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 백석예술대학교 극작과에 합격한 원서연입니다. 입시를 하면서 불확실한 미래로 힘들 때마다 합격자 게시판 속 선배의 글을 보며 위로를 받았는데, 제가 쓰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사실 합격을 확인한 날은 12월 23일인데, 제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합격했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 신입생 등록을 하는 날에 후기를 쓰려고 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후기를 올리고 싶어도 전산 오류 아닐까, 라는 생각에 선뜻 올리지 못했습니다. 정말 아직도 02로 전화가 오면 학교 측에서 합격 취소를 통보할 것만 같아서 벌벌 떨면서 전화를 받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제가 합격했다는 게 실감이 안 납니다.
제 글이 재수를 준비하는 학생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제가 얼마나 모자란 사람이냐면, 저는 19살 현역 때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1차 실기를 붙고, 2차 면접에서 떨어졌습니다. 제가 얼마나 면접을 못 봤냐면, 교수님 앞에서 울었습니다. 목 놓아 운 건 당연히 아니지만, 눈물 때문에 시야가 흐릿했고 울먹였습니다. 그리고 서울예술대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대학교는 모두 떨어졌습니다. 19살의 겨울은 정말 끔찍했습니다. 눈물 마를 날이 없었어요. 부모님에게 모진 말도 들어서 괴로웠습니다. 하지만 스무 살의 겨울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게 포기하지 않고 버틴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엉망진창인 저도 대학교에 합격한 걸 보면, 여러분은 더 할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스무 살이 시작되면서 19살 때 제가 한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면접을 잘 보지 못한 건 자신감 부족과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사회성 악화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최대한 많은 사람과 대화하려고 노력했고, 돌발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으려고 생활 속에서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면 ‘기계 오류가 난 거 같은데, 기계 좀 고쳐 주세요.’라는 질문과 외국인 고객의 영어 질문. 그리고 실기 실력 향상을 위해 두꺼운 필사 공책 한 권을 다 쓸 만큼 많은 필사를 했고, 19살 때보다 더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또, 습작 108편을 했고, 수업 시간에 내야 하는 모의 실기 습작을 빠짐없이 제출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해에 다 쓴 볼펜은 다섯 자루, 화이트는 다섯 개입니다. 이번 해에 쓴 볼펜과 화이트는 절대 버리지 않을 겁니다. 저는 제 미래가 두려울 때마다 빈 볼펜과 화이트를 보며 위로받았습니다. 여러분도 자신이 쓴 볼펜과 화이트를 버리지 않고 모아두면 좋을 거 같습니다. 별거 아닌 거 같아도 입시를 할 때 큰 힘이 됩니다.
그리고 저는 입시를 준비하는 동안 결석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저혈압 때문에 기절했을 때 빼고 다 출석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실기 결과가 안 좋을 때 느슨해져서 모의 실기 습작을 안 낼 때가 하루 있었습니다. 과제도 제출 안 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원장 선생님이 잡아주셔서 금방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게으름과 무기력에 빠지지 않고 매일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 같습니다. 저는 입시를 하면서 성실함의 위력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평소에 누워 있는 것도 좋아하고, 엄청나게 게으른데, 입시를 할 때는 부지런했습니다. 얼마나 부지런했냐면, 과제를 1등으로 제출하면 합격한다는 원장 선생님의 말씀을 들은 날부터 매일 1등으로 과제를 제출했습니다. 성실하면 안 될 것도 되는 거 같습니다.
