이 개불알을 닮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양지 바른 자리, 봄이 끝날 무렵까지 꽃은 한 송이 한 송이 차례로 저녁에는 져버리고 그 다음 꽃이 피어나는 하루살이 꽃이다. 줄기는 밑동에서 잘라져 많은 가지를 치면서 옆으로 누워가며 피어난다. 잎은 둥글고 잎가는 둔한 톱니 모양이다. 꽃은 잎겨드랑이로부터 한 송이씩 피어나는 연보랏빛 네 개의 꽃잎으로 이루어진다.
이 풀은 이름이 비슷한 ‘개불알꽃’과 혼동할 수 있다. 개불알꽃과는 모양도 다르고 서식처도 다르다. 개불알꽃은 정말 개불알같은 연분홍색의 꽃을 피운다.
광대나물
광대나물꽃은 대부분 보랏빛에다 얼룩점이 있다. 연분홍빛의 광대나물도 있다. 그리고 너무나 보기 어려운 흰꽃광대나물이 있다. 광대나물이 피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애기똥풀과 제비꽃이 가득 피어 있다. 광대나물 씨앗에 엘라이오좀이라고 하는 냄새를 풍기는 방향체가 붙어 있는데 이 냄새가 개미들을 끌어 모은다. 개미들은 씨앗을 물어 자기 집으로 가져가서 퍼뜨린다. 이 방향체는 광대나물 시앗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애기똥풀과 제비꽃 씨앗에도 있다.
광대나물은 가난했던 이들의 배를 불리는 역할만 한 것이 아니다. 풀 전체를 토혈과 코피를 멎게 하는 데 사용하여 결핵환자들을 치료하고, 그 외에 풍사를 몰아내고 경락을 통하게 하며 부종을 내리고 통증을 그치게 하는 효과가 있어 근골동통, 혈액순환, 사지마비, 타박상을 치료하는 데 이용했다.
별꽃
5월이면 연한 녹색 줄기가 밭 가장자리나 길가에서 자란다. 밑에서 가지가 많이 나와 20~30센티미터 정도로 나지막하게 모여 자란다. 하얀 꽃이 5~6월에 피고 나서야 별꽃인 줄 알기도 한다. 이른 봄부터 초여름까지 피는 하얀 꽃이 마치 자그마한 별이 땅에 흩어져 있는 것 같이 보여 별꽃이라고 부른다.
별꽃의 어린잎과 줄기는 나물로 식용하는데, 별꽃에는 특히 약성이 풍부하다. 단백질, 칼슘, 철 같은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있고 영양도 높다. 특히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혈액을 깨끗하게 하며 젖을 잘 나오게 한다. 또 잇몸병이나 충치, 맹장염, 장염, 장궤양 등 많은 염증을 치료하기도 한다.
가죽나물
모양새는 옻나무와 비슷하다. 그러나 가죽나무는 향이 있다. 고목나무부터 어린 나무에 이르기까지 부드럽고 향이 있으며 손을 대어 마디를 부드럽게 꺾을 수 있다. 가죽나무는 이질에 많이 사용되던 민간 약초로 노인들이 즐겨 먹는다.
뽀리뱅이
뽀리뱅이는 보리밭에서 잘 자란다고 하여 보리뱅이라고 했고, 긴 줄기 끝에서 꽃이 핀다하여 뽀리뱅이라고도 한다. 뽀는 길다는 뜻이고, 뱅이는 줄기 끝에 꽃이 달리는 풀에게 붙여진다. 5~6월이면 긴 줄기 끝에 서양 민들레처럼 노란 꽃이 핀다. 씨에는 털이 붙어 있어 바람을 타고 날아다닌다. 뽀리뱅이 줄기는 20~100센티미터 크기로 자라고 잎은 깃털 모양으로 깊게 갈라지고 줄기에 생겨나는 잎은 작다. 줄기와 잎이 모두 부드럽고 약간 붉은 빛이 도는 자황색이다.
쑥
쑥은 산야에서 자란 것보다 바닷가나 섬에서 자란 것이 좋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강화도에서 나온 쑥을 최고로 친다. 또 음식으로 사용하는 쑥은 4월 말에 채취하는 것이 좋지만 약으로 사용할 때는 좀 센 것으로 7월에 채취한 것을 선호한다. 7월 전후로 채취한 약쑥은 모두 말려서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보관하면서 수시로 다려서 마신다.
