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무서운 이유는 아이폰을 많이 팔아서가 아니다. 언어도, 생활습관도 다른 전 세계 인구를 아이폰 하나로 '같은 생활패턴'을 갖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휴대폰 하나로 사람들의 생활습관을 바꾸는 일은 어렵다. 재미든, 효용성이든 무언가 가치를 제시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애플이 아이팟터치로 시작해 아이폰, 아이패드를 동일한 운영체제인 'iOS'로 묶은 것은 그런 이유다.
똑같은 작동 방식으로 수많은 앱을 원하는 시간에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은 소비자들에 이전과는 다른 습관을 가져왔다. 출근하면서 아이폰으로 뉴스를 검색하고, 퇴근 후엔 아이패드로 영화를 본다. 변하지 않을 것 같은 PC의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다.
14일 스캇 블로드릭 애플 본사 제품 마케팅팀 임원이 한국을 찾았다. 애플 모바일 운영체제인 iOS가 어떻게 사용자 경험을 바꾸어 놓을 수 있을지 직접 설명하기 위해서다.
그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가능한 앱이 42만개, 아이패드 전용 앱만 10만개 넘는다"면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끊김없는 연결이 경험과 통합해 PC 시대 이후 사용자들의 생활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라 강조했다.
다음은 스캇 블로드릭이 직접 추천한 iOS 애플리케이션 유형이다. 여름철, 휴가지나 가정에서 사용하기 좋은 내용으로 엄선했다. 그가 강조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가 어떻게 실현 가능한지 보여주는 "앱의 정수"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이패드에 쓱쓱~ "그림 그리기, 참 쉽죠?"
아이패드는 물론, 손가락 터치로 작동한다. 그렇다고 '펜'을 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앱 개발업체 크레욜라와 함께 개발한 '아이마커'는 아이패드 전용 색연필이자 크레파스다.
앱스토어에서 아이마커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앱을 무료로 다운로드 받아 사용하면 된다. 지금의 30대 이상이 어린 시절 즐겨하던 바로 그 색칠공부다. 밑그림을 선택한 후 색연필이든 크레파스든 원하는 도구를 골라 쓱싹쓱싹 칠할 수 있다.
필기도구 역할을 하는 아이마커는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미국서 29.99달러(약 3만2천원)에 판매되기 시작했다.
▲ 애플이 크레욜라와 공동 개발한 아이마커. 아이들 색칠공부에 유용하다.
그림을 그리고 나서 종이로 보고 싶다면 출력도 가능하다. 애플 무선 출력기능인 에어프린트를 지원한다. 이메일이나 SNS로 공유할 수 있다.
굳이 추가 비용을 들이고 싶지 않다면, 아이마커 없이 손가락으로 칠하면 된다. 선택한 필기구에 따라 발색도 다르게 나타난다. 아이패드가 9.7인치로 일반 교재처럼 크기가 큰 만큼 대형 스크린에서 다양한 채색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아이들 독서경험, 인터랙티브로 '확'
아이들을 위한 앱북도 앱스토어서 검색,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텍스트 기반 동화를 넘어, 아이패드에 탑재된 다양한 동작 기능을 독서 경험에 활용할 수 있다.
터치를 통해 책장을 넘기고, 가속도를 계산하는 자이로스코프 센서를 통해 사용자가 움직이는 방향대로 동화 속 인물이 따라 이동한다.
▲ 터치와 가속도 인식 등 기술이 탑재돼 사용자가 앱북과 상호작용하면서 콘텐츠 경험을 할 수 있게 했다.
미국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동화 안에 삽입, 직접 연주하는 기능도 넣어 인기를 끌고 있다. 애플측 설명에 따르면 이같은 인터랙티브 기능이 탑재된 동화 앱북이 상위 다운로드 목록에 올랐다.
아직 소수지만 한글 지원 콘텐츠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대표적인 한국어 앱북이다.