입시를 두 번이나 준비하면 사람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망가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저는 입시도, 저 자신도 놓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5월부터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주 2회 운동을 다녔고, 매일 저녁 학원에서 돌아오면 낮 동안 더러워진 방을 꼭 치우고 깨끗한 방에서 잤습니다. 좋은 노래도 들었고,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 극을 보며 휴식을 취하기도 했습니다. 오로지 실기에만 집중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저는 글을 쓸 때마다 더 즐거운 마음으로 쓸 수 있었습니다. 이것도 정말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입시를 준비하는 사람은 ‘나’입니다. 나의 상태가 온전해야 입시 생활을 버틸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살았기 때문에 저는 더 건강한 마음으로 입시를 할 수 있던 거 같습니다. 그러니까 재수를 하는 분은, 자기 연민과 무기력에 빠져 사는 것 말고, 더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선택하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부모님, 혹은 본인이 ‘재수한다는 녀석이 무슨 운동이고, 무슨 문화생활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저 자신이 망가졌다고 느낄 때 더 글이 안 써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대학교에 합격하기 전까지 술은 단 한 방울도 먹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19살 때부터 스무 살 실기가 끝날 때까지 단 하루도 술을 먹은 적이 없습니다. 지금도 안 먹는 건 똑같은데, 곧 여행 가서 첫술을 먹을 거 같습니다. 입시에 집중하다 보니 스물한 살에 첫술을 먹게 되네요. 한 해 동안 열심히 산 거 같아서 뿌듯합니다. 스무 살 때 술 안 먹어서 안 좋을 거 없습니다. 대학교 간 친구는 다 술 먹는데 나만 못 먹는다는 생각에 슬퍼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입시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의지와 노력이지만, 그 모든 것을 실행할 수 있던 것은 모두 원장 선생님 덕분입니다. 필사 공책 한 권을 다 쓰는 것, 더 많은 독서를 하는 것, 결석하지 않는 것, 과제 제출을 1등으로 하는 것, 습작 108편을 쓰는 것. 이 모든 게 다 원장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시작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원장 선생님이 없었다면, 저는 19살 때 제가 얼마나 어리숙했는지 못 깨달았을 겁니다. 재수를 하면서 저는 19살 때의 제가 얼마나 모자라고 노력을 안 했는지 깨달았고, 반성했습니다. 그래서 성실하게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성실하게 살 수 있던 것 역시 원장 선생님 덕분입니다. 성실히 하다 보니 원장 선생님에게 칭찬을 들을 수 있었고, 원장 선생님의 칭찬은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원장 선생님은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8월에 제 과제를 보고 ‘너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준비해라.’라고 말씀해주셨을 때, 날아갈 정도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적어도 틀린 길로 가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힘든 상황이 와도 원장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버텼습니다. 원장 선생님 덕분에 저는 제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원장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도 원장 선생님을 믿고, 본인을 믿고 계속해서 성실하게 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입니다.
스무 살이 시작되는 1월, 저는 제 스무 살이 최악의 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스무 살은 최고의 해입니다. 학원에서 만난 동기는 제게 소중한 존재로 자리 잡았고, 원장 선생님 덕분에 좋은 결과를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학교에 가면, 저는 더 열심히 글을 쓸 겁니다. 학교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또, 원장 선생님에게 좋은 소식으로 연락드리고 싶습니다. 원장 선생님의 수업을 들을 때마다 많이 웃었습니다. 즐거운 수업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장 선생님의 와공 이야기와 아버지의 벽지 이야기, 시인의 장례식 이야기, 경찰서 이야기, 버스 이야기. 모두 또렷하게 기억날 만큼 원장 선생님의 수업이 즐거웠습니다. 저도 앞으로 살아가면서 원장 선생님처럼 많은 경험을 하고 싶습니다. 많이 모자라고 어리숙한 저를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동국대학교 시험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시험 때마다 도와주신 남숙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상한 말도 잘 받아주시는 실장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에 인사드리러 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해 동안 저와 함께해준 학원 동기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너희 덕분에 더 행복하게 입시 할 수 있었어. 편의점에 가서 간식 골라 먹을 때, 학원 끝나고 밥 먹으러 갈 때, 따로 만나서 놀 때, 다 행복하고 좋았어. 너희가 성공했을 때는 내가 성공하기라도 한 것처럼 뿌듯하고 좋았어. 우리 대학 입학 전에 또 만나서 놀자.
이 글 읽는 모두 다 새해 복 많이 받고 건강하세요!
첫댓글 사랑해 서연아 자랑스러워🍀
나도 너가 자랑스러워 💗 ✨ 🐈⬛
우오오오우아 한예종 합격 간지 대박이다ㅏㅏㅏ🤍🤍 서연아 너만큼 열심히 입시 노력한 사람은 없을 거야🍀 너가 제일 고생했고 제일 열심히 했어 ✨✨1년동안 같이 수업 들을 수 있어서 너무너무 조아따?ㅎ^*💕
내 자존감 지킴이 유나. . 정말 내가 널 소중히 생각한다는 걸 알아야 해. . 🥹 우리 꼭 다 모여서 개강 전에 여행 가자 🌊 그리고 내년에 학교에서 만나기로 한 거 잊지 마세요 👯♀️
우리 서연이 축하해쪄ㅠㅠ 실감 안난다고 불안해말고 고생한만큼 보상 받은 거니까 합격을 누리도록 하렴^^~ 두려워말고 전진!
ㅋㅋㅋㅋ 고마워 전진 ~ ^ㅂ^ 언니 4관왕 기다리고 있어 👑 언니 입시 끝나는 날 모여서 파티해야 하는 거 알지?! 💗 보고 싶네요 서은 씨 😢 언니는 항상 잘해서 언니 걱정이 안 된다 진짜 ㅋㅋㅋㅋ 따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