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산을 다녀와서
<백석산을 오르며>
오늘(16.6.19)은 일요일이라 철쭉산악회에서 번개산행을 가는 날이다. 등반대장으로부터 수요일에 ‘갈 수있느냐’고 연락이 왔길래, 나는 ‘갈 수있다’고 했다. 그러나 토요일 아침까지도 ‘몇 시에 출발한다’는 연락이 없었다. 헬스장에 갔다오니, ‘내일 아침 7시 30분에 우체국 앞에서 출발한다’는 연락이 왔다. 또한 ‘점심은 임원진에서 준비하므로 물만 가지고 오라’고 했다.
아내에게 이번 산행에는 점심을 산악회 임원진에서 몽땅 준비하므로, 개인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번 산행은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출발하지만, 배낭은 미리 싸놓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반대장은 개인적으로 아무 것도 준비하지 말라고 했으나, 혹시나 하는 생각에 소주를 한 병 넣었다.
평소와 같이 5시 30분에 일어나 천천히 아침을 먹었으나,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TV를 틀려고 하다, 어제 오후에 반쯤 읽은 “황금의 후예”란 소설을 30페이지 읽었다. 이제 나가야 할 시간이었다. 나는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우체국으로 가는 길에서 오늘 함께 산행 할 사람이 차를 타라고 했으나, 나는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집에서 우체국까지는 천천히 걸어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우체국 앞에 나가니, 오늘 참석자는 모두 8명이라고 했다. 그 중 7명은 평창에서 출발하고, 1명은 사초거리에서 탄다고 했다.
모래가 하지(夏至)이기 때문일까. 벌써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나는 모처럼 한 낮 같은 기분이 들어 평창우체국, 평창문화복지센타, 평창거리 등을 사진기에 담았다. 임원진에서는 준비한 음식물을 일행들 배낭에 넣으라고 적당히 나누어 주었다. 우체국 앞은 평창에서 출발하는 대부분 차들의 시발점이었다. 오늘도 결혼식이 있어 대형 버스를 기다리는가 하면, 휘닉스파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기다리기도 했다. 일행은 당초 예정보다 5분이 늦은 7시35분에 평창을 출발했다.

<평칭우체국>

<우체국 앞에 있는 "평창군 문화복지센타">

<평창읍 일요일 아침 거리 풍경>
등반대장이 운전하는 승용차는 여자 2명을 태우고 사초거리에서 여자 1명을 더 태우기로 했다. 내가 탄 차는 운전하는 사람을 포함해 남자 4명이 타고 곧바로 대화를 거쳐 모릿재 터널을 통과했다. 오늘 산행은 모릿재 터널을 지나자마자 산양산삼을 판매하는 집 부근에 차를 세우고 잠두산을 거쳐 백석산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던지골로 내려오는 코스라고 했다.
우리 차가 잠시 기다리자, 등반대장이 운전하는 차가 도착했다. 차가 터널을 뚫기 전에 넘었던 구도로까지 갈 수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산양산삼을 판매하는 집 뒤에 임도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새로 구조물을 설치해 놓았다. 일행이 가려고 한 곳까지는 가까웠으나, 어쩔 수없이 차에서 내려 거기서부터 걸었다(08:10).
구도로가 있는 곳까지는 금방 갔다. 그곳에서 오른 쪽 산으로 가면 백적산이고, 왼쪽 산으로 가면 백석산이다. 백적산은 대화면, 용평면, 진부면과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그에 비하여 백석산은 대화면과 진부면과의 경계를 짓는 산이다. 이상한 것은 백적산으로 가는 이정표는 있었으나, 백석산으로 오르는 이정표는 없었다. 또한 길옆에는 “6.25 전사자 유해발굴 기념지역”이란 표지판이 있었다. 여기는 6.25 당시 국군과 북한군이 치열한 전쟁을 치렀던 곳이었다. 그 중 수습하지 못했던 전사자 유해 12구를 발굴하여 현충원으로 이장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우리가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마음으로 그들의 명복을 빌었다.