농사에서도 쑥을 이용한다. 효소를 담가 놓았다가 어린잎에 영양제로 사용하며, 병아리와 어린 돼지들에게도 먹인다. 항생제 대신에 목초액을 먹이듯 면역증강을 위해 쑥효소를 먹인다. 7월가지 채취하여 쑥을 먹인 가축들은 면역력이 뛰어나다.
지칭개
지칭개라는 이름의 유래는 상처 난 곳에 짓찧어 사용되고, 으깨어 바르는 풀이라 하여 ‘짓찡개’라 하다가 지칭개가 되었다. 5~7월에 자주색 꽃이 핀다. 원줄기 1개로 치면 꽃이 많이 달린다. 여름에 성숙하고, 어린잎은 구별을 하지만 꽃이 필 때는 꽃으로만 엉겅퀴, 조뱅이, 방가지똥, 뻐꾹채와 비슷하여 구별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칭개 잎의 뒷면은 쑥과 비슷하여 잎으로는 구별하기 쉬우며, 조뱅이도 타원형의 잎으로 가시가 많은 방가지똥과 쉽게 구별을 할 수 있다.
엉겅퀴
잡초로서 엉겅퀴는 채소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토양의 비옥도를 상승시킨다. 유기농이라는 것은 서로 순환하고 서로 시너지를 가지게 하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한쪽을 제거하여 한 쪽만 키우는 게 아니다. 서로 상생하여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농사에 이로운 엉겅퀴 역시 약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음식 재료로서도 그 맛이 훌륭하다. 한 번 먹으면 다시 찾게 되는 것이 엉겅퀴 음식이다.
애기똥풀
애기똥풀이라는 이름은 줄기를 자르면 나오는 노란 즙이 건강한 아기의 똥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것이다. 애기똥풀은 얼마나 샛 노란지 그 즙이 살에 묻으면 잘 지워지지 않는다. 노란 염료로는 최고다. 그래서 예로부터 천연 염료로 사용해왔다. 또 애기똥풀의 노란즙을 사마귀가 난 곳에 바르면 사마귀가 없어진다. 애기똥풀은 식물체 내에 독성이 있기 때문에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된다.
질경이
토끼가 잘 먹는 것은 토끼풀보다 질경이다. 질경이를 어느 풀보다 잘 먹으니 아이들은 질경이만을 뜯어다 주었다. 5월 연두빛 순이 오를 때 질경이 잎을 뜯어서 씹어 먹어 보면 달짝지근하다. 하지만 6월이 지나면 생잎을 먹기엔 잎맥이 다소 질기다. 이때는 질경이로 된장국을 끓여 먹으면 좋다.
달맞이꽃
달맞이꽃은 어린 시절부터 죽어서까지 자신의 몸 전체를 인간에게 내어준다. 한여름 길가 지천으로 피어난 흔한 들꽃이지만 2년생 달맞이꽃은 꽃부터 뿌리까지 안 쓰이는 데가 없다. 달맞이꽃은 본래 북미 인디언들이 약초로 활용했던 꽃이다. 인디언들은 달맞이꽃의 전초를 물에 달여서 피부염이나 종기를 치료하는 데 썼고 기침이나 통증을 멎게 하는 약으로 달여 먹기도 했다. 감마리놀렌산이 많이 들어 있는 달맞이꽃씨앗 기름은 혈액을 맑게 하여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압을 떨어뜨리며 특히 비만증 치료에 효과가 좋다.
방가지똥
방가지똥은 줄기와 잎을 자르면 흰 유액이 나오는데 이것이 나중에 끈적끈적한 갈색으로 색이 바뀐다. 그것이 똥 색깔을 닮았다하여 방가지똥이라고 부른다. 방가지똥은 고들빼기처럼 하부토양에서 영양분을 잘 흡수하여 재배식물에게 영양분을 제공한다. 방가지똥이 자라는 밭에는 토양을 성기게 하여 당근, 비트, 무 같은 뿌리식물을 잘 자라게 해준다. 그러니 방가지똥을 잡초라고 캐버릴 이유가 없다. 방가지똥이 잎사귀가 넓어서 당근을 덮어버린다면 광합성 작용에 방해가 될지 모르나 전혀 그렇지 않다.
