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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의 소제(11-14)
의심이나 문제가 있을 때, 솔직하게 드러내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정을 숨기지 않고 공유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의심이 생긴 상황에서는 공정한 판단이 필요하며, 하나님은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인도하십니다. 이러한 의심 상황은 회복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문제를 해결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11○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12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그들에게 이르라 만일 어떤 사람의 아내가 탈선하여 남편에게 신의를 저버렸고 13한 남자가 그 여자와 동침하였으나 그의 남편의 눈에 숨겨 드러나지 아니하였고 그 여자의 더러워진 일에 증인도 없고 그가 잡히지도 아니하였어도 14그 남편이 의심이 생겨 그 아내를 의심하였는데 그의 아내가 더럽혀졌거나 또는 그 남편이 의심이 생겨 그 아내를 의심하였으나 그 아내가 더럽혀지지 아니하였든지(11-14)
11-31절은 한 남자가 자기 아내의 간음을 의심할 경우, 그 여인의 부정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를 소개합니다. 공동체 안에 있을 부정을 처리함으로 공동체의 정결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현대인의 눈으로 보기에는 단순히 남편의 의심만으로 여성을 재판하는 과정이 대단히 불편한 것도 사실입니다. 성막 공동체 안의 성적 부정결은 당사자뿐 아니라 진영을 더럽히고 공동체의 안정과 질서를 위협하므로 육체의 부정결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내의 간통을 의심하는 남편은 질투심에 사로잡힙니다.
14절은 남편이 질투하며 의심을 품는 두 가지 경우를 요약합니다. 첫째, 실제로 어떤 사람의 아내가 탈선하여 남편에게 신의를 저버렸으나 그것을 입증할 수 없는 상황일 때입니다. 탈선한다는 말은 성적으로 탈선했음을 뜻합니다. 실제 간음을 행한 사람에 대한 규정은 명백합니다. 그것이 드러날 경우 결혼한 남자든 여자든 불문하고 사형에 처합니다(신 22:22). 이스라엘 공동체 안에서 간음죄가 항상 심각하게 취급되었음은 분명합니다. 아내의 간음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간음 현장에서 잡히거나, 목격한 증인이 있거나, 증거물이 있어야 하는데, 이 모든 것들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을 전제합니다. 둘째, 실제 어떤 사람의 아내가 탈선하였는지 확실치 않으나 단순히 한 남자가 그것을 의심할 경우입니다. 남편은 질투심에 사로잡히고, 아내가 실제로 범죄하지 않았음에도 의심을 거두지 못합니다. 이 두 가지 경우, 의심의 소제 혹은 기억나게 하는 기억의 소제를 드리며 하나님 앞에서 진실을 판단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의심의 소제라 함은 남편의 입장에서 서술한 것입니다. 기억의 소제는 생각나게 하는 소제이기 때문에 아내의 관점에서 서술하는 것입니다. 의심은 가지만 실제로 아내가 간통을 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입니다. 그러나 남편의 입장에서는 증거 부족으로 진실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합니다.
의심의 소제를 드리는 절차(15-28)
