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청소년들의 참여는 성별, 지역 등을 막론하여 자연스럽고 적극적이었다. 이들은 서로를 처음 봤음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친해졌다. 활동에 참여했던 청소년들은 평가의 시간에서 처음에는 분위기가 어색하고, 내용도 어려웠는데, 계속 하다보니 생각보다 재미와 의미가 있었으며 다음에 또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비슷한 또래여서 통하는 게 있어서였을 수도 있으며, 청소년 당사자의 목소리를 지역사회에 올바르게 안내하기 위한 활동에 마음과 뜻이 하나로 모여졌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사단법인 들꽃청소년세상은 서울 경기 전북지부 및 들꽃 네팔 몽골 탄자니아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기에 소속된 청소년들은 다양한 활동을 한다. 전북지부 청소년자치연구소에서는 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달그락을 운영하고, 기자단, 작가단, 경제, 자원봉사, 역사, 방송, 애니메이션 자치기구들이 있다. 경기와 서울에 있는 대안 가정과 지역아동센터에서 생활하며 거주하는 청소년들은 지역사회 내에서 여러 가지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화창한 날씨의 토요일 오후, 국내 지역 들꽃 청소년 15명 내외가 들꽃청소년세상 안산센터에 모였다. 각 지부를 대표하는 청소년들이며, 들꽃청소년운영회의(이하 청운회)의 구성원이다.
6월1일에 진행되는 제8대 전국지방동시선거를 맞이하여 경기, 서울, 전북지부 청운회를 중심으로 각 지부가 속한 상황에서 청소년 정책 관련 활동을 진행해왔다. 청소년자치연구소는 7년간의 달그락 청소년 제안 정책 정리, 우선순위 설문조사, 지방선거 후보자와의 인터뷰와 소셜방송, 달그락청소년참여포럼 등을 진행하면서 10대 정책제안과 정책제안집을 만들고 있고, 이 과정은 5월에도 계속된다. 경기와 서울지부의 청소년들은 지방 선거 후보자들과 정책입안자들에게 바라는 청소년 정책들은 토론하며, 관련 제안들을 정리했고, 도교육감 선거권을 만16세로 낮추자는 서명 운동도 진행했다.
오늘 모인 세 지부의 대표 청소년들은 그간의 활동을 PPT나 자료를 가지고 발표하면서 관련 내용을 공유했다. 이어서 세 그룹으로 나누어 각 지역에서 행했던 청소년 정책 제안 관련 활동들에 대해 서로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때까지의 활동은 다음에 이어질 (가칭)들꽃청소년선언문 만들기의 워밍업이었다.
각 그룹의 청소년들은 지금까지 토론했던 내용을 기반으로 선언문에 들어갔으면 하는 단어, 키워드, 문장에 대해 브레인스토밍 및 토론을 했다. 그 결과, "청소년들의 의견을 존중해주세요", "청소년의 의견이 수렴되는 체계가 있으면 좋겠어요", "청소년의 활동 범위를 늘려주세요"와 같은 정책제안의 가치나 방향성에 대한 청소년들의 의견도 있었으며, 청소년 교육, 복지, 문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제안 및 요구도 나왔다. 고교학점제의 폭을 넓히기, 여성 생리대 무료 자판기 설치, 무상 버스 및 10시 이후 야간 무료 택시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들이 청소년들의 입을 통해 나타났다.
토론에 참여했던 한 그룹에서는 선언문에 들어갈 첫 번째 문장으로 “청소년은 ‘오늘’의 주인공이다.”을 언급했다. 어제와 내일이 아닌 ‘오늘’에 방점을 찍었다. 더불어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교육정책이 빈부격차와 양극화를 줄일 수 있다는 제안과 함께 “청소년이 민주적 발언을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시작이다.”라는 문장을 적어 냈다.
2시간 내외의 시간으로 선언문을 완료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느낀 참여 청소년들은 합의를 통해 10일 후인 5월18일에 온라인을 통해 다시 한번 만남을 갖자고 결정했다. 오늘 활동에 대한 소감과 차후 모임을 정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들꽃의 청소년들은 한 두 차례의 만남과 건의사항 제시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닌 자기 삶에 직접 참여하면서 당사자 중심의 정책 제안들을 발굴하고 지역사회와 끊임없이 소통해나가는 노력을 할 것 같다.
약속한 두 번째 워크숍 시간은 5월18일 밤 10시였다. 거리적 한계가 있어서 온라인에서 만나기로 했고, 일과를 모두 마치는 시간으로 약속을 잡았다. 오늘 활동의 목표는 선언문의 틀과 내용을 이전보다 다듬는 것이었다. 첫 시간에 선언문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나누었다면 두 번째는 앞선 토론을 바탕으로 문장, 문단을 함께 만드는 작업을 하는 시간이었다.
우리들은 크게 선언문의 제목, 취지, 선언내용으로 나누어 하나씩 내용을 채워가기 시작했다. 온라인에서의 회의여서 오히려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돌아가면서 자기 이야기를 하기에 좋았다. 대답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는 패스할 수 있는 권리도 있었다. 각자의 의견을 자연스럽게 주고 받으며 들꽃 청소년 선언문의 틀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다.
워크숍을 정리하면서 각자의 소감을 나누었다. 조민지 청소년은 이렇게 청소년들이 목소리를 내는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청소년들은 이런 활동들이 처음이라 어색하고 어려웠지만, 많이 공부하고 배우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다음에는 함께 만나서 더 친해지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함께 참여했던 모든 청소년들이 빼놓지 않고 했던 말은 ‘즐거웠다’였는데, 들꽃의 청소년들이 말한 즐거움의 본질은 아마도 청소년 당사자로서 자기 삶의 의사결정 과정 주체적으로 참여했던 쾌감은 아니었을까!