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화 주여
빌은 자신이 쏜 마지막 한발이 이마를 관통 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귀를 맞춘 것이었다.
그렇다면 오데사 장교가 죽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귀 바퀴가 조금 잘린 충격으로
실신 했다고 보기도 어려워 어깨를 흔들며 이름을 불렀다.
“오데사 장교님~”
요하나는 빌이 오데사 장교를 부르자 ‘빌 나야 오데사’라는 말을 제대로 들었다는 것을 확인하듯 물었다.
“내말이 맞지 오데사 장교님 맞지?”
“그래 맞아 요하나의 귀는 천리 귀야.”
요하나의 목소리에 오데사 장교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눈을 뜨고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역시 빌이었구나. 특등사수.”
“장교님 살아 계셨군요. 담력이라면 ‘오데사 항구의 남자’ 장교님이 단연 최고인데 어떻게 실신을......”
“실신? 노노노노 그 이유를 설명 해 볼까?”
“아 예.”
오데사는 실신이 아니라는 설명을 했다.
“부 사관과 운전병을 향해 총을 쏘던 사수의 팔이 희미하나마 보였었다.
왼팔은 까만데 오른팔이 뿌연걸 보고 저 당당한 담력의 총잡이가 빌이고 뿌연 것은 빌의 트레이드마크
백선이라는 생각이 든 동시에 나도 모르게 격발을 하며 ‘빌 나다 오데사’라고 외쳤지.”
“아예.”
“나도 총이라면 자신 있는데 다시 총을 쏘자니 백발백중의 사수가 만약에 빌이라면 내가 당하고
우리는 서로에게 치명상을 입힐 것 같아 죽은 척 엎드려서 사수가 빌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쏘려고 했는데 황당하게 차가 내려가는 거야. 그래서 포기하고 죽은 척 했지.”
“오~ 주여~”
“주여? 무신론자인 빌이 언제 종교를 가졌나?”
“예? 그냥 저도 모르게 나온 겁니다. 제가 그랬나요?”
“하하하 황당 하구만.”
오데사는 크게 웃으며 자신이 키워낸 빌의 놀라운 솜씨에 감탄을 했다.
빌의 백선 자국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백선자국, 이것이 내 눈에 보였다니 빌이 말한 ‘주여’가 우리를 살렸네 하하하.”
요하나는 두 사람의 ‘주여’가 가슴깊이 다가왔다. 두 남자는 깊은 포옹을 하고 오데사가 말했다.
“빌, 이 아가씨는 누구지? 우크라이나 국화 해바라기를 닮은 것 같던데?”
“무슨 말씀이세요?”
“빌이 지프에 올라타는데 거침없이 옮겨 타는 것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지.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데 그렇게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 해만 보고 사는 해바라기가 아니라면.”
“아닙니다. 지금 제가 해바라기가 되어 가는 중입니다.”
“오~그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주 뜨겁고 아름다운 해를 만났구나.”
“감사합니다.”
요하나는 두 사람이 만나 반갑게 나누는 대화에 빌의 상처를 잊고 있었다.
오데사 장교의 갑작스런 해바라기 칭찬에 쑥스러워 고개를 숙이고 까맣게 잊어버렸다.
이어서 빌이 해바라기가 되어가는 중이라는 ‘간접사랑고백’ 까지 듣자 열아홉 아가씨의 뇌는
온통 사랑의 물결로 가득 차 빌의 부상은 완전히 소멸 되었다.
그때. 오데사의 귀에서 떨어지는 핏방울이 보였다. 그제야 놀란 열아홉 아가씨가 해바라기처럼
가지런히 박힌 치아를 보이며 말했다.
“장교님. 빌의 무릎과 정교님 귀를 치료해야 하고 제 가족을 찾아야 하는데 도와주세요.”
“아차 그렇지 내가 반가워서 깜빡했어요.”
장교는 검을 뽑아 빌의 바지를 찢어 무릎을 살펴보고 가디건을 벗어 감아주며 말했다.
“무릎 아래 총알이 박혔다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국경 수비대로 가서 응급처치를 하자.”
“아 아닙니다. 가족부터 찾아야 합니다.”
“가족? 지금 무슨 소리야 빌이 급해.”
“아닙니다. 30분이면 충분합니다. 그래도 늦지 않습니다.”
“할 수 없군.”
요하나가 지프로 가자 개가 먼저 올라탔다. 오데사는 빌을 부축하고 상처가 깊으니 신속히
돌아오라며 시신을 수습하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차에 탄 빌은 요하나에게 아픈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고통을 참고 있었다. 요하나는 걱정이 되어 곁눈으로 빌을 살폈다.
검은 듯 구릿빛피부. 조금은 발달된 근육질의 남자. 오늘은 빌의 트레이드마크로 드러난 백선이
자랑스럽게 보였다. 오던 길을 향해 달리자 두개의 바퀴 자국이 나타났다.