하나님께서는 부부가 의심이 있을 때 회복의 기회를 제공하십니다. 이는 인간관계에서도 서로의 오해를 풀고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 필요함을 보여줍니다. 죄를 정리하시면서도 용서와 회복의 기회를 주십니다. 이러한 과정은 관계의 회복과 성장을 위한 중요한 단계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서로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15그의 아내를 데리고 제사장에게로 가서 그를 위하여 보리 가루 십분의 일 에바를 헌물로 드리되 그것에 기름도 붓지 말고 유향도 두지 말라 이는 의심의 소제요 죄악을 기억나게 하는 기억의 소제라 16○제사장은 그 여인을 가까이 오게 하여 여호와 앞에 세우고 17토기에 거룩한 물을 담고 성막 바닥의 티끌을 취하여 물에 넣고 18여인을 여호와 앞에 세우고 그의 머리를 풀게 하고 기억나게 하는 소제물 곧 의심의 소제물을 그의 두 손에 두고 제사장은 저주가 되게 할 쓴 물을 자기 손에 들고 19여인에게 맹세하게 하여 그에게 이르기를 네가 네 남편을 두고 탈선하여 다른 남자와 동침하여 더럽힌 일이 없으면 저주가 되게 하는 이 쓴 물의 해독을 면하리라 20그러나 네가 네 남편을 두고 탈선하여 몸을 더럽혀서 네 남편 아닌 사람과 동침하였으면 21(제사장이 그 여인에게 저주의 맹세를 하게 하고 그 여인에게 말할지니라) 여호와께서 네 넓적다리가 마르고 네 배가 부어서 네가 네 백성 중에 저줏거리, 맹셋거리가 되게 하실지라 22이 저주가 되게 하는 이 물이 네 창자에 들어가서 네 배를 붓게 하고 네 넓적다리를 마르게 하리라 할 것이요 여인은 아멘 아멘 할지니라 23○제사장이 저주의 말을 두루마리에 써서 그 글자를 그 쓴 물에 빨아 넣고 24여인에게 그 저주가 되게 하는 쓴 물을 마시게 할지니 그 저주가 되게 하는 물이 그의 속에 들어 가서 쓰리라 25제사장이 먼저 그 여인의 손에서 의심의 소제물을 취하여 그 소제물을 여호와 앞에 흔들고 제단으로 가지고 가서 26제사장은 그 소제물 중에서 한 움큼을 취하여 그 여자에게 기억나게 하는 소제물로 제단 위에 불사르고 그 후에 여인에게 그 물을 마시게 할지라 27그 물을 마시게 한 후에 만일 여인이 몸을 더럽혀서 그 남편에게 범죄하였으면 그 저주가 되게 하는 물이 그의 속에 들어가서 쓰게 되어 그의 배가 부으며 그의 넓적다리가 마르리니 그 여인이 그 백성 중에서 저줏거리가 될 것이니라 28그러나 여인이 더럽힌 일이 없고 정결하면 해를 받지 않고 임신하리라(15-28)
본문에서는 불륜 의혹이 있는 여인을 위한 의식을 설명합니다. 이 의식은 여인이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을 포함합니다. 이를 통해 하나님은 가정의 순결과 정의를 지키고자 하신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1) 준비(15-18)
그는 의심스러운 아내를 데리고 성소의 제사장에게 올라갑니다. 이때 남편의 준비물은 보리 가루의 소제물입니다. 1/10에바(약 2.3리터)의 보리 가루를 준비할 뿐 거기에 기름이나 유향은 붓지 않습니다. 이것을 ‘의심의 소제’ 혹은 ‘기억의 소제’(기억을 위한 소제)라 부릅니다(15). 원래 레위기 2장의 소제 규정은 밀가루 1/10에바를 준비하여 그 위에 기름을 붓고 다시 유향을 놓습니다. 감람나무 기름(올리브유)은 대중적으로 사용되었지만, 유향은 매우 비쌌기에 이 기본 소제물은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만 허용되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은 밀가루 소제보다는 유향이 들어가지 않는 음식 소제물을 바친 것으로 추론됩니다(레 2:4-9). 그러나 의심의 소제는 밀가루보다 저렴한 보리 가루를 재료로 삼으며 거기에 유향은 물론 기름도 붓지 않습니다. 이것을 “기억의 소제”라고도 부르는데, 죄를 기억나게 한다는 것은 당사자에게 죄를 상기시킨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은 그녀가 죄를 망각했기 때문이 아니라 죄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사장은 먼저 거룩한 물을 토기에 담고, 성막 바닥에서 긁은 흙은 섞습니다. 아마 내성소의 바닥 흙이리라 생각됩니다. 성소의 흙을 섞어서 ‘쓴 물’을 만드는데, 흙을 섞었다고 해서 실제로 쓴 물이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죄와 심판을 드러내는 물이기 때문에, 쓴 물이라고 지칭한 것 같습니다. 본문 23절을 보면 제사장이 저주의 말을 두루마리에 써서 그 글자를 그 쓴물에 빨아 넣는다고 표현하기 때문에 저주가 되게 하는 쓴 물에는 저주의 말을 기록한 두루마리를 빨아 넣어서 완성했을 것입니다. 거룩한 물은 아마도 물두멍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제사장은 여자의 머리를 풀게 하고 의심의 소제물을 양손에 들게 합니다. 머리를 풀게 한 것은 슬픔과 애곡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그 다음 제사장은 저주가 되게 할 물을 스스로 들고, 여인에게 저주의 말로 맹세하게 합니다. 이렇게 의심의 소제를 준비하는 절차가 끝나면, 여인으로 하여금 맹세하고 실제 판별하는 의식으로 나아갑니다.
