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꽃(Flower) 이야기
<6> 호박(Pumpkin)꽃
동양계 호박 / 서양계 호박(단호박) / 페포계 호박(쥬키니 호박)
동양계 애호박 / 못 먹는 야생호박 / 호박벌
호박은 예전, 반을 쪼개어 속을 파내고 바가지로 쓰던 박과에 속하는 식물로, 속명(屬名)이 큐커비타(Cucurbita)다. 오이(瓜)를 큐컴버(Cucumber)라 하니 오이도 박과 식물이다.
이 호박은 우리나라에 임진왜란 이후인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에 일본과 중국을 통해 전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서는 남만(南蠻/남쪽의 야만족들)에서 전래(傳來) 되었다는 의미로 남과(南瓜), 오랑캐(호/胡)로부터 전래(傳來)된 박과 유사하다고 해서 ‘호박’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그 밖에 남과(南瓜), 북과(北瓜), 금동과(金冬瓜), 번과(番瓜), 혹은 번포(番蒲)라고 부른다는데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호박은 수없이 종류가 다양하지만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한다고 하며, 또 먹지 못하고 오직 관상용으로만 재배하는 야생호박도 있다.
우리나라의 3대 호박은 아시아에 널리 분포된 동양계 호박(C. Moschata/pumpkin), 유럽과 아메리카에서 재배되는 서양계 호박(C. Maxima/winter squash)과 페포계 호박(C. Pepo/ summer squash)의 3종으로, 페포계 호박은 특히 줄기가 짧고 모여 나며 덩굴이 아니라는 특징이 있어 시골에서는 앉은뱅이 호박이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애호박 볶음, 호박고지, 호박범벅 등 수십 가지의 먹거리 요리 재료로, 또 꿀이나 약재를 첨부하여 약으로 활용하는 등 호박의 활용은 무궁무진하였다. 또 호박은 다른 채소보다 어떤 기후에도 잘 적응하고, 척박한 토질이나 가뭄과 병충해에도 강해서 가난하던 시절 농사가 잘 안되면 곡식 대신 호박을 심었는데 잘 자라고 열매를 잘 맺었다.
이 호박을 대용 식량(食糧)으로도 하여 흉년을 견딘다고 하여 구황작물(救荒作物)이라고 불렀다.
식량이 귀하던 시절, 춘궁기에 호박은 훌륭한 대체식량이 되었는데 호박을 이용한 식재료 말고도 호박 줄기에서 어린 호박순과 잎을 따다가 반찬을 만들면 훌륭한 먹거리가 되었다.
나중에 들어온 서양계 호박은 단호박(밤호박)으로 불리며 주로 쪄서 먹고, 페포계 호박은 쥬키니 호박이라고도 부르는데 애호박 요리 전용으로 덩굴줄기가 아니라서 면적도 많이 차지하지 않고 거름만 충분히 주면 짧은 잎줄기에서 연속적으로 많은 호박이 달린다.
어린 호박순 / 호박 암꽃 / 호박 수꽃 / 할로윈 호박(귀신 얼굴)
호박은 꽃이 많이 피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조그만 호박이 붙어있는 암꽃은 드물고 대부분 수술만 꽃 속에 있는 수꽃들이다. 암꽃, 수꽃 모두 꿀이 들어있어 호박벌들은 두 꽃을 번갈아 드나들며 꿀을 빨다가 수분(受粉)이 되어 호박 열매가 맺게 되는 것이다. 장마철에 핀 호박꽃은 벌, 나비가 없어 수분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암꽃의 작은 호박이 영글지 못하고 썩어서 떨어져 버리고 만다.
‘호박꽃도 꽃이냐?’, ‘호박같이 못생긴 여자’, ‘호박이 넝쿨째 굴러왔다.’....
호박을 두고 생긴 말이 제법 많은데 좋은 의미로 쓰이는 말도 있고, 좋지 않은 말도 있다.
호박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장미꽃이나 튤립 등 서양 꽃의 화려하고 세련된 아름다움은 없지만 투박하면서도 소박한, 넉넉한 미소를 머금은 시골 아가씨 같은 푸근함을 준다. 그리고 달콤한 꿀도 많아서 벌, 나비가 많이 찾아드는 꽃이다.
호박을 두고 생간 속담들은 그만큼 호박이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미로, 친근함을 나타내는 의미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서양의 할로윈 데이(Halloween Day/10월 31일)는 호박 속을 긁어내고 귀신의 형상으로 눈, 코, 입 부분에 구멍을 뚫고 호박 속에 촛불을 켜서 정원에 내놓는다. 영국 아일랜드 켈트족의 풍습이 기원(起源)이 된 이 축제는 2천 년이 넘는 오랜 역사가 있다고 한다. 이날은 죽은 영혼들의 날로 여러 가지 행사를 벌였으나 요즈음은 귀신 복장을 한 아이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과자나 사탕을 달라고 하는데 주지 않으면 휴지를 뜯어 정원을 어지럽히는 복수를 하는...
어린이들 위주의 축제가 되었다.
어머님 이야기로, 가난하던 시절 밭에 일하던 아낙이 해산기(解産氣)가 있자 서둘러 집으로 들어오며 울타리의 호박순과 잎을 훑어다 솥에 넣고 된장을 풀고 불을 지펴놓은 다음 방에 들어와 혼자 아이를 낳고 탯줄을 끊고 태를 낳지도 못한 채 부엌에 기어나가 솥에서 된장 호박국을 퍼다 미역국 대신 마시고.... 예전 우리 어머님 세대는 그렇게 7~8남매씩 낳아서 길렀다. 호박과 비슷하게 생긴, 익은 후 따서 반을 갈라 속을 파내고 바가지를 만드는 박도 있는데 영글기 전에 따서 채를 썰어 박국을 끓여 먹었다. ‘여자팔자는 뒤웅박 팔자다.’라는 말이 너무도 신기하다
<참고>
뒤웅박은 박을 반으로 쪼개지 않고 위쪽에 구멍을 뚫어 속을 파내고 여러 가지를 담을 수 있게 만든 일종의 저장용 용기로 사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