방가지똥은 사람보다 동물이 더 좋아한다. 방가지똥의 마른잎과 줄기를 먹는 암탉은 계란 생산량이 늘어난다. 젖소의 경우는 우유와 유지방 생산이 증가한다. 이는 방가지똥에 단백질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방가지똥에는 항암작용이 있어서 녹즙으로 달여 먹으면 유방암에 좋다.
소리쟁이
소리쟁이 뿌리는 약재로 이용된다. 뿌리를 날 것으로 갈아 식초에 개어 피부에 바르면 좋지 않은 균들을 씻어준다. 이른바 항균효과다. 이런 것들 이용하여 농장에서는 농자재로도 이용한다. 소리쟁이 뿌리를 캐어 잘게 잘라 말린 다음 소주나 현미식초에 담가 놓으면 다음 해에 흰가루병을 치료할 수 있다. 이외에 심한 변비나 치질에도 소리쟁이를 쓴다. 잎으로 국을 끓여 수시로 먹으면 된다.
명아주
명아주는 가을 즈음이면 잎이 붉게 물든다. 명아주 줄기는 한해살이풀로 160센티미터까지 자란다. 그래서 명아주 줄기는 지팡이로 사용되곤 한다. 심장마비와 고혈압 예방에 효과가 있어 노인들이 주로 사용하면서 청려장이라고 불렀다.
9월 중순 즈음이면 가을배추 밭에서도 명아주 싹이 오른다. 추분이 오기 전에 밤낮 온도 차이가 급격해지면서 명아주도 쇠비름도 다시 야들한 새순으로 밭에서 나오기 시작한다. 명아주는 심장이 튼튼해지는 대표적인 명약이다. 반찬 외에 효소를 만들어서 먹기도 하고, 음지에서 말렸다가 차로 달여 먹기도 한다.
닭의장풀
8월 초, 막걸리 안주로 최고 멋들어진 풀이 있다면 바로 닭의장풀일 것이다. 밭이나 길가에 대나무처럼 생긴 풀이 자줏빛 꽃을 달고 있다. 닭의장풀은 보통 열을 내리는 데 쓴다. 신경통이 있을 때는 그늘에 말린 것을 물에 띄워서 그 물로 목욕을 했다.
닭의장풀의 또 다른 이름이 달개비다. 우리에겐 사실 달개비라는 이름이 더 친근하다. 꽃은 따서 막걸리 사발에 띄우고, 연한 잎은 똑 따서 막걸리 한 사발 쭉 삼킨 뒤 잘근 잘근 씹으면 일엽편주에 도화주가 따로 없다.
쇠비름
생명력이 강한 쇠비름은 식물의 영양제로도 사용된다. 쇠비름을 꾸준히 먹으면 오래 산다고 하여 일명 장명채라고도 한다. 천연영양재로 쇠비름을 사용하려면 쇠비름을 모아서 흑설탕에다 똑같은 중량으로 담는다. 여름에는 일주일 뒤에 뒤집어준다. 가급적이면 자주 뒤집어야 한다. 그래야 곰팡이가 피지 않고 쇠비름 줄기를 잘 절일 수 있다. 이렇게 숙성시키면 쇠비름에서 진액이 빠진다. 그것을 쇠비름효소로 사용한다. 기력이 떨어질 때 물에 타서 마시면 열을 내리고 독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쇠비름은 또 악창과 종기를 치료하는 데도 놀랄 만큼 효험이 있다. 쇠비름에 오메가 3라는 필수지방산이 많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로 쇠비름의 인기도 급상승했다.
비름나물
비름은 새순이 계속해서 나오는데 한여름이 지나고 꽃이 피어 억세고 크게 보여도 데치면 부드러워진다. 예전부터 나물로 먹는 것을 흔히 참비름이라고 했다. 참비름은 잎이 작으면서 줄기가 연한 붉은 빛을 띠고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고구마와 잡초가 무성한 밭, 서로 햇볕 받기 경쟁을 하는지 비름나물조차 1미터를 훌쩍 넘어선다. 잡초로 뒤엉킨 척박한 땅에서도 개비름과 털비름이 섞여 자란다. 털비름은 3미터까지 큰다.