주춤 멈추는 사이에 빌이 말했다.
“요하나 왼쪽이야. 벤에게 왼쪽으로 가라고 했어.”
개가 짖었다. 순간 날렵하게 몸을 날려 오른쪽으로 달렸다.
빌은 분명히 벤에게 왼쪽으로 가라고 했는데 반대쪽으로 달린 것 같아 개를 따라가라고 했다.
“요하나. 개가 맡은 냄새가 맞겠지? 리투아니아 산 명견을 믿을 수밖에.”
“나도 개 코를 믿어요.”
멀리서 밴의 개가 꼬리를 흔들며 달려와 상봉의 기쁜 꼬리를 흔들며 펄쩍펄쩍 뛰었다.
풀숲에 트럭이 살짝 보였다. 서로의 만남에 가족들이 기뻐할 때 요하나가 벤에게 말했다.
“빌이 다리에 총알이 박혔어. 오데사 장교님을 만났는데 빨리 국경 수비대로 가서 응급처치를 해야 해.”
“오데사?”
“시간이 없어 급해 빨리.”
이자벨라는 피에 젖은 가디건을 보자 오스카에게 의약품 상자를 가져오라고 소리쳤다.
이자벨라는 소독약을 붓고 거즈를 덮고 붕대를 감는 응급처치를 했다.
요하나는 이를 악문 빌을 보며 상처가 더 깊기 전에 빨리 가자고 재촉을 했다.
요하나가 지프에 올라타자 이자벨라가 얼른 올라탔다. 일행을 실은 벤의 트럭은 뒤를 따랐다.
이자벨라는 걱정이 되어 물었다.
“많이 아프지요? 그럼 기도해요 아픔이 덜 할 거야.”
“주여~”
“주여?”
“가족들에게 자주 들어서 세뇌가 되었는지 저도 모르게 나왔어요. 하하하.”
“아니야 이건 세뇌가 아니라 주님께서 찾아오시고 인도하신 입술로 고백 한 거야.”
“그런가요?”
이자벨라는 빌의‘주여’에 놀라고 부상에도 찡그림 없이 웃는 넉넉함에 놀랐다.
오데사에게 돌아온 가족은 오데사의 지프를 따라 국경수비대 의무실로 갔다.
가족은 오데사의 안내로 병사를 따라 한 막사로 갔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 10분이 흘렀다. 하지만 그 시간은 너무나
길게만 느껴졌다. 빌을 위해 기도하는 손에 땀이 가득했다.
오데사는 국경수비대에 사건 보고를 하고 부하를 두 명이나 잃은 징계를 생각하며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올 것이 왔다. 국경수비대장이 불렀다. 무신론자 오데사는 자신도 모르게 빌의 말을 따라 했다.
“주여~”
국경 수비대장은 평소에 오데사장교를 무척 신임하고 있었다. 그런데 민간인의 사격으로 부하를
두 명이나 잃었다는 보고에 무척 화가 나 있었지만 최대한 억누르며 말했다.
“오데사 자네답지 못하게 이게 무슨 일인가? 민간인에게 당하고 말이야.”
“제 실수로 부하 두 명을 잃었습니다. 책임을 통감 합니다.”
“어떻게 된 거야. 설명하게.”
“민간인들이 독일 군 지프를 버리고 민간인 트럭으로 옮겨 타고 오는 것을 보고 수상히 여겨
트럭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트럭운전자가 놀라 도망을 치는 것을 보고 세우려고 총을 쏘며 추격하다가 총 격전이 벌어져
부하를 잃었습니다.”
“총격전? 그렇다고 민간인에게 부하를 둘이나 잃고 쌍권총의 명수가 민간인 하나를 처치하지 못했나?”
대장의 질책에 오데사는 잠시 망설이다 대답을 했다.
“예, 그런데 민간인이 특별한자였습니다.”
“특별한자? 누군데?”
“체르노빌입니다.”
“체르노빌? 그자는 자네가 특등사수로 마리우 폴 장군님의 경호병으로 추천한 자 아닌가?”
“맞습니다. 지금은 민간인 신분입니다.”
“음....그 자라면 자네의 목숨을 건진 것만도 다행이구만. 하지만 부하를 잃은 책임은 져야하네.”
“예. 어떤 책임도 감수 하겠습니다.”
수비대장은 정부로부터 받은 골치 아픈 사건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면 일 계급 특진과 함께
빌의 치료비를 모두 감당하고 사건 책임을 묻지 않겠다며 사건 설명을 해 주었다.
첫댓글 많은 꽃 중에 해바라기를 등장 시킨 것은 우크라이나 국화이며 러시아 침공에
우크라이나 인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마음으로 희망의 해(평화)를 기원하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 제가 해바라기가 되어 가는 중입니다.”
“오~그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주 뜨겁고 아름다운 해를 만났구나.”
읽어 주심과 댓글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