어른들을 위해서는 국내 잡지 다수가 앱스토어를 통해 지원된다. 최근 배우 오달수가 랩퍼로 참여해 화제를 모은 '씨네21' 앱도 애플이 인정하는 잘 만든 잡지 콘텐츠다.
■"그 음악을 틀어줘요, DJ"
음악을 전공하지 않아도 클럽 디제이(DJ)처럼 믹싱할 수 있게 한 앱도 눈에 띈다. 디제이(DJAY)는 19.99달러 유료 앱이지만,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무료앱도 다수 나왔다.
아이팟터치나 아이폰, 아이패드 모두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음악을 아이튠스에서 다운로드 받은 후, 재생 목록을 만들어 원하는 음악을 섞어볼 수 있다.
▲ 디제이(DJAY)같은 앱도 아이튠스와 앱을 연결하는 사례 중 하나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재생할 곡을 두 개 선택한 후, 음악을 섞고 싶은 부분을 지정해 실행하면 된다. 정해 놓은 부분이 섞이면 전혀 새로운 느낌의 곡이 탄생해 일반인도 전문 DJ같은 창작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체중 관리, 골프 연습도 iOS로
아이폰 활용 범위는 생각보다 넓다. 음악을 믹싱하고, 책을 읽는 것을 넘어 체중관리에도 한 몫한다. 타깃웨이트시스템 같은 체중관리 앱은 전용 체중계를 사용, 무선으로 몸무게 변화를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자가 이름과 키 같은 기본 정보를 입력해 놓으면 추후 몸무게를 잴 때마다 앱이 알아서 기록을 전송받는 식이다.
▲ 체중계와 애플리케이션이 무선으로 연동돼 몸무게 같은 신체 변화를 월별로 쉽게 관리하게 했다.
'아이핑'은 골프 입문자에 유용하다. 앱을 다운로드 받은 후, 골프채에 아이폰을 부착하면 사용자 동작을 일일히 기록, 분석해 데이터로 표시한다.
하나의 샷을 칠 때마다 다섯번씩 연습하도록 한 후 각도와 자세, 속도 등을 프로 골퍼와 비교해보도록 했다. 시간이 바빠 골프 연습을 하기 어려울 때 사용하기 좋은 운동 프로그램이라고 애플측은 설명했다.
▲ 아이핑은 골프 입문자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앱이다.
■비디오 미러링 통하면 TV가 바로 학교
디지털 교과서에 태블릿이 적합한 하드웨어로 평가되면서 아이패드와 대형 TV를 연결한 비디오 미러링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애플이 아이패드2를 출시하며 함께 선보인 HDMI 단자 연결 액세서리로 TV에 손쉽게 연결할 수 있다.
듀얼 스크린 기능을 지원하는 학습용 앱은 교사나 부모에게 적합하다. 아이패드 화면을 둘로 갈라 일부만 TV 화면에 송출이 가능하다. 예컨대 수학 문제 풀이를 할때, 정답을 제외한 문제 풀이 과정만 TV로 곧바로 보여줄 수 있다. 아이패드가 교재, TV가 칠판이 되는 셈이다.
▲ 아이패드 화면 절반은 교사용 노트로 나머지 절반은 TV 송출용 화면으로 만들었다.
학습용 앱은 애플 앱스토어서 가장 잘 팔리는 품목 중 하나다. 이미 유명해진 '솔라 시스템'은 태양계를 살펴 볼 수 있는 과학 베스트셀러 앱이다.
지구 공전과 자전 등 과학 이론을 시각적 이미지로 구현했다. 여러 행성에 대한 정보를 살펴보거나 지구 상에 내가 있는 위치, 행성간 거리 등을 계산 할 수 있게 해 천문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 우주 천문학 앱 솔라 시스템은 앉은 자리에서 언제든 원하는 행성에 가볼 수 있다는 점이 재밌다.
아이패드2에 탑재된 듀얼코어 프로세서 A5칩으로 그래픽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에 3D 이미지 구현도 나아졌다고 애플측은 강조했다. TV와 연결하는 비디오 미러링 기능도 A5칩으로 속도가 개선됐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