토양이 부실하고 강수량이 적은 경우, 농작물의 양분 흡수 영역을 확장시켜야 한다. 이때 좋은 잡초가 땅 깊은 곳에서 먹이를 찾는 비름과 흰명아주, 해바라기 같은 잡초들이다. 이들 잡초의 공통점은 키가 무성하게 크는 잡초로 땅 깊은 곳에서 수분과 무기질 그리고 질소와 같은 영양분을 끌어올려 농작물이 잘 흡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밑씻개는 환삼덩굴처럼 길게 뻗어 여러 풀을 휘감아 오른다. 줄기와 잎 뒷면에는 혓끝과 입술이 가시에 베일 수도 있다.
왕고들빼기
한여름의 왕고들빼기는 사람이 만들어 놓은 산길이나 들가에 30~60센티미터 정도 쭉 뻗어 있다. 갈퀴처럼 길게 빼어져 잎 모양도 그리 독하게 생기지 않았다. 잎을 하나 뜯으니 잎줄기에서 하얀 유액이 나온다.
쇠무릎
쇠의 무릎을 닮았다고 해서 쇠무릎이라 한단다. 한자어로는 우슬이다. 길가에 흔한 잡초뿌리로서 관절염, 통풍, 신경통의 약재로 사용하는 쇠무릎이다. 쇠무릎은 8~9월경에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 긴 이삭모양의 작은 녹색 꽃이 달린다. 열매에는 갈퀴 모양의 뾰족한 털이 있어서 옷이나 짐승의 털에 잘 달라붙는다. 역시 씨앗을 멀리 퍼뜨리기 위한 전략이다. 우슬을 약재로 이용할 때는 가을에 뿌리를 캐서 물에 씻어 햇볕에 말린다. 맛은 쓰고 시며 성질은 평하다.
토끼풀
토끼풀은 콩과 식물에 속하는 것으로 땅속의 질소 성분을 고정시켜 준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도 토끼풀이 콩잎에 버금간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토끼풀에는 마취성분이 있어서 치통이 있을 때 아픈 치아 사이에 넣고 씹으면 통증이 가시고, 그늘진 곳에서 말려 뭉근하게 달여 마시면 폐결핵과 감기, 해열에 도움이 된다.
환삼덩굴
돼지들이 잘 먹는 덩굴이라면 강사가 보여 주는 것이 환삼덩굴이다. 토끼도 마찬가지로 잘 먹는다. 환삼덩굴은 현대인의 고질병인 고혈압과 아토피에 특히 좋다. 고혈압을 가진 사십대 후반의 사람들이나 아토피 피부병을 가진 이들은 4월 말부터 나오는 새순과 5~8월까지 연둣빛 잎사귀를 일상의 식재-쌈, 데쳐서 무치기 등-로 사용하고, 7~9월 초까지는 그 잎사귀를 말려서 가루를 냈다가 평상시에 복용하며, 줄기까지 베어 말려 목욕물로 사용한다면 치료하거나 예방약으로 사용할 수 있다. 벌레나 뱀에 물렸을 때에도 짓찧어 소주에 약간 섞어서 연고처럼 만들어서 환부에 바른다.
어성초
어성초는 원래 약모밀이라는 약초다. 삼백초가 강장제로 귀한 대접을 받지만 어성초는 그렇게 귀한 대접을 받지 못하다가 아토피 피부질환이 국민적 질환이 되어버리자 스타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습한 곳에서 잘 자란다 하여 물기 많은 가장자리에 심었다. 어성초란 이름은 잎에서 비린내가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어성초는 혈액순환에 좋다. 그래서 차로 애용한다. 건조시킨 어성초잎을 끓여서 물에 섞어 목욕하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 아토피에 좋은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다. 나쁜 피 즉 어혈을 풀고 혈액을 맑게 하기 때문이고, 또 한편으로는 살균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어성초의 대표적 약성은 살균이다. 어성초에는 항균성과 살균성이 동시에 있다. 소리쟁이 뿌리도 살균효과로 인해 약으로 사용된다. 어성초나 소리쟁이 뿌리는 사람이 먹을 뿐 아니라 농사에 살균제로 쓰기도 한다. 어성초는 돼지나 닭들에게 항생제 역할을 하는 사료다. 어성초를 한 뿌리 정도 집에 가져다 놓으면 모기가 달려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