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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이들 돌보며 희귀병 연구원 꿈 키웠죠"
중앙대 생명과학과 김서현
"봉사활동이요? 어렵지 않아요. 스스로 잘할 수 있는 것, 관심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알기만 해도 절반은 성공이에요."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으레 딱한 사람을 찾아가 물질적, 육체적 도움을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김서현(19·중앙대 생명과학과 1)양의 생각은 다르다. 봉사자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어떤 분야에 흥미를 가졌는지에 따라 봉사활동의 형태와 목적이 달라진다. "마술에 소질이 있는 사람은 마술로 사람을 즐겁게 만들고, 미용 기술이 있는 사람은 머리를 손질해주면 된다"는 것이다. 그녀는 "희귀병 연구원의 꿈을 이루려면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고통과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에 봉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양은 고교에 입학한 뒤 봉사에 눈을 떴다. 봉사동아리 '한별단'에 들어가 일주일에 한 번씩 복지원이나 양로원을 찾았다. 몸이 불편한 아이들과 노인들의 말동무가 돼 주고 청소, 목욕 일을 도왔다. 고2 때는 뜻이 맞는 친구 7명과 '양재 나눔'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서울시립어린이병원의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해 희귀병, 난치병과 사투 벌이는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숨쉬기 힘든 아이의 가슴을 부드럽게 두드려주고 기저귀를 갈아주며 병마와 싸워 이길 수 있게 힘을 불어 넣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봉사활동이 쉽고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한번은 사정이 생겨 봉사하러 못 간 적이 있었어요. 다음 주에 병원을 찾았더니 한 아이가 대뜸 '누나, 우리 버린 거야?'라고 묻는데, 마음이 아렸어요. 저를 기억하고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봉사를 한 주도 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김양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희귀병 연구원'의 꿈이 더욱 명확해졌다. 염색체 하나가 여느 사람들과 달라 평생 누워 있어야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근본적인 치료법을 캐내고 싶어졌다. 아직은 직접적인 도움을 못 주지만 작은 즐거움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꿈에 한 발자국 다가서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왜 공부해야 하는지를 알게 됐어요. 나태해지고 공부에 소홀해지다가도 제 도움을 기다릴 아이들,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생각하면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또 잠잘 시간, TV 시청 시간을 조금만 줄이면 일요일 10시간 정도는 충분히 낼 수 있는 시간이죠."
지난해 12월, 김양은 여느 수험생처럼 지원 대학, 학과, 전형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다 친구를 통해 '입학사정관 전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동안 꿈을 실현하기 위해 참가했던 토론대회, 과학 경진대회 등 수상 실적과 활동내용을 정리했다.
또 봉사활동을 하게 된 이유와 과정, 느낀 점을 지원서에 솔직하게 담았다. 합격하리라 큰 기대는 못 했다. 다만 합격한다면,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구나' '나는 지금 제대로 된 길로 가고 있구나'라는 확신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봉사활동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김양은 "마음 맞는 친구들과 모임을 만들어 작은 일부터 시작해보라"고 권했다.
"봉사는 사람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어요. 친구끼리 '우리 한번 해보자'는 시작이 중요해요. 저는 희귀병 연구원이 되기 위해 공부, 봉사 어느 하나도 소홀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거창한 곳보다는 주변에서 찾으세요"
한양대 사회과학부 이황재
"미호종개를 아시나요?"
올해 한양대 사회과학부에 합격한 이황재(19)군은 봉사활동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고1 때 청소년 봉사동아리를 만들어 보육원, 양로원, 장애인 시설에서 땀의 의미를 체험했다. 고2 때는 멸종위기 한국 토종 민물고기 '미호종개(천연기념물 454호. 몸길이는 6~7㎝)'를 보호하기 위한 '하늘 땅 물 지킴이'라는 환경동아리를 만들었다. 주말마다 하천 청소, 불법 낚시 모니터링 등을 하며 미호종개를 알렸다. 그러다보니, 고3이 되면서 성적이 조금 떨어졌다. 입시에 대한 우려감으로 가족은 물론 선생님까지 봉사활동을 그만두라고 만류했다.
그러나 멈추지 않았다. 이런 활동이 알려지면서 환경부 장관상을 수상하고, 광복절 기념 타종식에 참가하는 영광도 얻었다. 대학입시에서도 봉사활동에 대한 열정을 인정받아 입학사정관제로 합격할 수 있었다. 이런 수상실적이 이군을 기쁘게 했을까? 그의 답은 달랐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뻤을 때는 어떤 상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한 교회에서 미호종개에 대한 강연을 해달라고 요청이 왔을 때입니다. 교회 안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제 얘기를 듣고 미호종개 보호에 큰 관심을 가져줄 때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어요."