<백적산 입구 표지판>

<"6.25 전사자 유해발굴 기념지역" 표지판>
백석산은 산림청에서 관리하는 산림으로 등산객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것 같았다. 구도로에서 아무 표지도 없도 등산로 입구인지도 잘 모를 산비탈을 오르자, 사람이 다닌 흔적이 뚜렷한 등산로가 있었다. 산 중에는 처음에는 유한 코스라 가기 쉬운 곳이 있는데 반하여, 처음부터 급경사의 어려운 코스가 있다. 백석산 첫입시는 매우 급한 힘든 산길이었다. 처음부터 숨을 헐떡이며 등산로를 따라 올라갔다.
이곳은 등산객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곳이라 길옆에는 빨갛게 익은 산딸기가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없이 급경사의 산을 올라가면서도 눈에 보이는 산딸기 중 큰 것을 한 개씩 따먹었다. 일행 중에는 ‘산딸기가 이렇게 많은 줄 알았으면 아침을 적게 먹고 올 것’이란 말을 하기도 했다. 또한 일행 중의 한 명이 여름이라 반바지를 입어서 산딸기덤불의 가시로 애를 먹기도 했다.

<백석산을 오르는 길옆의 산딸기 모습 1>

<백석산을 오르는 길옆의 산딸기 모습 2>

<백석산을 오르는 일행 모습 1>

<백석산을 오르는 일행 모습 2>
일행은 한 시간 정도 걸은 후,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먹었다. 요새는 매주 산행을 하지만 너무 많이 먹는 탓인지 몸무게를 잴 때마다 눈금이 자꾸 올라가는 것 같기도 했다. 일행은 백석산을 오르다가 힘이 들면 잠깐씩 쉬었다. 오르는 길옆에는 이름 모를 들꼿들이 어여쁘게 피어 있었다. 위로 올라갈수록 경사도가 낮아지는 것 같았다.

<멀리 보이는 백석산 풍경>

<백석산 가는 길의 진부방향 풍경>

<일행이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먹는 모습>

<길옆에 핀 이름 모를 들꽃 1>

<길옆에 핀 이름 모를 들꽃 2>

<길옆에 핀 이름 모를 들꽃 3>
이곳은 해발이 상당히 높은 곳임에도 철쭉꽃은 이미 졌고, 산목련도 피어있는 것보다 진 것이 더 많았다. 집 주위의 목련이 한창 멋있게 펴있을 때는 순백한 하얀 꽃이 나름대로 여린 듯하면서도 아름다워보인다. 산목련도 한창 피었을 때는 천사같이 아름다우나 누렇거나 검게 진 꽃은 보기에 좋지 않았다. ‘아마 자연의 하나인 인생도 저와 같이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롭게 홀로 매달려 있는 산악회 리본 모습>

<백석산을 오르는 길옆 풍경>

<꽃이 지고 잎이 무성한 철쭉>

<산목련도 진 꽃이 많고>
백석산으로 가는 등산로 풍경은 여름이라 녹음이 짙었다. 또한 산돼지들이 엊저녁에 운동회를 했는지, 길옆에서 놀며 야참을 즐긴 흔적이 여기저기에 나타났다. 그녀석들도 사람이 다닌 곳을 아는지, 등산로를 마구 파헤쳐 길을 잘 찾지 못할 지경이었다. 한 곳은 살아 있는 물푸레나무에 붉은 버섯이 달려있기도 했다.

<산돼지들이 등산로를 파헤친 모습 1>

<산돼지들이 등산로를 파헤친 모습 2>

<살아 있는 나무에서 자라는 붉은 버섯>
거기까지만 쉬운 길이고, 지금부터는 다시 급경사의 험한 길이 나타났다. 등산로는 여기까지 거의 흙길이었으나 이제부터는 돌과 나무뿌리들이 듬성듬성 섞여 있었다. 급경사 등산로를 힘겹게 올라가자 능선이 나왔다. 시원한 바람도 불어와 올라올 때 흘린 땀을 식혀주었다. 이곳은 잠두산 정상이기 때문일까. 능선에는 산악회 리본도 나무에 꽤 많이 매달려 있었다. 언덕 밑에 외롭게 홀로 나뭇가지에 걸려 있던 리본과 비교가 되었다.