(2) 맹세(19-24)
이제 실질적으로 여인이 맹세하도록 하는 대목에 이릅니다. 제사장이 여인에게 맹세하도록 강제한다는 뜻입니다. 여인이 맹세를 한 이후에 여인이 의심 당하고 있는 일에 무죄하다면, 저주가 되게 하는 쓴 물의 해독을 면합니다. 해독을 면한다는 표현은 깨끗하게 된다 혹은 혐의가 풀린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만약 남편을 두고 탈선하여 간음을 행한 것이라면, 제사장이 그 여인에게 저주로 맹세하게 한 것처럼, 여호와께서 그것을 드러내실 뿐만 아니라, 그 맹세대로 심판을 행하실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여호와 하나님께서 이 일을 드러내셔서 심판을 행하신다는 사실 자체를 강조합니다. 여인이 맹세한 것처럼, 여호와께서 저줏거리 맹셋거리가 되게 하실 것이며, 여호와께서 넓적다리가 마르고 배가 붓게 하실 것입니다. 넓적다리와 배는 아마도 자궁과 태반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실제 간음을 행한 것이면 그녀는 출산을 하지 못하게 되는 심판을 당한다는 뜻입니다. 21절이 하나님께서 심판 행하심을 강조한다면, 같은 내용을 22절에서 물의 역할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설명합니다. 맹세의 내용을 다시 언급하고, 여인은 ‘아멘 아멘’으로 화답해야 합니다. 아멘을 두 번이나 반복하게 한 것은 이 맹세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마지막 절차는 맹세의 글을 쓴 물에 빨아 넣고 제사장이 그 여인에게 마시도록 하는 것입니다. 글자를 쓰고 그것을 물에 빨아 넣는 행위는 예레미야 선지자의 행동에서도 나타납니다(렘 51:59-64). 하나님께서 주신 바벨론을 향한 심판의 메시지를 읽은 다음 그것을 돌에어 강에 버리는 행위를 합니다. 상징 행동 방식입니다.
(3) 실행(25-28)
의심의 소재를 마무리하는 단계는 이러합니다. 제사장은 여인을 위한 보리 소재물 중 한 움큼을 취하여 여호와 앞으로 가져가서 흔들어 드립니다. 흔든다는 말은 앞뒤로 흔드는 요제라고 볼 수 있지만, 이 단어 자체는 위로 높이 들어 올린다는 뜻도 가능합니다. 제사장은 의심의 소제를 제단 위에 불사르고, 여인에게 기억나게 하는 쓴 물을 마시게 합니다. 그 후에 마신 쓴물로 인하여 그 여인의 배가 붓고 넓적다리가 마르게 되면 여인의 부정은 입증되고 백성 가운데 저줏거리가 될 것이지만, 그렇지 않고 여인의 정결함이 인정되면 오히려 그 여인은 임신하게 됩니다.
요약(29-31)
하나님께서는 모든 관계에서 정직과 진실을 중요시하십니다. 부정한 행동은 개인과 공동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의식을 통해 나타나는 하나님의 심판은 그분의 공의로운 성품을 반영합니다. 또한, 이는 회개와 용서를 통한 은혜의 기회를 강조합니다. 따라서, 정직한 삶을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줍니다.
29○이는 의심의 법이니 아내가 그의 남편을 두고 탈선하여 더럽힌 때나 30또는 그 남편이 의심이 생겨서 자기의 아내를 의심할 때에 여인을 여호와 앞에 두고 제사장이 이 법대로 행할 것이라 31남편은 무죄할 것이요 여인은 죄가 있으면 당하리라(29-31)
의심의 소제는 남편의 의심이나 질투에 대한 법입니다. 현대인의 관점으로 본다면 대단히 불공평한 법률 같지만, 고대 근동의 맥락에서 본다면, 오히려 의심을 사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제사장의 판결을 받아야 하고, 하나님께서 드러내시는 것에 온전히 순종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대 근동의 문화를 많이 극복하고 있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심만으로 사람을 징벌할 수 없으며, 심지어 간음이 사실로 드러난다 할지라도 현장에서 잡힌 것이 아니면 그를 죽이지 못하고 불임의 징벌만 주어진다는 점 등이 그러합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 법률이 민수기 5장의 앞선 예들과 함께 하나님의 백성 공동체가 정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는 점입니다. 건강한 믿음 공동체는 성적인 문제처럼 깊이 숨겨진 영역에 있어서도 건강해야 합니다. 또한 부정 자체가 공동체를 파괴할 수도 있지만, 그에 대한 의심이나 질투가 해소되지 못한 채 있는 것 역시 공동체를 무너뜨릴 수있음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이 구절에서는 불륜 의혹이 있는 여인을 위한 의식이 소개되어, 하나님께서 가정과 공동체의 순결을 중요시하신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하나님은 인간의 마음을 아시며,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신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의식을 통해 하나님은 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시고, 올바른 관계의 회복을 촉구하십니다. 결국,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고 순결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교훈을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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