많은 학생들이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으레 양로원이나 장애인 시설에 가서 청소나 빨래를 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처음부터 거창한 곳을 찾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봉사활동은 자신의 주변에서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봉사활동을 한번도 해본적 없는 사람이 처음부터 양로원이나 장애인 시설을 찾기란 쉽지 않아요. 가령 장애인 목욕봉사의 경우 뇌나 몸을 다친 사람은 자칫 경련이 일어나는 등 통제가 안 될 때가 있거든요. 계단이 낮거나, 화장실 구조가 다른 등 생소한 특수시설은 청소도 제대로 못해요. 일단 동네 하천의 쓰레기를 줍는다든지, 시청이나 역 등 큰 시설에서 청소를 하는 것같이 주변에서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시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바람직한 봉사활동이란 어떤 것일까? 봉사는 고단한 일상을 설레게 하고 두근거리게 만든다. 고단한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깨우고 타인에게 땀의 의미를 전염시킨다. 이군은 "남이 봐줘서가 아니라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는 봉사활동이 바로 진짜 봉사"라고 했다.
"점수를 따기 위해 계획도 없이 무턱대고 봉사시간만 채우겠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설렁설렁 1시간 청소하고 5시간 확인증을 끊어달라는 억지도 부리죠. 이런 시간 때우기식이라면 차라리 안하느니만 못한 거예요. 봉사활동은 점수를 따기 위해서도 아니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는 양로원이나 보육원, 장애인 시설 등에서 봉사활동을 할 때 먼저 그들의 말벗이 되어주기를 권했다.
"말동무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자연스럽게 다가가야 합니다. 봉사는 배려입니다. 내가 진정성이 없는데, 어떻게 상대방이 마음의 문을 열겠어요? 상대방의 입장에서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고민해야 합니다."
"하면 할수록 생각의 폭이 넓어져요"
건국대 환경시스템학부 조아라
건국대 환경시스템학부 1학년 조아라(19)양은 봉사로 자신의 꿈을 찾았다. 초등 4학년부터 쉼 없이 봉사활동을 하며 시야를 틔우고 생각을 넓혔다. 대입 준비로 바쁜 고3 때도 한 주도 안 거르고 땀을 흘렸다. "초등학생 때 걸스카우트에서 봉사활동을 처음 한 뒤, 교사이신 아버지 권유로 가천 미추홀 청소년봉사단에 가입했어요.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매주 봉사활동을 했지요. 처음엔 요양원에서 노인분들 식사를 돕거나, 청소·잡초 뽑기 같은 단순한 봉사부터 시작해 나중엔 봉사단에 들어온 후배들을 이끄는 지도자로 활동하기도 했어요."
그녀가 받은 전국 중고교생 자원봉사대회 은상, 인천시 청소년 환경동아리 콘테스트 공모전 2년 연속 금상, 자원봉사의 날 대축제 표창장 등은 즐거운 열정의 산물이란 점에서 각별하다. "봉사활동이 생활의 즐거움"이었다고 말할 정도다. 고교 시절의 공부 스트레스도 봉사활동으로 해소했다. 주말마다 이곳저곳 뛰어 다니느라 친구들과 영화 한편 제대로 못 봤지만 후회는 없다. "봉사는 남을 돕는 일이지만, 자신에게도 많은 것을 배우는 기회가 된다"고 했다.
"저는 봉사활동을 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생각에 기뻤어요. 봉사단 활동이 없는 주말에는 제가 일을 만들어서라도 했을 정도예요. 하면 할수록 제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죠. 마치 제가 좋아하는 수학공부를 할 때와 비슷한, 기분 좋은 느낌이에요."