<잠두산 정상 주위에 달려있는 산악회 리본들>
일행 중 2명과 잠두산 정상에서 쉬다가 2명이 더 올라와서 다시 백석산을 올라갔다. 그러나 뒤에 오던 4명은 잠두산 정상에서 사진을 찍고 왔다고 했다. 잠두산 정상부터는 다시 편편한 오르말 길이었다. 일행은 백석산 및 모릿재 방향을 나타내는 이정표를 보았다. 조금 더 올라가자 주위에는 하얀 팍새꽃이 엄청나게 많이 피어있었다. 일행 중 3명의 여자들은 그 꽃을 꺾어들고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내가 ‘그 꽃을 만지고 눈을 비비지 말라’고 했더니 모두 그 말을 따르는 것 같았다.

<백석산 및 모릿재 방향 이정표>

<독초인 팍새꽃을 들고 포즈를 취한 여인들>

<등산로에서 본 팍새꽃 군락지>
신리3리 및 백석산 방향 이정표를 지나자, 길옆에 청초롬한 하늘나리가 숨어 있었다. 산 속에 있는 꽃들은 그것이 비록 작을지라도 자세히 보면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썩은 나무뿌리에는 이름 모를 버섯이 자라고 있었다. 한 생명이 죽으면 그것을 먹이로 다른 생물이 산다는 것도 자연의 한 법칙인 것 같았다. 정상 가까이에 가자 나무 줄기와 잎들이 길을 가로막아 어느 것이 길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아마 이대로 가면 머지 않아 등산로 찾기 어려울 것 같았다.

<신리3리 및 백석산 방향 이정표>

<등산로 옆에 숨어 있는 청초한 나리꽃>

<썩은 나무뿌리에서 자라는 버섯>
일행은 드디어 백석산 정상에 도착(11:15)했다. 정상은 주위의 나무들을 모두 베어낸 헬기장이었다. 여기에 선두가 도착하자마자 소나기가 잠깐 쏟아졌다. 우비를 준비한 사람은 우산을 펴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나가는 비라 금방 그쳤다. 이곳은 산림청에서 관리하는 산이고, 자치단체에서도 신경을 안쓰는 것 같았다.

<백석산 정상의 헬기장 풍경>

<백석산 정상에 핀 은초롱>

<백석산 정상의 야생화>

<백석산 정상에서 일행이 걸어온 길을 바라보며>
정상에는 표지판 하나 없었고, 올라오면서 보니 이정표도 영 말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국립공원관리공단이나 자치단체에서 잘 관리하는 산들만 다닌 탓인지는 모르겠다. 일행 중에는 백석산에 몇 번 올라왔던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이곳이 정상인 줄알았다. 만약 모두 처음오는 사람들이라면 여기에 헬기장이 있다고 생각하며 그냥 내려갔을 것이리라.
우리는 헬기장에 둘러앉아 점심 먹을 준비를 했다. 임원진에서는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사오고 상추와 양상추, 곰취 장아찌, 쌈장, 밥 및 술을 내 놓았다. 물론 고기를 구울 가스버너와 판도 가지고 왔다. 일행은 해발1,265m의 백석산 정상에서 소주를 마시고, 갓 구운 고기를 안주로 맛있게 먹었다. 한참 신나게 먹는 중에도 소나기가 한 번 왔으나, 이번에도 금방 그쳤다. 비도 일행이 백석산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 점심이 끝난 후, 일행은 한 명이 준비해온 작은 백석산 표지판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고 내려오기 시작했다(12:20).

<백석산 정상 헬기장에서 점심을 먹는 일행 모습>

<일행 중 한 명이 가지고와 달은 작은 백석산 표지판>

<작은 백석산 표지판을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고>

<백석산 정상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첫댓글 등산로가 잘 정비 되지 않은 산 길도 등산 재미가 특별 했을것입니다. 백석산 정상 표시판을 만든것은 뜻있는 일 같습니다.
평창군은 산촌이므로 등산로를 잘 정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