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원과 불편한 마음을 맞바꾸다>
고속도로 통행료 정산은 하이패스가 대세다.
올해 들어 하이패스 이용률은 86%를 넘어섰지만 장애인 차량은 36.3%에 불과하다.
장애인 차량 하이패스 이용률이 낮은 것은 감면단말기 사용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이 통행료의 50% 감면을 받으려면 단말기에 달린 지문인식기에 지문을 인증해 본인 확인을 거쳐야 하고, 4시간이 지나거나 자동차 시동을 껐다 켜면 재인증을 받아야 한다.
나는 5년 전부터 장애인 하이패스 단말기를 이용하고 있다.
가끔 지문인식기의 지문 인식이 되지 않아서 감면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하이패스 단말기를 아예 사용하지 못하는 장애인들도 있다.
뇌병변 장애인 가운데 강직으로 인해 손이 흔들려서 지문인식기에 지문을 찍기가 불가능하거나 힘든 경우가 있다.
또한 지문이 약하여 단말기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참고로 스마트폰의 본인인증 방식은 지문뿐 아니라 안면인식 등이 있다.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장애물은 또 있다.
통행료 감면을 받으려면 복지카드와 연계하여 신용카드를 사용해야 한다.
복지카드 상의 장애등록은 유효기간의 제한이 없다고 해도 신용카드는 5년마다 갱신해야 한다.
일반 카드사에서 신용카드를 갱신하는 것과 비교하면 절차가 복잡하다.
통합복지카드는 복지카드 기능과 신용카드 기능을 겸하다 보니 주민센터에 직접 가서 신청해야 하고, 카드사에서 발급하는데도 시간이 더 걸린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신용카드 만을 갱신해서 하이패스를 이용했다가는 낭패를 본다.
하이패스 감면단말기의 지문인식기도 유효기한이 있다.
만일 지문 인증을 안 했거나 통행카드나 단말기에 문제가 있는 경우 요금 감면은 안되고, 나중에 소급적용도 불가능하다.
일반 하이패스 단말기는 사용기한의 제한이 없다.
한마디로 고장 날 때까지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장애인용 감면단말기에 딸린 지문인식기의 유효기간을 설정해서 제한하는 이유가 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더구나 감면단말기 재등록 시에 네 손가락의 지문을 등록해야 한다.
한국도로공사에 요구한다.
장애인용 하이패스 감면단말기 사용과 관련하여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요소가 많다.
본인 인증방식을 지문 날인 방식에서 다양화하고, 통합복지카드의 재발급 절차도 간소화해야 한다.
특히 하이패스 감면단말기의 지문인식기 유효기간은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
사회복지에서 크리밍(creaming)이라는 말이 있다.
이용 절차를 복잡하게 하거나 자존심을 상하게 해서 클라이언트의 접근을 제약하는 것이다.
지문을 인증할 때마다 불편함은 물론 사회적으로 제한이나 배제당하는 듯해서 마음이 불편하다.
오늘도 1,200원인 2순환도로 통행료 50%를 감면받기 위하여 지문 인증을 했다.
언제까지 600원과 불편한 마음을 맞바꾸며 살아야 하나.
(2021.06.10)
(* 지문인식기 관련 민원에 대한 한국도로공사의 답변)
- 감면차량 전용 하이패스 단말기의 지문인식 사유는 유료도로법 시행령 제8조 1항에 정한 「당해 장애인이 승차한 차량」확인함에 있으며, 하이패스차로 이용 시 감면 단말기의 생체정보(지문)를 이용하여 본인 탑승여부가 확인된 경우에만 감면처리 하고 있음
- 법에 근거가 있어 감면대상자 확인을 위하여 필요한 것이니 양해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