봉사활동은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녀는 "요양원에서 만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또 올거지?'하며 떠난 봉사자를 애타게 기다리는 모습에 한 주도 거를 수가 없었다"고 했다. 초등 4학년에 처음 찾았던 요양원에서 지금도 계속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고교 1학년에는 환경에 관심이 생겨 '그린 봉사단'이라는 단체에 가입했다. 인천지역 수질을 검사하고 환경문제에 대해 토론하거나, 쓰레기 수거·농약 사용 줄이기 등의 캠페인을 벌였다. "점차 망가져 가는 환경에 관심을 갖는 일도 가치 있는 봉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고교 때는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 모두 저를 만류했어요. 봉사활동은 대학 가서도 할 수 있으니, 공부를 먼저 하라고요. 하지만 소설 '어린 왕자'를 청소년기에 보는 것과 어른이 돼서 보는 것은 느낌이 다르잖아요. 봉사활동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이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조양은 건국대 수시 '자기추천 전형'에 지원해 합격했다. "봉사활동 경력이 많으니 지원해 보라"는 친구의 권유 덕분이었다. '인간의 욕심으로 사라지는 환경을 되살리고 싶다'는 소신으로 환경시스템학부에 원서를 냈다. 대학 면접에서도 "단순한 봉사자가 아닌, 전문가로서 환경을 해치지 않고 발전을 이룰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후배들에게 "봉사를 의무가 아닌 자신을 위한 일로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어차피 일년에 20시간을 채워야 한다면, 즐겁게 열심히 해보면 어떨까요? 제가 봉사활동을 하면서 꿈을 찾은 것처럼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도 있어요. 뭘 해야 할지 모른다면 지역 봉사단체부터 찾으세요."
"봉사활동에도 아이디어가 필요해요"
경희대 경제학과 최진혁
경희대 경제학과 1학년 최진혁(19·안양 성문고 졸)군의 대학 합격 과정은 다소 극적이다. 우연히 경희대 입시설명회에 갔던 친구로부터 '네오르네상스 전형'을 알게 됐다. 입학사정관으로 뽑는 전형에 내심 관심이 있었지만 합격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게다가 경쟁률이 아주 높았다. 하지만 도전해 보았다. "학교에서 대외 활동을 많이 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기에 가능했지요. 특히 봉사활동을 입시 공부처럼 열심히 했거든요. 경쟁률이 10 대 1을 웃돌아 반신반의했지만 용기를 낸 덕분에 도전에 성공했지요."
그가 지원한 네오르네상스 전형은 실적보다는 과정과 활동을 주로 본다. 서류평가, 학생부, 면접의 비중이 높다. 최군의 학교내신은 2.4등급. 봉사활동 외에 특별한 대외 입상 경력은 없다. "소신을 갖고 봉사활동을 꾸준히 했던 것이 합격 비결"이라며 "그간의 봉사활동 내역을 포트폴리오에 고스란히 담고, 입학사정관에게 호소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귀띔했다.
그는 3년간 꾸준히 땀을 흘렸다. 매주 주말마다 8~10시간씩, 방학 때는 평소보다 배 이상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누적 시간으로 따지면 무려 450시간이 넘는다.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아 시간적 제약이 없었다는 점이 봉사참여 비결이라면 비결.
최군이 봉사활동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은 고교에 입학하면서부터다. 고1 때 우연히 봉사동아리에 들었다가 매력에 빠져 버렸다. 그의 얘기다.
"향림원이라는 지체 부자유 아동 복지시설에 갔어요. 처음에는 아픈 사람을 돕고 그들의 눈빛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어색했는데 고1 여름방학 봉사캠프로 3박4일간 함께 지내며 생각이 달라졌어요. 똑같이 태어났는데 편견이라는 굴레에 상처입은 모습을 보니 마음이 무척 아팠어요."
그는 당시 흐지부지 운영되는 봉사동아리를 일으켜 학년당 15명, 총인원 45명에 달하는 학교 대표 동아리로 만들었다. 매주 찾아갈 봉사기관을 선정하고, 색다른 봉사활동을 기획했다. 활동기금은 청소년봉사지원센터에 찾아가거나 우수 동아리 선발대회에 참여해 마련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헌혈 캠페인. 일일이 전 학년 교실을 방문해 재학생들에게 헌혈의 필요성을 호소한 덕분에 전교생의 70%가 헌혈에 동참했다.
최군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굳이 정형화된 방식이 아닌 다양한 방법으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군은 봉사활동을 특기 삼아 대학에 지원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고3 들어서야 봉사활동을 반영하는 입학사정관 전형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봉사활동으로 대학 가려는 의도로 봉사동아리에 가입한 후배들이 많았는데, 힘들어서 도중에 포기하더라고요. 봉사활동은 결코 누가 시켜서 또는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에요. 또한 전공에 대한 잠재력 없이 봉사활동만 열심히 했다고 입학사정관이 뽑아 줄 리도 없고요."
그는 봉사활동에도 경제의 논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봉사활동이 부익부 빈익빈이 뚜렷하다는 우려다. "시설이 좋고 많이 알려진 곳에는 항상 봉사지원자가 몰리는 반면 정작 도움이 필요한 곳은 늘 봉사자가 없어 허덕인다"며 "수요와 공급을 적절히 일치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제학과를 지원한 것도 이런 배경이 이유가 됐다. 앞으로 사회복지학과를 복수전공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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